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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몸을 베는 칼'

굴어당 2011. 12. 21. 13:31

직장여성 A씨는 요즘 시중의 화제를 따라잡기 위해 굳이 컴퓨터를 켜서 뉴스를 검색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뜬 멘션(이야기)만 보면 화제를 대부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로어가 4000여명인 그의 스마트폰에는 정치인 누가 어떤 말로 곤욕을 치렀는지, 어떤 연예인이 입방아에 올랐는지가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에 따라 그의 뉴스 소비 형태도 이전과 달라졌다. 트위터를 통해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댓글)을 먼저 접한 뒤 트위터 링크로 기사를 읽는 식이다. 인터넷 뉴스에 대한 트위터의 영향력은 이런 식으로 점점 강해지고 있다.

A씨가 말하는 트위터의 효용은 끝이 없다. 무작정 상영관에 가서 영화를 고를 때, 낯선 곳에서 맛집을 찾을 때 4000여명의 '트친(트위터 친구)'에게 물어보면 누군가 나서서 도와준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에도 참여할 수 있고, 유명인에게 직접 말을 걸 수도 있다. 그는 "여성 소품(小品)에 비유하자면 트위터는 블랙 재킷과 같다"고 했다. 캐주얼하게 청바지 위에 입을 수도 있고, 섹시한 원피스 위에 걸칠 수도 있는 기본 아이템인 블랙 재킷처럼 트위터는 편리한 소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에서만 500만명이 쓰는 트위터가 괴담(怪談)이나 무분별한 허위사실의 통로가 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여름엔 "술집에서 미녀와 만나 술을 마신 뒤 여관에서 깨어 보니 신장이 적출된 상태였다"는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음주 후 여관에서 장기를 적출당하고도 살아있다면, 그야말로 괴담 같은 일이다. 이처럼 수준 낮은 이야기가 마구 퍼져 나간 건 순전히 트위터의 위력 때문이었다.

자기의 말이나 의견이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모습은 사람을 도취하게 만들고 무리를 범하게 한다.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는 김연아인순이가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트위터에서 무리하게 공격했다가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반격을 당했다. 장난삼아 올린 멘션 때문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르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얼마 전 톱스타 A양의 섹스 비디오가 번져나간 뒤 한 트위터 사용자가 "A양이 자살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리자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이 "수상쩍은 알바계정"이라며 자살설의 최초 유포자를 기록해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는 문제가 생긴 다음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식으로 잡아뗄 수도 없게 돼 있다. 한·미 FTA에 대해 '나라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선동했던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벌어진 시위대의 서울 종로서장 폭행사건에 대해 '자해공갈로 드러났다'는 말을 퍼뜨렸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당시는 신이 났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런 선동이 허위로 드러날 때 트위터에 남긴 이야기는 부메랑처럼 날아올 것이다.

편리하고 재미난 트위터를 블랙 재킷처럼 쓸 것인가, 아니면 자기 몸을 베는 칼이 되도록 놔둘 것인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라는 말이 있다. '혀는 곧 몸을 베는 칼이니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트위터란 결국 혀의 기능을 고도로 증폭시킨 것이니 IT시대엔 '트위터 참신도'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