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어당

굴어당의 한시.논어.맹자

http:··blog.daum.net·k2gim·

해동역사 제48권.예문지(藝文志) 7.우리나라 시(詩) 2 본조(本朝) 상(上).한고번

굴어당 2011. 11. 20. 09:13

//연계정보시작 //원문이지미시작 top.fraToolbar.document.getElementById("VIEWIMAG").style.display=""; function VIEWIMAG() { VIEWIMAG_LOAD('mk_m005_005_124', 'mk_m005_005_152'); }
해동역사 제48권
 예문지(藝文志) 7
우리나라 시(詩) 2 본조(本朝) 상(上)


○ 만력(萬曆) 정유년(1597, 선조30)에 오명제(吳明濟)가 사마공(司馬公)이 조선을 구원할 때 따라 나갔다가 여러 동방 명사(名士)들의 문집을 구해 보았는데, 모두 200여 편이었으며, 허씨(許氏) 형제 세 사람이 동국의 시 수백 편을 외우고 있었고, 또 그의 여동생이 지은 시 200편을 구할 수 있었다. 그 뒤 기해년(1599, 선조32)에 다시 조선으로 가서 여러 명사들의 시 몇 편을 더 구하였는데, 이들을 종류별로 모아서 기록하였다. 《열조시집(列朝詩集)》
○ 고려의 시로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겨우 회계(會稽) 사람 오명제가 지은 《조선시선(朝鮮詩選)》이 있을 뿐이다. 《명시종(明詩綜)》
○ 강희(康煕) 17년(1678, 숙종4)에 손치미(孫致彌)가 조선에 사신으로 갔다가 조선의 시를 채집하여 《조선채풍록(朝鮮採風錄)》을 찬하였는데, 모두 근체시(近體詩)였다. 이제 그 가운데서 읊을 만한 것을 가려 뽑아 여기에 대충 실었는데, 임제(林悌)의 시 1수, 백광훈(白光勳)의 시 2수, 오시봉(吳時鳳)ㆍ김굉필(金宏弼)ㆍ조욱(趙昱)ㆍ정작(鄭碏)ㆍ성운(成運)ㆍ백광면(白光勉)의 시 각 1수, 김종직(金宗直)의 시 2수, 기매(奇邁)ㆍ정도전(鄭道傳)ㆍ어무적(魚無迹)ㆍ권응인(權應仁)의 시 각 1수, 조희일(趙希逸)의 시 2수, 김류(金瑬)ㆍ이달(李達)ㆍ정사룡(鄭士龍)ㆍ정지승(鄭之升)의 시 각 1수, 최경창(崔慶昌)의 시 2수, 유영길(柳永吉)ㆍ김질충(金質忠)ㆍ임억령(林億齡)ㆍ최수성(崔壽峸)ㆍ김정(金淨)ㆍ정지상(鄭知常)ㆍ설손(偰遜)ㆍ이식(李植)ㆍ권우(權遇)ㆍ허균(許筠)의 시 각 1수, 박미(朴瀰)의 시 6수 가 그것이다. 《지북우담(池北偶談)》
○ 강희 기미년(1679, 숙종5)에 손개사(孫愷似)가 조선[高麗]에 가서 풍속을 채집하면서 시집 1책을 가지고 돌아왔는데, 대부분이 절구(絶句)로, 외울 만한 것이 있었다. 이에 내가 우연히 이를 기록하여 후세에 전해지게 하였는데, 강극성(姜克誠)의 시 1수, 성간(成侃)의 시 2수, 임제(林悌)ㆍ설손(偰遜)ㆍ최해(崔瀣)ㆍ정지승(鄭之升)ㆍ최숙생(崔叔生)ㆍ강혼(姜渾)ㆍ신종호(申從濩)ㆍ정지상(鄭知常)ㆍ김정(金淨)ㆍ이인로(李仁老)의 시 각 1수 가 그것이다. 《간재잡설(艮齋雜說)》
○ 《조선시집》의 하권에는 임제에서부터 이인로의 시까지가 실려 있는데, 살펴보건대, 임제, 백광훈, 최수성, 조희일, 임억령, 기매, 김류, 신흠(申欽), 권필(權鞸), 조욱, 이효측(李孝則), 유영길, 정작, 박문창(朴文昌), 이달, 이식, 박미, 강극성, 정지승, 강혼, 김정, 정지상, 이인로의 시가 각 1수이다. 《조선채풍록》을 보니 그들의 관작과 세차(世次)가 상세하지 않으므로 우선 여기에 기록한다. 《명시종》
진서(鎭書)가 삼가 살펴보건대, 본조의 시 가운데 중국의 시집에 실려 있는 것은 전우산(錢虞山)의 《열조시집(列朝詩集)》, 주죽타(朱竹坨)의 《명시종(明詩綜)》이 가장 많이 실려 있는데, 두 책에 실려 있는 것이 합하여 50여 인으로, 이것은 오명제의 《조선시선》에서 뽑아서 인용하여 기록한 것이다. 《명시종》 가운데 조선시 하편 및 왕어양(王漁洋)의 《지북우담(池北偶談)》과 우서당(尤西堂)의 《간재잡설(艮齋雜說)》에 기록된 여러 시들은 손치미의 《조선채풍록》에서 인용한 것이다. 또 《감구집(感舊集)》, 《양조평양록(兩朝平壤錄)》 등의 책에 기록된 것이 몇 편 있다. 지금 여러 문집 가운데 실려 있는 것들을 한데 아울러서 세대별로 순서를 정하여 기록하였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관작과 향리는 이미 인물고에 모두 실었으므로 여기에서는 중첩하여 기록하지 않았다.

중구일(重九日) [정도전(鄭道傳)]
고향 땅에 가는 길 아득하여 끝없으니 / 故園歸路渺無窮
물 돌고 산 돌아서 다시 또 몇 겹인가 / 水繞山圍第幾重
먼 데를 바라보면 시름 더욱 깊어지니 / 望欲遠時愁更遠
높은 데 올라가도 최고봉엔 가지 마소 / 登高莫上最高峯
《열조시집 및 명시종》

오호도(嗚呼島)에서 전횡(田橫)을 조문하다 [정도전]
새벽 해가 바다에서 솟아올라서 / 曉日出海
외로운 섬을 곧장 내리 비추네 / 直孤島中
당신의 한 조각 붉은 마음은 / 夫子一片心
틀림없이 저 해와 같을 것이리 / 正與此日同
시대야 천년 멀리 떨어졌어도 / 相去曠千載
오호라 마음속에 느껴지누나 / 嗚呼感予衷
머리카락 대와 같이 곤두서나니 / 毛髮竪如竹
늠름하게 영풍이 불어오누나 / 凜凜吹英風
《지북우담》

오령묘(五靈廟) 《명시종》에 이르기를, “조서가 일찍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나왔다가 금치국(金齒國)에 유배되어 가던 중 오령묘를 지나면서 제시(題詩)하였다.” 하였다. [조서(曺庶)]
마을의 남쪽 북쪽 서글프게 비 오는데 / 村南村北雨凄凄
옛 묘에 바람 불어 버들은 나직하네 / 古廟靈風楊柳低
십 리의 강산에 졸면서 지나갈 제 / 十里江山和睡過
-《명시종》에는 ‘和睡過’가 ‘看枕上’으로 되어 있다.
깊숙한 대숲에서 낮닭이 우는구나 / 竹林深處午鷄啼
《열조시집 및 명시종》

회포가 있어서[有懷] 《명시종》에 이르기를, “정희량의 관작과 향리는 미상이다.” 하였다. [정희량(鄭希良)]
내가 권씨 아들들을 좋아하여서 / 我愛權氏子
어려서부터 서로 종유하였네 / 相從自結髮
큰형님은 의기를 품고 있었고 / 伯也負意氣
둘째 형은 기골이 호협하였지 / 仲也俠奇骨
나는 항상 그 사이에 의지하고서 / 吾常倚其間
세 발 달린 솥같이 우뚝 섰었지 / 屹立而鼎足
지난날에 서로 간에 호기 다투며 / 宿昔互爭霸
시와 술 자랑하며 서로 맞섰지 / 詩酒作勍敵
뜻 온전히 지키기가 어려웁기에 / 決志恐難全
칼날 갈며 서로 굳게 지키었었지 / 斂刃各堅壁
지금에는 셋이 각자 떨어져 있어 / 今也吳蜀魏
긴 강물이 우리 사이 갈라놓았네 / 長江限南北
형체 모습 이미 모두 적막해져서 / 形影已寂寞
꿈속서도 서로 멀어 아득만 하네 / 魂夢亦緬邈
그리우나 그 모습을 볼 수 없기에 / 思之不可見
홀로 서서 벌목편을 노래 부르네 / 獨立歌伐木
《열조시집》

만가(輓歌) [정희량]
뜬 인생은 한 차례의 헛된 꿈인데 / 浮生一虛夢
온 세상 사람 모두 그걸 모르네 / 擧世皆未覺
허공 중에 흩날리는 저 버들개지 / 靡靡空中絮
이리저리 따로따로 흩어지누나 / 東西互飄泊
마치 산에 깔리는 저 구름 같아 / 譬如歸山雲
늦고 빠름 분분하여 서로 틀리나 / 徐疾紛相錯
해 저물면 깨끗하여 자취가 없고 / 日暮澹無踨
새들 모두 돌아가면 하늘 텅 비네 / 鳥沒天寥廓
내 알겠네 몽매한 자 맘 슬퍼하고 / 乃知昧者悲
지인은 속박 굴레 벗어나는 걸 / 至人脫羈縛
솔숲 사이 잣나무들 무성도 하니 / 深松間茂柏
지하에서 틀림없이 서로 즐기리 / 地下正相樂
버려둔 채 다시는 말하지 말라 / 捐棄勿復道
하늘과 땅도 끝낸 녹는 거라네 / 天地會銷鑠
《상동》

밤비[夜雨] [정희량]
구의산 아득하고 초 땅 구름 푸르른데 / 九嶷嵯峨楚雲碧
빗속에서 새가 우는 상강의 저녁이네 / 鷓鴣啼雨湘江夕
우수수수 찬 소리는 어쩜 저리 처량한가 / 寒聲浙瀝何凄凄
대나무 숲 사이엔 슬픈 눈물 맺혀 있네 / 竹間哀淚懸餘滴
초사 노래 불러서 제자의 혼 부르니 / 楚些爲招帝子魂
달과 바람 한스러워 하늘 역시 우누나 / 月恨風愁天亦泣
돌아가지 못한 채 외론 배서 보내는 밤 / 孤帆一夜滯未歸
먼 곳서 온 나그네 흰 머리털 자라나네 / 遠客蕭蕭生白髮
《상동》

가을날에 바라보다[秋望] 2수(二首) [정희량]
비 내리다 날 개이자 가을빛 짙은데 / 秋光濃淡雨復晴
짙푸른 바다에는 파도조차 일지 않네 / 海波不動含深綠
모래밭은 평평한데 구름은 높고 낮고 / 平沙若剪雲嵯峨
기러기 등 비친 석양 끊어졌다 이어지네 / 鴈背斜光斷復續
서풍 불어 기러기들 물가 돌에 내리자 / 西風吹影落魚磯
묵지에서 글자가 새로이 생겨나네 / 字字新出臨池墨
벼와 기장 익은 곳에 새그물이 많은 탓에 / 稻粱離離網弋多
갈대꽃 향해 가서 깊숙한 곳 깃드누나 / 急向蘆花深處宿

나루 머리 단풍나무 서리 처음 내리더니 / 渡頭楓樹霜初結
바닷바람 불어와서 붉은 피가 맺히었네 / 海風吹滴猩猩血
가을빛은 아래위에 거울처럼 평평하고 / 秋光上下鏡面平
푸른 광채 한 조각 유리알처럼 맑네 / 淸光一片琉璃徹
모래밭서 졸던 새는 홀연 놀라 날아가고 / 沙頭眠鷗忽驚起
돛단배는 빨리 가 흰 물결이 빤짝이네 / 客帆飛去波明滅
안개와 물 창망한데 목동들은 돌아가고 / 煙水蒼茫野牧歸
몇 가닥 피리 소리 달 뜰 무렵에 울려오네 / 數聲短笛吹新月
《상동》

강마을[江村] [정희량]
푸른 산 텅 비고 물가 바위 차가운데 / 靑山影空釣石寒
바다 어귀 가을빛 움킬 만큼 짙푸르네 / 海門秋色濃可掬
도롱이 걸친 어부 누운 채 안 놀라니 / 漁人帶簑臥不驚
모래밭 새 날려다간 되레 서로 뒤쫓누나 / 沙鳥欲起還相逐
뱃노래 부르면서 저녁 나절 돌아와 / 一聲欸乃及暮歸
마을에서 술 청하니 술이 막 익을 때네 / 南隣喚酒酒初熟
보슬보슬 가을비에 급히 그물 거둘 제 / 絲絲細雨急收網
한줄기 석양빛이 고목나무 걸려 있네 / 一抹斜陽掛枯木
《상동》

우연히 제하다 [정희량]
십 년 동안 칼 갈아서 되놈 평정하였건만 / 十年磨劍遠平戎
-《명시종》에는 ‘磨劍’이 ‘一劍’으로 되어 있다.
공훈 업적 쓸쓸하여 유랑 신세 탄식누나 / 勳業蕭條歎轉蓬
나쁜 기운 공중 쌓여 먹과 같이 구름 검고 / 瘴氣橫空雲似墨
-《명시종》에는 ‘橫空’이 ‘曉來’로 되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산엔 눈이 쌓여 하얗구나 / 湖山如削雪爲峯
-《명시종》에는 ‘湖山如削’이 ‘山容霽後’로 되어 있다.
땅은 용혈 맞닿아서 비가 자주 내리고 / 地連龍穴天多雨
문은 바다 마주해 한낮에도 바람 부네 / 門對鯨波晝亦風
몇 번이나 친구들이 계수음을 읊었던가 / 幾被故人吟桂樹
객창에서 쓸쓸하게 돌아가는 기럭 보네 / 客牕落莫傲歸鴻
《열조시집 및 명시종》

변경에서 [정희량]
객창이라 유독히도 가는 세월 아깝나니 / 客牕偏惜歲華殘
갈대꽃 쓸쓸하고 산에는 눈 가득하네 / 蘆荻蕭蕭雪滿山
변방 밖엔 바람 거세 새매 깃은 굳건하고 / 塞外風高鷹翮健
진영 앞엔 구름 일어 피리 소리 차가웁네 / 陣前雲起角聲寒
《열조시집》

부질없이 쓰다[漫書] [정희량]
압록강은 띠와 같아 유유히 흐르는데 / 鴨江如帶去悠悠
세월은 소리 없이 강물 따라 흘러가네 / 歲月無聲暗逐流
변방 하늘 아득하여 보루에선 구름 일고 / 萬里胡天雲出塞
젓대 소리 한 소리에 나그네 누 오르네 / 一聲羌笛客登樓
긴 바람 불어오자 연산에는 비 내리고 / 長風吹送燕山雨
외론 기럭 돌아오자 들판에는 가을 드네 / 斷鴈歸來鶴野秋
술잔 놓고 낯설은 타향 땅을 노래하다 / 對酒却歌鄕國異
외로운 성 지는 해에 홀로 머리 긁적이네 / 孤城落日獨搔頭
《상동》

한강루에 올라서[登漢江樓]. 장 황문(張黃門)의 운을 차운하다. 2수(二首) [박원형(朴元亨)]
먼 산은 눈썹처럼 가로누웠고 / 遠岫橫如黛
들판은 푸르른 풀 평평하구나 / 芳郊綠漸平
돌아가는 까마귀는 석양빛 받고 / 歸鴉飜夕照
우는 새는 맑은 봄날 조잘대누나 / 啼鳥哢春晴
잠시 동안 사귀는 게 즐거웁건만 / 暫得新知樂
도리어 이별의 한 생기게 하네 / 還敎別恨生
관산 멀어 만리 길을 가야 하나니 / 關山逾萬里
어디에서 연경 쪽을 바라보려나 / 何處望燕京

봄빛은 이제 한창 흐드러진데 / 春光方浩蕩
푸른 기운 도는 산엔 부슬비 오네 / 嵐翠轉霏微
하얀 물결 부채에 어른거리고 / 雪浪搖歌扇
물가 난초 향내음 옷에 스미네 / 汀蘭襲舞衣
물고기는 때때로 뛰어오르고 / 素鱗時潑潑
날랜 제비 여기저기 날아다니네 / 輕燕已飛飛
경치 물색 보면은 이와 같으니 / 景物看如此
되도록 천천히 돌아가소서 / 從敎緩緩歸
《열조시집 및 명시종》

대동강을 건너면서[渡大同江]. 차운하여 짓다. [박원형]
황제 조서 전하고서 가는 길 재촉타가 / 遠傳丹詔促行裝
잠시 동안 사신 행차 대동강 가 머물렀네 / 暫星槎浿水陽
강 포구엔 눈 녹아서 봄기운이 동하는데 / 江浦雪消春意動
역참에는 해 따뜻해 나그네 회포 기네 / 郵亭日暖客懷長
한 잔 술로 좋은 시절 보낼 수가 있으니 / 一杯且可酬佳節
만리 길에 고향 생각 애써서 하지 마소 / 萬里無憶故鄕
들 넓어 하늘 낮고 산은 그림 같아서 / 野闊天低山似畫
시상 잠겨 저절로 아득한 데 빠져드네 / 不禁詩思入蒼茫
《상동》

양덕역(陽德驛) [신숙주(申叔舟)]
머나먼 북새에서 돌아오느라 / 北塞歸遠途
천리 길에 언덕과 골짝 건넜네 / 千里度陵谷
날 저물어 양덕역에 투숙해 보니 / 日暮投陽德
역의 집들 반쯤은 초가집이네 / 館宇半茅屋
살랑바람 마른 나무 가지에 불고 / 輕風吹枯枝
짤막한 담 산기슭을 의지해 있네 / 短垣依斷麓
비 그치자 나직하게 구름 깔리고 / 雨歇行雲低
산 깊어서 노루 우는 소리 들리네 / 山深聽鳴鹿
오랫동안 앉았자니 맘 쓸쓸한데 / 坐久正蕭然
시내에는 차가운 옥 달려가누나 / 淸溪走寒玉
멀리 온 나그네라 잠 못 이루고 / 遠客自無寐
종놈 불러 꺼져 가는 촛불 돋우네 / 呼童剪殘燭
《열조시집 및 명시종》

권 정경(權正卿)에게 부치다 [신숙주]
동쪽 끝 천리 멀리 와 있는 사이 / 東極來千里
변방 성에 달이 두 번 둥그러졌네 / 邊城月再盈
강 건너엔 모두 되놈 부락들이고 / 隔江皆虜聚
땅 물으니 오랑캐의 이름 반이네 / 問地半胡名
북소리에 연이어진 산이 울리고 / 鼙鼓連山動
모래 바람 얼굴을 스치며 부네 / 風沙拂面生
오랑캐를 달랠 계책 글러졌는데 / 和戎謀已拙
귀밑머리 희어져서 눈꽃이 폈네 / 兩鬢雪花明
《열조시집》

‘한강루에 오르다.[登漢江樓]’ 시를 차운하다. [신숙주]
잔치 열린 누 오르자 멀리 보이고 / 綺席登樓迥
봄 강에는 푸르른 물 흘러가누나 / 春江碧玉流
이른 매화 물굽이서 향기 풍기고 / 早梅香澗曲
꽃다운 풀 물가에 가득 자랐네 / 芳草滿汀洲
손님과 주인 모두 즐거웁기에 / 賓主歡情洽
강과 산에 기쁜 기운 떠오르누나 / 江山喜氣浮
좋은 봄날 모름지기 술에 취하고 / 良辰須酩酊
다시 지체하는 것을 애석해 마소 / 莫惜更遲留
《명시종》

한강루에 오르다 2수(二首) [권남(權擥)]
남쪽 누각 올라 멀리 바라보다가 / 南樓初縱目
난간 아래 긴 강물을 바라보누나 / 檻外俯長流
매화꽃 진 언덕에는 눈 다 녹았고 / 雪盡落梅塢
봄풀 자란 물가에는 봄이 깊구나 / 春深芳草洲
호수 빛은 맑아서 일렁거리고 / 湖光晴灎灎
산기운은 따스해서 피어오르네 / 山氣暖浮浮
사신 따라 올라와서 바라다보니 / 使節陪登眺
석양빛이 다시금 나를 붙잡네 / 斜陽更挽留

