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세라피아(Cerapia)를 아십니까?
‘세라피아’는 도자를 뜻하는 세라믹(ceramic)과 이상향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도자기 이상향이라고나 할까?
지난 10월 13일 오후 3시 경기도 이천시 설봉공원에 들어섰다. 해발 394m의 설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아늑한 기운이 느껴졌다. 설봉공원은 제25회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리는 마당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이천도자기축제 캐릭터 토야(土也)가 관람객을 맞는다. 어린이들은 토야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도자와 교감을 시작한다. 세라피아는 설봉공원 안에 있다. 전시관, 화장실, 놀이터 등 대부분의 시설물이 도자로 만들어졌다. 그러니 세라피아가 결코 과장된 말은 아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설봉공원에는 도자기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관람객을 성비(性比)로 따지면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연령층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어린이들은 도자 체험관에서 직접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중년 여성들은 눈으로 예술도자의 아름다움에 빠지고 손으로 생활도자의 품격을 느끼고 있었다. 비닐봉지 꾸러미를 들고 있는 외국인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평일이 이 정도인데 주말에는 어떨까. 주말이면 관람객으로 ‘미어터진다’는 말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천도자기축제는 지역 축제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표였다.
원래 이천도자기축제는 매년 봄에 열리는데 올해는 제10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개막일에 맞춰 가을로 늦췄다. 9월 24일 문을 열어 10월 23일까지 계속된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이천 세라피아, 여주 도자세상, 광주 곤지암도자공원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이천, 여주, 광주의 3개 거점 중심지는 아무래도 이천 세라피아다.
이천도자기축제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조병돈 추진위원장(이천시장)을 만났다. 조 위원장은 입지전적 경력의 소유자다. 1949년생인 그는 이천 토박이로 이천제일고 토목과를 졸업하고 1967년 기술직 공무원을 시작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한경대 대학원에서 토목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7년 공직 생활을 시작해 양평군 건설과장, 화성군 건설과장, 경기도 도로과장, 경기도 지역개발국장, 경기도건설본부장, 이천부시장을 역임했다. 공직자로서 영예인 녹조근정훈장(1992)과 홍조근정훈장(2006)을 수상했다. 2006년 이천시장에 당선된 데 이어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이천시는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창의도시(공예부문)로 선정됐다. 이천시에 다른 지자체가 갖지 못한 남다른 것이 있다는 방증이다.
- 올해 이천도자기축제가 볼거리가 많다고 하던데, 이번 도자기축제의 특징은 어떤 게 있나. “이천에 사는 도자 작가 100명이 ‘막걸리는 이 잔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철학으로 만든 ‘도자막걸리 100인 쇼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주제별 도자 모음전’도 매우 특별한 전시로 역시 호평이 나온다.”
- 추진위원장으로 무엇에 특히 신경 썼나. “체험, 판매, 전시, 학술 및 워크숍, 이벤트, 즐길거리 등을 골고루 배려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체험은 도자를 생활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어른들에게는 판매와 전시, 이벤트가 중요하다. 남녀노소를 다 만족시키기 위해 추진위원회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도자막걸리 100인 쇼룸’은 이벤트의 하나로 기획됐다.”
실제로 ‘도자막걸리 100인 쇼룸’은 생활도자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마음껏 드러낸다. 저마다 크기가 다른 막걸리잔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 저기에 막걸리를 한 잔 따라 마시면 얼마나 맛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형식(용기)이 내용(술맛)을 지배한다는 명제가 입증되는 장면이다. 가격도 착하다. 막걸리 도자 하나 값이 1만원 안팎이다. 그러니 3만~4만원이면 투박하면서도 앙증맞은 막걸리 도자를 3~4개 구입할 수 있다.
- 2010년 국내 최초 유네스코 창의도시 공예부문에 선정됐다.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우리 시에는 많은 도자 예술인 및 관련 산업 인구가 밀집돼 있고 교육기관과 연구소 등 도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또한 옻칠공예, 벼루, 조각 등 많은 예술인들이 거주하며 창작 혼을 불태우고 있다. 우리 시는 또한 전문적인 도자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있다. 이런 점들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창의도시 공예부문에 선정됐다고 생각한다.”
