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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쫓겨났던 전(前) 주중(駐中) 미국 대사 중국에 묻히다

굴어당 2011. 4. 21. 14:16

공산당에 쫓겨났던 전(前) 주중(駐中) 미국 대사 중국에 묻히다
스튜어트, 46년 만에 美서 항저우로
중국서 태어나 선교·교육 헌신
베이징大 전신 옌징大 등 설립
베이징=이명진 특파원 mj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중국을 사랑한 미국대사(大使), 반세기 만에 중국에 묻히다.'

전직 주중(駐中) 미국대사였던 존 레이턴 스튜어트(Stuart·사진)씨가 1962년 세상을 뜬 지 46년 만에 출생지인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묻혔다. 스튜어트 대사는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해 중국 대륙을 공산화하기 직전까지 3년여 간 주중 대사를 지냈다.

1876년 항저우에 정착한 기독교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국인 못지않게 중국어를 구사했고, 생전에 "나는 중국 사람"이라고 말했던 선교사이자 교육자였다. 부모는 항저우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한편 여학교를 세워 중국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스튜어트는 가업을 물려받은 셈이다.
▲ 17일 항저우(杭州)에서 전 주중 미대사 존 레이턴 스튜어트의 이장식이 열 렸다. 고(故) 스튜어트 대사가 설립한 옌징(燕京)대의 졸업생 대표 궈중위 안(國仲元) 옹이 헌화하고 있다. /중국 뉴스사이트 저장짜이셴(浙江在線)

마오쩌둥 "잘 가라 스튜어트"

11세 때 미국으로 돌아가 공부를 마친 뒤 28세 되던 1904년 항저우로 다시 돌아온 그는 항저우 육영(育英)서원(현 즈장·之江대의 전신)을 설립했다. 이후 베이징으로 가 1919년 베이징대의 전신인 옌징(燕京)대를 설립한 뒤 대사가 되기 직전 27년 간 옌징대 총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중국 땅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중국의 공산화였다. 마오쩌둥은 1949년에 쓴 글에서 "중국 내전에서 국민당 편을 들었던 스튜어트는 미국의 침략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잘 가라, 레이턴 스튜어트"라고 적었다. 이후 스튜어트는 중국에서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오랫동안 비하의 대상이 돼 왔다.

차기 지도자 시진핑의 주선

미국으로 간 이후 뇌혈전에 의한 반신불수와 실어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1962년 9월 워싱턴에서 숨을 거두면서, "내 시신을 화장해 먼저 간 아내(1926년 사망)가 묻힌 베이징대(옌징대) 묘지에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회고록에선 "중국인들은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의 유언은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죽어서도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마오쩌둥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월도, 사람도, 국제관계도 변했다. 스튜어트 대사의 유골(골분)은 오는 2013년 중국의 최고 권력자로 등장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주선으로 46년 만에 중국 땅을 밟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2006년 저장성 당서기 시절 미국을 방문한 시 부주석은 스튜어트 대사의 제자이자 비서의 아들인 존 푸(Fugh) 장군(중국계 미국인)으로부터 사정 설명을 듣고 발 벗고 나섰다는 것. 스튜어트 대사의 유골은 지금까지 푸 장군의 집에 모셔져 있었다.

시 부주석과 푸 장군은 상의 끝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인 베이징 대신 스튜어트의 출생지인 항저우로 그의 유골을 옮기기로 했고, 항저우시는 이에 맞춰 지난해 스튜어트의 생가(生家)를 박물관으로 조성했다.

중국 제자들 참배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7일 서호(西湖)가 내려다보이는 항저우의 묘지에서 열린 스튜어트의 유골 이장식에는 가스펠송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와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고, 백발이 성성한 그의 중국 제자들이 삼배(三拜)를 올렸다.

하관식에 참석한 클라크 T. 랜트(Randt) 주중 미국대사는 "그의 업적으로 중국 학생 7만 명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미국 학생 수천 명이 중국에 와 있다"며 "(이처럼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본다면 그도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의 선딩리(沈丁立) 미국학연구소장은 AP통신에 "우리가 우리의 과거 잘못을 용기 있게 바로잡을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