성 남쪽서 한 동이 술을 마시고 / 城南一樽酒
마주 보니 저녁 산이 푸르르구나 / 相對暮山靑
작은 배는 앞 나루에 비끼어 있고 / 小艇橫前渡
외론 돛배 먼 물가에 멀어져 가네 / 孤帆落遠汀
강과 구름 끊어졌다 또 이어지고 / 江雲連復斷
주인과 손 취하였다 다시 술 깨네 / 主客醉還醒
붓 들자 용과 뱀이 꿈틀거리고 / 落筆龍蛇動
높은 흥취 아득한 데 빠져드누나 / 高懷入
《상동》

양화도(楊花渡). 진 급사(陳給事)의 운을 차운하다. [권남]
산정에다 술상 놓자 강가가 가까운데 / 山亭置酒近江湄
흥이 올라 옥 술잔을 자꾸만 기울이네 / 興至頻傾白玉巵
만리 길 돌아가는 나그네 한 많은데 / 萬里歸來多客恨
한때에 올라 보니 마음이 펴지누나 / 一時登眺得神怡
높은 이름 얼음 같은 지조인 줄 알았고 / 高標已覺氷霜操
새 곡조는 도리어 백설사를 듣누나 / 新調還聞白雪詞
떠나간 뒤 이 뒷날에 이곳 기억 떠오르면 / 北去他年如記憶
꿈속에서 응당히 먼 이곳 변방 날아오리 / 也應飛夢到遐陲
《상동》

한강루에 오르다.[登漢江樓] 차운하여 짓다. 3수(三首) ○ 《명시종》에 이르기를, “윤자운의 관직은 도승지이다.” 하였다. [윤자운(尹子雲)]
고헌께서 잠시 동안 머물러서는 / 高軒時暫駐
좋은 경치 함께 와서 보라고 하네 / 勝地許相招
시 가락은 읊조리는 사이 바뀌고 / 詩律吟邊改
시름 생각 술 취한 뒤 사라지누나 / 愁懷醉後銷
물가 핀 꽃 비 지나자 생기가 돌고 / 汀花經雨動
언덕 버들 바람 맞아 흔들리누나 / 岸柳受風搖
홀연히 중류에서 흥취가 일어 / 忽起中流興
봄 마음을 짧은 노에 부치었어라 / 春心付短橈

어느 곳서 먼 눈길이 다 끝나려나 / 何處窮遐矚
구름 속 산 백층이나 아득히 높네 / 丹梯近百層
양지쪽 언덕에는 봄풀 돋았고 / 陽陂先有草
음지쪽 골짝에도 얼음 녹았네 / 陰壑已無
좋은 경치 때때로 서로 이끄니 / 美景時相引
시 회포는 저녁 돼도 그대로이네 / 風懷晩向仍
손님 주인 좋은 우호 이루려면은 / 欲成賓主好
술 마시고 시 읊어야 그렇게 되리 / 觴詠正堪憑

보이는 곳 어디에고 풍광 좋은데 / 風光觸處好
봄기운은 바라보는 속에 흐리네 / 春氣望中微
산 깨끗해 그림같이 색깔 진하고 / 山淨濃如畫
강 깊어서 푸르름이 옷에 물드네 / 江深綠染衣
꿈길은 나비 따라 어지러웁고 / 夢隨蝴蝶亂
마음은 구름 따라 날아가누나 / 心逐野雲飛
인간 세상일 말하기 어려웁거니 / 人世難開口
술에 흠뻑 취하여서 돌아가리라 / 惟須倒載歸
《상동》

종릉(鍾陵) -《명시종》에는 ‘종령(鍾靈)’으로 되어 있다.- 의 산거시(山居詩)에 화답하다 2수(二首) ○ 《열조시집》에 이르기를, “조선의 《매월당시집(梅月堂詩集)》 2권은 어느 사람이 지었는지 모르는데, 시가 몹시 천박하여 볼만한 것이 없다.” 하였다. ○ 살펴보건대, 매월당은 김시습의 호이다. [김시습(金時習)]
인간들의 변하는 꼴 비단보다 얇거니 / 人間變態薄於紗
돌아와서 푸른 놀 속 눕는 것이 맞도다 / 端合歸來臥□□
병든 매미처럼 늙어 이파리 속 숨어들고 / □□病蟬藏翳葉
가을 나비 인생이라 뜬 배에 몸 부치네 / 人生秋蝶寄浮槎
바람 앞엔 후두둑 솔방울 떨어지고 / 風前細細飛松子
구름 밖엔 우수수 계수 꽃이 지누나 / 雲外毶毶落柳花
도인은 이슬 먹고 산다고 말을 마라 / □□道人嚥沆瀣
봄비 오자 바위 곁에 참깨를 심는다네 / 巖邊春雨種胡麻
《열조시집》

호랑나비 쌍쌍이 약초밭 위 나르고 / 蛺蝶雙雙飛藥畦
-《명시종》에는 ‘飛’가 ‘舞’로 되어 있다.
산새들은 대 울타리 서쪽에서 지저귀네 / 山禽饒語竹籬西
-《명시종》에는 ‘薔薇架架采登梯’로 되어 있다.
한 떨기 구기자는 이제 막 꽃 활짝 피고 / 一叢枸杞花初遍
다섯 잎새 인삼은 이제 막 잎 벌어졌네 / 五椏人參葉初齊
푸르른 대숲 속선 사슴이 졸고 있고 / 翠竹林中香麝睡
가시나무 가지 위선 두루미 울고 있네 / 紫荊枝上畫眉啼
천 산에 지난밤에 소리없이 비 오더니 / 千峯昨夜疏疏雨
남쪽 시내 범람하고 작은 시내 물 불었네 / 泛濫南溪漲小溪
-《명시종》에는 ‘不分南溪漲入溪’로 되어 있다.
《상동 및 명시종》

회소곡(會蘇曲) 《열조시집》에 이르기를, “7월 보름에 신라의 유리왕(儒理王)이 왕녀(王女)들에게 각자 6부(部)의 아녀자들을 거느리고 너른 뜰에서 길쌈을 하게 하고는, 8월 보름에 짠 것을 조사해서 진 편이 술상을 차리게 하였다. 그러고는 서로 더불어서 가무(歌舞)를 즐기고 백희(百戱)를 베풀었는데, 이를 가배(嘉俳)라고 하였다. 이때 진 편의 여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면서 ‘회소(會蘇)’라고 노래 불렀다. 그 뒤에 사람들이 그 소리를 인하여 노래를 지었다.” 하였다. [김종직(金宗直)]
회소회소 하면서 회소곡을 부르니 / 會蘇曲會蘇曲
서녘 바람 널따란 마당으로 불어오고 / 西風吹廣庭
밝은 달은 화려한 집에 가득 비치네 / 明月滿華屋
왕녀가 윗자리에 앉아 물레 돌리자 / 王姬壓坐理繅車
여섯 마을 아녀자들 많이도 모이었네 / 六部女兒多如簇
네 광주린 찼는데 내 광주린 비었다고 / 爾筐旣盈我筐空
술 거르고 야유하며 서로 웃고 즐기누나 / 釃酒椰楡歌相逐
한 여자가 탄식하매 일천 집이 기쁘거니 / 一婦歎千室歡
사방 사람 부지런히 길쌈을 하게 하네 / 坐令四方勤杼軸
《열조시집》

황창랑(黃昌郞) 《열조시집》에 이르기를, “황창랑은 바로 비청랑(非淸郞)이다. 8세 때 신라의 왕이 백제 왕에게 살해당하였다. 이에 백제로 가서 시장에서 칼춤을 추자, 이를 보기 위하여 시장 사람들이 담처럼 둘러쌌다. 백제 왕이 그 말을 듣고는 기이하게 여겨 궁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는 칼춤을 추게 하였는데, 이를 인하여 백제 왕을 칼로 찔러 죽였다. 그러자 후대 사람들이 가면을 만들어 쓰고 그 춤을 형상하였는데, 이 사실을 사전(史傳)에서 상고해 보면 그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다. 지금 그 춤을 추는 것을 보면 빙빙 돌면서 힐끗힐끗 노려보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면 늠름하다.” 하였다. [김종직]
이 어떤 사람인가 이제 나이 칠팔세라 / 若有人兮方離齠
키는 석 자 못 되는데 어쩜 그리 웅걸찬가 / 身不三尺一何驍
평생토록 왕기를 스승으로 삼아서는 / 平生汪錡我所師
나라 위해 수치 씻어 마음 여한 없었다네 / 爲國雪恥心無憀
칼날이 목 겨누어도 다리를 떨지 않고 / 劍鐔向頸股不栗
칼날 심장 겨누어도 눈도 깜짝 안 하여 / 劍鐔指心目不搖
아아 임금 보기를 초개처럼 보았다네 / 嗟爾千乘如蓬蒿
《상동》

성모사(聖母祠)에서 비를 빌다 [김종직]
앞봉우리 사라지고 뒷봉우리 푸르르니 / 前峯已失後峯靑
병예가 비 바라는 백성 감동시키누나 / 屛翳掠人不解晴
그 누가 그리었나 오두가 삿갓 쓰고 / 誰畫遨頭一簑笠
비 가득한 마을에서 움트는 싹 보는 것을 / 滿村風雨看苗生
《상동》

화산기(華山畿) [김종직]
무덤가에 연리지 푸르고 푸르른데 / 塚上靑靑連理枝
행인들은 앞 다투어 화산기를 노래하네 / 行人爭唱華山畿
팥배나무 꽃이 피는 한식날이 왔는데 / 野棠花發當寒食
봄 혼은 몇 차례나 나비 되어 날아갔나 / 幾度春魂化蝶飛
《상동》

진산 상공(晉山相公)에게 답하다 [김종직]
마을 남쪽 북쪽에서 풍년 들기 비는데 / 村南村北祝㹠蹄
우거진 버들 숲엔 새들이 지저귀네 / 楡柳陰陰烏雀啼
태평성대 만나서 생활이 풍족하매 / 身遇太平生事足
석양녘에 단교에서 술 취한 이 부축하네 / 日斜扶醉斷橋西
《상동》

이 절도사(李節度使)가 진(鎭)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 [김종직]
큰 바닷가 누대에 올라 한번 굽어보니 / 鰲背樓臺一俯憑
만리 먼 바다 파도 푸르르고 맑구나 / 海波萬里碧千澄
태평스런 시절이라 용도책을 못 펼치고 / 太平未試龍韜策
가끔씩 꿩 쏘면서 죽원의 중 찾아가네 / 射雉還過竹院僧
《상동》

불국사(佛國寺) [김종직]
절집의 경내로 찾아와 보니 / 爲訪招提境
솔숲 사이 산빛이 무거웁구나 / 松間紫翠重
푸르른 산 한쪽에는 비 내리는데 / 靑山半邊雨
저물녘에 산사에선 종이 울리네 / 落日上方鍾
산승과의 이야기는 부드러웁고 / 語共居僧軟
나그네의 정취 따라 술잔 진하네 / 杯隨客意濃

술에 취해 대마루 위 쓰러진 채로 / 頹然一榻上
마주 보니 머리털이 듬성하구려 / 相對鬢髼鬆
《명시종 및 지북우담》

선사사(仙槎寺) [김종직]
내 우연히 선사사에 찾아 들르니 / 偶到仙槎寺
돌은 쓸쓸 나무들은 가을빛인데 / 巖空松桂秋
두루미는 신라 때의 일산을 펴고 / 鸜飜羅代蓋
용은 부처 하늘의 공 발로 차누나 / 龍蹴佛天幽
보슬비 속에 중은 장삼을 깁고 / 細雨僧縫衲
찬 강에 나그네는 배 저어 가네 / 寒江客艤舟
외로운 구름 서대초에 걸리어 있고 / 孤雲書帶草
바람 소리 못 머리에 가득도 하네 / 獵獵滿地頭
《지북우담》

기생에게 주다 [강혼(姜渾)]
구름 같은 머리 빗고 높은 누각 기대어 / 雲鬟梳罷倚高樓
쇠젓대를 비껴 들고 부는 손 가녀리네 / 鐵笛橫吹玉指柔
만리의 관산에 둥그런 달 떠오르자 / 萬里關山一
맑은 눈물 떨구면서 이주령을 부누나 / 數行淸淚落伊
《명시종 및 간재잡설》

한강루에 오르다.[登漢江樓] 차운하여 짓다. [이극감(李克堪)]
더딘 해 날 맑아서 한창 좋은데 / 遲日晴方好
따스한 봄바람은 살랑거리네 / 和風暖更微
산음의 계사를 쫓아서 하고 / 山陰追禊事
기수 가서 봄옷으로 갈아입누나 / 沂上換春衣
금 술잔에 가득 찬 술 맘껏 마시며 / 劇飮金巵滿
옥가루를 흩날리며 담소 나눌 제 / 淸譚玉屑飛
날랜 제비 뱃머리서 춤추며 날아 / 檣頭輕燕舞
고향으로 가고픈 맘 나게 하누나 / 有意惱人歸
《명시종》

고의(古意) [서거정(徐居正)]
바다 밑의 산호는 높이가 몇 길인가 / 海底珊瑚高幾丈
천년 동안 시험 삼아 천 길 그물 만들어서 / 千年試作千尋網
만 마리의 소에 매어 바다 속서 끌어 오니 / 萬牛挽出滄溟深
교룡들은 노호하고 천둥 벼락 내리치네 / 蛟龍怒號霹靂響
부상에는 해 잠겨서 큰 파도가 들끓고 / 扶桑日沈洪濤熱
광채 빛나 황금 대궐 찬란하게 비치누나 / 光華照耀黃金闕
계륜이야 본디가 거치른 사내여서 / 季倫本是麤男兒
금 철퇴로 내리치자 가루되어 눈과 같네 / 金椎一擊紛如雪
《열조시집》

춘일(春日) [서거정]
수양버들 움 돋고 매화꽃은 지는데 / 金入垂楊玉謝梅
작은 연못 봄물은 이끼보다 더 푸르네 / 小池新水碧
봄 시름과 봄 흥취 중 어느 것이 더 깊은가 / 春愁春興誰深淺
제비도 아니 오고 꽃도 피지 아니하네 / 燕子不來花未開
《상동》

즉사(卽事) [서거정]
작은 연못 동이 같아 물은 얕고 맑은데 / 小沼如盤水淺淸
부들풀은 자라나고 갈대는 싹 돋았네 / 菰蒲新荻芽生
물통을 이어 대어 냇물 끌어오는 거는 / 連筒引却前溪水
파초 길러 비 오는 소리 듣기 위해서네 / 養得芭蕉聽雨聲
《상동 및 명시종》

봄날을 상심하다 [신종호(申從濩)]
차 한 잔 마시자 졸음이 깨었는데 / 茶甌飮罷睡初
담 너머서 누가 부는 피리 소리 들려오네 / 隔屋聞吹紫玉笙
제비는 오지 않고 꾀꼬리도 떠나는데 / 燕子不來鸎又去
온 뜰 가득 붉은 꽃이 소리 없이 지누나 / 滿庭紅雨落無聲
《명시종 및 간재잡설》

부벽루에 오르다.[登浮碧樓] 차운하여 짓다. [허종(許琮)]
물가 풀은 깎은 듯이 평평도 하고 / 渚草平如剪
강 구름은 축축해서 날지도 않네 / 江雲濕不飛
저녁 노을 자리 위로 비치어 오고 / 餘霞飄綺席
새 물결은 이끼가 낀 바위 부딪네 / 新浪濺苔磯
옛 절에는 담쟁이가 벽에 붙었고 / 古寺蘿垂壁
어부 집은 사립문이 물가 가깝네 / 漁家水浸扉
눈앞에 펼쳐지는 몇몇 경치에 / 眼前多少景
마음 슬퍼 나그네는 떠나려 하네 / 惆悵客將歸
《명시종》

왕 황문(王黃門)의 ‘안흥으로 가는 도중에[安興道中]’ 시를 차운하다 [허종]
봄 경치 술과 같아 사람 정신 흐리는데 / 韶光如酒著人迷
부질없이 붓대 잡고 시를 지어 볼 제에 / 謾把霜毫取次題
산 남쪽과 산 북쪽에 봄비 잠시 그치니 / 山北山南春雨歇
숲 너머에 해 붉은데 산비둘기 우누나 / 隔林紅日鵓鳩啼
《상동》

봉산루에 오르다.[登鳳山樓] 차운하여 짓다. [허종]
홀로 난간 기대이자 쓴 모자 삐뚜른데 / 獨倚彫欄帽影斜
객중에 귀밑머리 이미 쇠해 하얘졌네 / 客中衰鬢已非鴉
두견새 울음소리 소리마다 애닯나니 / 不禁杜宇聲聲苦
동풍 속에 먼저 핀 꽃 다 지도록 울어 대네 / 啼盡東風第一花
《상동》

송림(松林)의 만조(晩照). 차운하여 짓다. [허종]
뽕나무 속 한 마을에 석양빛 희미한데 / 一村桑柘夕陽微
봄풀은 자라났고 버들개지 흩날리네 / 芳草叢生柳絮飛
난정에서 수계할 때 이미 지난 뒤인데도 / 已過蘭亭修禊後
바람 차서 봄옷으로 갈아입지 못하였네 / 風寒猶未着春衣
《상동》

소곶관(所串館)으로 가는 도중에 즉사(卽事)로 읊다. 차운하여 짓다. 2수(二首) [허종]
몇 그루 버드나무 다리 곁에 서 있어서 / 數株官柳野橋傍
날리는 버들개지 말발굽을 스치누나 / 飛絮紛紛撲馬香
강에 비 내리려 해 구름은 어둑한데 / 江雨欲來龍氣黑
강바람 불어와서 서늘하기 그지없네 / 水風吹作十分涼

강남 땅 대숲 속에 내 집이 있건마는 / 家在江南水竹村
새 울고 꽃 지는데 사립문 닫혀 있네 / 鳥啼花落掩柴門
해마다 이쪽저쪽 분주하게 떠도나니 / 年年奔走東西路
어찌하면 잠시나마 한곳에 머물려나 / 坐席何由得暫溫
《상동》

시구[句] [허종]
나는 새 저 너머로 봄은 져가고 / 春歸飛鳥外
멀어지는 돛배 안에 하늘은 넓네 / 天闊落帆中

보슬비에 나무는 온통 젖는데 / 細雨全沈樹
외론 성에 연기가 반쯤 걸렸네 / 孤城半帶煙

동풍 불자 과만수 불어오르고 / 東風瓜蔓水
석양 속에 죽지가의 노래 들리네 / 斜日竹枝歌

바람 급해 양의 뿔을 후려 때리고 / 風急搏羊角
물결 쳐서 기러기 떼 놀라 나누나 / 波飜起鴈群

다리에는 날 맑아서 그물 말리고 / 官橋晴曬網
나루터엔 날 저물어 배 매여 있네 / 野渡晩維舟
《이상 모두 정지거시화(靜志居詩話)》

의고(擬古) [성현(成俔)]
오늘 벌인 이 좋은 잔치 모임에 / 今日良宴會
훌륭한 손님 모여 대청이 찼네 / 嘉賓滿高堂
맛난 안주 자개상 위에 넘치고 / 綺肴溢彫俎
좋은 술은 금 술잔에 철철 넘치네 / 美酒盈金觴
좌우에 늘어선 예쁜 기생들 / 左右燕趙姬
아리따운 눈썹에다 맑은 눈이네 / 眉目婉淸揚
붉은 현줄 흰 팔뚝에 비치이는데 / 朱絃映皓腕
줄지어 앉아서는 곡을 타누나 / 列坐彈宮商
수레바퀴 돌듯 세월 흘러가면은 / 流年雙轉轂
어느덧 머리카락 희어지리니 / 倏忽鬢已霜
서로 간에 만났으니 즐기면 그만 / 相逢且爲樂
비분강개할 필요가 뭐가 있으리 / 何用苦慨慷
김씨 장씨 마침내 어떻게 됐나 / 金張竟何許
꾸역꾸역 북망산에 가지 않던가 / 纍纍歸北邙
《열조시집 및 명시종》

