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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 정민 (평역)지음 김영사 페이지 수 660 19,800원

굴어당 2014. 1. 2. 23:22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

 

우리 한시 삼백수(7언절구편)

저자
정민 (평역)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12.29
형태
판형 규격外 | 페이지 수 660 | ISBN
ISBN 10-8934966246
ISBN 13-9788934966241
정가
19,800

시와 멀어진 세상에 정민 교수가 던지는 단 일곱 자의 깊은 울림! 오래된 장처럼 깊은 고전의 감성과 정수가 배어든 우리 한시 삼백수!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절구 백미를 가려 뽑고 그 아마득하고 빛나는 아름다움을 망라하면서 오늘날 독자들의 정서에 닿을 수 있게 풀이했다.

저자소개

저자 : 정민
평역자 정민鄭珉은 충북 영동 출생.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모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다. 아침에 학교 연구실에 올라와 컴퓨터를 켜면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매일 한시 한 수씩을 우리말로 옮기고 감상을 적어나갔다. 재워둔 곶감처럼 든든해서 이따금 하나씩 뽑아 혼자 맛보곤 했다. 이 책은 삼국부터 근대까지 명편 7언절구 3백수를 가려 뽑고 오늘날 독자들의 감성에 닿을 수 있게 풀이했다.
그동안 한시 관련 저서로 한시의 아름다움을 탐구한 《한시 미학 산책》,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 일기 《한밤중에 잠깨어》, 사계절에 담긴 한시의 시정을 정리한 《꽃들의 웃음판》, 한시 속 신선 세계의 환상을 분석한 《초월의 상상》, 문학과 회화 속에 표상된 새의 의미를 찾은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어린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을 썼다.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꼼꼼히 읽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고전 문장론과 연암 박지원》을 펴냈다. 18세기 지식인에 관한 연구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과 《다산선생 지식경영법》,《미쳐야 미친다》, 《삶을 바꾼 만남》 등이 있다. 또 청언소품淸言小品에 관심을 가져 《오직 독서뿐》, 《일침》, 《마음을 비우는 지혜》, 《내가 사랑하는 삶》,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돌 위에 새긴 생각》, 《다산어록청상》, 《성대중 처세어록》, 《죽비소리》 등을 썼다. 조선 후기 차 문화의 모든 것을 담아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를 썼고, 옛글 속 선인들의 내면을 그린 《책 읽는 소리》, 《스승의 옥편》 등의 수필집도 펴냈다.

