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放言(방언) - 김시습(金時習)

굴어당 2011. 1. 12. 08:28

放言(방언) - 김시습(金時習)

함부로 지껄이다

 

眇將一粟身(묘장일속신) : 한 알 좁쌀 같은 몸 가지고

復何心憧(부하심몽동) : 다시 어찌 마음이 심한한가

百年只一息(백년지일식) : 백년에 한번 숨 쉴 시간

萬事猶倥(만사유공총) : 만사는 오히려 바쁘기만 하다

旣得還恐失(기득환공실) : 얻고서는 잃을까 두려우니

奚暇尊周孔(해가존주공) : 어찌 주공과 공자를 숭상할 겨를 있나

有人早歸休(유인조귀휴) : 일찍 돌아와 쉬는 사람 있어

視彼同蠛(시피동멸몽) : 그를 보기를 하루살이처럼 여긴다

溪聲激潺湲(계성격잔원) : 개울물 소리 잔잔히 드려오고

山色聳巃嵷(산색용롱종) : 산빛은 우뚝하게 솟아 오른다

雖云縱性遊(수운종성유) : 비록 본성대로 논다 하지만

非禮卽勿動(비례즉물동) :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幽軒竹數竿(유헌죽수간) : 그윽한 마루 앞에 몇 줄기 대나무

