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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靑剛'은 '백청강'이다

굴어당 2011. 6. 28. 13:41

지해범 중국전문기자

요즘 한국에서 조선족 청년 '백청강(白靑剛)'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 공중파 방송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그는 지금 중국 조선족 사회의 영웅이 됐다. 지난 10일 그가 연길(延吉)공항에 나타났을 때 수많은 현지 팬들이 공항에 몰려나와 "백청강"을 연호했다. 현지 신문들도 "백청강이 고향에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도 '백청강'으로 불리는 이 22세의 청년을 '바이칭강'으로 불러야 한다고 우기는 기관이 있다. 한국의 국립국어원이다. 이 기관이 정한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백청강은 국적이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어 발음인 '바이칭강'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이 아니라 조선족 바둑기사 박문요(朴文堯)와 송용혜(宋容慧), 연변조선족자치주 이용희(李龍熙) 주장(州長)도 각각 '퍄오원야오' '쑹룽후이' '리룽시'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막무가내식 표기법은 수천년 전통을 가진 우리 고유의 한자어 발음을 무시하고, "모든 외래어는 현지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원칙을 한자로 된 모든 인명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립국어원이 무작정 중국어 발음을 쫓아가는 것과 달리, 정작 중국 내 조선족들은 우리 고유의 한자어 발음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연길공항에 내리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길'이라고 쓴 한글 공항 간판이다. 시내로 들어서면 '연길시 국가세무국' '연변일보' '중국인민은행' 등 모든 관공서와 금융기관, 상점 간판이 한국어로 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중국어 발음인 '옌볜르빠오' '런민인항'이라고 쓴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연변일보·요녕조선문보·흑룡강신문 등 한글로 된 신문들은 중국 지도자 '胡錦濤' '溫家寶'를 '호금도' '온가보'로, 北京과 上海는 '북경' '상해'로 적는다. 이들은 또 한자어를 단지 한글로 적는데 그치지 않고 적절한 한국어로 번역해 표기한다. 가령 두만강 하류 혼춘(琿春)시의 '口岸大路'는 '통상구대로'로 적는다. 쉽고 편리한 우리말로 적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다.

연변지역에서 보편적인 한자어의 한국식 표기법은 중국이 55개 소수민족의 고유언어 사용을 보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족 사회가 한국어 교육을 그만큼 중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청(淸)나라를 세웠던 만주족은 고유언어 교육을 경시하다 지금 언어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말은 정신과 직결된다. 국립국어원이 백청강을 '바이칭강'으로 표기하라는 것은 그에게 민족성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백청강'에는 민족성이 담겨 있지만, '바이칭강'에는 민족성이 없다. 이때 한글은 단지 소리를 옮겨 적는 도구로 전락한다.

한국에 주재하는 중국 외교관이나 기관 대표들도 한국어 발음으로 된 한글 명함을 사용해, 주재국의 언어와 발음을 존중해주고 있다. 이빈(李濱) 전 대사나 하영(何潁) 서울총영사, 차효연(次曉燕) 교육담당관, 양강(楊强) 국가관광국(國家旅遊局) 서울지국장 등이 그런 예다. 문제점투성이의 중국어 표기법으로 혼란을 초래하는 국립국어원에 말해주고 싶다. "백청강은 백청강이지 바이칭강이 아니다."

[천자토론] 중국어 표기 '호금도(胡錦濤)'인가 '후진타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