목면사(木綿詞) [성현]
강남 땅의 목화라서 빛깔 더욱 하얀 탓에 / 江南木綿色逾白
자리 위에 펼쳐 놓자 눈처럼 눈부시네 / 晴雪紛紛鋪簟席
삐걱삐걱 소리 내며 씨아를 돌린 다음 / 小機搖作鴉櫓聲
활로 곱게 타내니 가을 구름 쌓이네 / 軟弧彈罷秋雲積
아리따운 새악시 밤에 앉아 매만지니 / 殷勤小婦坐夜闌
바람에 날리는 솜 머리 위에 내려앉네 / 風吹紛絮縈烏鬟
뻣뻣한 실 물 축이며 길쌈질 재촉할 제 / 絲僵水澁機杼促
찰칵찰칵 북 보내는 손가락 시려오네 / 軋軋輕梭玉指寒
애간장이 끊어져서 수심 금키 어려운데 / 肝腸欲絶愁難絶
외로운 등 깜빡대며 가물가물 조는구나 / 孤燈閃閃光明滅
반은 잘라 애기 옷을 만들어서 입히고 / 半將裁剪小兒衣
반은 잘라 금미에 간 낭군에게 부치리 / 半將裁剪寄金微
새벽 밝아 오건마는 잠을 못 이루는데 / 銅壺催曉眠不得
시간은 점점 흘러 비단 장막 밝아 오네 / 淚水點點明羅幃
《열조시집》

옛곡[古曲] 《명시종》에 이르기를, “성간의 관작과 향리는 미상이다.” 하였다. [성간(成侃)]
용문의 백 년 묵은 저 오동나무 / 龍門百年桐
몇 날이나 뇌성벽력 깔보았던가 / 幾日凌霹靂
이를 켜서 거문고를 하나 만들어 / 裁爲膝上琴
끌어앉고 함지곡을 내 뜯어보리 / 宛抱咸池曲
큰소리로 노래하며 한번 튕기자 / 高歌試一彈
한밤중에 산 귀신이 눈물 흘리네 / 中夜山鬼泣
군자의 행실 역시 이와 같나니 / 君子亦如此
관 덮으면 그제야 일 끝나는 거네 / 蓋棺事
《상동》

전부행(田父行) [성간]
꿩은 짝을 지어 날고 풀은 몹시 푸르른데 / 隴雉雙飛草深碧
언덕 위에 앉은 노인 길게 탄식 내뱉누나 / 隴上老人長歎息
나의 나이 금년이면 얼추 일흔 되는데 / 我生今年七十餘
손과 발엔 못박히고 얼굴에는 주름졌네 / 手脚腁胝面黧黑
아들딸 시집 장가 어느 때나 보내려나 / 男婚女嫁知幾時
짧은 옷 해진 적삼 무릎 겨우 가리우네 / 短衣襤衫纔掩膝
지난날에 징집되어 변방 지역 떠돌다가 / 昔年召募度流沙
만리에서 돌아오니 살쩍 쇠해 눈과 같네 / 萬里歸來鬢如雪
창을 잡던 손으로 농사 다시 지으려니 / 殷勤荷戟還荷鋤
자갈밭 자갈돌에 소발굽 다 빠졌다네 / 石田磽确牛蹄脫
소발굽 다 빠져서 괜히 땀만 흘려대니 / 牛蹄脫兮空汗流
홀로 앉아 망연자실 이내 가슴 미어지네 / 獨坐茫然心斷絶
《상동》

나홍곡(囉嗊曲) [성간]
낭군이여 낭군이여 내 낭군이여 / 爲報郞君道
금년에는 오시려나 안 오시려나 / 今年歸未歸
강가에 봄풀 자라 푸르러갈 때 / 江頭春草綠
이 소첩의 애간장은 다 녹는다오 / 是妾斷腸時
《명시종 및 간재잡설》

어부(漁父) [성간]
몇 겹의 푸른 산에 몇 골짜기 안개인가 / 數疊靑山數谷煙
흰 갈매기 나는 물가 티끌조차 닿지 않네 / 紅塵不到白鷗邊
고기 잡는 늙은이는 무심한 이 아니어서 / 漁翁不是無心者
온 배 안에 서강 달을 그득하니 담고 있네 / 管領西江月一船
《간재잡설》

가을밤[秋夜] [백원항(白元恒)]
맑은 밤 초당에 비 이제 막 개었는데 / 草堂淸夜雨初收
반딧불은 부슬비에 젖어 날지 않누나 / 小雨寒螢濕不流
책상머리 홀로 누워 지난 일 생각는데 / 獨臥床頭思往事
풀벌레들 울어 대어 발 가득 가을이네 / 砌蟲啼一簾秋
《열조시집》

경주(慶州) 벽상(壁上)에 있는 시를 차운하다 [최응현(崔應賢)]
풍진 세상 돌아보니 몇 번이나 봄이었나 / 風塵回首幾番春
공문서 쌓인 앞에 백발이 새롭구나 / 案牘堆前白髮新
밤마다 숲 속 사는 꿈 자주 꾸건마는 / 夜半慣成林下夢
아침이면 또 그대로 돌아가지 못하리라 / 明朝依舊未歸人
《상동》

대마도(對馬島)로 가는 배 안에서 밤중에 짓다 [김흔(金訢)]
외론 배에 홀로 눕자 자리 편치 않은데 / 獨泛孤篷臥未安
서녘 바람 불어 대어 저녁 조수 차가웁네 / 西風一夕晩潮寒
하늘에는 가을빛을 찾아봐도 아니 뵈고 / 海天秋色尋無處
도리어 반랑의 살쩍 위에 보이누나 / 却向潘郞鬢上看
《상동》

서강(西江)의 한식(寒食) [남효온(南孝溫)]
하늘 흐려 울 밖에는 저녁 한기 생기는데 / 天陰籬外夕寒生
한식철 샛바람에 들 물이 빛나누나 / 寒食東風野水明
배 안의 장사꾼들 끝없는 얘기 소린 / 無限滿船商客語
버들꽃의 시절이니 고향의 정일 거리 / 柳花時節故鄕情
《상동》

봉산루(鳳山樓). 동 내한(董內翰)의 시를 차운하다. [노공필(盧公弼)]
누각 올라 바라보자 모자 차양 삐뚤고 / 畫樓登眺帽簷斜
이끼 낀 벽 시 쓰자 군데군데 점 생기네 / 苔壁詩成字點鴉
그윽한 흥 막 이는데 하늘은 저물어서 / 幽興未闌天欲暮
드린 발에 비 뿌리고 오동꽃은 지누나 / 一簾疎雨落桐花
《명시종》

개성(開城) 태평관(太平館). 애 병부(艾兵部)의 시를 차운하다. [노공필]
석양질 때 말을 몰아 외로운 성 지나면서 / 斜陽策馬過孤城
그 당시에 화려했던 개경을 생각누나 / 想像當年玉作京
나라야 망했지만 산하는 그대론데 / 國破山河渾似舊
태평 와서 백성들은 전쟁을 모르누나 / 時平民物不知兵
봄 깊은 옛 객관엔 기장이 자라나고 / 春深古館生禾黍
물 마른 연못에는 밭벼가 자라 있네 / 水涸荒池揷稻秔
지난 일들 유유하니 어디에다 물어보리 / 往事悠悠何處問
학 돌아간 화표에는 달빛만이 밝구나 / 鶴歸華表月空明
《상동》

개성관(開城館). 동규봉(董圭峯)의 시를 차운하다. [이행(李荇)]
끝없이 이어진 길 가고 또 갈 제 / 行行綿道路
날마다 바람 불어 곤혹스럽네 / 日日困風沙
골짝 뜨자 흐르는 물 마음 슬프고 / 壑悲流水
숲에 들자 저녁 새가 부러웁구나 / 投林羨暮鴉
겨울 다 가 봄날 오길 재촉하여서 / 窮冬催暖律
묵은 풀에 새싹이 막 돋으려 하네 / 宿草欲新芽
다시금 생각노니 내 고향 집에 / 更憶吾廬好
찬 매화꽃 몇 가지나 피었으려나 / 寒梅幾樹花
《상동》

임진강(臨津江)을 지나다 [이행]
임진에서 아침 일찍 길을 재촉해 / 臨津催早發
나루터를 물어 맑은 강으로 가네 / 問渡卽淸江
강 복판선 배의 노를 느리게 젓고 / 緩擊中流
올라갈 땐 배 천천히 끌고서 가네 / 徐牽上水艭
강물 차서 물속 고기 바위 틈 숨고 / 寒魚依石竇
아침 해가 뱃전을 내리 비출 제 / 曉日照篷窓
나그네가 기심 잊고 앉아 있음에 / 有客忘機坐
흰 물새들 짝을 지어 날아오누나 / 飛來白鳥雙
《상동》

녹봉 급사(鹿峯給事)에게 답하다 [이행]
총총히 돌아가는 옷소매 못 당기고 / 歸袂悤悤不可攀
이별하는 사이에 이내 혼만 녹누나 / 銷魂祗是黯然間
녹봉은 천 개의 산 저 너머 거기 있고 / 鹿峯正在千山外
사신 행차 반나절도 한가한 틈이 없네 / 鳳節全無半日閑
오늘 지금 시를 지어 이별하게 되었으니 / 今日預將詩作別
이 뒷날에 어찌 차마 달과 함께 돌아가나 / 他宵何忍月同還
이내 생에 다시금 모시기가 어렵거니 / 此生難復陪淸賞
하늘 속의 옥순 반열 창망히 바라보리 / 悵望雲霄玉筍班
《상동》

총수산(蔥秀山). 당 선생(唐先生)의 시를 차운하다. [이희보(李希輔)]
나그네 길 섣달에 떠나노라니 / 客行値殘臘
긴 길을 짧은 해가 재촉하누나 / 長程催短景
날 추워서 턱수염은 쉽게도 얼고 / 天寒鬚易氷
잎 떨어져 나무에는 그림자 없네 / 葉脫木無影
채찍 치며 안성역을 출발할 적에 / 揮鞭發安城
이슬 젖어 옷소매가 차가웁구나 / 露濕衣袖冷
구불구불 구름 시내 건너고 나니 / 迤邐度雲漢
높다란 고갯마루 만나게 됐네 / 邂逅逢峻嶺
생각노니 동 학사 그분께서는 / 緬懷董學士
전에 예서 조용하게 쉬었었다네 / 曾此憩敻靜
오뚝하니 서 있는 몇 자의 비석 / 突兀數尺碑
그 글 참말 아름답고 환히 빛나네 / 其文信蔚炳
지난 일들 부질없긴 뜬구름이니 / 往事浮雲空
몇 년 동안 이 경치를 버려두었나 / 幾年孤此境
이내 생은 참으로 다행스러워 / 此生眞自幸
사신의 행차가 또 오게 되었네 / 四牡又來騁
전현들의 뒤를 이어 시를 남기니 / 留詩繼前賢
신선과 속세 먼 걸 깨닫겠구나 / 頓覺仙凡迥
이내 재주 노둔한 게 괴로웁거니 / 而我苦駑緩
옛 훈계를 돌아보지 아니하였네 / 古訓蒙不省
다행히도 시의 근원 접하여서는 / 何幸接詩源
사나운 물살 빨리 건너느라고 / 飛渡激奔猛
물가조차 엿보지를 못하였는데 / 涯涘不能窺
하물며 그 요령을 얻었으리오 / 況復得要領
무심히 양춘곡에 화답노라니 / 無心和陽春
마음만 한갓 절로 경경하구나 / 有懷徒耿耿
원컨대 남은 빛을 빌려 주어서 / 願言借餘光
내 마음의 어둑함을 깨뜨려 주소 / 破我心昏瞑
《상동》

당 수찬(唐修撰)의 ‘태평관에서 묵다가 술에 취해 밤에 일어나다.[夜宿太平館醉起]’ 시를 차운하다. [이희보]
시 웅대해 바다에는 파도가 일고 / 雄辭海生波
먹 술 취해 벽 위에는 까마귀 나네 / 醉墨鴉飜壁
우리 공 돌아가지 못하게 해서 / 無使我公歸
이 곳에서 좋은 손님 되게 하소서 / 於焉作佳客
《상동》

기자조(箕子操) [소세양(蘇世讓)]
하늘 몹시 포악하여 우리나라 돕지 않아 / 天疾威兮不祚我商
나의 두 눈 침침해져 햇빛을 볼 수 없네 / 目窅窅兮未見日光
왕께서는 착한데도 나는 좋은 재주 없어 / 王聖善兮我無良
나의 두 눈 감고파라 선왕께 부끄럽네 / 欲瞑我目兮羞我先王
아아 내 차라리 노예가 될지언정 / 吁嗟兮我寧爲奴兮
어찌 차마 거짓으로 미친 척이야 하겠나 / 寧忍發出狂
《상동》

동방오장(東方五章). 설 급사(薛給事)에게 답하다. [소세양]
아아 우리나라 동방 나라는 / 維我東方
산 있어서 푸르고 푸르른 데다 / 有山蒼蒼
물 있어서 드넓고도 깊기도 하네 / 有水泱泱
군자께서 이곳에 이르러 오니 / 君子戾止
빛나는 문장을 지니셨도다 / 維其有章

우리에게 좋은 손님 오시었으니 / 我有嘉賓
나의 마음 기쁘고도 즐거운 터에 / 我心則愉
나에게 옥으로 된 패를 주시네 / 我以佩琚

우리에게 좋은 손님 오시었음에 / 我有嘉賓
이미 공경하는 데다 오래 머물며 / 旣敬且久
나에게 옥으로 된 패를 주시네 / 我以佩玖

무엇으로 그에 대한 보답을 하나 / 何以報之
산초와 난초로다 보답하리라 / 報之以椒蘭
덕 있어서 향내음을 폴폴 풍기매 / 有德斯馨
오로지 길게 길게 영탄하누나 / 唯以永嘆

무엇으로 그에 대한 보답을 하나 / 何以報之
마름풀과 연잎으로 보답하리라 / 報之以芰荷
옷 만들어 입음에 싫지 않으니 / 服之無斁
그 즐거움 참으로 어떠하리오 / 其樂如何
《이상 모두 상동》

총수산(蔥秀山). 당 선생(唐先生)의 시를 차운하다 [소세양]
내 나란히 푸른 산 향해 가노니 / 我竝靑山行
산길 갈 제 좋은 경치 참으로 많네 / 山行信多景
계곡 연못 맑아서 밑 다 보이고 / 淵潭淸見底
숲 나무들 푸르른 빛 교차하누나 / 杉檜翠交影
더구나 강 위에는 하늘 흐려서 / 況當江陰天
바람과 해 쓸쓸하고 싸늘한 데랴 / 風日凄以冷
쓸쓸하니 저녁 나절 비가 걷히자 / 蕭蕭晩雨霽
높다란 이 고개가 보이는구나 / 突兀見斯嶺
바위와 산 서로 끼고 합해져 있고 / 巖巒互迴合
산골짜긴 텅 비어서 고요만 하네 / 洞壑極沖靜
마치도 그림 병풍 편 것 같으니 / 有如畫圖開
단청 칠해 환하게 할 필요 없으리 / 不用丹靑炳
지난날에 동 학사 그분께서는 / 曩時董學士
좋은 경치 유람하며 진경 보았네 / 探情得眞境
이 곳 경치 보고서는 마음 즐거워 / 眷玆心賞諧
줄줄이 시구 지어 읊어대었네 / 更將文字騁
지금에도 맑은 풍채 늠름하여서 / 至今凜淸風
세월 오래 지난 것을 못 깨닫겠네 / 不覺歲月迥
그분 마음 아는 사람 마침 있어서 / 賞音會有人
두 분 사신 다시 와서 유람하시네 / 二妙復來省
양춘곡을 뒤 이어서 화답을 하니 / 陽春一繼和
필력이 굳세고도 웅걸차다네 / 筆力肆豪猛
못난 내가 그 뒤에 끼이게 되어 / 小子忝後塵
성대한 일 맘속으로 이미 알았네 / 盛事心已領
지난 일을 생각하면 느꺼웁나니 / 攬舊又感今
마음속의 회포 더욱 경경해지네 / 中懷益耿耿
읊조리며 오랫동안 서 있노라니 / 沈吟久佇立
앞 봉우리 어둑어둑해지려 하네 / 前峯欲含瞑
《상동》

한강(漢江)에서 사신을 모시고서 잔치하다 [소세양]
끊어진 길 강언덕을 끼고 돌았고 / 斷徑連崖轉
높은 누각 강물 향해 세워져 있네 / 高樓面水開
술과 안주 잔치 위해 차려져 있고 / 杯盤供宴賞
풍악 소리에 맑은 하늘 우레 울리네 / 歌鼓隱晴雷
강가 멀어 안개 낀 숲 아득도 한데 / 沙遠迷煙樹
조수 올라 물가 바위 파묻히었네 / 潮廻沒釣臺
강산 경치 이와 같이 빼어나기에 / 江山如許勝
사신께서 응당 여기 온 것이리라 / 應爲使星來
《상동》

녹봉 급사(鹿峯給事)에게 답하다 [소세양]
진중한 용문에 어찌 쉽게 오르리오 / 珍重龍門豈易攀
담소하는 사이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네 / 屢承淸誨笑談間
이 뒷날에 다시 만날 길 없음을 알겠고 / 極知後會終無地
가시는 길 한가롭지 않으리니 어쩔거나 / 其奈前程苦未閒
좋은 경치 바쁜 속에 지나쳐 버리고는 / 佳境摠爲忙裏過
좋은 시구 시낭 속에 담아서 돌아가리 / 好詩空貯槖中還
내일 아침 바라보면 구름과 산 멀어서 / 明朝悵望雲山遠
아득해진 신선 자취 노반에 있으리라 / 杳杳仙蹤隔鷺班
《상동》

양책관으로 가는 도중에[良策道中]. 차운하여 짓다. [소세양]
봄 구름 비 머금어 서늘해지려 하니 / 春陰釀欲凄迷
먼 길에 진흙 길을 갈 일이 걱정되네 / 長路愁衝滑滑泥
닫는 안개 좇는 바람 먼 산으로 돌아가고 / 奔霧追風歸遠岫
흐르는 물 들판 지나 앞 시내로 내닫누나 / 亂流經野赴前溪
작은 포구 드는 조수 평시처럼 올라오고 / 潮從小浦平時上
들판 나는 제비들 곳곳마다 낮게 나네 / 燕掠平蕪盡處低
발을 높이 거두고 산기운 바라보니 / 高捲緗簾望山氣
석양빛은 아직도 서쪽 산에 남아 있네 / 夕陽猶在短峯西
《상동》

태평관(太平館). 차운하여 짓다. [소세양]
눈길은 산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고 / 望眼山連北
마음은 달을 따라 서쪽으로 향하누나 / 歸心月向西
나그네 혼에다가 이별의 한 있음에 / 覊魂與別恨
닭이 우는 오경에는 더욱더 수심 깊네 / 愁殺五更鷄
《상동》

처음 진달래꽃을 보고. 운강 수찬(雲崗修撰)의 시를 차운하다. [소세양]
새벽녘 바닷가에 노을 붉게 타는데 / 際曉紅蒸海上霞
모래 언덕 돌 절벽은 제멋대로 기울었네 / 石崖沙岸任欹斜
진달래꽃 봄소식을 전하고 싶은 맘에 / 杜鵑也報春消息
봄바람 속에 먼저 한 나무 꽃 피웠네 / 先放東風一樹花
《상동》

채지(採芝)에게 주다 [최숙생(崔淑生)]
푸른 산만 보이고 마을은 안 보이니 / 只見靑山不見村
어부가 무릉도원 찾을 길이 없구나 / 漁郞無路覓桃源
동풍에게 내 정녕히 부탁하여 말하노니 / 丁寧爲報東風道
날리는 꽃 따라서 동구문 밖 가지 마소 / 莫逐飛花出洞門
《간재잡설》

눈을 만나다[逢雪] [어무적(魚無跡)]
말 위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니 / 馬逢新雪
외로운 성 문 닫으려 하는 때이네 / 孤城欲閉時
차츰차츰 술기운이 사라져 가서 / 漸能銷酒力
시 읊는 나의 수염 얼려고 하네 / 渾欲凍吟髭
지는 해는 석양빛을 못 남기었고 / 落日無留景
깃든 새는 편안하게 가지 못 앉네 / 棲禽不定枝
파교에서 나귀 타고 가는 흥취를 / 灞橋驢背興
내 응당 옛사람과 기약하리라 / 與故人期
《명시종 및 지북우담》