小庭花萬種(소정화만종) : 작은 뜰에 꽃이 만 가지 종류나 된다

看竹復看花(간죽부간화) : 대나무를 보다가 또 꽃을 보니

亦是一榮寵(역시일영총) : 이 또한 하나의 은총이로구나

洞口雲自生(동구운자생) : 동구에서 구름 절로 피어오르고

石眼泉自湧(석안천자용) : 돌 틈에서는 샘이 절로 솟아난다

逍遙復逍遙(소요부소요) : 거닐다가 또 거닐며

俛仰歌垂拱(면앙가수공) : 굽어보고 쳐다보면서 태평한 옛정치 노래하노라

顓孫學干祿(전손학간록) : 자장이 녹을 구하는 방법을 배워

唯恐其不迨(유공기부태) : 성취하지 못할까 오직 두려워했다네

干祿心旣切(간록심기절) : 녹을 구하는 마음 간절하거늘

何知寡尤悔(하지과우회) : 어찌 허물과 후회 없음을 알겠는가

言行苟無愧(언행구무괴) : 말과 행동에 정말 부끄러움 없다면

穀亦不外待(곡역부외대) : 나도 밖에서 기다리지 않으리라

外待何人期(외대하인기) : 밖에서 기대리니 어떤 사람 기대하리오

天祿棄不採(천록기부채) : 하늘이 주는 녹을 버려두고는 캐지 않는다

犢角抽東軒(독각추동헌) : 쇠뿔은 동헌에서 뽑나니

乃知生竹筍(내지생죽순) : 그것이 죽순임을 알겠노라

竊期長且大(절기장차대) : 길고 큰 것을 몰래 바라며

作竿釣蛟蜃(작간조교신) : 낚시대 만들어 고래를 낚했다

一夜盜折去(일야도절거) : 하룻밤에 도둑이 꺾어갔으니

此計還可哂(차계환가신) : 그 계획이 도리어 우습게 되었도다

於斯有一玉(어사유일옥) : 여기에 옥하나 있나니

久向匵中韞(구향독중온) : 오랫동안 상자 속에 있도다

光輝耀天地(광휘요천지) : 광채가 천지에 빛나니

炯炯不敢隱(형형부감은) : 번쩍거림을 숨기지 못한다

何用沽於世(하용고어세) : 어찌 그것을 세상에 자랑할까

聲已聞遠近(성이문원근) : 명성이 이미 멀리 가까이 들리었다

爲人性疏散(위인성소산) : 사람됨이 성품이 방만하여

於事太多懶(어사태다라) : 일마다에 너무 나태하도다

山月有燈燭(산월유등촉) : 산 뜬 달에 촛불 있고

松風有絃管(송풍유현관) : 솔바람에 관현악이 있도다

閑中經數卷(한중경수권) : 한가한 중에 여러 권 책 읽으며

渴來茶七椀(갈래다칠완) : 목마르면 일곱 주발의 차를 마신다

心當遊此樂(심당유차락) : 마음은 마땅히 이러한 즐거움에 놀아야지

何暇較長短(하가교장단) : 어느 겨들에 좋고 나쁜 것을 견주리오

稚松移種庭(치송이종정) : 어린 소나무 뜰에 옮겨 심고

禁人使勿翦(금인사물전) : 사람들이 잘라가지 못하게 했도다

亭亭漸百尺(정정점백척) : 곳곳하게 자라나 점점 백 자나 되고

鱗甲鎖苔蘚(인갑쇄태선) : 껍질에는 이끼가 막히었다

枝長葉復密(지장엽부밀) : 가지는 길고 잎도 빽빽하여

日夜聞鶴喘(일야문학천) : 밤낮으로 학 우는 소리 들린다

幾時生茯苓(기시생복령) : 어느 때나 복령이 생겨나

薄採貢玉輦(박채공옥련) : 그것을 캐어서 임금님께 바칠까

與人延頹齡(여인연퇴령) : 사람에게 주면 늙은 목숨도 연장되어

壽與天不殄(수여천부진) : 목숨과 천성이 결코 다하지 않으리라

倘未生茯苓(당미생복령) : 혹시 복령이 생기지 않아도

歲寒姿亦善(세한자역선) : 날이 차가우면 그 자태도 좋으리라

春風無私心(춘풍무사심) : 봄바람 조금도 사심없어

普被於大小(보피어대소) : 크거나 작거나 널리 불어준다

啓口動群蟄(계구동군칩) : 입 벌려 여러 벌레 움직여 주고

弄舌啼百鳥(농설제백조) : 여러 새들 혀를 놀려 울게해준다

桃李偃短墻(도이언단장) : 복사꽃 오얏꽃 담장에 눕게 하고

芙蓉泛碧沼(부용범벽소) : 연꽃을 푸른 늪에 뜨게 하는구나

時雨好風俱(시우호풍구) : 제철의 비와 좋은 바람 함께하니

大平從此肇(대평종차조) : 태평성 이로부터 시작되노라

山人樂舞蹈(산인락무도) : 산사람 무도장을 즐기며

浩浩歌窈窕(호호가요조) : 호방하게 요조장을 노래한다

豈獨春風然(개독춘풍연) : 어찌 다만 봄바람만 그러할까

聖化流億兆(성화류억조) : 성인의 교화도 만민에게 흐르리라

幽齋靜且深(유재정차심) : 그윽한 집, 고요하고도 깊숙하여

寓形堪送老(우형감송노) : 아 한 몸 노년 보내기 넉넉하구나

萬事奚足務(만사해족무) : 인생만사 어찌 족히 힘쓰겠는가

一閑是所寶(일한시소보) : 한가지 한가함이 곧 보배이로다

門無車馬喧(문무차마훤) : 문 앞에는 오는 수레 하나 없는데

衣裳肯顚倒(의상긍전도) : 어찌 의상을 거꾸로 입으리오

莫罪步世表(막죄보세표) : 세상 밖에 나다닌다 죄 삼지 말라

是亦一種道(시역일종도) : 이것 또한 일종의 도일 것이리라

自古此流多(자고차류다) : 예부터 이런 부류의 사람 많았으니

巢許可訂考(소허가정고) : 소부와 허유를 상고할 수있도다

考槃亦有人(고반역유인) : 은거하며 사는 일에도 사람 있으니

不惟吾獨好(부유오독호) : 오직 나람이 즐겨함은 아니로다

