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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원시의 땅에서 후진타오 사로잡은 보양식 맛보다

굴어당 2011. 6. 18. 09:31

명·청시대 중앙 군대 주둔지 맵고 신 요리 한국인 입맛에 맞아
닭고기 볶은 ‘궁바오지딩’ 대표적 자라 보양식도 도전해볼 만

▲ 구이양 칭옌구전의 거리.
한국인에게는 마오타이주(茅台酒)의 생산지로 잘 알려진 구이저우(貴州). 아직 때 묻지 않은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비경이 많아 중국 여행지로는 귀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발 1000m 안팎으로 윈난(雲南)보다 높지는 않지만 카르스트 지형(석회암 침식 지형)의 뾰족한 산들이 많아서 깊지 않은 계곡도 깊게 되어버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이저우로 가는 직항이 없어 베이징이나 상하이, 또는 다른 도시에서 비행기나 열차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지도상의 거리보다 멀게 느껴지지요. 서로는 윈난, 북으로 쓰촨(四川)과 충칭(重慶), 동으로 후난(湖南), 그리고 남으로 광시(廣西)좡족자치구로 둘러싸인 산악지역으로 산지는 많고 농경지가 적어 ‘팔산일수일전(八山一水一田)’이라고 합니다.
   
   중원에서 보면 변방이고, 변방에서 보면 중원 쪽에 가까운 야릇한 위치로 벽지 또는 오지의 느낌이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구이저우를 일컬어 “3일 연속으로 맑은 적이 없고, 평평한 땅이라야 3평을 넘지 못하고, 사람은 3푼의 돈도 없다(天無三日晴, 地無三尺平, 人無三分銀)”는 말도 전해내려 옵니다.
   
   구이저우는 인문학적 볼거리가 여행객의 시선을 강렬하게 잡아끌곤 합니다. 명·청(明淸)시대 이 지방의 세습 토착권력(土司)을 해체하면서 중앙의 군대를 파견해 주둔시키고(改土歸流·토사를 폐지하고 중앙에서 파견한 유관(流官)으로 대체한다는 뜻), 인근의 한족들을 상당수 이주시켰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군사 도시를 툰바오(屯堡)라고 하는데 군사적 기풍으로 인해 좀더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한족의 전통이 잘 보존돼 있습니다. 구이양(貴陽)의 칭옌구전(靑岩古鎭)이나, 안순(安順)의 윈펑바자이(云峰八寨), 진위안구청(鎭遠古城)이 바로 그런 툰바오입니다.
   
   이 지역의 소수민족 역시 독특한 향기로 사람들을 끌어당깁니다. 중원에서부터 수천 년간 계속된 고난의 남천(南遷) 역사를 갖고 있는 먀오족(苗族), 마을 주민 전체가 거대한 합창단으로 나서기도 하는 둥족, 남쪽에서 강을 따라 올라와 계곡에서 사는 수이족(水族) 등이 손에 꼽힙니다.
   
   
   ‘전설의 요리사’ 라이빙룽의 식당
   

▲ 구이양의 대표적 음식점인 라이스쳰차이의 상차림.


   구이저우 음식은 약자를 써서 쳰차이(黔菜)라고도 하는데, 매운맛과 신맛이 특징입니다. 대표적 음식으로는 궁바오지딩(宮保鷄丁)과 쏸탕위(酸湯魚)를 들 수 있습니다. 궁바오지딩은 잘게 썬 닭고기에 땅콩을 넣어 매운맛과 단맛으로 볶아낸 것입니다. 우리도 맛있게 먹어본 경험이 많고 중국 어느 지역 에나 있는 가장 대중화된 음식 중 하나입니다.
   
   지딩은 닭(鷄)고기를 주사위 모양(丁)으로 썰었다는 뜻이고, 궁바오(宮保)는 이 음식을 만들었다는 정보정(丁寶楨)이란 사람의 관직 명입니다. 정보정은 구이저우 출신으로 쓰촨 총독을 지냈다고 합니다. 어느 식당의 메뉴에는 바오(保)를 비슷한 발음의 다른 글자(爆)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바오차오(爆炒), 즉 아주 강한 불에 빠르게 볶아낸다는 뜻입니다. 궁바오지딩은 쓰촨요리로도 분류됩니다.
   
   우선 구이양의 칭옌구전을 오가는 길에서 맛볼 수 있는 ‘한 식당 세 점포’를 소개하겠습니다. 라이(賴)씨가 하는 구이저우차이 식당이란 뜻의 ‘라이스쳰차이(賴氏黔菜)’(貴陽市 花溪區 迎賓路 1號·0851-363-0093)와, 분점인 ‘라이스탕관(賴氏湯館)’(黔靈西路 80號·0851-363-0093, 普陀路 58號·0851-674-2686)입니다.
   