목차

머리말

가야산 ㆍ 최치원
달빛과 산빛 ㆍ 최항
성난 물결 ㆍ 박인량
소를 타고 ㆍ 곽여
강남 꿈 ㆍ 정지상
대동강 ㆍ 정지상
늦가을 ㆍ 김부식
산수벽 ㆍ 김부의
눈물만 ㆍ 한교여
비단 글자 ㆍ 고조기
곱던 얼굴 ㆍ 정습명
산새 ㆍ 김약수
꾀꼬리 소리 ㆍ 임춘
어부 ㆍ 김극기
시골 아낙 ㆍ 김극기
비 맞고 ㆍ 김극기
군밤 ㆍ 이인로
물고기 ㆍ 이규보
여름날 ㆍ 이규보
부끄러움 ㆍ 이규보
봄비 ㆍ 진화
늦봄 ㆍ 진화
은세계 ㆍ 혜심
소식 ㆍ 혜심
자적 ㆍ 혜심
서리달 ㆍ 장일
배꽃 ㆍ 김구
나무 그늘 ㆍ 백문절
산 소식 ㆍ 충지
연꽃 구경 ㆍ 곽예
산속 집 ㆍ 이진
구요당 ㆍ 이제현
눈 온 아침 ㆍ 이제현
작은 집 ㆍ 백이정
백화헌에서 ㆍ 이조년
나는 가겠다 ㆍ 이성
고목 ㆍ 이담지
세월 ㆍ 김득배
눈 오는 밤 ㆍ 최해
솟을대문 ㆍ 이곡
시내와 구름 ㆍ 경한
이별 ㆍ 정포
기다림 ㆍ 최사립
풍파 ㆍ 이집
스님께 ㆍ 김제안
산집에서 ㆍ 혜근
세 칸 집 ㆍ 혜근
여강 ㆍ 이색
동지 팥죽 ㆍ 이색
보슬비 ㆍ 이색
봄바람 ㆍ 조운흘
시 짓는 일 ㆍ 정몽주
들풀 ㆍ 김구용
그림 속 ㆍ 정도전
어린 아들 ㆍ 이첨
성남에서 ㆍ 권근
시냇가 띠집 ㆍ 길재
죽장사 ㆍ 정이오
삼월 ㆍ 정이오
문 닫고 ㆍ 박의중
이역(異域)에서 ㆍ 정총
경포대 ㆍ 황희
가을날 ㆍ 권우
넘실넘실 ㆍ 강회백
만권서 ㆍ 유방선
봄날 ㆍ 서거정
매화 ㆍ 성임
앓고 난 뒤 ㆍ 강희맹
석양 무렵 ㆍ 성간
봄옷 ㆍ 성간
강가에서 ㆍ 김종직
가마우지 ㆍ 김종직
풍경 ㆍ 김시습
날마다 ㆍ 홍귀달
채찍 ㆍ 유호인
맥추 ㆍ 정여창
안개 물결 ㆍ 김굉필
늦가을 ㆍ 안응세
꽃비 ㆍ 신종호
잠 깨어 ㆍ 최숙생
메밀꽃 ㆍ 김천령
새벽 ㆍ 김천령
강가 정자 ㆍ 성몽정
나비 떼 ㆍ 한경기
여름 ㆍ 박상
배움 ㆍ 심의
처세법 ㆍ 심의
접시꽃 ㆍ 김안국
두견이 ㆍ 이행
꽃길 ㆍ 이행
산사에서 ㆍ 신광한
주막 ㆍ 신광한
멧비둘기 ㆍ 신광한
갈대밭 ㆍ 신광한
강 길 ㆍ 신광한
길가의 소나무 ㆍ 김정
봄꿈 ㆍ 김정
쏙독새 ㆍ 서경덕
시냇물 소리 ㆍ 서경덕
사물 ㆍ 서경덕
이화정에서 ㆍ 신잠
자적 ㆍ 이언적
청산 ㆍ 이언적
변화 ㆍ 성수침
빈 강 ㆍ 성효원
낙화암 ㆍ 홍춘경
단절 ㆍ 성운
빈손 ㆍ 조식
목욕 ㆍ 조식
시새움 ㆍ 김인후
농사일 ㆍ 윤현
인생 ㆍ 윤현
기다림 ㆍ 노수신
칠석 ㆍ 권벽
향로봉에서 ㆍ 휴정
적막 ㆍ 참료
앵두 ㆍ 백광홍
지팡이 소리 ㆍ 박순
새 달력 ㆍ 강극성
접시꽃 ㆍ 황정욱
흰 구름 ㆍ 황정욱
물안개 속 ㆍ 고경명
달 보며 ㆍ 송익필
산길 ㆍ 송익필
솔 ㆍ 정인홍
신기루 ㆍ 이이
다락에서 ㆍ 하응림
봄바라기 ㆍ 백광훈
용호에서 ㆍ 백광훈
기다림 ㆍ 백광훈
포구 풍경 ㆍ 이산해
꽃 꺾어 ㆍ 이달
보릿고개 ㆍ 이달
제사 ㆍ 이달
장미 ㆍ 최경창
수유꽃 ㆍ 최경창
매화 구경 ㆍ 최경창
님에게 ㆍ 최경창
전송 ㆍ 이순인
깨달음 ㆍ 유정
해당화 ㆍ 유희경
애도 ㆍ 심희수
추운 봄 ㆍ 홍적
버들 실 ㆍ 임제
작별 ㆍ 정지승
봄잠 ㆍ 이옥봉
옛 절 ㆍ 허봉
난리 후 ㆍ 이호민
가을 생각 ㆍ 차천로
흥취 ㆍ 차천로
