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깨끗한 대한민국 만들겠다면 '김영란法' 원안대로 가라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김영란법(法)' 수정안을 내놨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다 해서 '김영란법'이라고 하는 이 법의 원래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김영란법의 원안(原案)은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총리실 수정안은 '직무와 관련 없이 금품을 받은 경우엔' 형사처벌하지 않고 받은 돈의 5배 이하 과태료만 물리게 했다. 다만 '직무와 관련해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이용해'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代價性)이 없더라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공무원은 입법·행정·사법을 비롯한 국가 기능을 국민을 대신해 수행한다. 공무원 없이는 나라가 운영될 수 없다. 공무원의 임무가 이렇게 막중하므로 그들은 일반 국민과 다른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 최대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도 정년을 보장받기는커녕 40대 후반이 되면 벌써 꿈자리가 사납다. 그러나 공무원은 형(刑)이나 징계를 받지 않는 한 정년 때까지 해임당하지 않고 신분이 보장된다. 또 30년 정도 근무하다 퇴직하면 월 300만원 안팎 연금을 받는다. 지금 금리로 계산하면 최소 10억원 이상을 은행에 저금해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2~3배 수준이다. 60세 이상 국민 가운데 그런 국민연금이라도 받는 사람은 34%밖에 안 된다. 공무원을 특별 대우하는 데는 단 한 가지 조건이 딸려 있다. 뇌물이나 청탁을 받고 부정(不正)하거나 불공정하게 업무 수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30~40년 전만 해도 동사무소에서 서류 한 통 떼려면 담당 공무원에게 급행료를 줘야 했다. 그런 시절에 비하면 공무원 사회가 깨끗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의 공직사회·정치권 청렴도 평가에서 2012년 전체 176개국 가운데 45위다. 싱가포르(5위)·홍콩(14위)에 크게 뒤지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의 모리셔스(43위)보다도 못하고 르완다(50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올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60개국 가운데 22위, 홍콩은 3위, 싱가포르는 4위다. 이런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소는 공직의 청렴도였다.
공무원 부패는 모든 사회 부패의 직접 또는 간접적 원인이다.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저축은행 부실을 눈감아줬기 때문에 저축은행 경영진이 고객 돈 수천억원을 제멋대로 빼돌릴 수 있었다. 국세청이 기업 탈세를 철저하게 조사했다면 요즘처럼 재벌 총수들이 기업 돈을 자기 개인 돈처럼 끌어다 쓰는 일도 진작 없어졌을 것이다. 수많은 국가 권력기관 가운데 어느 한 곳만이라도 깨끗하면 그것과 톱니로 엇물려 돌아가는 사회의 다른 부분도 깨끗해진다.
싱가포르는 공무원이 뇌물을 받을 뜻이 있었던 것만 드러나도 공직에서 영원히 추방했고, 공무원이 재산 형성 과정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 재산을 전액 압수했다. 이렇게 공무원 부패를 바로잡고 나서 민간 기업에도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해 싱가포르는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부패 방지는 국가 생존 문제"라고 했다.
우리가 부패와 결별하지 못하면 복지국가도 헛된 꿈일 뿐이다. 한 해 100조원에 이르는 복지 예산을 가난한 계층을 위해 제대로 쓰려면 복지 전달 파이프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깨끗해야 한다. 공무원이 맑아지지 못한 상황에서 복지국가로 뛰어드는 것은 국가의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이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특별 연금 지급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청렴과 공정이 전제됐을 때만이다. 대통령과 국회는 대한민국을 깨끗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부활(復活)시키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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