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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묘비.최채기

굴어당 2011. 12. 16. 12:02

 

김상헌 묘비


쇠와 돌처럼 굳은 충성(忠誠)
해와 달처럼 높은 대의(大義)
하늘 땅도 알고 있고
... 귀신에게도 떳떳하거늘
옛 성현의 도를 따르려다
지금 세상과 어긋나 버렸으니
슬프다 백대나 지난 뒤라야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至誠矢諸金石。大義懸乎日月。天地鑑臨。鬼神可質。
蘄以合乎古。而反盭於今。嗟百世之後。人知我心。

남양주 덕소의 석실(石室)이란 마을은 조선후기 대표적 명문집안인 안동김씨가 대대로 살아온 곳입니다. 그 뒷산에 청음(淸陰) 김상헌의 묘소가 있고, 손자 김수증(金壽增)이 큼직한 글씨로 새긴 비석이 묘소 앞에 서 있습니다. 청음이 병자호란으로 청나라 심양에 잡혀가 있을 때 손수 지은 자찬묘명(自撰墓銘)입니다. 일생의 행적을 작은 글씨로 자세히 기록해 놓은 여느 묘비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청음은 이 묘명에서 굳고 높은 자신의 충성심과 대의가 천지와 귀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옛 성현이 제시한 원칙을 실천하려다 지금은 이역 땅에서 갇혀 지내는 몸이 되었지만, 후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평가해 줄 것이라 확신하였습니다. 현실의 이익보다는 척화론(斥和論)을 통해 자신이 지켜온 원칙을 끝까지 주장했던 청음의 기개와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