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일정이 내년 4월11일로 잡혀 있다. 해를 넘기면서 여의도에 뜻을 품은 사람들에게는 벌써부터 마음 바쁜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에 맞추어 ‘한국의 신 인맥 지도’ 시리즈는 앞으로 일정 기간 총선 지역구를 중심으로 한 인물 소개를 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서로 인접한 부여군-청양군 선거구와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선거구에 대해 알아본다. 부여가 고향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청 지역의 맹주(盟主)이다. 5·16이 일어난 1961년부터 2004년 정계를 은퇴하기까지 43년간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달갑든 그렇지 않든 ‘만년 2인자’라는 호칭을 들으면서 두 차례의 국무총리, 9선 의원, 민주공화당-신민주공화당-자민련 총재를 비롯해 갖가지 직책을 두루 거치는 동안 온갖 영욕을 맛보기도 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폭넓은 독서로 체득한 해박한 지식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2년여 전 뇌졸중으로 잠시 병석에 있었으나 강인한 의지로 꾸준한 재활 치료를 계속해 건강을 회복했으며, 85세의 고령임에도 가르침을 받으려는 후학들에게 ‘어른’으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부친이 부여면장을 지낸 JP의 6형제 가운데 둘째형 김종익씨는 국회의원을 지냈고, 셋째형 김종락씨는 코리아타코마 회장, 야구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충남 지방의 수재들 사이에서는 일찌감치 서울의 명문고로 진출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부 지역의 명문 대전고 진학이 압도적이며 다음으로 공주사대부고, 부여고, 강경상고를 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여 출신의 18대 의원으로 이진삼 의원(자유선진당·부여 청양)과 유기준 의원(한나라당·부산 서구)이 있다. 부여고와 육사를 졸업하고 야전 군인의 길을 걸은 이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의해 4성 장군에 올라 1군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으며 체육청소년부장관도 지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던 3선의 김학원 후보를 17.3%포인트의 표 차로 꺾었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는 한 번도 김후보를 이기지 못하다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선진당 바람’의 수혜자라는 평을 들었다. 김학원 전 의원은 청양 출신으로 부여중-공주대 사대부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했다. 15대 국회 때 서울 성동구 을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당선된 이후 JP를 따라 자민련으로 이적해 16대 총선 때 부여에서 자민련 후보로 당선되었다. 17대에는 선거구가 부여·청양으로 변경되었고 3선을 기록했으나 18대에는 이진삼 의원에게 패했다.
부여 출신 법조인으로는 그 밖에 김덕주 동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전 대법원장), 김용준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전 헌법재판소장),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있다. 조남욱 삼부토건 대표이사 회장은 부여 출신 기업인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조정구 설립자의 자제로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조달청, 중앙선거관리위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가업을 물려받았다. 13대 국회의원(민자당·전국구)과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지냈다. 조남원 삼부토건 대표이사 부회장이 동생이다. 김신배 SK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거쳐 SK텔레콤에서 오늘날까지 회사를 탄탄하게 키우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재경 부여군민회 상임고문인 심상기 서울미디어그룹 회장은 경향신문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중앙일보 정치부장-편집국장-상무, 경향신문 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시사저널>과 일요신문 등을 발행하는 서울미디어그룹을 이끌고 있다.
시인 신동엽(필명 석림)씨는 1930년 부여에서 태어나 1969년 생을 마감한 ‘민족시인’이다. 동학란을 주제로 한 서사시 <금강>을 비롯해 <4월은 갈아엎는 달> <껍데기는 가라>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 김태정 박사의 인생 편력은 자못 흥미롭다. ‘걸어 다니는 식물도감’으로 알려진 김박사는 <쉽게 찾는 우리 꽃 시리즈> 등 70여 권의 야생화 관련 책을 펴낸 야생화 분야의 산증인이다.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황우석 박사도 부여 출신이다. 현재 에이치바이온 대표를 맡아 재기에 힘쓰고 있다.
논산은 이인제 의원(무소속·논산 계룡 금산),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민주당), 염홍철 대전시장(자유선진당), 이인복 대법관, 이내흔 현대통신 대표이사 회장,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장관,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그리고 소설가 박범신씨, 톱 탤런트 강부자씨의 고향이다.
이인제 의원과 안희정 지사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이 지역구에서는 이의원 외에 떠오르는 인물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이규성 전 장관과 이규홍 전 대법관은 대전고와 서울대를 나온 형제지간이며 수재로 평판이 높았다. ‘면도날’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 전 장관은 6공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냈고 DJ 정부에서 다시 재경부장관으로 중용되었다. 김호식 시장경제연구원 원장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무역학과를 수학해 두 개의 학사 학위를 갖고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에 오래 몸담았고 관세청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 해양수산부장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 지역에서는 대학 총장도 여러 사람을 배출했다. 강일구 호서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효겸 대원대 총장, 김희수 건양대 총장이 그들이다. 과거 전라북도에 속해 있다가 행정 구역 개편으로 충청남도에 편입된 금산은 유진산이라는 한국 정치의 거목을 배출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신민당 총재를 맡아 야당을 이끌었던 고 유진산씨는 한때 반독재의 중심 인물로 존경받았다. 그의 아들인 유한열 전 의원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계에 투신해 제11·12·13대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국의 대표적 문학 잡지로 꼽히는 <문학사상>의 임홍빈 회장과 KBS 기자 출신으로 현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길종섭씨도 금산 출신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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