- ▲ 이천도자기축제의 캐릭터 ‘토야’.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별로 축제가 우후죽순 생겼다. 전국으로 계산하면 1000개도 넘는다. 적지 않은 경우가 지역의 문화와 특색을 살리지 못한 채 예산 낭비만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천, 광주, 여주 등 도자기축제 3개 지역은 전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것은 도자가 인간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이천시의 대표 축제는 산수유축제, 도자기축제, 복숭아축제, 쌀문화축제! 물론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도자기축제다. 이천, 광주, 여주를 찾는 관람객의 60% 이상이 이천도자기축제를 찾는다고 한다. 조병돈 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도자는 기원전 6000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불을 다스리는 기술이 늘면서 동시에 도자 만드는 기술도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왔다. 또한 흙으로 빚어져 탄생하는 도자는 흙으로 이루어진 땅에서 살다가 마지막으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순환과정과 잘 맞는다.”
이천은 ‘도자기의 메카’로 알려졌다. 타지 사람들은 왜 이천이 도자기의 메카가 됐을까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이천 도자기가 유명한 것은 그 역사가 조선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말 관요(官窯)가 해체되면서 우수한 도공(陶工)들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질 좋은 흙과 땔감인 소나무가 많은 곳을 찾아 자연스럽게 모인 곳이 이천시 신둔면 사기막골이었다.
- 이천 도자기의 특징은 어디에 있나. “현재 이천도자기는 전통과 현대와 미래가 어우러진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도자기의 대표 색인 고려청자의 비취색을 재현해냈다. 또한 단아하고 우아한 순백미가 넘치는 조선백자, 진사와 분청까지 전통 도자의 맥을 잇고 있다.”
이런 전통의 영향으로 이천에는 명장들이 즐비하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41호 사기장 서광수, 대한민국 명장 김세용·서광수·임향택·권태현, 이천도자 명장 유광열·김복한·김종호·임일남·김태한·이연휴·최인규·이향구·이승재·원승상·조세연 등. 이 명장들은 모두 신둔면에 작업실과 요를 갖고 있다.
이런 최고의 도자 환경에 교육기관을 비롯한 각종 시설이 들어섰다. 이천에는 국내 유일의 한국도예고등학교,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세계도자센터, 도자미술관 등이 있다. 이천에 있는 도자 업체는 340개가 넘는다. 당연히 곳곳에 도자기 판매장이 널려 있다. 그 수만 80여개다. 도예를 가르치는 도예교실도 40여개다. 조병돈 위원장은 “우리나라 도예 관련 업체의 20%가 자리잡고 있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도자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천시는 현재 도자예술촌을 건설 중이다. 장소는 신둔면 고척리 일대 40만㎡. 토지 매입과 분양이 끝났고 현재 부지 정지작업 중이다. 2014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한다. 조 위원장의 설명이다.
“도자예술촌에는 도자기 제작 시설을 비롯해 전시·교육시설, 체험·학습시설, 이벤트·문화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곳이 완공되면 이천은 세계적인 도자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다고 확신한다.”
그는 이천시장으로서 ‘인구 35만의 행복 도시’를 입에 달고 다닌다. 이천시를 인구 35만명의 자급자족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이천시 인구는 20만8000명을 넘어섰다. 지방도시로는 매우 드물게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정보화 단계를 넘어서 이제 창의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창의성만 있으면 대도시가 아니어도 충분히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본다.”
- ▲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리는 설봉공원 입구.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 토목을 전공한 것은 지자체장 이력에서 보기 드물다. 어떤 장점이 있나. “엔지니어 출신은 개발을 가능하게 만드는 안목이 있다. 또한 정치인 출신들이 가질 수 없는 세밀함이 있다. 시민이 요구하는 개발을 통해 어떻게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실현할 수 있다.”
- 정치인 출신과 달리 엔지니어 출신 행정 전문가의 강점은 뭔가.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의식해 분명히 아닌 것도 아니라고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아니다.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니라고 한다. 끝까지 시민을 설득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행정을 펼친다.”
- 요즘 인문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조직이 많다. 혹시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인문적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나. “내가 시장이 되고 나서 시청 슬로건을 ‘창조적인 변화, 도약하는 이천’으로 했다. 직원들에게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민원인들은 공무원을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역동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경기도에서 받은 상(償)사업비 2억원 중에서 4000만원을 벤치마킹 비용으로 쓰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지자체를 방문해 잘한 점을 보고 와서 시 정책에 벤치마킹하도록 권장한다.”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역 기초단체장들은 현역 단체장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그 결과 경기도의회 주도권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 바람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4명에 조 시장이 포함된다. 조 시장은 63.7%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결과는 이천 시민 여러분께서 제가 제시한 35만 계획도시 건설이라는 총론에 동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첫 번째 임기 4년간 닦아온 기초 위에서 각종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도시의 모델을 만들어달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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