한 해를 보내며 ㆍ 손필대
허공에 쓴 글자 ㆍ 유몽인
독촉 ㆍ 유몽인
새만 홀로 ㆍ 김상용
도중에 ㆍ 이수광
부끄러워 ㆍ 허난설헌
어떤 방문 ㆍ 이정구
유거(幽居) ㆍ 이정구
단풍 숲 ㆍ 유숙
상심 ㆍ 신흠
비 갠 아침 ㆍ 신흠
큰 눈 ㆍ 신흠
노숙 ㆍ 이경전
비바람 ㆍ 이경전
연잎 고깔 ㆍ 강항
채마밭 ㆍ 강항
한식 풍경 ㆍ 조위한
병아리 ㆍ 양경우
화담 선생 ㆍ 양경우
한식 ㆍ 권필
솔바람 ㆍ 권필
슬픔 ㆍ 권필
장미 ㆍ 허균
귀뚜라미 ㆍ 정온
가을 비 ㆍ 정온
그리움 ㆍ 청학
간서(看書) ㆍ 이민성
사미인곡 ㆍ 이안눌
편지를 부치며 ㆍ 이안눌
담쟁이덩굴 ㆍ 김류
난리 후 ㆍ 김광현
물새 ㆍ 이현
강남 땅 ㆍ 이경여
너스레 ㆍ 장유
허풍 ㆍ 장유
미친 노래 ㆍ 윤선도
환향 ㆍ 신익성
시비 ㆍ 허후
석별 ㆍ 이명한
기다림 ㆍ 송희갑
낙화 ㆍ 임유후
아내를 묻으며 ㆍ 이계
나귀 등 ㆍ 김득신
시벽(詩癖) ㆍ 김득신
올빼미 ㆍ 김득신
물결 꽃 ㆍ 홍우원
샘물 소리 ㆍ 홍우원
꿈에 ㆍ 송준길
백발 ㆍ 송시열
공부 ㆍ 이유태
까마귀 ㆍ 이유태
석양 무렵 ㆍ 정린경
산새 ㆍ 홍주세
남녘의 봄 ㆍ 이건
귀뚜라미 ㆍ 이건
가슴속 ㆍ 허장
산길 ㆍ 김시진
달빛 ㆍ 정수
세월 ㆍ 백암
봄바람 ㆍ 조성기
강 길 ㆍ 김창협
이장 ㆍ 김창흡
속리산 ㆍ 김창흡
명월암에서 ㆍ 홍세태
낙화암 ㆍ 박태보
정향화 ㆍ 윤두서
바위 꽃 ㆍ 임인영
물총새 ㆍ 박상립
백운암 ㆍ 이집
부모 ㆍ 김이만
풍경 ㆍ 박영
앞 강물 ㆍ 이영보
산유화 ㆍ 권만
화왕계 ㆍ 권만
마포 ㆍ 권만
적막 ㆍ 남극관
은비녀 ㆍ 최성대
귀뚜라미 ㆍ 최성대
망향 ㆍ 최성대
아들 생각 ㆍ 남유용
헤어진 뒤 ㆍ 최대립
꿈 깨어 ㆍ 최대립
사월 ㆍ 문동도
울지 마라 ㆍ 이용휴
채마밭 ㆍ 이용휴
석류꽃 ㆍ 이용휴
목화밭 ㆍ 신광수
발자국 ㆍ 강세황
절필 ㆍ 이윤영
딱따구리 ㆍ 이광려
황혼 무렵 ㆍ 이미
변방 ㆍ 목만중
상심 ㆍ 심익운
풍랑 ㆍ 심익운
방 안 ㆍ 박종악
턱수염 ㆍ 박지원
형님 생각 ㆍ 박지원
낮달 ㆍ 박지원
소나기 ㆍ 노긍
초가을 ㆍ 노긍
단오날 ㆍ 이덕무
매미 소리 ㆍ 이덕무
새벽길 ㆍ 이덕무
옛 생각 ㆍ 남경희
낙화 ㆍ 이충익
낙방 ㆍ 윤종억
비 맞으며 ㆍ 윤종억
비 갠 뒤 ㆍ 박제가
작별 ㆍ 김용행
금붕어 ㆍ 김조순
수선화 ㆍ 신위
대 그림자 ㆍ 신위
서경 ㆍ 신위
그리움 ㆍ 김삼의당
반달 ㆍ 이양연
따뜻한 봄 ㆍ 이양연
모란 ㆍ 한재렴
초여름 ㆍ 한재렴
매화 ㆍ 김매순
시골집 ㆍ 김정희
길갓집 ㆍ 김정희
진창 ㆍ 홍길주
눈 오는 밤 ㆍ 혜즙 스님
홍류동 계곡 ㆍ 정환
머리카락 ㆍ 홍석모
장안사 ㆍ 신좌모
백발 ㆍ 장지완
연잎 ㆍ 서헌순
방생 ㆍ 조운식
봄날 저녁 ㆍ 김진항
철없는 아내 ㆍ 이제영
눈 ㆍ 김병연
뭉게구름 ㆍ 김병연
세월 ㆍ 김병연
봄은 가고 ㆍ 현기
모내기 ㆍ 윤정기
그네뛰기 ㆍ 황오
겨울밤 ㆍ 강후석
장마철 ㆍ 남병철
기러기 ㆍ 강위
노처녀 ㆍ 육용정
대답 ㆍ 육용정
복사꽃 ㆍ 이기
권면 ㆍ 신기선
불면 ㆍ 신기선
양계 ㆍ 김옥균
계집종 ㆍ 이건창
관동별곡 ㆍ 이건창
홍류동 ㆍ 이건창
종소리 ㆍ 한용운

