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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가두는 '열린 인터넷'

굴어당 2011. 10. 7. 09:20
이철민 디지털뉴스부장

가입자가 8억명을 넘어선 페이스북이 드디어 야심을 드러냈다. 더 이상 친목·교제 웹사이트가 아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22일 연례 개발자 총회에서 페이스북에서 음악·동영상 다운로드, 쇼핑은 물론 뉴스 읽기까지 가능하게 기능별 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는 페이스북 친구 중에서 누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무슨 뉴스를 읽고, 어떤 검색결과에 만족했으며, 어느 광고에 노출됐는지 다 알게 된다. 국내에서도 한 언론사와 쇼핑몰이 페이스북 앱 개발에 나섰다. 페이스북이 꿈꾸는 세상은 이렇다. 이용자들이 필요한 온라인 활동을 페이스북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이 모든 '편의'는 없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회사 창립 13주년을 앞두고 지난주 미국 상원의 반(反)독점 청문회에 불려 나왔다. 광고·티켓·음식점 정보·음악 다운로드 등 500여개의 사업을 하는 구글이 검색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비즈니스를 검색결과 상위 30%에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가수 '김건모'를 입력하면 자사 보유 음원(音源)만 소개하고 경쟁사인 '소리바다' '멜론' '벅스뮤직'은 소개조차 안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관행이 검색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공룡 포털·친목 웹사이트들은 이용자들의 인터넷 경험도 제한한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로또'를 입력할 때에 창(窓) 하단에 미리 제시되는 '예시어'는 로또 검색을 이전에 해 본 사람과 한 번도 안 한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로또 당첨번호를 검색해 본 사람의 모니터에는 횟수별 당첨번호 위주로 예시어가 뜬다. 웹사이트가 이용자의 평소 인터넷 서핑 동향을 쿠키 등을 통해 관찰했다가 '맞춤형 검색'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보적 시민단체 무브온(moveon.org)의 대표 일라이 패리저는 "이런 맞춤형 서비스는 정말 중요하지만 예상과 다르거나 이용자의 견해에 안 맞는 것은 보여주지 않아 이용자는 결국 편협한 판단을 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용자는 자기 견해에 맞는 검색결과만 되풀이해 얻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갇힌다는 것이다.

기자의 스마트폰 알림창에는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 친구들의 최신 활동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페이스북을 안 찾은 지 꽤 되자, 페이스북은 기자가 그들이 게재한 글·사진·동영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알림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 대신 기자의 컴퓨터에 심어놓은 쿠키 3개를 통해, 기자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하는지 다 알고 있다.

허무맹랑한 쓰레기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에서 신뢰할 만한 길 안내는 필요하다. 문제는 대형 포털 사이트들의 '안내'와 '정보 독점' '정보 왜곡'의 한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사적(私的) 활동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관찰되고 수집돼 우리에게 다시 제공되는지도 모른 채 그 편리한 정보에 취하지만, 열린 인터넷에서 사실은 갈수록 갇히게 된다. 구글의 슈미트는 "여러분은 타이프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 있었는지 알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우리는 진정 그런 인터넷을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