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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生의 자살과 하버드生의 자살

굴어당 2011. 6. 4. 08:40

[체험리포트] 미국 대학과 자살

카이스트生의 자살과 하버드生의 자살

글 : 제니퍼 염 하버드대 박사과정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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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건강은 신체적인 건강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며 병원을 가는 것처럼,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휴식을 취하고, 문제에 부딪히면 남들과 의논하고, 남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에서 자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다. 자살 방지를 위해 얼마나 훌륭한 제도를 만드느냐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제도 아래 있는 우리의 인식,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

제니퍼 염
⊙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생.
⊙ 웰슬리대 졸업(역사학 전공), 하버드대 박사과정(역사 및 동아시아 언어학) 재학 중.
⊙ 조선일보 인턴기자(2003년),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객원연구원(현재).
신입생(Freshman)들이 거주하는 하버드대 기숙사. 입학생들은 주로 캠퍼스 중심지인 하버드야드에서 1년간 생활한 후 하우스(House)라고 불리는 12개의 기숙사 가운데 한 곳으로 배정되어 나머지 3년을 보낸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웰슬리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현재 하버드대 역사학 박사과정에 있으며 논문 제출을 남겨둔 상태다. 박사 논문 연구를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체한(滯韓) 연구 펠로로 초청되어 지난 2월 한국에 왔으며,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의 정신의학 발전 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국립서울병원 자원봉사자로서 오늘의 정신건강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물론 나의 주된 연구 분야는 역사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한국의 정신건강 시스템에 대해 대단히 관심이 많다. 내가 정신질환과 정신의학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지도 6년이 되어간다. 하버드에 있는 동안 4년간의 조교 활동을 통해 학부생들의 문화와 생활 패턴, 그리고 정신건강 제도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의 자살 문제
 
  두 달 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카이스트(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나는 한국에서의 자살 문제에 관심을 쏟게 되었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의 일류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KAIST에서 올 들어 4명의 학생이 잇달아 자살한 사건은 그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심지어 교수까지 자살로 몰고 간 일련의 사건은 새삼 일반 국민들에게 자살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한국에서 자살 문제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알게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의 정신의학 제도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로부터 한국의 자살률에 대한 문의를 종종 받곤 한다. 작년에 있었던 유명한 한류 스타의 자살은 물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사건은 한국 사회의 자살에 관한 어두운 면이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일들로 인해 한국인들의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해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의 자살률은 훨씬 더 심각하다. 2009년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10~30세 젊은이들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지난 10년간 미국의 대학 생활을 경험해 온 하버드 학생의 관점에서 나의 의견과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내가 이야기할 사례들은 대부분 나의 대학 생활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미국의 다른 일류 대학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미국 대학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학교 행정가들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나는 이 글에서 현재 하버드 대학당국이 채택하고 있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나 자신의 솔직한 평가를 밝힘으로써, 오늘날 한국 대학생과 젊은이들의 정신질환 문제에 관해 진행되고 있는 한국 언론의 논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넌 미치지 않았어. 하버드에 다니고 있을 뿐이야”
 
지난 4월 10일 카이스트 학생들은 최근 자살한 학생과 교수들을 추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미국 일류대 학생들에게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1986년 미국 NIMH(Na 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국립정신건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사람들의 35%가 일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에 하버드대학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너는 미치지 않았어. 하버드에 다니고 있을 뿐이야(You’re not crazy. You’re just at Harvard)”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하버드 학생 가운데 심리적 치료를 받으려는 학생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 부학장이었던 존 마캔드(John Marquand)는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이렇게 밝혔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학문적인 불안이 합쳐져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서도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을 가진 무리는 과도기를 겪는 신입생과 졸업생들이다.”
 
  현실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도 할 수 있다. 2004년 《하버드 크림슨》의 조사에 따르면 80%의 하버드 학생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47%의 학생은 활동이 어려울 정도의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중 10%는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다고 한다.
 
  그해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는 특히 시험기간 중에 정신질환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