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신발 변천사 한눈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展
개화기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은 '모자의 나라'였다.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조선을 여행하면서 그린 동판화 작품들에는 갖가지 모자를 쓴 남녀노소가 등장한다. 탕건을 쓰고 대청마루에서 장기 두는 노인, 검은 치포관을 쓰고 꼿꼿하게 앉아있는 시골 선비, 정월 초하루에 털 달린 남바위를 쓰고 나들이 나온 여인….그림 속 다양한 모자들이 전시장 한쪽에 나란히 놓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 첫 기획전시로 19일 개막하는 특별전 '머리에서 발끝까지'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모자와 신발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왕과 문·무 관리, 종교인들이 착용한 것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에 맞는 모자와 신발까지 250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의복 못지않게 모자와 신발을 중히 여겼다. 때와 장소와 신분에 맞게 모자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패션의 완성이면서 동시에 착용자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는 표지였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개화기까지 남성의 대표적 쓰개였던 갓은 시대에 따른 변화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유물.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폭이 가장 넓어지고 높아졌다가 대원군 때 의관문물 간소화 시책으로 가장 작아진다.
- ▲ 조선시대에 왕과 왕세자가 조정에 나갈 때 쓰던 원유관. 1900년 의왕(의친왕 이강)이 친왕에 책봉될 때 썼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통 모자와 신발에 사용된 재료들을 살펴보는 코너도 있다. 남성 모자의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 탕건·망건·정자관·방건·갓 등을 만들었다. 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쓰던 모자인 갈모는 기름을 먹인 종이를 접어서 만들었고, 제주지방의 사냥용 모자인 감태는 노루가죽으로 만들었다. 짚이나 왕골, 삼으로 만든 미투리와 짚신은 삼국시대부터 가장 오랫동안 애용됐던 신발이다.
'연오랑과 세오녀' '도깨비 감투' 등 한국 설화 속 모자와 신발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돼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좋을 듯하다. 전시장 안에 재현된 공방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장인들이 모자와 신발을 직접 제작하는 시연회도 볼 수 있다. 전시는 6월 13일까지. (02)3704-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