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유식 베이징 특파원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발행되는 격월간 시사지 '염황세계(炎黃世界)'는 편집진이 중국 내 최고령인 잡지이다. 리쥔(李駿) 편집장은 올해 83세이고, 수석 부편집장인 장바오창(張寶鏘)은 92세이다. 이 잡지는 최근 기록 하나를 더했다. 올 1월에 만 106세가 된 언어학자 저우유광(周有光) 선생의 칼럼난을 만든 것이다.
저우 선생은 로마자로 중국어 발음을 표기하는 '한어병음자모(漢語倂音字母)'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청말(淸末)인 1905년 장쑤성 창저우(常州)에서 태어나 상하이 세인트존스대를 졸업했고, 일본 유학을 거쳐 금융계에 투신해서 중국계 은행의 뉴욕·런던 지점에서 일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푸단(復旦)대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대학 시절 부전공으로 언어학을 공부한 것이 인연이 돼 1955년 문자개혁위원회에 참여했다. 오늘날 컴퓨터 상에서 발음기호만 치면 자동으로 한자를 입력할 수 있는 체계의 기초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1989년 84세의 나이로 은퇴한 뒤로도 그의 탐구열은 멈추지 않았다. 베이징 시내 낡은 서민아파트에 거주하며 문화·역사 방면의 다양한 국내외 서적을 섭렵해 15권의 저작을 펴냈다. 그중 4권은 100세 이후에 나왔다. 지난해부터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미니블로그)'에도 글을 올리고 있다.
저우 선생이 단지 100세가 넘은 고령(高齡)의 학자라는 점만으로 언론이나 지식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 근·현대사의 온갖 풍상을 겪으며 쌓은 풍부한 경험과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나오는 그의 글에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우 선생은 중국현대사를 "마르크스가 길을 잘못 가리켰고, 레닌과 스탈린은 그 잘못된 길을 걸었으며, 마오쩌둥(毛澤東)은 그 잘못된 길을 따라갔다"는 말로 요약한다. 청나라가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西)로는 히말라야 산맥을 비롯한 고산준령, 북으로는 사막, 남으로 밀림, 동으로 대해에 가로막힌 자신만의 제국에 안주하다 보니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같은 서양의 변화를 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요즘 저우 선생은 중국의 오만을 경계하는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중국식 발전모델' 주장에 대해서는 "이제 정치권력 집중을 바탕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던 일본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단계를 거쳤을 뿐"이라고 일축한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부활할 것이라는 민족주의적 시각에 대해서는 더 단호하다.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온몸으로 지난 100년의 현대사를 겪어온 이 노학자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열린 대국'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더 무성해지는 주변국의 '중국 위협론'을 해소하고 존경받는 대국이 되는 길도 아마 그 어디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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