 

“단 일곱 자에 마음밭 물꼬가 터진다!”
시와 멀어진 세상에 정민 교수가 던지는 일곱 자의 깊은 울림!

시와 멀어진 세상에 정민 교수가 던지는 단 일곱 자의 깊은 울림! 오래된 장처럼 깊은 고전의 감성과 정수가 배어든 우리 한시 삼백수!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절구 백미를 가려 뽑고 그 아마득하고 빛나는 아름다움을 망라하면서 오늘날 독자들의 정서에 닿을 수 있게 풀이했다. 사랑과 인간, 존재와 자연, 달관과 탄식, 풍자와 해학, 일곱 마디의 좁은 행간 안에 웅장한 성채가 솟았다. 이토록 마음이 아리고 통쾌해본 적이 언제였는가? 고목에 물기 오르듯 메마른 마음밭에 물꼬가 터진다!

출판사 소개

“단 일곱 자에 마음밭 물꼬가 터진다!”
시와 멀어진 세상에 정민 교수가 던지는 일곱 자의 깊은 울림!


시의 시대가 있었다. 김수영과 고은, 이성복과 김남주, 곽재구와 기형도… 대학 문 앞 서점에 꽂힌 신간 시집의 표지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대던 시절. 지금은 아무도 지하철에서 빛바랜 종이의 시집을 펼치지 않는다. 이 책은 비수처럼 예리한 감성을 지닌 인문학자가 시와 멀어진 시대, 인간다움을 점점 잃어가는 세상에 던지는 일곱 자의 웅숭깊은 울림이다. 그 인문학자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 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정민 교수다. 한시는 간결한 언어의 가락 속에 깊은 지혜와 감성을 숨긴 고전 인문학의 정수다. 삼국부터 근대까지 우리 7언절구 삼백수를 가려 뽑고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망라했다. 원문에는 독음을 달아 독자들이 찾아보기 쉽게 했으며 우리말로 번역한 시는 3ㆍ4조의 리듬을 타고 읽히도록 했다. 원시元詩를 방불할 만큼 아름다운 평설은 순수한 감성 비평으로 국한했고 구조와 형식 미학에 대한 비평, 고사에 대한 서술은 할애割愛했다. 부록에서 시인의 생애에 대해 간략히 서술했다. 삼백수는 《시경詩經》 삼백 편의 남은 뜻을 따르려 함이다. 시삼백은 동양 문화권에서 최고의 앤솔러지란 뜻과 같다. 최고의 걸작만 망라했다는 의미다. 날마다 한 수씩 읽어나가도 휴일을 빼고 나면 근 한 해 살림에 가깝다.

