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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의 '宋襄之仁(송양지인

굴어당 2012. 3. 3. 08:28

카터의 '宋襄之仁(송양지인

 

중국의 유명 시사 주간지 '재경(財經)'이 지난해 가을 미국 애틀랜타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그때 이런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재경이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위상에 엄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카터는 "중국은 예전의 소련과 다르다. 중국의 굴기(崛起)가 미국의 글로벌 위상에 위협이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경은 "위협은 아니어도 도전이라고 볼 수는 있지 않으냐"고 다시 물었다. 카터는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의 6배나 된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은 중국을 훨씬 앞선다."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니 중국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을 건드리는 얘기였다.

그런데 재경은 이 인터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카터가 정확히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준 것이었다. 그 후 중국 차기 지도자로 부상한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지난해 12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양국 핑퐁 외교 40주년 기념행사에 카터를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시 부주석은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물을 건넘)가 미·중 양국의 유일하고도 정확한 선택"이라고 미·중의 평화 공존을 강조했다. 카터를 옆에 앉혀 놓고 "우리는 미국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세계와 미국에 전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마음속에 있는 말은 그게 아닐 것이다. 군사 정보 분석 기관 'IHS제인스'가 지난 2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방 예산은 지난해 1198억달러에서 2015년 두 배인 2382억달러까지 늘어난다. 군사 대국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명백히 읽히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시진핑이 카터에게 덕담하던 그 무렵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해군의 변화와 현대화를 통해 전쟁 준비 태세를 확립·심화해야 한다"고 다른 말을 했다. 미 국무부는 즉각 "우리가 중국의 의도에 갖고 있는 의문에 답하려면 중국이 군사적으로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미국의 전직 국가원수라는 사람이 돌아가는 상황을 읽지 못하고 "중국은 아직 멀었다. 사이좋게 지내자"는 말이나 흘리고 다니는 것이다.

카터의 어리석은 평화주의는 어짊(仁)만 고집하다 전쟁에서 패한 중국 춘추(春秋)시대 송양지인(宋襄之仁)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초(楚)나라 군대가 물속에 뛰어들어 진격해오자 송(宋) 양공(襄公)은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기겠다"며 초군이 강을 건너고 전열을 가다듬을 때까지 기다려줬다가 패하고 말았다. 이 코미디 같은 역사가 오늘 이 땅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카터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평화 구호를 외치며 실제론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해에서 도발해 우리 수병(水兵)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에게 사과도 받지 않고 화해 운운하는 이들, 이웃나라는 항공모함을 만들고 스텔스기를 띄우는데 자기 나라 바다를 지키는 전함이 들어설 군항(軍港) 하나 만들지 못하게 막는 이들이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