   이 식당의 원조는 라이빙룽(賴炳榮·1905~1986)이라는 이 지역에서 제일 유명했던 요리사입니다. 충칭 출생인 그는 쓰촨요리의 대가였던 공도생(孔道生)에게서 요리를 배웠고 구이저우 명문대가의 주방장을 맡은 이후 이 지역을 찾아오거나 체류하는 국가 지도자들의 주방을 책임지곤 했습니다. 그의 주인이나 손님 가운데에는 장제스와 저우언라이도 있었습니다, 1985년 구이저우성의 공산당 서기였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 개설한 ‘구이저우차이 요리사 양성학교’의 주교(主敎)를 이 요리사에게 맡기기도 했습니다. 1964년에는 중국정부가 명예롭게 팽조기사(烹調技師·조리명장)로 공인했고 사후인 1997년 중국명주대전(中國名廚大典)에 수록됐습니다.
   
   이 요리사가 1938년에 창업한 라이스쳰차이는 구이양시 남쪽 외곽인 화시구(花溪區)에 있습니다. 구이양시에서 칭옌구전으로 가려면 201번 버스를 타고 화시(花溪)공원에 내려 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바로 이 근처에 있습니다. 구이양 시내에는 후손들이 낸 분점인 라이스탕관(賴氏湯館)이 두 곳 있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구이저우차이로서 가업으로 이어온 전통도 보기에 좋고 본점과 분점 두 식당을 차례로 맛보는 것도 이색적이지요.
   
   
   고추·돼지고기 볶은 요리 ‘밥도둑’
   

▲ 라이스탕관 돌솥밥

본점 라이스쳰차이에서는 일반적인 구이저우차이를 두루두루 맛볼 수 있습니다. 매운맛이 적절하게 배어있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는 커우다이더우푸(口袋豆腐)와 빠바오자위(八寶甲魚)입니다.
   
   커우다이더우푸는 ‘주머니 두부’라는 뜻으로 1960년대 초 저우언라이 총리 일행이 구이저우에 왔을 때 첫선을 보인 요리죠. 1960년대는 중국의 경제정책 실패와 자연재해로 식량이 부족하던 시기여서 총리에게도 특별히 대접할 음식이 마땅치 않아 두부를 작은 주머니 같은 형태로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두부의 질감이 보들보들하여 연두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물 역시 입안에서 부드럽게 도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빠바오자위는 ‘여덟 가지 귀한 재료로 조리한 자라요리’란 뜻인데 일종의 보양식으로 1인분에 88위안입니다. 자라요리를 말로만 들어봤다면 한번 도전해 보세요.
   
   이외에 다른 음식들도 좋습니다. 쟈오차오메이쯔러우(椒炒梅子肉)는 고추와 돼지고기를 볶은 요리인데, 고추의 매운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립니다. 한 숟가락 가득 떠서 흰쌀밥에 얹어 먹으면 가히 밥도둑이란 말을 들을 만합니다.
   
   샤오미자(小米) 역시 이 식당에서 추천하는 특색 있는 음식의 하나입니다. 쌀로 만든 떡을 기름에 튀긴 것인데 아주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먹다가 남으면 숙소로 가져가세요. 식어도 맛있습니다.
   
   시내의 분점 라이스탕관에서는 전통적인 구이저우 요리가 주를 이루면서 조금 깊은 돌솥에 끓여내는 탕이나 덮밥이 많습니다. 탁자마다 깔려있는 식탁지에 나열된 음식들 사진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도 좋습니다. 음식 값도 비싸지 않아서 4인 기준으로 150위안 안쪽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동굴·절벽에 관 매다는 장례풍습
   

▲ 두부를 기름에 튀겨낸 처우더우푸.

칭옌구전은 구이양 근방에서 나는 여러 가지 장(醬)이나 짭짤한 밑반찬, 간식으로 먹는 말려 구운 두부 등 맛있는 음식을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칭옌구전은 성벽과 집, 큰 길, 작은 길 모두 파란 기운이 도는 청암(靑岩)을 쌓아 만들어서 돌마을에 온 느낌이 듭니다. 이 마을엔 불교·도교·천주교·기독교 네 종교의 사원이 모두 있으니 하나씩 찾아보면서 간식 한두 가지를 맛보는 것도 좋습니다. 백설기 비슷해 보이는 가오바(糟), 후추를 넣어서 독특한 맛을 내는 흑갈색의 죽 시판(稀飯), 기름에 튀겨낸 처우더우푸(臭豆腐) 등등, 길거리에서의 ‘작은 도전’을 즐겁게 해볼 만합니다.
   
   그런데 칭옌구전에 가면 잊지 않고 찾아볼 만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칭옌구전에서 시외버스를 타거나 승용차를 대절해 가오포(高坡)를 거쳐서 자딩(甲定)을 가면 동굴 안에 관을 그대로 쌓아둔 관현장(棺懸葬)이라는 독특한 장례 풍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신을 관에 넣어 동굴 또는 절벽에 매달아두는 것을 관현장이라 하고, 동굴에 안치하는 것을 동장(洞葬)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