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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문의 달인’이 되다

굴어당 2011. 10. 17. 16:00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전통과 현대를 잇는 한문교육의 산실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문의 달인’이 되다

01. 고전번역교육원은 단순한 이론강의가 아닌, 전통 교육방식의 원전 해독능력을 중시한다. 연수과정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을듣고 있다.

01. 고전번역교육원은 단순한 이론강의가 아닌, 전통 교육방식의 원전 해독능력을 중시한다. 연수과정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을듣고 있다.

고전번역교육원 연수과정 1학년 학생들의 논어 수업 시간. 교수의 선창에 맞춰 학생들이 원전을 따라 읽는다. 생소한 한문 글귀가 학생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한복 차림에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훈장의 모습도, 제자들을 다스리던 회초리도 볼 수 없지만 영락없는 ‘현대판 서당’의 모습이다. 한국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오늘도 쉼 없이 노력하고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을 찾았다.

#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 외모. 연수과정 1학년인 윤현정(19) 씨는 고전번역교육원의 막내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 학교에서는 벌써 4학년 졸업반이다. 성균관대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한문학을 복수전공한 윤씨는 담당 교수를 통해 고전번역교육원을 처음 알게 됐다.

“어릴 때부터 한문에 관심이 많아 한자공부를 꾸준히 해왔어요. 대학에서 한문학을 복수전공한 것도 한문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국 서지학을 공부하고 싶어 교수님께 찾아갔더니 이곳을 추천해 주셨어요.”

윤씨는 “나름대로 한문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다들 실력이 뛰어나 기죽었다.”면서 “목표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니 동기부여도 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충남 논산 종학당으로 서원학습을 다녀왔다. 서원학습은 ‘우수번역자 양성 장학생’들에 한해 여름·겨울방학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논산 종학당이나 경남 산청 효산서원에서 20일간 함께 생활하며 암송 위주의 전통 방식으로 공부한다. 올해 서원학습에 참여한 학생은 윤씨를 포함해 총 39명이었다.

서원학습과 비슷한 형태의 집중학습은 장학생을 제외한 일반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도 15일간 한문을 집중 공부하지만, 수업이 교육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서원의 수용 인원 한계로 인해 서원학습과 집중학습으로 나누어졌지만, 단기간에 실력향상을 꾀할 수 있어 두 프로그램 모두 참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윤씨는 내년 대학원에 진학해 목표로 삼았던 서지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3년의 연수과정을 마친 뒤 전문과정에 진학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 전문과정 2학년인 이영준(28) 씨는 고려대 한문학 학사·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연수과정을 거쳐 전문과정에 들어왔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렇게 전문과정을 목표로 한다.

전문과정 3학년 신상후(30) 씨 역시 같은 경우.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동양 철학을 깊이 있게 배우려면 한문 공부가 필수”라는 교수의 말을 듣고 대학 3학년이던 지난 2006년 처음 이곳을 찾았다. 3년 과정의 상임연구원이 전문과정(2년)으로 학제가 개편되면서 신씨는 현재 전문과정 2학년 학생들과 함께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연수과정 때부터 6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기들과는 가족처럼 끈끈한 사이가 됐다. 신씨는 “현재 (전문과정)전 학년이 12명에 불과한 데다 다들 두세 개의 스터디에 가입한다.”며 “하루 종일 함께 하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전번역교육원이 운영 중인 교육과정은 연수과정과 전문과정으로 나뉜다. 연수과정이 논어·대학·맹자·중용, 시경·서경·주역 등 사서삼경 위주라면, 전문과정은 국고문헌·문집 등 원서 강독이 주를 이룬다. 강의와 스터디 수업이 끝나면 이들은 전용 연구실에 남아 공부한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들은 “대학보다 한층 심화된 수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성취감도 그만큼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 고전번역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들만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부 효율이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전문 고전번역인이 되어 원로 한학자의 뒤를 이을 날이 머지않았다.

 

전통 교육방식의 원전 해독능력 중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은 1974년 민족문화추진회(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가 한학의 전통을 계승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동안 국역연수원으로 불리다가 지난 2007년 고전번역교육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고전번역교육원의 교육생 대부분은 20~30대 초반의 젊은 학생들이다. 교무행정팀 정동화 팀장은 “국문학, 한문학, 한국학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 사이에 교육원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몇 년간 교육생들의 평균 연령이 많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전 전문번역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이곳을 찾기 때문에 학습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02. 전문과정을 졸업하면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이나 전문 역자로 활동할 수 있다. 전문과정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강사진은 전임교수 4명을 포함해 총 17명(전주 분원 9명). 이곳에서 전임교수로 활동하다가 정년퇴임한 사람은 명예교수의 자격으로,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교수 등 고전 번역에 오래 종사한 사람은 강사의 자격으로 초빙돼 학생들을 가르친다.