조령(鳥嶺) [이효칙(李孝則)]
갈바람에 누런 잎 우수수 떨어지고 / 秋風黃葉落紛紛
주흘산 높아 반쯤 구름 속에 잠겼네 / 主屹山高半沒雲
이십사교 다리 아래 오열하는 물소리를 / 二十四橋嗚咽水
일 년 새에 세 차례나 객중에서 듣누나 / 一年三度客中聞
《명시종》

긴 무지개 [정사룡(鄭士龍)]
둥그런 무지개가 맑은 물 위 걸렸는데 / 垂虹屈曲跨淸波
물풀의 향기 속을 도란대며 지나가니 / 藻荇香中笑語過
흡사하긴 삼백 척 길고 긴 송강에서 / 恰似松江三百尺
배를 대고 채릉가를 듣는 것 같네 / 檥船聞唱採菱歌
《상동》

답답함을 풀다 [정사룡]
뜻 내키어 책을 편 채 앉아 있다가 / 隨意攤書坐
외로이 읊조리며 석양빛 보네 / 孤吟對晩暉
강바람에 배 돛은 잔뜩 부풀고 / 岸風帆腹飽
강가 비에 갈대 싹은 오동통하네 / 洲雨荻芽肥
울 뚫어져 강 풍경 훤히 보이고 / 籬缺通江色
발 내려져 제비 날 때 걸리적대네 / 簾垂礙燕飛
누가 알리 봄나물 뜯는 계절에 / 誰知采蘭節
병중에 봄옷으로 갈아입는 걸 / 和病試春衣
《지북우담》

시구[句] [정사룡]
즐기는 곳이라고 말하지 말라 / 不謂交
뒤바뀌어 송별하는 정자 되리라 / 飜成送別亭
《정지거시화(靜志居詩話)》

망원정(望遠亭). 차운하여 짓다. [김안로(金安老)]
그윽한 흥 사람 정신 끌리게 하니 / 幽興牽人惱
유람 길 먼 걸 어찌 애석해하리 / 遊蹄豈惜遙
옅은 구름 포구에 걸리어 있고 / 殘雲橫浦口
백로는 산허리를 비껴 나누나 / 飛鷺割山腰
강 잔잔해 배 닻줄은 풀어져 있고 / 江穩開輕纜
조수 올라 끊긴 다리 파묻혔는데 / 潮生沒斷橋
이국 땅서 돌아갈 생각 간절해 / 異鄕歸思促
마음은 대궐 향해 달리어 가네 / 心趁紫宸朝
《명시종》

한강에서 사신을 모시고 잔치하다.[漢江陪宴] 차운하여 짓다. [김안로]
인간 세상 단구 있다 믿지를 않았다가 / 人間不信有丹邱
한강에서 배를 타고 십주로 나아가네 / 漢水仙舟卽十洲
저녁 해 물에 잠겨 붉은 기운 출렁대고 / 夕日蘸波紅漾漾
강 안개 나무 닿아 푸른 기운 서리누나 / 江煙連樹翠浮浮
맑은 내에 시 떠올라 벽에다가 시를 쓰고 / 晴川有句還題壁
긴 피리는 누가 부나 다시 누에 기대네 / 長笛何人更倚樓
내일 아침 천상에서 먼 곳을 바라보면 / 天上明朝遙悵望
먼 변방 땅 이곳 유람 다시금 기억나리 / 遐陬能復記玆遊
《상동》

태평관(太平館). 차운하여 짓다. [윤인경(尹仁鏡)]
붉은 꽃잎 강언덕에 표표히 날리우고 / 紅惜花飄岸
푸른 버들 다리 위를 쓸면서 스치는데 / 靑憐柳拂橋
강바람은 삽상하게 멀리서 불어오고 / 江風吹颯颯
내리는 비 선창을 쓸쓸하게 때리누나 / 篷雨打蕭蕭
주렴 걷힌 누대에선 젓대 소리 들려오고 / 簾捲樓橫笛
산은 비어 골짝에선 나무하는 소리나네 / 山空谷響樵
사신이 이곳 경치 버려두고 떠나간 뒤 / 雙旌賞去
고개 돌려 바라보니 바다 하늘 아득하네 / 回首海天遙
《상동》

한강루에 오르다.[登漢江樓] 차운하여 짓다. [윤인경]
성 밖의 맑은 강 그 강가의 누대에 / 郭外澄江江上臺
올라보니 티끌 기운 벗어난 걸 알겠는데 / 登臨頓覺隔氛埃
먼 산에 구름 걷혀 비는 막 개이었고 / 遙山雲斂雨初霽
먼 포구 잔잔하여 조숫물 또 올라오네 / 極浦波平潮又來
밝은 달 사신들을 마중하는 듯하고 / 明月似迎星槎出
가벼운 돛 저녁 바람 맞으면서 내달리네 / 輕帆須趁晩風開
시절 좋고 경개 좋고 손님마저 훌륭하매 / 佳辰佳景兼佳客
흥취 타고 숲 정자서 술잔을 기울이네 / 乘興林亭倒手盃
《상동》

차운하여 오 부사(吳副使)와 작별하다 [김인손(金麟孫)]
이별할 제 모두 취해 오사모는 삐딱하고 / 臨分盡醉側烏紗
긴 길은 구불구불 해는 이미 기울었네 / 長路高低日已斜
봄비는 정이 많아 가는 길 질게 하고 / 好雨多情知滑道
봄바람은 이별 슬퍼 꽃잎을 흐트리네 / 輕風惜別解飛花
가는 봄 가는 손님 멈추게 하려 하나 / 留春縱欲兼留客
대궐과 집 그립다니 어쩌면 좋으리오 / 戀闕其如又戀家
한번 가면 중국 땅 멀어서 아득하니 / 一去茫茫遼薊遠
은하수 어느 곳서 신선 뗏목 물어보나 / 銀河何處問仙槎
《상동》

태평관(太平館). 차운하여 짓다. [심언광(沈彦光)]
봄새는 꽃가에서 지저귀구요 / 春鳥花邊啼
까마귀는 나무 끝서 밤을 묵는데 / 暮鴉樹頭宿
무슨 일로 멀리 와서 노니는 사람 / 何事遊遠人
이 좋은 밤 촛불 잡고 즐기지 않나 / 不秉良宵燭
《상동》

망원정시(望遠亭詩) [심언광]
흰 물새는 찬 물가에 기대어 있고 / 白雁依寒渚
푸른 나귀 작은 다리 건너가누나 / 靑驢度小橋
《정지거시화》

한강에서 사신을 모시고 잔치하다.[漢江陪宴] 차운하여 짓다. [허흡(許洽)]
푸르른 강 그 근원은 오대산 거기인데 / 綠水靈源自五臺
봄비가 강물 더해 티끌 기운 없어졌네 / 新添好雨絶塵埃
봄풀 자란 긴 강가로 배를 타고 다가가니 / 長洲芳草移船近
먼 물가의 갈매기들 노를 피해 날아오네 / 遠渚輕鷗避棹來
이 경치들 오늘의 흥 돋우기 위한 거니 / 景物盡供今日興
모름지기 회포를 이 속에서 펴소서 / 襟懷須向此中開
외람되이 끼는 거는 내 분수가 아니거니 / 猥參勝引非吾分
바위 앞 향해 가서 옥 술잔을 기우리리 -그 나라에 주암(酒巖)이 있는데, 그 아래에서 술이 흘러나온다. / 擬向巖前倒玉杯
《명시종》

시구[句] [허흡]
어촌 객점 해 기울자 먼 데서 피리 울고 / 漁店日斜遙笛起
바다 어귀 바람 급해 새벽 돛 펼쳐졌네 / 海門風急曉帆開
《정지거시화》

오 부사(吳副使)와 작별하면서. 차운하여 짓다. [김근사(金謹思)]
방공에는 해마다 얇은 비단 축나는데 / 方空歲歲蹙輕紗
책상 맡엔 향연이 한줄기 피어나네 / 半榻香煙一穗斜
만리 먼 길 오고 가는 나비의 꿈이고 / 萬里往來蝴蝶夢
온 봄 내내 피고 지는 진달래꽃이네 / 三春開落杜鵑花
먼 곳에서 피리 불 때 누가 고향 그리는가 / 吹殘遠笛誰懷土
좋은 시절 다 가는데 고향 집을 떠나 있네 / 過盡良辰不在家
해 저문 관산에는 구름이 격했는데 / 日暮關山雲樹隔
은하수 어느 곳에 신선이 탄 뗏목 대나 / 天津何處泊靈査
《명시종》

한강에서 놀다.[游漢江] 차운하여 짓다. [윤은보(尹殷輔)]
강가는 저절로 백 척 누대 이루었고 / 江上天然百尺臺
맑은 물결 맑아서 티끌 없는 거울이네 / 澄波無綠鏡無埃
아득히 먼 포구에는 배들이 오고 가고 / 茫茫極浦舟南北
까마득한 하늘에는 새들이 오고 가네 / 渺渺長空鳥去來
강가 풀은 정이 있어 읊는 밖에 푸르르고 / 汀草有情吟外碧
강언덕 꽃 뜻에 따라 바라보는 속에 폈네 / 岸花隨望中開
모시고서 잔치함은 내 분수에 넘친 거니 / 叨陪高會誠
흥을 타고 일백 잔의 술이나 마시려네 / 乘興還須倒百杯
《상동》

개성(開城) [황기(黃琦)]
흰 망아지 묶어 두기 어려운 탓에 / 白駒難自縶
푸른 눈이 다시금 자리 떠나네 / 靑眼更離筵
강과 바다 서로 간에 잊고 사는 곳 / 江海相忘處
연기와 물결 속에 해가 저무네 / 煙波欲暮天
지는 꽃잎 취한 소매 끝에 날리고 / 落花飄醉袖
꽃다운 풀 읊조리는 채찍에 드네 / 芳草入吟鞭
시 짓는 거야 참말 여사인 거고 / 翰墨眞餘事
공명이야 젊었을 때 바라는 거네 / 功名正妙年
《상동》

개성의 태평관. 차운하여 짓다. [김안국(金安國)]
온혜릉 황폐한데 우물물만 괜히 맑고 / 溫鞵陵廢井空
종제전 황량한데 이름만 남아 있네 / 種穄田荒但記名
옛 자취는 시대 따라 없어지지 아니하니 / 舊跡不隨時代滅
지는 해에 말 멈추고 마음 상해 하누나 / 停驂落日傷情
《상동》

중국 사신 장승헌(張承憲)의 ‘한강에서 놀다.[游漢江]’ 시를 차운하다. [신광한(申光漢)]
하늘 위 은하 근원 오대산에 떨어짐에 / 天上河源落五臺
누 앞의 맑은 모습 티끌 세상 격해 있네 / 樓前澄影隔塵埃
봄 다 지난 양화도엔 멀리서 배 돌아오고 / 楊花春盡帆歸遠
안개 걷힌 저도에는 물새들 날아오네 / 楮島煙消鴈影來
물색은 나그네를 따라 가지 않았는데 / 物色不隨遊子去
향기론 술 그대 위해 지금 막 열었노라 / 芳樽今爲使君開
삼한 땅의 좋은 경치 그 모두가 방장이니 / 三韓勝地皆方丈
다시금 선풍 빌려 술 한 잔 기울이네 / 更借仙風傾一杯
《열조시집》

계사년 삼월에 모동(茅洞)과 서산(瑞山)에게 부치다 2수(二首) [신광한]
지난해 봄 삼월달 초삼일 삼짇날에 / 去年三月初三日
제비 이미 돌아오고 꽃은 벌써 피었었지 / 燕已歸巢花已開
인사와 천시는 변하는 게 많거니와 / 人事天時多異態
이별 정과 봄 생각이 서로서로 재촉하네 / 別情春思重相催
앞마을과 뒷마을 다 별고가 없을 건데 / 前村後谷應無恙
함께 놀자 약속하고 어째서 아니 오나 / 舊約同游不來
모동의 풍류를 이을 수가 있을 거로 / 茅洞風流還可繼
선산이야 떠났지만 서산이 돌아오네 / 善山雖去瑞山回

삼짇날과 중구일은 해마다 오건마는 / 三三九九年年會
옛 약속은 남았는데 일은 홀로 글러졌네 / 舊約猶存事獨
꽃다운 풀 답청하는 날이 바로 오늘인데 / 芳草踏靑今日是
맑은 동이 흰 술을 옛 친구가 저버렸네 / 淸罇浮白故人
바람 앞의 제비 소리 가녀리게 들리고 / 風前燕語聞初嫩
비 내린 뒤 꽃가지 또한 보기 어렵네 / 雨後花枝看亦稀
모동의 장인이야 속되지가 않거니와 / 茅洞丈人多不俗
봄옷을 전당잡힐 뜻이 능히 없겠는가 / 可能無意典春衣
《상동》

직산(稷山)의 수령 민군(閔君)에게 부치다 [신광한]
찾아가서 고을 서쪽 언덕에서 마주하니 / 招尋相對縣西陵
하얀 해 영롱한데 얼음을 들이누나 / 白日玲瓏看納氷
술에 취해 돌아오니 모두가 꿈 같은데 / 被酒夜歸渾似夢
촌 마을에 때때로 베 짜는 불 켜지네 / 小村時點績麻燈
《상동》

삼각산(三角山)을 바라보다가 느낌이 있어서 짓다 [신광한]
외로운 배 올라타고 광릉 나루 떠나니 / 孤舟一出廣陵津
열다섯 해 동안이나 죽지 못한 몸이라오 / 十五年來未死身
나는야 정이 있어 청산 얼굴 알 듯하나 / 我自有情如識面
청산이야 그 어찌 예전 사람 기억하리 / 靑山寧憶舊遊人
《상동》

서사(書事) [신광한]
돌아갈 마음 들어 꿈은 절로 아득한데 / 歸思無端夢自迷
선생께선 지금 마을 서쪽에서 늙어 가네 / 先生今老小村西
집 둘러 핀 살구꽃 활짝 펴서 눈 같은데 / 杏花繞屋繁如雪
부슬부슬 봄비 속에 산새가 우짖누나 / 春雨霏霏山鳥啼
《상동》

저물녘의 풍경[暮景] [신광한]
숲나무는 빽빽하여 짙게 푸르고 / 樹密深濃翠
외론 연기 담박하여 구름 되누나 / 孤煙淡作雲
앞마을선 개 짖는 소리 들리고 / 前村聞犬吠
어둔 길은 풀밭을 갈라놓았네 / 暗路草中分
《상동 및 명시종》

한강에서 놀다.[游漢江] 차운하여 짓다. [임백령(林百齡)]
왕실은 천년토록 울타리가 되었거니 / 王室千年作翰藩
기쁘게도 사신 와서 칭송하는 소리 듣네 / 欣聞使節頌聲喧
누 오르자 모시고서 즐기도록 허락하고 / 登樓未捲陪歡賞
배를 타자 마음대로 떠들도록 버려두네 / 汎水還容接笑言
그물 걷는 어부는 욕심 많기 수달이고 / 擧網漁人貪似獺
배를 모는 어린놈은 재빠르기 원숭인데 / 操舟穉子捷於猿
머물러서 창주의 정취 느껴 보다가는 / 夷猶領得滄洲趣
되레 춘풍 맞으면서 고향쪽을 바라보네 / 還向春風望故園
《명시종》

한강(漢江). 차운하여 짓다. [이윤경(李潤慶)]
한강의 형승이야 동쪽 나라 으뜸인데 / 漢江形勝表東藩
사신이 누 오르자 풍악 소리 시끄럽네 / 使節登臨鼓吹喧
경치 대해 번번이 시 지어서 흥 부치고 / 對景每憑詩遣興
맘 통함엔 도리어 통역관 말 빌리누나 / 通情猶借傳言
기심 생각 잊으면 물가 노는 새인 거고 / 忘機自幸參沙鳥
세상 부침 따르면 울에 갇힌 원숭이네 / 隨世何殊束檻猿
고개 돌려 저 멀리 풍광을 바라보니 / 回首風光堪遠矚
봄비 와서 신록이 온 들판에 펼쳐졌네 / 雨催新綠遍郊園
《상동》

임진강(臨津江)에 배를 띄우다 [이찬(李澯)]
임진 나루 좋은 일이 전해 오거니 / 臨津傳勝事
멈춘 부절 신선 배와 비슷하구나 / 駐節似仙舟
연기는 모래밭 가 나무 가렸고 / 煙羃沙邊樹
바람은 물 위 나는 갈매기 도네 / 風廻水面鷗
담소하는 그 가운데 정 깊어지고 / 笑談情不淺
시와 술에 흥 거두기 어려웁나니 / 詩酒興難收
이역 땅서 어쩌다가 만났지마는 / 絶域萍蓬會
오늘의 이 유람을 잊지 마소서 / 無忘此日遊
《상동》

정몽주(鄭夢周)가 사절(死節)한 데 대한 시 2수(二首) [남곤(南袞)]
고려 말기 쇠하여서 태운이 성하자 / 麗季衰微泰運升
뭇 현인들 거기 붙어 모두 날아올랐네 / 群賢攀附總飛騰
오천자 그분께선 조용히 죽음 임해 / 從容就死烏川子
우리 조선 절의가 흥성해지게 했네 / 啓我朝鮮節義興

충성 의리 본디부터 민멸할 수 없는 건데 / 忠義由來不可湮
평상시에 이를 힘써 갈고 닦는 사람 없네 / 平時砥礪且無人
질풍 속에 꼿꼿한 풀 보기 더욱 어렵나니 / 疾風勁草尤難見
고려조의 충신 한 분 알아야만 하는 거네 / 須識高麗一介臣
《열조시집》

산속에 살다 [서경덕(徐敬德)]
화담 연못 가에 있는 초가집 한 채 / 花潭一草廬
깨끗해서 마치 신선 사는 데 같아 / 蕭洒類仙居
산빛은 마루 바짝 펼쳐져 있고 / 山色開軒近
냇물 소리 침상맡에 들려 온다네 / 泉聲到枕虛
동 그윽해 바람은 조용히 불고 / 洞幽風澹蕩
땅 궁벽져 나무들은 우거졌는데 / 境僻樹扶疎
그 가운데 소요하는 사람 있어서 / 中有逍遙子
첫새벽에 글을 읽는 소리 들리네 / 晨朝聞讀書
《명시종》

영통사(靈通寺)에서. 벽에 제한 시를 차운하다. [서경덕]
송계의 외길은 푸른 숲 속 뻗어 있고 / 松溪一路入靑林
구름 아래 절간은 한낮에도 어둑하네 / 陰下禪居晝亦陰
돌 부딪친 시냇물은 삼면을 감돌고 / 觸石泉流三面轉
하늘 기댄 산빛은 만 겹이나 깊숙하네 / 倚天山色萬重深
맑은 기쁨 아침부터 밤중까지 하고 싶고 / 淸歡眞欲朝連夜
좋은 시는 뒷날에 다시 잇기 어려우리 / 勝引應難後繼今
몇 판의 바둑 두며 담소하는 그 가운데 / 數局枯碁談笑裏
구름과 해 이미 서쪽 넘어간 줄 몰랐어라 / 不知雲日已西沈
《상동》

구 대행(歐大行)이 중국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다 [신응시(辛應時)]
압록강 강가에서 떠나는 배 보내나니 / 鴨綠江頭送棹聲
동풍 속에 눈물 나는 이 정을 어찌하나 / 東風吹淚若爲情
인간 세상 이별 정에 오늘은 맘 상하거니 / 人間離別傷今日
천상의 그 모습은 이생에선 아득하리 / 天上音容隔此生
기럭 떠난 형포에서 먼 꿈은 놀라 깨고 / 衡浦鴈驚遠夢
봄 다 지난 동정에서 돌아갈 길 아득하네 / 洞庭春盡渺歸程
내 알겠네 먼 곳에서 서로 간에 그릴 적에 / 遙知萬里相思處
남두성은 기울고 조각달 밝을 것을 / 南斗橫斜片月明
《상동》

