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순화' 국어정책 토론회
우리말로 바꿔야 - 단어에 창의력 발휘하면 돼… 새내기 등 성공한 경우도 많아
다양성 인정해야 - 일제시대 겪어 순화에 집착, 다수가 쓰는 표현 따르면 돼
"투데이뉴스에서 이 문제를 스페셜로 리포트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게 뭡니까."
김두루한 경기상고 교사는 외국어로 얼룩진 우리 '말글살이'에 대한 탄식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지자체들도 '부천 환타지아' '하이 서울' 하는 식으로 국적 불문의 표현을 남용합니다."
국어학회와 조선일보사가 주관하고 국립국어원이 주최하는 국어정책토론회 다섯 번째. 25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누리꾼'인가 '네티즌'인가〉. 외국어 순화를 강화할 것인가 여부가 쟁점이었다. 워낙 일상생활과 밀접한 문제여서인지 발표와 토론에 이어 질문이 꼬리를 물어 예정시간을 넘겨서 끝날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다.
- ▲ “언어대중에게 중요한 것은 쓰기에 편한 말이다.”“언어는 민족의 정신을 규정한다. 왜 남의 말을 쓰는가.”25일 외래어의 허용 범위를 두고 패널들은 격정적 토론을 펼쳤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먼저 발표에 나선 김두루한 교사는 '토박이말 사용론자'에 대한 '역선전'을 거론했다.
"'날틀'(비행기)이나 '배꽃계집애오로지배움집'(이화여자전문학교) 같은 말은 한자 숭배자들이 국어학자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 운동에 흠집을 내려고 만든 말"이라고 했다. 그는 "한글학회가 펴낸 1957년 '큰사전' 낱말 통계만 봐도 표준말 14만464개 가운데 토박이말은 5만6115개, 빌린 말이 8만4349개"라면서 "앞으로 토박이말이 70%는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스스로 만들기(족집게, 막가파, 몸짱, 책날개)나 스스로 말다듬기(통조림, 누리꾼, 셈틀, 깜빡이, 동아리)를 통해 새 말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자인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언어는 원래 혼탁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국어를 순화된 상태로 상정하고 외국어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학자들의 생각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언어 사용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순화론자들은 과거 우리 말에서 일본어 '쓰레기'를 몰아낸다고 했지만 사실은 젓가락(와라바시), 쟁반(오봉)처럼 이전에 있었던 우리 말만 되살리는 등 성과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나도 페이스북 대신 '얼숲(얼굴숲)', 노출 심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을 뜻하는 '슬럿워크(slutwalk)'를 '잡년행진'이라 따라 부르기도 한다"며 "언어 사용자들은 기원을 따지지 않고 입에 붙은 말을 쓴다. 언어생활의 다양성을 용인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변정수 출판 컨설턴트는 "언어를 순화하려는 발상 자체가 일본어를 공용어로 강제하던 식민지 시대의 경험이 남긴 일종의 정신적 상처"라면서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서로 다른 역사적 전통을 가진 문화들이 접촉·교류하는 과정에서 개별 언어의 표현 영역이 확장되고 더 풍성해졌다"고 했다. 그는 "결국 좋은 내용을 좋은 표현에 담을 때 흉내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그런 점에서 실제 글을 전문적으로 쓰고 말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개그맨에서 '한글 지킴이'로 변신한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순화운동 무용론'에 대해 과거의 성과를 상기시켰다. "80년대 대학시절 '서클'을 '동아리'라고 하자 했을 때 다들 굉장히 어색해했다. 대학생은 숙제가 아니라 '리포트', 신입생은 '프레시맨'이라 부르는 분위기였다. 새내기라고 하면 촌스럽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들 쓰지 않나? 중국 사람은 컴퓨터 대신 전뇌(電腦)라고 쓰는데 우리말에도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는 또 "댓글, 누리꾼, 참살이(웰빙) 같은 말이나 이메일 주소에서 '@'을 '골뱅이'로 부르는 것을 봐도 순화 노력의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방청석에서도 할 말이 많았다. 이대성 겨레말 큰사전편찬사업회 연구원은 "국어운동가들의 언어 순화 노력을 폭력적이라고 했는데 지금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생활도 사실은 어떤 폭력이나 억압적인 기제에 의한 것은 아닌가" 반문했다.
군산대 권병로 국문과 교수는 "어느 날 갑자기 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바뀐 걸 보고 놀랐다. 관공서가 이럴 수 있나. 특히 언어 혼탁의 주범은 방송 등 언론 매체다. 프로그램 제목의 90% 이상이 외국어다. 정책적 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질문과 답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회를 맡은 손범규 SBS 아나운서가 "그 밖의 의견들은 조선닷컴 토론방에 올리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하면서 토론회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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