汲盡東溟水(급진동명수) : 동해의 바닷물 다 길러내어도

利欲垢難澡(이욕구난조) : 이욕의 때는 씻어내기 어렵도다

帚盡大山木(추진대산목) : 태산의 나무로 비를 만들어도

名路塵難掃(명로진난소) : 이름 길의 티끌은 쓸어내기 어렵도다

然則吾奈何(연칙오내하) : 그렇다면 나는 어찌할까

落落從素抱(낙낙종소포) : 울타리 가에서 평소대로 안고 살리라

吟罷竹窓靜(음파죽창정) : 시 읊고 나니 대나무 창가는 고요하고

山雨洒庭草(산우쇄정초) : 산에 내리는 비가 뜰에 난 풀에 뿌려진다

直上南山頭(직상남산두) : 바로 남산 꼭대기로 올라

騁目驅萬像(빙목구만상) : 눈 달려 만가지 형상을 몰아본다

日月低回腰(일월저회요) : 해와 달은 허리 아래로 낮게 돌고

乾坤括分掌(건곤괄분장) : 하늘과 땅은 손바닥에 잡힐 듯하다

胸次豁爾遠(흉차활이원) : 가슴 속 시원하게 터이는 듯 하고

怳爲登仙想(황위등선상) : 황홀하기가 신선이 된 듯 생각된다

產石竇(신표산석두) : 돌 틈에서 신풍이 부는 듯

身輕骨亦爽(신경골역상) : 몸은 가볍고 뼈속까지 상쾌하도다

斯游不易得(사유부역득) : 이런 놀음 쉽게 얻지 못하리니

放蕩恣偃仰(방탕자언앙) : 방탕하게 마음대로 누었다가 일어난다

興盡回(향만흥진회) : 날이 저물어 흥이 다하여 돌아오니

白雲生藤杖(백운생등장) : 흰구름이 등나무 지팡이에서 인다

有客趁暮來(유객진모래) : 손님 하나 저물어 찾아 오니

皤皤白頭叟(파파백두수) : 희고 흰 백발의 노인이로다

行裝一杖(행장일공장) : 행장은 지팡이 하나 뿐

衣破半露肘(의파반로주) : 의복은 찢어져 팔뚝이 반이나 드러났다

我問從何方(아문종하방) : 내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遙指靑山後(요지청산후) : 멀리 청산의 뒤를 가리킨다

碩大固無匹(석대고무필) : 석대하다하니 정말 짝이 없을 것 같으니

塞淵端寡偶(새연단과우) : 침묵하니 과연 짝이 없을 것이다

心知非常輩(심지비상배) : 마음으로 평범한 무리 아닌 것 같아

斂容恭俛首(렴용공면수) : 얼굴빛 고치고 공손히 머리 숙었다

引坐松筠軒(인좌송균헌) : 이끌어 송균헌에 앉게 하고

翦韭復釃酒(전구부시주) : 부추 뜯고 다시 술을 걸렀다

相與期酩酊(상여기명정) : 서로 취하기로 약속하여

酬酢不停手(수초부정수) : 수작하기를 그치지 않았도다

醉來放志意(취래방지의) : 취한 뒤에는 마음대로 지껄이니

孰知孰無咎(숙지숙무구) : 누가 알까, 누구에게나 허물 없는 것을

客起歌且舞(객기가차무) : 손님이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니

我坐亂擊缶(아좌란격부) : 나는 앉아서 어리럽게 동이를 두들겼다

歌舞旣云罷(가무기운파) : 노래와 춤이 다 끝나니

明月生甕(명월생옹용) : 밝은 달이 영창으로 솟아올랐다

我倒客亦去(아도객역거) : 나는 쓰러지고 손님도 가고

淸風動槁柳(청풍동고류) : 맑은 바람은 바른 버들을 흔든다

韜晦隱山阿(도회은산아) : 못난 채로 산언덕에 숨어 사니

蕭然情慮淡(소연정려담) : 쓸쓸하고 마음과 생각 담담하여라

囊無一粒粟(낭무일립속) : 자루에는 한 톨의 곡식도 없고

固窮無斯濫(고궁무사람) : 궁한 일 견디면 곧 지나친 일 없으리라

世事自隆替(세사자륭체) : 세상만사 저절로 바뀌어들어도

至樂何增減(지락하증감) : 지극한 즐거움이야 어찌 변하리오

積中必形外(적중필형외) : 마음 속에 쌓이면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리니

周旋凜儀範(주선름의범) : 행동이 늠름하고 법도가 있으리라

彼其碌碌輩(피기록록배) : 저 그들 녹록한 무리들이란

不麾自不犯(부휘자부범) : 지휘하지 않으면 스스로는 범하지 못한다

邈焉千古懷(막언천고회) : 아득히 천년 전의 일을 생각하며

默默倚雲檻(묵묵의운함) : 말없이 구름 난간에 기대어 있도다

苦厭人間強迎送(고염인간강영송) : 사람들 억지로 맞고 보냄이 정말 싫어

抽此形骸臥碧洞(추차형해와벽동) : 이 몸을 뽑아내서 푸른 산 골짜기에 누웠다

是非榮辱於吾何(시비영욕어오하) : 시비와 영욕이 내게 무슨 소용일까

松風吹破槐陰夢(송풍취파괴음몽) : 솔바람 불어와 홰나무 그늘 꿈을 깨운다

長年好與煙霞住(장년호여연하주) : 오랫동안 안개와 노을에 머물며

拾橡供廚送朝暮(습상공주송조모) : 도토리 주워 음식 만들어 아침저녁 보냈도다

石床高枕睡陶然(석상고침수도연) : 돌평상에 베개 높이 베고 편안하게 자는데

有夢不飛紅塵路(유몽부비홍진로) : 꿈속에라도 속세의 길로는 날아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