태평관. 구공(歐公)의 시를 차운하다. [박순(朴淳)]
만리 먼 곳 와서 노니 혼은 응당 끊어지고 / 來遊萬里魂應斷
홀로 푸른 하늘 보니 생각은 멀어지네 / 獨寄靑冥思更賖
하늘 넓어 초향으로 나그네 꿈 날아가고 / 天闊楚鄕飛客夢
길 다하여 봉해에다 신선 배를 머물렀네 / 路窮蓬海駐仙査
산에 닿은 성첩에는 구름 짙어 어둑하고 / 山連睥睨雲長瞑
봄 한창인 연못에는 꽃들이 피려 하네 / 春半池塘草欲花
발 밖의 석양빛 점점 사라져 가는데 / 簾外夕陽看漸沒
수심을 삭이려고 술 마시어 취하누나 / 消愁惟有醉流霞
《상동》

편수관(編修官) 황공(黃公)연도(沿道)에서 지은 시를 보여 주기에 시를 지어 바치다 [이이(李珥)]
한창 때의 사행 길을 내 일찍이 기억커니 / 丁年行役記吾曾
요동 계주 길고 긴 길 나그네가 되었었지 / 遼薊修客念憑
지나는 길가 있는 외론 객점 달 밝았고 / 歷歷道邊孤店月
흐릿한 하늘가서 이른 아침 등불 켰지 / 依依天上早朝燈
좁은 구석 처했으니 무슨 수로 벗어나나 / 身回蝸殼何由轉
아미 반열 다시는 들어갈 수가 없네 / 班入蛾眉不再能
옥서의 새 시에는 물색이 나눠짐에 / 玉署新詩分物色
먼 누대를 한 층 한 층 손으로 가리키네 / 遙臺指點一層層
《상동》

황공이 중국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다 [이이]
긴 시내의 눈과 얼음 찬 모래 덮고 있는 / 長川氷雪覆寒沙
이런 날 수심 속에 변방 피리 소리 듣네 / 此日愁聞入塞笳
구름과 진흙 양쪽 이 자리서 나눠지니 / 兩地雲泥分席上
한 강의 남쪽 북쪽 거긴 바로 하늘가네 / 一江南北卽天涯
밤새도록 꾸었던 신선 꿈은 부질없어 / 徒勞永夜游仙夢
은하수의 관월사는 점점 더 멀어지네 / 漸遠明河貫月槎
보배로운 시편 지어 보내 주신 분에게 / 珍重詩篇兼贈處
부끄럽게 연석으로 좋은 시에 보답하네 / 媿將燕石報瓊華
《상동》

정사(正使) 황공(黃公)이 중국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다 [김첨(金瞻)]
달 지는 변방 성에 뿔피리 울리는데 / 月落關城鼓角鳴
사신 수레 새벽에 북경 향해 달려가네 / 星軺夙駕向神京
긴 강물은 예로부터 남과 북 나눴으니 / 長江自昔分南北
양쪽 땅에 지금까지 삶과 죽음 격했다네 / 兩地從今隔死生
변방 땅의 구름 얼어 가는 길 흐릿하고 / 接塞凍雲迷別路
겹겹 산에 쌓인 눈 가는 깃발 비추네 / 亂山晴雪照行旌
어떻게 견디려나 용만 객관 홀로 자며 / 那堪獨夜龍灣館
시름 속에 등불 대해 잠 못 드는 그런 밤을 / 愁對寒燈夢不成
《상동》

정사 황공과 이별하다 [고경명(高敬命)]
좋은 소식 서쪽으로 부쳐보낼 길 없는데 / 好音無路托西歸
마음은 신선 탄 배 뒤쫓아서 날아가네 / 心仙槎自奮飛
압록강 찬 물은 이별 눈물 보태지고 / 鴨水寒波添別淚
골악에 내리는 눈 옷 위에 점을 찍네 / 鶻岑晴雪點征衣
부질없이 부채를 소매 속에 간직하니 / 謾將便面藏懷袖
무슨 수로 모시면서 말고삐를 잡으리오 / 何計承顔御靮鞿
바닷가 못 벗어난 채 몸은 벌써 늙었으니 / 匏繫海濱身已老
한 백년의 외로운 몸 그 누구를 의지하나 / 百年形影欲誰依
《상동》

회포를 적다 [김굉필(金宏弼)]
한가로이 홀로 살며 오고 감을 끊은 채 / 處獨居閑絶往還
명월 불러 내 청빈함 비치게 할 뿐이네 / 只呼明月照淸寒
부탁노니 그대는 생애의 일 말을 말라 / 憑君莫話生涯事
만 이랑 흰 물결에 몇 겹의 산이로다 / 萬頃煙波數疊山
《지북우담》

연잎에 내리는 비 [최해(崔瀣)]
팔백 섬의 후추를 쌓아 둔 것을 / 胡椒八百斛
천고토록 어리석다 비웃는데도 / 千古笑其愚
어찌하여 녹옥으로 됫박 만들어 / 如何綠玉斗
종일토록 명주알을 헤아리는가 / 竟日量明珠
《간재잡설》

호당(湖堂)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다 [강극성(姜克誠)]
강에 해는 늦도록 뜨지를 않고 / 江日晩末生
아득하니 십리에 안개 깔렸네 / 蒼茫十里霧
노를 젓는 소리만이 들리어 올 뿐 / 但聞柔櫓聲
가는 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 / 不見舟行處
《상동 및 명시종》 ○ 《명시별재(明詩別裁)》에 이르기를, “심덕잠(沈德潛)이 말하기를, ‘당나라 무명씨(無名氏)의 「안개 짙어 사람은 아니 보이고, 은은하게 노젓는 소리 들리네.[煙昏不見人 隱隱數聲櫓]」라는 시구가 있는데, 새벽 풍경을 표현한 것이 모두 그림으로는 능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였다.” 하였다.

옛 절에서 꽃을 보다 《열조시집(列朝詩集)》에 이르기를, “《조선시선(朝鮮詩選)》에는 정(婷)의 성씨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이는 조선의 여자이다.” 하였고, 《정지거시화(靜志居詩話)》에는 이르기를, “정의 시 한 수가 오자어(吳子魚)의 《조선시선》에 나오는데, 이에 대해 전수지(錢受之)가 말하기를, ‘이는 응당 조선의 여자이다.’ 하였다. 그러나 《조선채풍집(朝鮮采風集)》에도 정의 시를 수집해 기록하면서 정이란 이름 위에 월산대군(月山大君)이라고 썼는데, 이는 동국(東國)의 존칭이니, 아마도 민간의 여자는 아닌 듯하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월산대군은 덕종대왕(德宗大王)의 왕자(王子)이다. 그런데도 목재(牧齋)와 죽타(竹坨)가 모두 조선의 여자로 의심한 것은 그의 이름이 여자 이름 같아서이다. [월산대군(月山大君) 이정(李婷)]
봄 깊은 옛 절에 제비들은 훨훨 날고 / 春深古寺燕飛飛
깊숙한 집 겹대문에 찾아오는 사람 적네 / 深院重門客到稀
내가 꽃을 보러 갈 땐 꽃이 한창 지는 때라 / 我正尋花花正落
꽃을 보러 갔다 되레 꽃 애석해 돌아오네 / 尋花還爲惜花歸
-《명시종》에는 ‘還’이 ‘飜’으로 되어 있다.
《열조시집 및 명시종》

소설당(小雪堂) [오시봉(吳時鳳)]
땅은 바로 경치 좋은 황강 땅이고 / 地卽黃崗勝
관직은 옥국처럼 한가한 데네 / 官如玉局閑
어언간에 소설날이 돌아왔기에 / 居然小雪日
소설 자로 편액을 내어 걸었네 / 喚作此堂顔
《지북우담》

정씨(鄭氏)의 연못 정자에서 놀다 [김정(金淨)]
주인께서 하늘 비밀 드러내어서 / 主人發天祕
창랑수 가에다가 마을 이뤘네 / 籬落成滄浪
외론 정자 물오리나 갈매기 같아 / 孤亭如鳧鷖
나를 싣고 물 가운데 떠서 있구나 / 載我浮中央
맑은 바람 모자 위에 불어서 오고 / 淸飆扇巾幘
푸르른 산 술잔에 비치이는데 / 山翠滴壺觴
물고기들 처마 그늘 아래 모이고 / 游魚聚簷影
버들개지 해당화 가지 걸리네 / 飛絮骨海棠
애오라지 느긋하게 노는 나그네 / 聊將倦遊客
한번 웃어 가는 세월 떠나보낼 제 / 一笑酬年光
우거진 만 줄기의 대나무들이 / 森森萬竿竹
으스스 상양을 몰고 오누나 / 颯畓驅商羊
물 위에는 어지러이 물거품 뜨고 / 鏡面亂浮沫
마름과 연 서로서로 기대어 있네 / 藻荇相扶將
조용하게 잔 물결은 찰랑거리고 / 須臾動漣漪
초목들은 석양 받아 빛을 내누나 / 草木耿斜陽
《열조시집》

용담(龍潭)에서 기도하다 [김정]
원숭이는 울고 새는 지저귀는데 / 猿號鳥復噪
사방 산에 어느새 날 저물었네 / 四山忽已暮
물가로 돌아와서 풀들을 보니 / 回汀搴杜若
잎새마다 차가운 이슬 맺혔네 / 葉葉霑涼露
그럭저럭 호숫가서 눈 붙이자니 / 聊就菰蒲眠
가을 소리 높은 나무 거기에 있네 / 秋聲在高樹
《상동》

시골집 [김정]
물이 많은 고을 이름 풍덕군인데 / 水鄕豐德郡
쓸쓸한 절 멀리 연기 속에 떠 있네 / 蕭寺遠浮煙
땅 평평해 마을 등불 가깝게 있고 / 地□村燈近
하늘은 물기운과 잇닿아 있네 / 天垂水氣連
《상동》

규중의 가을날[秋閨] [김정]
천산에는 낙엽지고 강물은 아득한데 / 木落千山江杳杳
기럭 나는 가을 하늘 구름은 아스랗네 / 秋空一鴈秦雲渺
빈 뜨락엔 달 밝아서 귀뚜리 소리 길고 / 空堦月皎蛩音長
풀은 이슬 젖어서 반딧불 빛이 적네 / 蔓草露滴螢光小
한밤중이 지나서 등불은 가물대고 / 耿耿殘燈夜半過
붉은 누각 서쪽으로 은하수 기우는데 / 紅樓西畔落星河
변방 보낼 옷 다 짓고 추워 잠 못 이룰 제 / 邊衣剪罷寒不寐
쌀쌀한 서풍 불어 시든 연잎 우누나 / 颯颯西風鳴敗荷
《상동》

나그네의 회포[旅懷] 《간재잡설(艮齋雜說)》에는 ‘강남(江南)’으로 되어 있고, 《지북우담(池北偶談)》에는 ‘강남춘사(江南春思)’로 되어 있다. [김정]
강남의 남은 꿈에 한낮에도 시름하니 / 江南殘夢晝懨懨
수심은 세월 따라 날로 날로 더해지네 / 愁逐年華日日添
제비들은 아니 오고 봄은 또 저무는데 / 鶯燕不來春又去
-《지북우담》에는 ‘雙燕來時春欲暮’로 되어 있다.
가랑비에 살구꽃은 아래로 축 처졌네 / 杏花微雨下重簾
《상동 및 명시종, 간재잡설, 지북우담》

여강(驪江) [최수성(崔壽城)]
해 저무는 푸르른 강물 위에는 / 日暮滄江上
날씨 차서 물결이 절로 이누나 / 天寒水自波
외로운 배 일찌감치 대어야 하리 / 孤舟宜早泊
밤이 오면 풍랑 응당 높아지리라 / 風浪夜應多
《명시종》

그림에 제하다 [최수성]
늙어 빠진 원숭이가 무리를 잃고 / 老猿失其群
저물녘에 마른 나무 등걸 올라가 / 落日古槎上
우두커니 앉아서는 꼼짝 안 하니 / 兀坐首不回
일천 산의 메아리를 듣는 것이라 / 想聽千山響
《지북우담》

이별하면서 남기다 [정지승(鄭之升)]
풀 가늘고 꽃 한가한 물가의 정자인데 / 細草閑花水上亭
-《명시별재》에는 ‘悵望溪亭夕照明’으로 되어 있다.
푸른 버들 그림 같아 봄 성을 가리웠네 / 綠楊如畫掩春城
나를 위해 양관곡을 부르는 이 하나 없고 / 無人爲唱陽關曲
오로지 푸른 산만 떠나는 걸 전송하네 / 惟有靑山送我行
《명시종 및 지북우담, 간재잡설》 ○ 《명시별재》에 이르기를, “심덕잠(沈德潛)이 말하기를, ‘정취가 어리어서 당나라 시인들의 작품과는 다른 맛이 있어 구별된다.’ 하였다.” 하였다.

젓대 소리를 듣다 [정작(鄭碏)]
멀리 있는 모래밭 가 사람을 보고 / 遠遠沙上人
-《명시종》에는 ‘遠遠’이 ‘迢迢’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백로인 줄만 알았네 / 初疑雙白鷺
바람을 맞으면서 젓대 불 적에 / 臨風忽橫笛
쓸쓸하니 맑은 강에 날이 저무네 / 廖亮江天暮
《지북우담 및 명시종》

벗이 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다 [임억령(林億齡)]
적막한 시골에 소미가 숨었는데 / 寂寞荒村隱少微
쓸쓸한 돌길이 사립문에 닿아 있네 / 蕭條石逕接柴扉
몸은 유수 같아서 세상에 나갔건만 / 身同流水世間出
꿈속에선 백구 되어 강가를 나네 / 夢作白鷗江上飛
산은 창문 에워싸고 구름은 스며들며 / 山擁客牕雲入座
비는 책상 들이치고 나뭇잎은 휘장 치네 / 雨侵書榻葉投幃
표연히 또 관직에서 물러날 계획하나 / 飄然又作簪計
진토가 무슨 수로 흰옷으로 변할까 / 塵土何由化素衣
《지북우담》 ○ 또 《명시종》에도 들어 있는데, 거기에는 일부를 잘라 내고 절구(絶句)로 만들었다.

만력(萬曆) 병오년 5월에 태사(太史) 주난우(朱蘭嵎)가 중국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다 [유근(柳根)]
사신 행차 동쪽 와서 조서를 반포할 제 / 玉節東來鳳詔頒
저문 봄날 강가에서 잠시 얼굴 뵈었네 / 暮春江乍承顔
높은 흉금 형해 밖에 홀로 빼어나고 / 高懷獨出形骸外
고상한 감상 길이 수석 사이 남으리라 / 雅賞長存水石間
눈길 끊겨 혼 꿈이 먼 걸 감당 못하고 / 目斷未堪魂夢遠
형체 남아 희끗한 귀밑머리만 보이네 / 形留只得鬚毛班
이별한 뒤 그리는 맘 밝은 달과 같을 거나 / 相思別後如明月
만리 멀어 맑은 풍채 잡을 길이 없을 거리 / 萬里淸光不可攀
《명시종》

교외 역원(驛院)의 이별하는 자리에서 [이호민(李好閔)]
서쪽 교외 연못에 푸른 연 가득하매 / 西郊菡萏綠盈池
이별하는 정표로 그 연꽃 꺾어 주네 / 折得芳華贈別離
금대로 떠나가도 정만은 안 끊어져 / 此去金臺情不斷
이내 마음 진정코 연뿌리 속 실 같으리 / 寸心眞似藕中絲
《상동》

규중(閨中)의 원망 [임제(林悌)]
열다섯 살 시냇가의 저 아가씨는 / 十五越溪女
남부끄러 말 못하고 헤어지고선 / 羞人無語別
돌아와서 겹대문을 닫아건 뒤에 / 歸來掩重門
배꽃 비친 달 보면서 눈물 흘리네 / 泣向梨花月
《간재잡설》 ○ 《명시별재》에 이르기를, “심덕잠이 말하기를, ‘마치 최국보(崔國輔)의 소시(小詩)를 읽는 것 같다.’ 하였다.” 하였다.

중화(中和)로 가는 도중에 [임제]
파리한 말 나른한 객 등에 태우고 / 羸驂駄倦客
해 저무는 황주 땅을 떠나는구나 / 日暮發黃州
애석할사 답청절 이 좋은 날에 / 可惜踏靑節
부벽루에 올라 보지 못하는구나 / 未登浮碧樓
미인들은 금루곡을 노래 부르고 / 佳人金縷曲
강 위에는 목란주가 떠 있을 건데 / 江水木蘭舟
적적한 여기 이곳 생양관에는 / 寂寂生陽館
밤 되자 등 외로워 가을과 같네 / 孤燈夜似秋
《명시종 및 지북우담》

무너진 홍경사(弘景寺)에서 [백광훈(白光勳)]
가을풀 황량한 고려 때의 절 / 秋草前朝寺
깨진 비엔 학사의 글 남아 있구나 / 殘碑學士文
천년토록 물은 절로 흘러가는데 / 千年自流水
해질녘에 외로이 뜬 구름을 보네 / 落日見孤雲

《지북우담》

봉은사(奉恩寺) [백광훈]
우연히도 말미 받아 절간에 찾아드니 / 偶因休浣到沙門
술 마시고 시 지을 옛 절이 남아 있네 / 把酒題詩古寺存
붉은 연꽃 한 연못에 바람은 절 안 가득하고 / 紅藕一池風滿院
많은 나무 매미 울고 비는 마을 잇닿았네 / 亂蟬千樹雨連村
흰머리로 벼슬에 매인 것이 부끄럽고 / 深慚皓首從羈宦
푸른 산이 옛 고향과 비슷한 게 기쁘구나 / 猶喜靑山似故園
듣건대 금호의 안개 경치 기이타니 / 聞說錦湖煙景異
어느 때나 돌아가서 참 근원을 물어보나 / 何時歸棹問眞源
《상동》

현진(縣津)에 저녁 나절 배를 대다 《명시종(明詩綜)》에는 백광훈(白光勳)의 시로 되어 있다. [백광면(白光勉)]
객선을 촌마을에 대던 그날은 / 旅泊依村
늘그막에 다시 유람하는 때였네 / 重遊屬暮年
강 건너 절에서는 종소리 울고 / 鍾聲隔岸寺
물 건너는 배 안에선 사람 떠드네 / 人語渡湖船
달 오르자 갈대밭은 아득히 멀고 / 月上蒹葭遠
연기 끼어 섬들은 이어져 있네 / 煙橫島嶼連
밤 깊자 바람 다시 급해지거니 / 夜深風更急
기러기 떼 내려오고 잠은 안 오네 / 落鴈不成
《지북우담 및 명시종》

유배 가는 도중에 [조희일(趙希逸)]
가고픈 맘은 항상 관동으로 향하는데 / 歸心日夜關以東
돌아갈 계획 이젠 헛것 되고 말았네 / 歸計卽今還墮空
한 해 봄은 만리 밖서 동하기 시작했고 / 一年春動萬里外
외로운 산 숲 속에는 둥근달 떠오르네 / 孤山月出千林中
수심 속에 이내 몸 멀다는 것 깨닫겠고 / 愁來但覺此身遠
취한 뒤에 나의 길 궁하단 걸 모르겠네 / 醉後不知吾道窮
-삼가 살펴보건대, 《사조시선(四朝詩選)》에는 ‘吾’가 ‘我’로 되어 있다.
경주와 뇌주는 그 어떠한 곳이며 / 瓊州雷州何許地
옛사람과 지금 사람 같은가 다른가 / 古人今人同不同
《명시종》 ○ 《정지거시화(靜志居詩話)》에 이르기를, “장한첨(張漢瞻)이 말하기를, ‘뜻과 정취가 시원시원하다.’ 하였다.” 하였다.