고전번역교육원은 ‘수박 겉핥기식’의 단순한 이론 강의가 아닌, 전통 교육방식의 원전 해독능력을 중시한다. 과거 서당이 그랬듯, 원전을 읽고 암송하는 방식을 거쳐 정확한 우리말로 풀어내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또한 사서삼경 외에 한국 문집이나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의 전문서적도 배울 수 있다.

 

졸업생들의 진로 전망 ‘맑음’

고전번역교육원은 매년 1월 한문 번역과 논술,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입문단계인 연수과정(3년)은 사서를 통독할 수 있는 정도, 심화단계인 전문과정(2년)은 한국문집을 번역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요구한다. 한문학 전공자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난이도이지만, 이 ‘좁은 문’을 통과하고 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연수과정 교육생 가운데 선발된 우수번역자 양성장학생은 교육원의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되는 것은 물론, 재학 중인 대학(원) 등록금도 전액 지원받는다. 일반 연수생 역시 성적 상위 50%까지는 수업료가 면제되고, 나머지 하위 50%에게도 학기당 50만 원이 지원된다. 전문과정의 경우 전용 연구실이 제공되며, 매월 연구 장학금을 받는다. 사실상 모든 교육생들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혜택을 받는 셈이다.

교육원 졸업생들을 위한 취업 기회도 열려있다. 이들은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으로 들어가 고전 전문가가 되거나 전문 역자로 활동하게 된다. 지역별 주요 대학에 설치돼 있는 거점번역연구소로 진출해 번역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나아가 한국학 관련 전공 분야의 교수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정동화 팀장은 “고전번역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데 우리 교육원과 같이 전문 번역인을 양성하는 기관은 많지 않다.”며 “교육생들의 취업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I n t e r v i e w

이동환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밀양분원 설립, 건물 이전 계획…

실력 있는 고전번역자 양성에 앞장서겠다”

“실력 있는 번역자를 양성하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번역원이 대학에 준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합니다. 현재 연수과정 3년, 전문과정 2년인 번역교육원을 석·박사과정의 대학원으로 만드는 것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환 (72)원장이 제2대 한국고전번역원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강조해온 말이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한문고전이 한글고전에 비해 절대다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고전번역 데이터베이스 이용자 외에는 일반적으로 모르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인문학, 특히 한국학은 존폐 위기에 놓일 만큼 심각한 국면을 맞이한 것이 현실. 이 원장이 3년의 임기 동안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전문성을 갖춘 고전번역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한국a 한문학의 학문적 기초를 마련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국민대, 성균관대, 고려대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한문학회장, 한국실학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고전번역원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 기획편집위원 및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려대 한문학과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이 원장이다. 이밖에도 『대학』, 『중용』, 『삼국유사』, 『징비록』 등 10여 종의 고전번역서를 펴내며 이 원장은 한학을 널리 알리는데 힘써왔다. 반평생이 넘는 세월 동안 한학자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학생들은 제자인 동시에 후배인 셈이다. 사라져가는 한학자의 뒤를 이을 학생들을 바라보는 눈은 그래서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 사람들은 정보든 음식이든 뭐든지 쉽게 얻고 빠르게 흡수합니다. 그래서인지 참을성이 많이 부족합니다. 한문은 이러한 참을성과 끈기를 요하는 학문입니다. 다른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한문 역시 단기간에 습득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이 원장은 한문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문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도 대학의 4년 교육과정으로 전문 고전번역자가 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문이 문언문인 데다 요즘 세대에서 통용이 거의 되지 않다 보니 교육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고전번역교육원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대학교 밀양캠퍼스 내에 위치한 밀양분원은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번역원 분원으로는 1999년 설립된 전주분원에 이어 두번째.

“영남권에는 부산대, 경북대, 경상대 등 한국학 관련 학과가 많아 고전 번역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전주분원이 호남권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면, 밀양분원은 영남권의 인재교육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밀양분원은 한국고전번역원이 운영비 전액과 장학금을 지급하고, 부산대가 교육공간과 기숙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총 3년 연수과정이며 매년 10명씩 선발해 30명 정원으로 운영된다. 또한, 고전번역원은 향후 수년 내 새 건물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건물 이전이 이루어지면 현재 분리돼 있는 한국고전번역원과 고전번역교육원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 학생들에게 보다 쾌적한 교육환경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