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황오제-송말, 4천 년 중국역사의 보고 송나라 망국의 한을 십팔사략 편찬작업으로 달랬는가 저자 증선지는 깊이 들어앉아 역사를 집성했다!
역사는 거울이다, 거울을 보고 길을 찾자 『십팔사략』은 알기 쉽게 엮은 역사서이며 일반인을 위한 실용서이다. 개인의 일화를 중심으로, 치란흥망의 발자취와 인간 군상이 펼친 삶의 방식을 더듬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생생한 삶의 지혜를 터득하도록 갖가지 묘책과 방법을 제시한다. 일화와 인물 중심의 전개가 초학자로 하여금 흥미를 잃지 아니하고 전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중국 역사의 정수만을 모은 실용적 역사서 중국에서는 거의 잊히다시피 한 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크게 유행하여 국민적 교재로서 인지도를 높이며 일상생활서 눈부시게 영향을 미쳐온 책들이 꽤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문진보』와 『명심보감』, 그리고 바로 이 『십팔사략』 등일 것이다. 그러면 이 책들이 중국에서는 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을까. 그 까닭은 이 책들이 모두 전문서가 아닌 쉬운 편집서이며, 권위를 가진 자가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자료를 모아 엮은 작업이었다는 것, 그저 아동 입문용 교재라는 것 등 통속적인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지극히 큰 영향을 미쳐 출간되고 개편되고 증보되고, 나아가 그 틀만 유지한 채 내용은 계속하여 새롭게 단장되어 왔다. 이는 일반인을 위한 실용서로는 그만큼 쉽고 우리 환경에 알맞은 학습교재일 뿐 아니라 원만하고 합리적이며 나아가 이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 『십팔사략』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책이다. 개인의 일화를 중심으로 해서 치란흥망의 발자취와 엄청난 인간 군상의 삶의 방식을 통해서 현대를 사는 우리가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또한 다른 역사서 속의 고사나 명언 등이 거의 모두 수록되어 있으므로 중국의 역사나 사상을 빠르게 아는 데에도 이보다 더 편리한 책은 있을 수 없다.
『십팔사략』의 저자 증선지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송말宋末 원초元初의 증선지曾先之라는 사람이 고대부터 당시까지의 중국 역사를 간추려 초학자 학습용으로 편찬한 교재이다. 중국 정사正史의 기전체를 간략히 시대순으로 재배치하여 초보적 편년체로 구성한 것이며 당시까지 있던 17사에 송대 역사를 합해 “18사”의 초략抄略이라는 뜻으로 『십팔사략』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사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며 그 밖의 여러 사서를 두루 참작하여 재미있는 내용과, 시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엮었다. 따라서 일화와 인물 중심의 전개가 초학자들이 흥미를 잃지 아니하고 전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증선지는 송말에서 원초에 생존했던 인물이다. 자는 종야從野이며 여릉廬陵 사람으로 자칭 ‘전진사前進士’라 하였다. 이는 전대인 송대宋代에 진사에 올랐었다는 뜻으로 자신이 책을 쓴 원대元代에 대하여 구분하고자 칭한 것이다. 1279년 송나라가 망하고 나서는 은거한 채 『십팔사략』 찬술에 몰두하다가 92세에 생을 마쳤다.
우리나라에서 더욱 꽃피운 『십팔사략』 연구 『십팔사략』은 중국에서 싹을 틔워 우리나라에 들어와 조선시대에 큰 나무로 자라나 꽃을 피웠다. 그러나 지금은 본격적인 연구가 드문 편이며 도리어 일본에서 그 열매를 따 먹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원 출생지인 중국에서조차 이 책에 대해 깊이 아는 이가 적으며 연구서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물론 이 책이 학술적 사학서史學書가 아니라 동몽교재 성격의 속찬俗撰, 향리사숙鄕里私塾의 교재용으로 꾸민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우리나 일본에 그토록 영향을 주었으며 지금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책 이름인 점에 비해 중국에서는 너무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도리어 고향을 떠나 이웃인 우리나라에서 증보, 개편, 개선되었으니 그야말로 우리는 하찮은 박옥璞玉을 다듬어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벽옥璧玉으로 탈바꿈시키는 재주를 가진 민족인가 보다. 특히 이 책은, 중국의 긴 역사와 그 방대한 자료를 모두 섭렵하기는 어렵고 그만한 시간도 투자할 수 없던 열악한 시대의 우리 선대들에게, 우선 중국 역사 전체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자료인 동시에 교재로써의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해 내었다고 아무리 칭송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선시대에는 『십팔사략』에 원의 역사를 넣은 『십구사략』이 나오자 이 책을 선호하기 시작하였고, 그에 만족할 수 없어 다시 스스로 명대 역사를 또 넣어 우리 책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다시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역사를 함께 병렬시켜, 중귈中華와 동국東國의 역사를 대등하게 편집하여 역사 대강의 기본 뎱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궁중 왕실 그리고 지방 각지에서 간행하고 교정 보고 언해를 하여, 문장과 내용의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앞으로도 이 『십팔사략』을 철저히 연구하고 역주하여 더욱 한 걸음 앞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적어도 조선시대 선인들의 그 피나는 노력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