‘연서도우(延曙都郵)’ 시를 차운하다 [조희일]
봄추위 싸늘해서 술 조금 깨이는데 / 春寒料峭酒
해 이은 벼슬살이 마음이 한스럽네 / 羈宦連年恨不平
등 어두운 창 밖에 말은 여물 먹고 있고 / 燈暗小牕聞馬齕
꿈 깨인 외론 베개 새벽닭 울음 잦네 / 夢回孤枕數鷄
나의 벗과 더불어서 사귀는 도 논할 뿐 / 祗憑吾友論交道
누굴 향해 세속 정을 말하려고 하는가 / 欲向何人說世情
나라에 몸 바치기로 이미 마음 먹었으니 / 已判此身同許國
그대와 종시토록 이내 마음 밝으리라 / 與君終始寸心明
《지북우담》

용만(龍灣)에서 우연히 짓다 [조희일]
압록강 서쪽은 바로 중국 땅이거니 / 鴨水西邊是漢關
하늘과 땅이 잠가 물굽이로 갈라놨네 / 天扃地鐍限重灣
연기 끼고 모래 쌓인 인주성의 보루이고 / 荒煙野磧麟州戍
지는 해에 외론 구름 마이산 그곳이네 / 落日孤雲馬耳山
바람 자는 빈 강에는 잔잔하게 물결 일고 / 風定空江波瀲瀲
눈 녹는 봄 성곽엔 물방울 방울지네 / 雪消春郭溜潺潺
고향 집이 그리우나 소식 들을 길 없어서 / 思家未得平安字
돌아갈 생각 오직 꿈에서나 오고가네 / 歸思惟應夢往還
《상동》

강호주인(江湖主人)에게 주다 [조욱(趙昱)]
십년 동안 고향 집 삽작 닫아걸었으니 / 十年長掩故山扉
진토의 동화문을 몇 번이나 갔었겠나 / 塵土東華幾染衣
생각건대 감호에 봄 달이 뜨는 밤엔 / 想得鑑湖春月夜
자규 응당 처절하게 불여귀라 울리라 / 子規應喚不如歸
《명시종 및 지북우담》

죽서루(竹西樓) [성운(成運)]
강물은 봄 누각을 스쳐 흐르고 / 江觸春樓走
하늘은 눈 덮인 고개 감쌌네 / 天和雪嶺圍
구름은 붓을 따라 물들어 가고 / 雲從詩筆染
새들은 술자리를 스치고 나네 / 鳥拂酒筵飛
바다에 뜬 지금이 옳은 것이고 / 浮海知今是
명리 쫓던 지난날이 잘못인 거네 / 趨名悟昨非
저녁 되자 솔바람 살살 일더니 / 松風當夕起
소슬하게 하의에 불어 오누나 / 蕭颯動荷衣
《지북우담》

대궐에서 숙직하면서 회포를 읊다 [기매(奇邁)]
남산에는 솔과 잣 울창도 하고 / 南山松柏幽
북산에는 연기 안개 짙게 끼었네 / 北山煙霧深
나그네는 다 저물어 어디로 가나 / 遊子暮何之
뜰 나무엔 가을 구름 피어오르네 / 庭樹生秋陰
구름은 먼 봉우리 향해서 가고 / 歸雲向遙岑
저녁 새는 앞 숲에 깃들일 적에 / 宿鳥棲前林
깊은 회포 아득하여 끝이 없는데 / 幽懷杳不極
맑은 바람 내 옷깃에 불어오누나 / 淸風吹我襟
《명시종 및 지북우담》 ○ 손개사(孫愷似)가 이르기를, “위유(韋柳) 의 시체(詩體)를 본떴다.” 하였다.

종군행(從軍行) [안수(安璲)]
변방 구름 막막하고 관문에 눈 쌓였는데 / 關雲漠漠關雪堆
북녘 바람 사나워서 산 위 나무 꺾여지네 / 北風慘慘山木
긴 강물 얼어붙어 말은 자주 넘어지고 / 長河氷合馬蹄滑
변경에 해 넘어가자 되놈 피리 슬피 우네 / 沙塞日落胡笳悲
한스런 건 나이 어려 군적에 오른 거고 / 自恨少小係軍籍
수심 속에 창을 베고 누워도 잠 아니 오니 / 愁枕金戈眠不得
추운 것과 배고픈 걸 어찌 감히 다 말하리 / 苦寒苦饑不敢言
그 누가 장군 군율 겁내지 않으리오 / 誰人不畏將軍律
중천(中天)에는 수심 섞인 소리가 분분한데 / 中霄愁嘆何紛紜
백성 고혈 실어다가 장군에게 바치누나 / 猶將膏血輸將軍
장군은 흑초피로 만든 옷 즐겨 입어 / 將軍好服黑貂服
열 벌의 초피 값이 금으로 열 근이고 / 十貂皮當十斤
장군은 유난히도 태뢰의 맛 좋아해서 / 將軍獨嗜太牢味
군중에서 하루에 아홉 마리 소가 죽네 / 一日軍中九牛斃
산에는 담비 없고 들판에는 소 없는데 / 山無餘貂野無牛
가렴주구 끝없어서 매질로 닥달하네 / 誅斂無窮箠楚至
솥 안에 있는 쌀과 베틀에 걸린 베를 / 鼎中粒機中布
날마다 장군의 창고로 실어가네 / 日日輸入將軍庫
장군 날로 부자 되고 군사들은 마르는데 / 將軍日富士日瘠
하소연을 하고프나 화를 낼까 겁이 나네 / 欲往訴之逢彼怒
임금께선 군사들이 추울까 걱정하여 / 君王每憂軍士寒
털옷에다 베옷을 세모에 보내지만 / 毛衣布衲輸歲闌
장군이 골고루 나눠 주지 않는 탓에 / 將軍分給苦不遍
살갗은 터지고 손가락은 곱아드네 / 肌膚凍裂手拘攣
충해에다 가뭄이 해마다 들건마는 / 蝗蠱歲旱無歲無
진휼한단 말은 없고 조세만 독촉하네 / 不聞賑恤聞催租
아비와 아들 각각 처자식들 버려두고 / 阿翁棄姑兒棄婦
되놈들의 땅으로 도망쳐서 들어가네 / 過半相携逃入胡
되놈 땅서 겪는 고생 이루 말로 못하건만 / 胡中艱辛不可說
장군에게 고혈을 빨리는 것보단 낫네 / 猶勝將軍浚膏血
장군이여 장군이여 어째서 가지 않나 / 將軍將軍胡不去
떠나가서 공경 돼도 온 군사들 기뻐하리 / 去作公卿一軍悅
대궐은 아득하여 아홉 대문 엄중하고 / 天門杳杳嚴九關
어사들 자주 오나 입을 굳게 다무네 / 御史紛紛深閉舌
염파와 이목이 다시 나지 않음에 / 廉頗李牧不復生
슬픈 노래 격렬하여 내장이 다 타누나 / 激烈悲歌腸內熱
《열조시집》

이소부사(李少婦詞) 《열조시집》에 이르기를, “철원 이씨(鐵原李氏) 숙경(淑卿)이 양 문학(梁文學)에게 시집갔는데, 얼마 안 되어 양 문학이 한성에서 치르는 과거 시험에 응시하였다가 급제하고, 이어 홍문관(弘文館)에 발탁되어 돌아오지 않자, 숙경이 그를 그리워하다가 가슴이 막혀 죽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슬퍼하면서 애도하여 노래를 지어 그의 한결같은 정절을 기렸다고 한다.” 하였다. ○ 살펴보건대, 《열조시집》을 보면 ‘선계곡제월아첩(仙桂曲題月娥帖)’ 시에 최고죽(崔孤竹)이라고 칭하고서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다. 고죽은 최경창의 호이므로 아래에다 붙였다. [최경창(崔慶昌)]
상공의 후손인 철원 이씨 숙경은 / 相公之孫鐵城李
규중에서 자라나 자질이 뛰어났네 / 養得幽閨天質美
십칠 년간 규방에서 벗어나지 않다가 / 幽閨不出十七年
어느 날 양씨 집의 아들에게 시집갔네 / 一朝嫁與梁家子
양씨 집의 아들은 난새 봉새 새끼라서 / 梁家之子鸞鳳雛
자질 몹시 뛰어난 훌륭한 인재였네 / 珊瑚玉樹交枝株
연못의 원앙새는 본디 서로 짝 이루고 / 池上鴛鴦本成匹
화단의 나비들은 외로운 적 없는데 / 園中蛺蝶何曾孤
대장부의 장한 뜻에 멀리 가서 벼슬하니 / 丈夫壯志仕遠方
산과 시내 가로막혀 가는 길 멀었네 / 山川阻絶道路長
아녀자는 정 머금고 차마 이별 못하다가 / 兒女含情不忍別
이별한 뒤 못 견디고 애간장이 끊어지네 / 一別那堪腸斷絶
오동나무 잎새 지고 국화꽃 향 풍길 때 / 高梧葉落黃花香
중양절이 오늘인 줄 알고 홀연 놀랐네 / 忽驚今日重陽節
좋은 날은 그대론데 내 님은 곁에 없어 / 佳辰依舊復誰在
뜰 가득한 수유를 따지도 못하였네 / 滿苑茱萸不堪採
높다란 누에 올라 먼 하늘을 바라보니 / 更上高樓望遠天
하늘 끝 눈 닿는 곳 구름 안개 끼어 있네 / 天涯極目空雲煙
곁에 사람 향하여서 속마음 말 안 하고 / 不向旁人道心事
고개 돌려 눈물만 줄줄이 흘리었네 / 回頭滴淚空潸潸
소 떼들 다 돌아가고 산엔 날이 저무는데 / 牛羊歸盡山欲夕
문밖에는 끝끝내 찾아오는 사람 없네 / 門外終無北來客
이내 몸 황천으로 돌아가길 원하노니 / 此身願得歸泉土
죽은 뒤에 그 어찌 이별 고통 있으리오 / 死後那知離別苦
봄꽃 쉬이 떨어지고 난초 일찍 부러지니 / 春花易落蘭早摧
봉대의 휘장에는 거미줄이 드리웠네 / 鳳臺翠帷垂蛛絲
꽃다운 혼 무창의 돌 되지 않았고 / 芳魂不作武昌石
상강의 반죽에다 부쳐서 메말랐네 / 定寄湘江斑竹枯
반죽의 가지 끝에 두견새 피 토하니 / 斑竹枝頭杜鵑血
토한 피와 흘린 눈물 흔적이 안 없어졌네 / 血點淚痕俱不滅
푸른 산의 푸른 풀은 밤이라서 망망한데 / 靑山碧草夜茫茫
천고토록 꽃다운 혼 무덤 위로 달이 뜨네 / 千古芳魂墳上月
《상동》

무릉계(武陵溪) [최경창]
험한 돌 얽힌 새로 한 가닥 길 통해 있고 / 危石纔一徑通
흰구름은 천고토록 신선 자취 감추었네 / 白雲千古祕仙踨
다리 남쪽 다리 북쪽 물어볼 사람 없고 / 橋南橋北無人問
낙엽지고 물이 차긴 만 골짝 다 똑같네 / 落木寒流萬壑同
《지북우담》

채련곡(采蓮曲) [최경창]
강 언덕 길고 긴데 능수버들 늘어졌고 / 水岸依依楊柳多
연 따는 노랫가락 조각배에 들려오네 / 小船遙聽采蓮歌
붉던 꽃 다 져서 서녘 바람 차가운데 / 紅衣落盡秋風起
해 저문 물가에는 흰 물결만 이누나 / 日暮芳洲生白波
《상동》

선계곡제월아첩(仙桂曲題月娥帖). 손곡(蓀谷)의 시에 화답하다. [최경창]
푸른 하늘 아득하고 난로는 길고 긴데 / 碧落迢迢鸞路長
바람은 계수나무 꽃 향기를 불어오네 / 天風吹送桂花香
옥퉁소를 불면서 요단 위로 돌아갈 제 / 玉簫歸去瑤壇上
비단 버선 신은 발 서리 속에 차가웁네 / 羅襪寒深一寸霜
《열조시집》

병들어서 호당(湖堂)을 나가다 [김질충(金質忠)]
수심 깊어 하루에 장 아홉 번 꼬이는데 / 常苦愁腸日九廻
우는 새 봄 알림에 홀연히 맘 놀랐네 / 忽驚啼鳥報春來
삼 년 동안 약 먹어도 사람은 병 그대론데 / 三年藥物人猶病
하룻밤 빗소리에 꽃들은 모두 폈네 / 一夜雨聲花盡開
세상일 분분하여 끝날 날이 없는데 / 世事紛紛難自了
하늘 기틀 잘도 돌아 서로 재촉하는구나 / 天機滾滾遙相催
평생에 오래도록 능운 기개 저버린 채 / 平生久負凌雲氣
슬프게도 지금 와선 이미 절반 꺾여졌네 / 怊悵如今半已摧
《지북우담》

복천사(福泉寺) [유영길(柳永吉)]
낙엽 뜨락 구르고 밤비는 내리는데 / 落葉鳴廊夜雨懸
절 등불 깜빡이고 나그네는 잠 못 드네 / 佛燈明滅客無眠
신선 산 한번 오자 지는 봄에 맘 상하니 / 仙山一到傷春暮
-《지북우담》에는 ‘到’가 ‘躡’으로 되어 있고, ‘春’이 ‘遲’로 되어 있다.
오사모가 날 속인 게 이십 년이로구나 / 烏帽欺人二十年
《명시종 및 지북우담》

중의 시축(詩軸)에 제하다 [이영(李嶸)]
구름 끼인 산 어귀엔 풀들이 무성한데 / 流雲山口草凄凄
한밤중에 향연 좇아 물가에 다다랐네 / 夜逐香煙到水西
술 취한 뒤 큰 노래로 밝은 달에 화답하니 / 醉後高歌答明月
강가의 꽃은 지고 두견새는 슬피 우네 / 江花落盡子規啼
《명시종》

제비를 읊다 [이승소(李承召)]
깊숙한 누각 지붕 나직한 처마 아래 / 畫閣深深簾額低
짝을 지어 날다 울다 쌍쌍이 깃들었네 / 雙飛雙語復雙棲
버들 푸른 골목에 봄은 이미 저물었고 / 綠楊門巷春風晩
풀 푸른 못가에 부슬부슬 봄비 오네 / 靑草池塘細雨迷
나비 쫓아 때때로 대숲 속 들어가고 / 趁蝶有時穿竹塢
집 짓느라 종일토록 진흙을 물어 오네 / 壘巢終日啄芹泥
알맞은 곳 집 지으니 그 누가 멸시하리 / 托身得所誰相侮
해마다 새끼 길러 나란히 날아가네 / 養子年年羽翼齊
《상동》


 

