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경쟁자를 품는 능력
1980년 대통령 당선인 레이건이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부시의 선거 참모 제임스 베이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좀 만납시다." 레이건은 약속 장소로 나온 베이커에게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순간 베이커는 "그 자리에서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베이커는 레이건을 두 차례나 곤경에 빠뜨렸던 정적(政敵)이었기 때문이다. 4년 전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에서 레이건이 포드와 맞붙었을 때도 베이커는 포드 진영에서 뛰었다.
▶베이커는 레이건의 제의를 받아들였고 레이건 1기 정부에서 비서실장, 2기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다. 그는 "도대체 레이건이 아니라면 어떤 사람이 라이벌 진영에서 두 차례 참모를 지낸 인간을 비서실장에 앉힐까"라고 감탄했다. 그 뒤 베이커는 충심으로 레이건을 도왔다. 레이건이 죽자 장례식장에 달려와 부인 낸시를 붙들고 울먹였다. "이 대단한 사람을 위해 8년간 봉사했던 나는 얼마나 운이 좋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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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워싱턴 의사당에서 영화 '링컨'이 상영됐다. 스필버그 감독이 여성 사학자 굿윈이 쓴 '라이벌들의 팀'(2005)을 원작으로 삼아 지난달 개봉한 영화다. 굿윈은 링컨이 후보 경선 때부터 맞서 싸웠던 라이벌 세 사람을 국무·법무·재무 장관 같은 최고 요직에 앉혀 팀을 짠 이유를 파고들었다. 링컨은 반대 정파까지 끌어안아야만 노예제 폐지라는 최종 목적지에 갈 수 있다고 봤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때부터 '라이벌들의 팀'을 손 닿는 곳에 두고 읽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 후보 경선에서 혈투를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그랬던 오바마가 이번 집권 2기 국무장관에는 존 케리를 지명했다. 케리는 5선 상원의원이고 2004년 대선 후보까지 지냈다. 여러 외교 현장에서 굵은 발자취를 남긴 상원 외교위원장이다. 자기 목소리가 분명해 오바마도 호락호락 대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
▶7년 전 메르켈이 독일 총리가 됐을 때 각료 14명 중에 자기 사람은 2명뿐이었다. 언론은 "메르켈은 서커스의 사자 조련사처럼 내각을 이끌어야 한다. 자칫 그녀가 먹힐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메르켈이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 지도자가 됐다. 나라가 수십 개 파벌로 찢긴 상황에서 남아공 대통령이 된 만델라가 훗날 말했다. "친구를 가까이하라. 그러나 라이벌은 더 가까이하라." 정치에도 천재가 있다면 바로 '라이벌을 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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