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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물려주고 싶은 한 권의 책] 가수 김창완 '도덕경'

굴어당 2011. 1. 17. 22:45

물려주고 싶은 한 권의 책] 가수 김창완 '도덕경'"'도덕경(道德經)'을 읽으면 그 책이 쓰인 시기부터 현재까지 2500여년 세월이 인간이 변하기에는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를 느낄 수 있어요. 오래전 사람들이 가졌던 숙제를 오늘날의 우리도 풀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현재 좌표가 좀 더 명확해지고, 지금의 내가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듯한 유대감이 생긴다고 할까…. 내가 옛 사람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인생을 개척해 나갈 용기도 생기지요."

김창완씨는 “요즘 아이들이‘도덕경’을 통해서 자신을 대면하고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가수 및 연기자로 일인 다역(多役)을 소화하고 있는 김창완(57)씨는 인터뷰 장소에 손때가 잔뜩 묻은 현암사판 '도덕경'(오강남 역주)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현대 문명에 도취돼 있는 다음 세대에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지표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도덕경'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덕경'은 기원전 6세기에 살았다는 중국 사상가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지만 그 내용은 기원전 4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 한(漢)나라 초기에 이르기까지 도가사상의 집적으로 여겨진다. 우주의 근본 원리인 '도(道)'와 그 도가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자연스레 구현될 때 얻어지는 힘인 '덕(德)'에 대한 경전으로 '도'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면 '덕'을 얻어 참다운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 기본 메시지다.

김창완씨가 '도덕경'을 처음 접한 것은 오래된 팬이 속 표지에 '한 줄기 시원한 흐르는 물처럼'이라고 적어서 선물하면서였다. 그후 그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습관처럼 '도덕경'을 읽었고, 지금까지 두 번을 완독했다. 그는 "'도덕경'은 어디를 펼쳐서 읽어도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발끝으로 서는 사람은 단단히 설 수 없고, 다리를 너무 벌리는 사람은 걸을 수 없다[企者不立 跨者不行]'는 24장의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했다. "좀 더 높이 서겠다고 까치발을 들거나 더 멀리 가겠다고 다리를 한껏 벌리는 건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잖아요. 욕심을 내서 무리한 행동을 했다가는 본래의 의도와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르침이죠."

'도덕경'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창완씨의 삶에 균형 감각을 줬다. "옳고 그름의 균형, 빠르고 느림의 균형, 사람들과 사이 거리감의 균형. 이 책이 요구하는 건 바로 그거예요. 책의 많은 구절들이 제가 가수로, 연기자로, 라디오 방송 DJ로 활동하면서 꾸며대는 제 모습과 그러면서 잃어버리기 쉬운 원래 저 자신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해주었죠. 예를 들면 '남을 아는 것이 피상적인 지혜라면 자기를 아는 것은 사물의 깊은 이치를 깨닫는 것[知人者智 自知者明]'이라는 33장의 첫머리 같은 거요."

'도덕경'은 전쟁과 살육이 난무했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형성됐다. 김창완씨는 이 힘든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의 모색을 다시 대물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부모로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30대 초반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김씨는 아직 아들에게 '도덕경'을 직접 권하지는 않았다. "'도덕경'은 장황한 주석을 붙일수록 곡해되는 책이에요.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다'고 군더더기를 붙여 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들에겐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주겠다는 것이 제 인생 철학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아들이 도덕경을 읽을 날이 올지도 모르죠. 그때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온전히 그 아이의 몫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