[주D-001]第幾重 : 《삼봉집(三峯集)》 권2에는 ‘復幾遠’으로 되어 있다.
[주D-002]전횡(田橫) : 제왕(齊王) 전영(田榮)의 동생으로, 한(漢)나라 때 한신(韓信)이 제왕을 쳐부수자 자립하여 왕이 되었다가, 한나라가 항우(項羽)를 쳐 없애자, 자기를 따르는 무리 500명을 거느리고 오호도로 도망쳐 들어갔다. 이에 한나라 고조가 사람을 시켜 부르자 낙양(洛陽)으로 가다가 자살하였는데, 그를 따르던 무리 500명도 모두 자살하였다.《史記 卷94 田儋列傳》
[주D-003] : 《동문선(東文選)》 권5 및 《삼봉집》 권1에는 ‘赤’으로 되어 있다.
[주D-004] : 《동문선》에는 ‘昭’로 되어 있다.
[주D-005]금치국(金齒國) : 운남성(雲南省)에 있는 오랑캐 나라의 이름이다.
[주D-006]古廟靈風楊柳低 : 《동문선》 권22에는 ‘五靈廟宮楊柳低’로 되어 있다.
[주D-007]회포가 있어서[有懷] : ‘我愛’에서 ‘伐木’까지의 이 부분은 《허암유집(虛庵遺集)》 권1에는 ‘我愛權氏子 相從自結髮 伯也負異氣 仲也俠奇骨 吾常倚其間 屹立分鼎足 憶昔同爭覇 詩酒作勍敵 決鬪恐難全 斂刃各堅壁 如今吳蜀魏 長江限南北 影響已寂寞 夢魂亦緬邈 思之不可見 獨坐歌伐木’으로 되어 있다.
[주D-008]벌목편(伐木篇) :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편명(篇名)으로, 친구들과 모여 잔치를 하면서 깊은 정과 우의를 나누는 것을 노래한 시인데, 그 시에, “나무 찍는 소리 정정하거늘, 새 울음소리 앵앵하도다.[伐木丁丁 鳥鳴嚶嚶]” 하였다.
[주D-009]밤비[夜雨] : ‘九嶷’에서 ‘白髮’까지의 이 부분은 《허암유집》 권1에는 ‘九疑嵯峨雲似黑 鷓鴣啼雨湘江夕 寒聲浙瀝助凄切 竹間餘淚哀欲滴 楚些爲招帝子魂 月恨雲愁天亦泣 孤舟一夜滯未歸 遠客蕭條生白髮’로 되어 있다.
[주D-010]구의산(九嶷山) : 중국 호남성(湖南省)에 있는 산으로, 아홉 개의 산봉우리가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주D-011]초사(楚些) : 초 지방에서 유행하는 혼을 부르는 내용의 노래로, 흔히 초혼가(招魂歌)를 가리킨다.
[주D-012]가을날에 바라보다[秋望] 2수(二首) : 첫째 수인 ‘秋光’에서 ‘處宿’까지의 부분은 《허암유집》 권1에는 ‘秋容濃淡雨還晴 海波不動含淨綠 沙平若剪雪嵯峨 鴈背寒光斜欲滴 西風吹影落漁磯 字字新出臨池墨 何處稻粱驚網弋 急向蘆花深處宿’으로 되어 있고, 둘째 수인 ‘渡頭’에서 ‘新月’까지의 부분은 《허암유집》 권1에는 ‘渡頭楓林霜半破 海風吹滴猩猩血 秋光上下鏡面平 一片鑄出琉璃碧 隔岸眠鷗忽驚起 客帆飛來隨鳥沒 落日蒼茫何處宿 短笛數聲山水綠’으로 되어 있다.
[주D-013]묵지(墨池)에서 …… 생겨나네 : 기러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용한 것이다. 묵지는 절강성(浙江省)에 있는 연못으로, 진(晉)나라 때 왕희지(王羲之)가 영가현 수(永嘉縣守)로 있으면서 항상 이 연못가에서 글씨를 쓰고 연못 물에 붓을 씻었으므로 연못 물이 까맣게 되었다고 한다.
[주D-014]강마을[江村] : ‘靑山’에서 ‘枯木’까지의 이 부분은 《허암유집》 권1에는 ‘靑山影空釣磯寒 海門秋色濃可掬 漁翁臥簑睡不驚 鷗鳥欲散還相逐 織柳穿魚及暮歸 南隣喚酒東隣答 疎疎晩雨急取綱 一抹斜陽掛枯木’으로 되어 있다.
[주D-015]용혈(龍穴) : 전설 속에 나오는, 용이 산다고 하는 굴을 말한다.
[주D-016]계수음(桂樹吟) : 한나라 때 회남소산(淮南小山)의 무리들이 강물에 빠져 죽은 굴원(屈原)을 슬퍼하여 부른 노래로, 관직에서 물러나 은거하는 뜻의 노래이다.
[주D-017]변경에서 : ‘客牕’에서 ‘聲寒’까지의 이 부분은 《허암유집》 권1에는 ‘客牕偏惜歲將殘 蘆荻蕭疎雪滿山 塞外風高鷹翅健 陣前雲起箭聲寒 不妨夜月相乘興 何事詩人獨閉關 擁褐煎茶淸味永 況論盃酒作春顔’으로 되어 있다.
[주D-018]부질없이 쓰다[漫書] : ‘鴨江’에서 ‘搔頭’까지의 이 부분은 《허암유집》 권1에는 ‘鴨江如帶去悠悠 歲月無情共逐流 萬里胡天雲出塞 一聲羌笛客登樓 長風吹送燕山雨 斷鴈含來鶴野秋 覽物懷鄕偏有感 孤城落日獨搔頭’로 되어 있다.
[주D-019]장 황문(張黃門) : 세조 6년(1460)에 사신으로 나온 예과 급사중(禮科給事中) 장영(張寧)을 가리킨다.
[주D-020]박원형(朴元亨) : 원문에는 ‘朴原亨’으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 박원형은 장영이 사신으로 나왔을 적에 접반사(接伴使)의 임무를 맡았다.
[주D-021] : 《명시종》 권94에는 ‘駐’로 되어 있다.
[주D-022] : 《명시종》에는 ‘勞’로 되어 있다.
[주D-023]行雲低 : 《명시종》 권94에는 ‘低行雲’으로 되어 있다.
[주D-024]권 정경(權正卿)에게 부치다 : ‘東極’에서 ‘花明’까지의 이 부분은 《보한재집(保閑齋集)》 권8에는 ‘東極來千里 邊城月再盈 隔江皆虜聚 問地半胡名 氈羯薰人苦 風沙拍面輕 和戎才正拙 兩鬢雪花明’으로 되어 있다.
[주D-025] : 《명시종》 권94에는 ‘窈’로 되어 있다.
[주D-026]진 급사(陳給事) : 세조 5년(1459)에 사신으로 나온 형과 급사중(刑科給事中) 진가유(陳嘉猷)를 가리킨다.
[주D-027]백설사(白雪詞) : 양춘백설(陽春白雪)의 곡(曲)으로, 전국 시대 때 초(楚)나라의 고아(高雅)한 가곡의 이름인데, 뛰어난 시문(詩文)을 가리킨다.
[주D-028]고헌(高軒) : 존귀한 자가 타는 높은 수레로, 존귀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주D-029] : 원문에는 ‘水’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30]종릉(鍾陵) …… 화답하다 2수(二首) : 첫째 수인 ‘人間’에서 ‘胡麻’까지의 이 부분은 《속동문선(續東文選)》 권7과 《매월당집(梅月堂集)》 권13에는 ‘人間變態薄於紗 端合歸來臥碧霞 老境病蟬藏翳葉 人生秋蠛寄浮槎 風前細細飛松子 雲外毶毶落桂花 莫道道人嚥沆瀣 巖邊春雨種胡麻’로 되어 있는데, 번역하면서는 《속동문선》을 따랐다. 둘째 수인 ‘蛺蝶’에서 ‘小溪’까지의 이 부분은 《매월당집》 권13에는 ‘蛺蝶雙雙飛藥畦 山禽饒語竹籬西 一叢枸杞花初遍 五椏人蔘葉已齊 翠竹林中香麝睡 紫荊枝上畵眉啼 千峯昨夜疎疎雨 泛濫南池漲小溪’로 되어 있으며, 《속동문선》에는 이 시 대신 ‘四美年年到處無 溪光山色映蓬簾 藥園鹿戱何曾慍 多竃菌生亦不嫵 萬事省來貧是樂 一身閑了老非厭 笑看塵世悠悠者 無太麤踈便太纖’이란 시가 들어 있다.
[주D-031]회소곡(會蘇曲) : ‘會蘇’에서 ‘杼軸’까지의 이 부분은 《점필재집(佔畢齋集)》 권3에는 ‘會蘇曲會蘇曲 西風吹廣庭明月滿華屋 王姬壓坐理繅車 六部女兒多如簇 爾筥旣盈我筐空 釃酒椰揄笑相謔 一婦嘆千室勤 坐令四方勤杼軸 嘉俳縱失閨中儀 猶勝拔河爭嗃嗃’로 되어 있다. 원문에 없는 마지막 두 구의 번역은 “가배놀이 그게 비록 규중 예의 아니지만, 서로 다퉈 소리치는 발하보단 되레 낫네.”이다. 발하(拔河)는 당나라 때 유행하였던 궁녀들이 하는 놀이로, 줄다리기와 비슷한 놀이이다.
[주D-032]황창랑(黃昌郞) : ‘若有’에서 ‘蓬蒿’까지의 이 부분은 《점필재집》 권3에는 ‘若有人兮纔離齠 身未三尺何雄驍 平生汪錡我所師 爲國雪恥心無憀 劍鐔擬頸股不戰 劍鍔指心目不搖 功成脫然罷舞去 挾山北海猶可超’로 되어 있다. 원문에 없는 두 구의 번역은 “공 이루자 훌쩍하니 춤 파하고 떠나가니, 겨드랑에 태산 끼고 북해도 뛰넘겠네.”이다.
[주D-033]왕기(汪錡) : 춘추 시대 때 노(魯)나라의 어린아이로, 제(齊)나라와의 전투에 참가하였다가 죽었는데, 나라에서 성년(成年)의 예로 장사 지내 주었다. 어린 나이로 나라를 구한 사람의 전형(典型)으로 쓰인다.《春秋左氏傳 哀公11年》
[주D-034]병예(屛翳) : 전설 속에 나오는 신의 이름으로, 풍신(風神), 뇌신(雷神), 우신(雨神)의 총칭이다.
[주D-035]오두(遨頭) : 고을 수령을 가리킨다. 송(宋)나라 때 성도(成都)에서는 4월 19일을 완화(浣花)라고 하면서 두자미(杜子美)의 초당(草堂)에 있는 창랑정(滄浪亭)에서 태수(太守)가 잔치를 벌였는데, 이때 온 고을 사람들이 나와 보면서 태수를 오두라고 하였다.
[주D-036]화산기(華山畿) : 중국 오(吳) 지방의 악부(樂府) 이름으로, 어떤 선비가 여인을 그리워하다가 죽었는데, 상여가 그 여인의 집 앞을 지날 때 움직이지 않자, 그 여인이 단장을 하고 나와서 부른 노래이다. 그 여인이 이 노래를 부르고는 관 속으로 들어가 죽자, 사람들이 합장(合葬)한 다음 신녀총(神女冢)이라고 했다 한다.
[주D-037]연리지(連理枝) : 줄기가 다른 두 나무가 가지결이 서로 이어진 것으로, 애정이 깊은 부부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주D-038]용도책(龍韜策) : 태공망(太公望)의 병법 가운데 하나로, 대개 병법이나 전략(戰略)의 의미로 쓰인다.
[주D-039]산승과의 …… 진하네 : 이 부분의 원문이 《점필재집》 권3에는 ‘語與居僧軟 杯隨古意濃’으로 되어 있다.
[주D-040]선사사(仙槎寺) : ‘偶到에서 ‘地頭’까지의 이 부분은 《속동문선》 권6에는 ‘偶到仙槎寺 巖空松桂秋 鶴翻羅代蓋 龍蹴佛天毬 細雨僧縫衲 寒江客棹舟 孤雲書帶草 獵獵滿池頭’로 되어 있다. 번역은 《속동문선》을 따랐다.
[주D-041]서대초(書帶草) : 줄기가 질긴 풀이름으로, 한나라 때 정현(鄭玄)의 문하생들이 이 풀을 가지고 책을 묶었으므로 이렇게 이름하였다고 한다.
[주D-042] : 《목계일고(木溪逸稿)》 권1에는 ‘片’으로 되어 있다.
[주D-043]이주령(伊州令) : 악곡 이름으로, 당나라 때 어떤 여인이 멀리 벼슬살이를 떠나간 뒤 소식조차 없는 님을 그리워하면서 지은 노래이다.
[주D-044] : 원문에는 ‘川’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목계일고》에는 ‘州’로 되어 있다.
[주D-045]산음(山陰)의 계사(禊事) : 진(晉)나라 때 왕희지(王羲之)가 회계산(會稽山)의 산음에서 계사를 한 고사를 가리킨다. 산음은 산의 북쪽이란 뜻이다.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에, “영화(永和) 9년 계축 늦은 봄 초승에 회계산의 산음에 모였다.” 하였다.
[주D-046]기수(沂水) …… 갈아입누나 : 소요하면서 노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각자의 뜻을 묻자, 증점(曾點)이 말하기를, “늦은 봄에 봄옷이 이미 만들어지면 관(冠)을 쓴 어른 5, 6명과 어린 동자 6, 7명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 하였다.《論語 先進》
[주D-047]고의(古意) : ‘海底’에서 ‘如雪’까지의 이 부분은 《속동문선》 권4에는 ‘海底珊瑚高幾丈 千年試作千尋網 萬牛挽出滄溟深 蛟龍贔奰霹靂響 扶桑日沈洪濤熱 光芒照耀黃金闕 平生季倫麤男兒 一擊破碎紛如雪 紛紛似雪不足惜 從此至寶無顔色’으로 되어 있다. 원문에 없는 두 구의 번역은 “부서져서 눈 된 거야 아까울 것 없다마는, 이로부터 좋은 보배 모양 없게 되었구나.”이다.
[주D-048]계륜(季倫) : 진(晉)나라 때 부호(富豪)로 이름난 석숭(石崇)의 자이다. 석숭은 위위(衛尉)로 있으면서 남을 시켜 바다에서 무역을 해서 거부가 되어 왕개(王愷), 양수(羊琇)와 함께 호사를 다투었다.
[주D-049] : 《속동문선》 권9에는 ‘於’로 되어 있다.
[주D-050] : 《속동문선》 권9에는 ‘長’으로 되어 있다.
[주D-051]連筒引却前溪水 : 《속동문선》에는 ‘呼兒爲引連筒去’로 되어 있다.
[주D-052] : 《성소부부고(惺所覆瓿稿)》 부록 1에는 ‘醒’으로 되어 있다.
[주D-053]왕 황문(王黃門) : 성종 19년(1488)에 사신으로 나온 공과 우급사중(工科右給事中) 왕창(王敞)을 가리킨다.
[주D-054]난정(蘭亭)에서 수계(修禊)할 때 : 늦은 봄을 말한다.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亭記)에, “영화(永和) 9년 계축 늦은 봄 초승에 회계산의 산음에 모였다.” 하였다.
[주D-055]과만수(瓜蔓水) : 음력 5월에 불어나는 황하의 물을 말한다.
[주D-056]죽지가(竹枝歌) : 악부(樂府) 가운데 하나로, 본디는 사천(泗川) 일대의 민가(民歌)인데, 당나라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새 가사로 개작하였다. 주로 삼협(三峽)의 풍광과 남녀 간의 연정(戀情)을 읊었다.
[주D-057]의고(擬古) : ‘今日’에서 ‘北邙’까지의 이 부분은 《속동문선》 권3에는 ‘今日良宴會 嘉賓滿高堂 綺肴映彫俎 綠酒盈金觴 左右燕趙姬 眉目婉淸揚 徐徐攘皓腕 操瑟理宮商 流年雙轉轂 倏忽兩鬢霜 相逢且爲樂 何用苦慨慷 金章竟何許 畢竟歸北邙’으로 되어 있으며, 《허백당집(虛白堂集)》 권1에는 ‘今日良宴會 嘉賓滿高堂 綺肴映彫俎 綠酒盈金觴 左右燕趙妓 眉目婉淸揚 徐徐攘皓腕 操瑟理宮商 流年雙轉轂 倏忽兩鬢霜 相逢且爲樂 何用苦慨慷 金章滿朝貴 畢竟歸北邙’으로 되어 있다.
[주D-058]김씨 장씨 : 한(漢)나라 때의 김일제(金日磾)와 장안세(張安世)를 가리킨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당대에 현달하였으며, 7대의 후손들까지 현달하였으므로, 흔히 현달한 관원의 대명사로 쓰인다.
[주D-059]목면사(木綿詞) : ‘江南’에서 ‘羅幃’까지의 이 부분은 《속동문선》 권5와 《허백당집》 권1에는 ‘江南木綿色逾白 晴雪紛紛鋪簟席 小機搖作鴉櫓聲 軟弧彈罷秋雲薄 東隣有婦坐夜闌 風回紛絮縈烏鬟 織成新布機杼促 扎扎輕梭玉指寒 半擬新袴與小兒 半作寒衣寄邊陲 心酸意苦眠不得 孤燈閃閃明維幃’로 되어 있다.
[주D-060]금미(金微) : 중국 변경 지역에 있는 산 이름인데, 당나라 정관(貞觀) 연간에 경기(耿夔)가 대장군이 되어 개척한 곳이다. 여기서는 변경 지역을 뜻한다.
[주D-061]함지곡(咸池曲) : 황제(黃帝)가 지었다고 하는 성대한 음악을 말한다. 《장자(莊子)》 천운(天運)에, “북문성(北門成)이 황제에게 말하기를, ‘임금께서 함지의 음악을 동정(洞庭)의 뜰에서 연주하자, 저는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고, 다시 듣고서는 권태로움을 느꼈고, 마지막으로 듣고서는 미혹되어 버렸습니다.’ 하였다.” 하였다.
[주D-062] : 《진일유고(眞逸遺稿)》 권1에는 ‘乃’로 되어 있다.
[주D-063]전부행(田父行) : ‘隴雉’에서 ‘斷絶’까지의 이 부분은 《진일유고》 권2에는 ‘隴草萋萋雉雙飛 隴邊老人長歎息 自道余生年七十 手脚凍皴面深黑 男婚女嫁知幾時 短衣襤衫纔過膝 前年召募度黃沙 萬死歸來鬢如雪 今年把鋤事耕耨 石田䂽确牛蹄脫 牛蹄脫兮可奈何 獨坐茫然心斷絶’로 되어 있다.
[주D-064]나홍곡(囉嗊曲) : 가곡(歌曲)의 이름으로, 진(陳)나라 유채춘(劉采春)이 읊은 망부가(望夫歌)이다. 《진일유고》 권2에는 ‘羅嗔曲’으로 되어 있다. ‘爲報’에서 ‘腸時’까지의 원문이 《진일유고》에는 ‘爲報郞君道 今年歸不歸 江汀春草綠 是妾斷腸時’로 되어 있다.
[주D-065]雨初收 : 《동문선》 권20에는 ‘暑情收’로 되어 있다.
[주D-066] : 《동문선》에는 ‘獻’으로 되어 있다.
[주D-067]경주(慶州) …… 차운하다 : ‘風塵’에서 ‘歸人’까지의 이 부분은 《속동문선》 권9에는 ‘塵間榮辱幾番春 案牘堆邊白髮新 夜半慣成林下計 明朝又作未歸人’으로 되어 있다.
[주D-068]獨泛孤篷臥未安 : 《속동문선》 권9와 《안락당집(安樂堂集)》 권1에는 ‘獨揭孤篷枕不安’으로 되어 있다.
[주D-069]반랑(潘郞)의 살쩍 : 근심이 많아 중년의 나이에 살쩍이 희끗희끗해진 것을 말한다. 반랑은 진(晉)나라 반악(潘岳)으로, 그는 젊어서는 용모가 아주 준수하였는데, 서른두 살의 나이에 살쩍이 하얗게 세자 느낀 바가 있어서 추흥부(秋興賦)를 읊었다.
[주D-070]동 내한(董內翰) : 성종 19년(1488)에 사신으로 나온 한림원 시강(翰林院侍講) 동월(董越)을 가리킨다.
[주D-071]애 병부(艾兵部) : 성종 23년(1492)에 사신으로 나온 애박(艾璞)을 가리킨다. 이때 노공필이 원접사였다.
[주D-072]화표(華表) : 무덤 앞에 있는 망주석으로, 요동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학이 되어 날아와서 앉았던 곳이다. 한나라 때 요동 사람 정령위가 영허산(靈虛山)에서 도를 닦아 신선이 되었다. 그 뒤에 학이 되어 요동에 돌아와 화표주에 앉아 시를 지었는데, 그 시에, “새여 새여 정령위여,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오늘에야 돌아왔네.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들은 아니로세. 어찌 신선 아니 배워 무덤이 총총하뇨.” 하였다.《搜神後記》
[주D-073]동규봉(董圭峯) : 규봉은 성종 19년에 사신으로 나온 동월(董越)의 호이다.
[주D-074] : 《용재집(容齋集)》 권8에는 ‘出’로 되어 있다.
[주D-075] : 《명시종》 권94에는 ‘節’로 되어 있다.
[주D-076]녹봉 급사(鹿峯給事) : 중종 17년(1522)에 한림 수찬(翰林修撰) 당고(唐皐)와 함께 사신으로 나온 병과 급사중 사도(史道)를 가리킨다. 이때 이행이 원접사로 있었다.
[주D-077]옥순(玉筍) 반열 : 뛰어난 영재들이 많이 있는 조정의 반열이란 뜻으로, 중국 조정을 가리킨다.
[주D-078]안성역(安城驛) : 황주(黃州) 경내에 있는 역참으로, 사신들이 오갈 때 들르는 곳이다.
[주D-079]양춘곡(陽春曲) : 옛 가곡의 이름인데, 일반적으로 고상하고 아취 있는 곡조를 말한다.
[주D-080]설 급사(薛給事) : 원문에는 ‘陳給事’로 되어 있는데, 잘못된 것이기에 바로잡았다. 설 급사는 중종 34년(1539)에 한림원 시독 화찰(華察)과 함께 사신으로 나온 공과 좌급사중 설정총(薛廷寵)을 가리킨다. 이때 소세양이 원접사로 있었다.
[주D-081] : 원문에는 ‘怡’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2] : 원문에는 ‘怡’로 되어 있는데, 《명시종》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3]노반(鷺班) : 백로가 날 때 줄지어 나는 것처럼 줄지어 서 있는 조정의 반열을 말한다. 여기서는 중국 조정을 가리킨다.
[주D-084] : 원문에는 ‘酒’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85]최숙생(崔淑生) : 원문에는 ‘崔叔生’으로 되어 있는데, ‘崔淑生’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았다
[주D-086] : 원문에는 ‘山’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속동문선》 권6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참고로 이 시는 사고전서본 《명시종》에는 들어 있지 않다.
[주D-087]파교(灞橋)에서 …… 흥취 : 눈을 맞으면서 시를 짓는 흥취를 말한다. 파교는 장안(長安)의 동쪽에 있는 다리이다. 《시본사(詩本事)》에, “맹호연(孟浩然)의 시사(詩思)는 파교에 풍설이 부는 가운데 나귀의 등 위에 있다.” 하였다.
[주D-088] : 《속동문선》 권6에는 ‘吾’로 되어 있다.
[주D-089]이십사교(二十四橋) : 강소성(江蘇省) 양주시(揚州市) 강도현(江都縣) 서쪽에 있는 다리로,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시에, “이십사교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옥인은 어느 곳서 퉁소를 부나.[二十四橋明月夜 玉人何處敎吹簫]” 하였다. 여기서는 주흘산 아래에 있는 다리를 형용하는 말로 쓰였다.
[주D-090]垂虹 : 《호음잡고(湖陰雜稿)》 권6에는 ‘秋霓’로 되어 있다.
[주D-091]채릉가(採菱歌) : 악부(樂府)의 청상곡(淸商曲) 이름이다.
[주D-092]답답함을 풀다 : ‘隨意’에서 ‘春衣’까지의 이 부분은 《호음잡고》 권1에는 ‘隨意攤書坐 孤吟對晩暉 岸風帆腹飽 沙雨荻芽肥 籬缺通江色 簾垂礙蝶飛 誰知浴沂節 和病試春衣’로 되어 있다.
[주D-093] : 원문에는 ‘觀’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094]단구(丹邱) : 신선이 사는 곳으로, 밤에도 낮처럼 환하다고 한다.
[주D-095]십주(十洲) : 도가(道家)에서 신선들이 산다고 하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열 개의 산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선경(仙境)을 가리킨다.
[주D-096]오 부사(吳副使) : 중종 32년(1537)에 한림원 수찬 공용경(龔用卿)과 함께 사신으로 나온 오희맹(吳希孟)을 가리킨다.
[주D-097]신선 뗏목[仙槎] : 은하수를 오가는 뗏목으로, 사신이 타고 가는 배를 가리킨다. 옛날에 은하수와 바다가 서로 통해 있어서 해마다 8월이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뗏목을 타고 올라갔는데, 어떤 사람이 10여 일을 뗏목을 타고 가다가 한 성(城)에 이르러서 어떤 장부(丈夫)가 물가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는 것을 보았다. 이에 여기가 어딘지를 물으니, 그 장부가 답하기를, “그대가 촉군(蜀郡)에 가서 엄군평(嚴君平)을 찾아가 물어보면 알 것이다.” 하였다. 그 뒤에 촉군에 가서 엄군평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모년 모월 모일에 객성(客星)이 견우수(牽牛宿)를 범하였다.” 하였는데, 그 날짜를 헤아려 보니 바로 그 사람이 은하수에 도착한 때였다고 한다.《博物志 卷10》
[주D-098]심언광(沈彦光) : 원문에는 ‘沈産光’으로 되어 있는데, ‘沈彦光’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았다.
[주D-099]鴉樹 : 《어촌집(漁村集)》 권7에는 ‘鶴枝’로 되어 있다.
[주D-100]망원정시(望遠亭詩) : ‘白雁’에서 ‘小橋’까지의 이 부분은 《어촌집》 권7에는 ‘亭控長江遠 天啣濶岸遙 玻瓈開水面 桃李匜山腰 白雁依寒渚 靑驢渡小橋 肝腸托樽酒 雲樹隔明朝’로 되어 있다.
[주D-101] : 원문에는 ‘竟’으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2] : 원문에는 ‘諭’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03]흰 망아지[白駒] : 숨어 사는 어진 이를 말한다. 《시경》 소아(小雅) 백구(白駒)에, “깨끗하고 깨끗한 흰 망아지, 저 빈 골짜기 안에 있도다.[皎皎白駒 在彼空谷]” 하였다.
[주D-104]푸른 눈[靑眼] : 마음이 통하는 지기지우(知己之友)를 말한다.
[주D-105]온혜릉(溫鞵陵) : 개성 광명사(廣明寺) 북쪽에 있는 능으로,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할아버지인 작제건(作帝建)이 당나라로 들어가다가 바다에서 용녀(龍女)를 만나 그와 부부가 되었는데, 그 뒤에 용녀가 서해 바다로 돌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용녀가 남겨 두고 간 신발만으로 장사 지내고는 그 무덤을 온혜릉이라 했다 한다.
[주D-106] : 《모재집(慕齋集)》 권8에는 ‘淸’으로 되어 있다.
[주D-107]종제전(種穄田) : 기장을 심은 밭이라는 뜻으로, 신라 시대의 승려 도선(道詵)이 고려 태조 왕건이 살고 있던 터를 가리켜 이른 말이다. 당시에 기장의 속음(俗音)이 ‘니금(尼今)’으로, 임금을 가리키는 말인 ‘니금(尼今)’과 음이 같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星湖僿說 萬物門 種穄》
[주D-108] : 《모재집》에는 ‘爲’로 되어 있다.
[주D-109]중국 사신 …… 차운하다 : 장승헌(張承憲)이 인종 1년(1545)에 사신으로 왔는데, 이때 신광한이 원접사였다. 이 시의 원문이 《기재집(企齋集)》 권8에는 ‘天上河源落五臺 樓前澄景絶纖埃 楊花春盡帆歸遠 楮島煙消鴈影來 物色不隨騷客去 芳罇今爲使華開 三韓勝地皆方丈 更借仙風進一杯’로 되어 있다.
[주D-110]방장(方丈) : 발해(渤海) 가운데에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로, 여기에는 신선들이 살며 불사약(不死藥)이 있고 새와 짐승이 모두 희며, 궁궐이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주D-111] : 《기재집》 별집(別集) 권4에는 ‘抵’로 되어 있다.
[주D-112] :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違’로 되어 있다.
[주D-113] : 《성소부부고》에는 ‘非’로 되어 있다.
[주D-114]모동(茅洞)의 장인(丈人) : 《기재집》 별집 권5의 이 시 제목에 ‘삼월 삼일에 모동의 박 대구 덕장(朴大丘德璋)에게 부치다’라고 하였다.
[주D-115]靑山寧憶舊遊人 : 《성소부부고》 권25와 《기재집》 별집 권4에는 ‘靑山能記舊時人’으로 되어 있다.
[주D-116]저물녘의 풍경[暮景] : ‘樹密’에서 ‘中分’까지의 이 부분은 《기재집》 권5에는 ‘密樹深濃翠 孤煙淡作雲 厖應誤吠主 暗路草中分’으로 되어 있다.
[주D-117] : 원문에는 ‘驛’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118]오천자(烏川子) : 오천은 연일(延日)의 고호(古號)로, 연일 정씨인 정몽주를 가리킨다.
[주D-119]산속에 살다 : ‘花潭’에서 ‘讀書’까지의 이 부분은 《화담집(花潭集)》 권1에는 ‘花潭一草廬 瀟灑類僊居 山簇開軒面 泉絃咽枕虛 洞幽風淡蕩 境僻樹扶疎 中有逍遙子 淸朝聞讀書’로 되어 있다.
[주D-120]영통사(靈通寺)에서 …… 차운하다 : ‘松溪’에서 ‘西沈’까지의 이 부분은 《화담집》 권1에는 ‘沿溪一路入靑林 林下禪居晝亦陰 觸石泉絃千曲咽 倚天山簇萬重深 淸歡直欲朝連夜 勝會應難後繼今 數局閒棋談笑裏 不知雲日已西沈’으로 되어 있다.
[주D-121]구 대행(歐大行) : 선조 1년(1568)에 사신으로 나온 행인사 행인 구희직(歐希稷)을 가리킨다.
[주D-122] :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는 ‘廻’로 되어 있다.
[주D-123]태평관 …… 차운하다 : 구공(歐公)은 구희직(歐希稷)을 가리킨다. 이때 박순이 원접사였다. 이 시의 원문이 《사암집(思菴集)》 권3에는 ‘來遊萬里魂堪斷 獨倚靑冥思更賖 天闊楚鄕飛客夢 路窮蓬海駐仙査 山連睥睨雲常暝 春半池臺草欲華 簾外夕陽看漸沒 消愁惟有酒如霞’로 되어 있다.
[주D-124]황공(黃公) : 선조 15년(1582)에 사신으로 나온 한림원 편수 황홍헌(黃洪憲)을 가리킨다. 이때 이이가 원접사였다.
[주D-125]연도(沿道) : 원문에는 ‘沾塗’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26]한창 때의 사행 길 : 이이가 33세 때 사신으로 갔던 일을 가리킨다. 이이는 선조 1년(1568)에 천추사(千秋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명나라에 갔었다.
[주D-127] : 원문에는 ‘道’로 되어 있는데, 《명시종》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28]아미(蛾眉) 반열 : 중국 조정의 반열을 말한다. 당(唐)나라의 제도에 중서성(中書省), 문하성(門下省), 어사대(御史臺)의 관원들이 황제를 조현(朝見)할 때에 좌우로 나뉘어 서서 조현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아미(蛾眉)와 같으므로 그렇게 이르는 것이다.
[주D-129]옥서(玉署) : 한림원(翰林院)의 별칭으로, 여기서는 한림원 편수로 있는 황홍헌을 가리킨다.
[주D-130]황공이 …… 전송하다 : ‘長川’에서 ‘瓊華’까지의 이 부분은 《율곡전서(栗谷全書)》 권2에는 ‘長川氷雪覆寒沙 此日愁聞出塞笳 兩地雲泥分席上 一江南北卽天涯 情勞永夜應飛夢 路絶何時更依麻 珍重曾言歸橐富 愧將燕石報瓊華’로 되어 있다.
[주D-131]구름과 진흙 :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과 땅 아래에 있는 진흙이라는 말로, 둘 사이의 차이가 아주 큰 것을 뜻한다.
[주D-132]관월사(貫月槎) : 요 임금 때 서해 바다에 떠 있었다고 하는 빛을 내는 나무 등걸로, 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습유기(拾遺記)》 당요(唐堯)에, “요 임금이 황제 자리에 오른 지 30년 되는 해에 큰 나무 등걸이 서해 바다에 떠 있었는데, 등걸 위에서 빛이 발하여 낮에는 밝다가 밤에는 사라졌다. 그 등걸은 항상 사해(四海)를 떠돌아다녔는데, 12년마다 하늘을 한 바퀴 돌았다.” 하였다.
[주D-133]연석(燕石) : 연산(燕山)에서 나는 돌로, 옥 같으나 옥이 아닌 돌인데, 전하여 보잘것없는 물품을 뜻한다. 여기서는 자신의 시를 뜻한다.
[주D-134] : 원문에는 ‘追’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35]便 : 원문에는 ‘使’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36]팔백 …… 둔 것 : 당나라 때 원재(元載)가 매우 탐학스러워 뇌물을 받아 축재하였는데, 그를 처형할 때 그의 재산을 몰수하니 후추가 팔백 섬이나 나왔다고 한다.《新唐書 卷145 元載列傳》
[주D-137]오자어(吳子魚) : 선조 30년(1597)에 우리나라를 구원하러 나왔다가 우리나라의 시를 모아 《조선시선》을 편집한 오명제(吳明濟)를 가리킨다.
[주D-138]옥국(玉局) :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 있는 도관(道觀)의 이름으로, 후한(後漢) 때 이노군(李老君)이 이곳에서 장도릉(張道陵)에게 《남북두경(南北斗經)》을 강론하였다고 한다.
[주D-139]상양(商羊) : 전설 속에 나오는 새 이름으로, 이 새는 배가 오기 전에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서 일어나 춤을 춘다고 한다.
[주D-140]시골집 : ‘水鄕’에서 ‘氣連’까지의 이 부분은 《충암집(冲庵集)》 권1에는 ‘水鄕豐德郡 蕭寺古興天 地盡村燈近 天垂海氣連’으로 되어 있다.
[주D-141]규중의 가을날[秋閨] : ‘木落’에서 ‘敗荷’까지의 이 부분은 《충암집》 권1에는 ‘木落千山江杳杳 秋天一鴈秦雲曉 空階月皎蛩音長 蔓草露溥螢影小 耿耿蘭燈夜半過 紅樓西面落星河 邊衣剪罷涼無睡 一夜雨聲鳴敗荷’로 되어 있다.
[주D-142]나그네의 회포[旅懷] : ‘江南’에서 ‘重簾’까지의 이 부분은 《충암집》 권2에는 ‘江南殘夢晝厭厭 愁逐年芳日日添 雙燕來時春欲暮 杏花微雨下重簾’으로 되어 있다.
[주D-143]양관곡(陽關曲) : 악부(樂府)의 곡 이름으로, 옛날에 이별하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위성곡(渭城曲)이라고도 한다.
[주D-144]소미(少微) : 성좌(星座)의 이름인데, 일명 처사성(處士星)이라고도 하여 처사(處士)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진서(晉書)》 은일열전(隱逸列傳) 사부(謝敷)에, “달이 소미성을 침범하였다. 소미성은 일명 처사성이라고도 하여 점치는 사람들이 은사(隱士)를 거기에 해당시킨다.” 하였다.
[주D-145] : 《석천시집(石川詩集)》 권6에는 ‘投’로 되어 있다.
[주D-146]塵土何由化素衣 : 《석천시집》에는 ‘塵土無由染素衣’로 되어 있다.
[주D-147]만력(萬曆) …… 전송하다 : 이 부분의 원문이 《서경집(西坰集)》 권4에는 ‘玉節東來鳳詔頒 暮春江上始承顔 每稱四海皆兄弟 況此長程共往還 浮碧樓前俯羅島 三淸閣上對香山 高懷獨出形骸外 雅賞常存水石間 玉溜爲池增地勝 銀鉤鑱壁發天慳 雲泥此日分霄漢 雨露千秋滿海寰 目斷未勘魂夢遠 形留只得鬚毛斑 相思別後如明月 萬里淸光不可攀’으로 되어 있다. 주난우(朱蘭嵎)는 선조 39년(1606)에 사신으로 나온 한림원 수찬 주지번(朱之蕃)을 가리킨다. 이때 유근이 원접사였다.
[주D-148] : 원문에는 ‘山’으로 되어 있는데, 사고전서본 《명시종》 권94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149]금대(金臺) : 북경(北京)을 가리킨다.
[주D-150]연뿌리 속 실[藕中絲] : 연뿌리를 절단하여도 그 가운데에 있는 실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서로 간의 관계는 끊어졌으나, 서로 간에 그리는 마음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D-151]최국보(崔國輔) : 당나라 때의 시인이다.
[주D-152]중화(中和)로 가는 도중에 : ‘羸驂’에서 ‘似秋’까지의 이 부분은 《임백호집(林白湖集)》 권1에는 ‘羸驂載倦客 日晩發黃州 堪恨踏淸節 未登浮碧樓 佳人金縷曲 江水木蘭舟 寂寂生陽館 相思夜似秋’로 되어 있다.
[주D-153]금루곡(金縷曲) : 악곡의 이름으로, 하신랑(賀新郞), 유연비(乳燕飛)라고도 한다.
[주D-154]목란주(木蘭舟) : 심양강(潯陽江)의 목란주(木蘭洲)에서 자라는 목란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하는 배인데, 일반적으로 배의 미칭(美稱)으로 쓰인다.
[주D-155]천년토록…… 보네 : ‘千年’에서 ‘孤雲’까지의 이 부분은 《성소부부고》 부록 1에는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으로 되어 있다. ‘千年自流水’의 ‘自’는 《옥봉집(玉峯集)》 상권(上卷)에는 ‘有’로 되어 있다.
[주D-156]봉은사(奉恩寺) : ‘偶因’에서 ‘眞源’까지의 이 부분은 《옥봉집》 중권(中卷)에는 ‘偶因休浣到雲門 把酒題詩勝事存 紅藕一池風滿院 晩蟬千樹雨歸村 深慚皓首從覊宦 猶喜靑山似故園 聞說錦湖煙景異 會客孤棹問眞源’으로 되어 있다.
[주D-157]백광면(白光勉) : 이 시가 백광훈의 《옥봉집》 중권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백광훈의 잘못인 듯하다.
[주D-158] : 《옥봉집》 중권에는 ‘口’로 되어 있다.
[주D-159] : 《옥봉집》에는 ‘聯’으로 되어 있다.
[주D-160]孤山月出千林中 : 《죽음집(竹陰集)》 권6에는 ‘孤城月出千山中’으로 되어 있다.
[주D-161]경주(瓊州)와 뇌주(雷州) : 지금의 중국 해남도(海南島)와 뇌주반도(雷州半島)로, 송나라 신종(神宗) 때 소식(蘇軾)이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왕안석의 뜻을 거슬러서 유배되었던 곳이다.
[주D-162] : 《죽음집》 권6에는 ‘未’로 되어 있다.
[주D-163] : 《죽음집》에는 ‘聲’으로 되어 있다.
[주D-164]용만(龍灣)에서 우연히 짓다 : ‘鴨水’에서 ‘往還’까지의 이 부분은 《죽음집》 권6에는 ‘鴨水西邊是漢關 天扃地鐍限重灣 荒原亂磧麟州戍 落日孤雲馬耳山 風定空江波瀲瀲 雲消春郭溜潺潺 思家未得平安報 歸思唯憑夢往還’으로 되어 있다.
[주D-165]동화문(東華門) : 궁성(宮城)의 동쪽 문 이름으로, 이곳에 중앙 관서가 모여 있다. 전하여 조정을 말한다.
[주D-166]月夜 : 《용문집(龍門集)》 권4에는 ‘夜月’로 되어 있다.
[주D-167]자규(子規) …… 울리라 : 자규는 두견새의 별칭이다. 전설에 의하면 촉(蜀)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의 혼백이 화하여 두견새가 되었는데, 항상 한밤중에 ‘불여귀(不如歸)’라고 하는 듯한 소리로 몹시 처절하게 운다고 한다.
[주D-168]하의(荷衣) : 연잎으로 만든 옷으로, 신선이나 도사, 은자가 입는 옷을 가리킨다.
[주D-169]위유(韋柳) : 당나라 시인인 위응물(韋應物)과 유종원(柳宗元)을 가리킨다.
[주D-170]종군행(從軍行) : ‘關雲’에서 ‘內熱’까지의 이 부분이 어떤 데에는 ‘關雲漠漠關雪堆 北風慘慘山木摧 長河氷合馬蹄滑 沙塞日夜胡笳哀 此時疲軍長歎息 愁枕干戈眠不得 兜鍪零落鐵衣寒 擊柝中宵十指直 枵腸不得一飽飯 垢面常帶三年土 自言少小繫軍籍 傷心幾度關山苦 關山之苦豈徒云 苦將膏血輸將軍 將軍好擁黑貂裘 一貂皮當金十斤 將軍好食太牢味 一日軍中九牛死 山無餘貂野無牛 誅斂無窮捶楚至 鼎中粒機中布 一一輸入將軍庫 將軍日富士日瘠 欲往訴之逢彼怒 至尊每憂軍士凍 毛衣衲衣年年送 將軍分給亦不均 煖者無多寒者衆 蟲蝗水旱無歲無 不聞賑恤聞催租 一家丁壯十餘口 過半相携逃入胡 胡中艱苦不可說 猶勝將軍浚膏血 將軍將軍胡不去 去爲公卿軍則悅 君門杳杳但回首 御史紛紛猶閉舌 廉頗李牧難再見 激烈中宵腸內熱’로 되어 있다.
[주D-171] : 원문에는 ‘催’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172] : 원문에는 ‘今’으로 되어 있는데, 뜻이 통하지 않기에 바로잡았다.
[주D-173]태뢰(太牢) : 일반적으로 제사를 지낼 때 소, 양, 돼지의 세 가지 희생을 모두 갖추는 것을 가리키는데, 쇠고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여기서는 쇠고기를 가리킨다.
[주D-174]염파(廉頗)와 이목(李牧) : 전국 시대 조(趙)나라의 명장들로, 사졸을 몹시 사랑하였다.
[주D-175]이소부사(李少婦詞) : ‘相公’에서 ‘上月’까지의 이 부분은 《고죽유고(孤竹遺稿)》에는 ‘相公之孫鐵城李 養得幽閨天質美 幽閨不出十七年 一朝嫁與梁氏子 梁氏之子鳳鸞雛 珊瑚玉樹交枝株 池上鴛鴦本作雙 園中蛺蝶何曾孤 梁家嚴君仕遠方 千里將行拜高堂 出門恩愛從此辭 山川阻絶道路長 不是征戍向邊州 不是歌舞宿娼樓 心知此去唯爲親 好着斑衣膝下遊 兒女私情不忍別 別來幾時腸斷絶 秋梧葉落黃菊香 忽驚今朝是九日 佳辰依舊人不在 滿園茱萸誰共採 獨上高樓望北天 天涯極目空雲海 不向旁人道心事 回身暗裏潸下淚 牛羊歸盡山日夕 門外終無北來使 此身願得歸泉土 死後那知別離苦 一聲長吁掩玉顔 芳魂已逐郞行處 當時未生在腹兒 母兒同死最堪悲 芳魂不作武昌石 定化湘江斑竹枝 斑竹枝頭杜鵑血 血點淚痕俱不滅 千秋萬古何終極 一片靑山墳上月’로 되어 있다.
[주D-176]수유(茱萸) : 9월 9일 중양절에 이 수유나무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삿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주D-177]봉대(鳳臺) : 진(秦)나라 목공(穆公) 때 소사(蕭史)라는 사람이 있어서 퉁소를 잘 불었는데, 목공이 그의 딸 농옥(弄玉)을 그에게 시집보낸 다음 봉대를 짓고 거기에서 살게 하였다.
[주D-178]무창(武昌)의 돌 : 무창의 북쪽 산 위에 있는 망부석(望夫石)을 말한다. 옛날에 어떤 정절이 높은 부인이 멀리 전쟁터로 떠나는 남편을 전송한 다음, 이 산 꼭대기에 올라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몸이 굳어져 돌이 되었다고 한다.
[주D-179]상강(湘江)의 반죽(斑竹) : 요(堯) 임금의 딸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舜) 임금에게 시집가 비(妃)가 되었는데, 순 임금이 남쪽 지방을 순행하다가 죽어 창오(蒼梧)의 들에 묻혔다. 그러자 두 비가 순 임금을 그리워하여 통곡하면서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졌는데, 대나무에 반점이 생겼다고 한다. 두 비가 그 뒤에 상강에서 죽으니, 사람들이 상부인(湘夫人)이라고 칭하였다.《列女傳》
[주D-180] : 《고죽유고》에는 ‘敎’로 되어 있다.
[주D-181]채련곡(采蓮曲) : ‘水岸’에서 ‘白波’까지의 이 부분은 《고죽유고》에는 ‘水岸悠悠楊柳多 小舡遙唱采蓮歌 紅衣落盡秋風起 日暮芳洲生白波’로 되어 있다.
[주D-182]依依 : 《성소부부고》 권25에는 ‘悠悠’로 되어 있다.
[주D-183]난로(鸞路) : 난로(鸞輅)로, 천자나 왕후가 타는 수레를 말한다.
[주D-184]요단(瑤壇) : 아름다운 옥을 깎아서 만든 누대로, 신선들이 사는 곳을 가리킨다.
[주D-185]능운(凌雲) 기개 : 높이 세상 밖으로 초탈하려는 뜻을 말한다.
[주D-186]오사모(烏紗帽) : 사모(紗帽)로, 벼슬아치들이 평상시에 쓰는 모자인데, 여기서는 벼슬살이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