‘우리 한시 삼백수’에는 사랑과 인간, 존재와 자연, 달관과 탄식, 풍자와 해학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품을 수 있는 모든 감성과 생각들이 녹아 있다. 그중 정포鄭?의 <이별>(96쪽)은 날것처럼 선득한 슬픔을 고즈넉한 풍경에 빗대어 살며시 드러낸 명편이다.

새벽녘 등 그림자 젖은 화장 비추고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누나.
반 뜰 지는 달에 문 밀고 나서자니
살구꽃 성근 그늘 옷깃 위로 가득해라.

五更燈影照殘粧 欲語別離先斷腸
오경등영조잔장 욕어별리선단장
落月半庭推戶出 杏花疎影滿衣裳
낙월반정추호출 행화소영만의상

창밖이 아슴아슴 밝아온다. 이별의 시간이 왔다. 헤어짐이 안타까운 두 사람은 밤새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퉁퉁 부은 눈, 화장은 지워져 부스스하다. 그녀는 자꾸 울기만 한다. 이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날 것을 둘 다 잘 안다. 이제 가야겠노라고 말하면서 내 애가 마디마디 끊어진다. 달빛도 다 기울어 이젠 마당의 반도 비추지 못한다. 지게문을 밀고 나선다. 차마 뒤돌아볼 수가 없다. 살구꽃 성근 그림자가 내 옷 위에 가득 어리는 것을 본다. 사랑하는 사람아! 아, 끝내 돌아보지 못한다.

한편 삼백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용운韓龍雲의 <종소리>(612쪽)에서는 서릿발처럼 쩌렁쩌렁한 시대의식을 만날 수 있다.

사방 산 감옥 에워 눈은 바다 같은데
찬 이불 쇠와 같고 꿈길은 재와 같네.
철창조차 가두지 못하는 것 있나니
밤중의 종소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四山圍獄雪如海 衾寒如鐵夢如灰
사산위옥설여해 금한여철몽여회
鐵窓猶有鎖不得 夜聞鐘聲何處來
철창유유쇄불득 야문종성하처래

철창으로 내다보면 온통 푸른 산에 포위당해 그 너머 바깥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산속에 눈이 펑펑 쏟아지자, 창밖은 어느새 광풍 노도에 일렁이는 바다가 된다. 얼음장보다 더 찬 홑이불 속에서 벌벌 떨다 보니, 아련하던 꿈길은 재처럼 싸늘히 식어 이빨만 덜덜 떨린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육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깊은 밤 종소리가 철창을 넘어들어온다. 어디서 온 종소리냐? 누가 보낸 종소리냐? 육신이야 비록 갇혀 영어囹圄의 신세라 해도, 깨어있는 내 자유로운 정신의 푯대만은 아무도 꺾을 수가 없다.

탄식과 달관의 두 경계를 보여주는 시로는 성운成運의 <단절>(226쪽)과 신광한申光漢의 <강 길>(202쪽)을 꼽을 수 있다. 이상하게도 두 시가 보여주는 경계는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다.


여름 해 그늘 져서 대낮에도 어두운데
물소리 새소리로 고요 속에 시끄럽다.
길 끊어져 아무도 안 올 줄을 알면서도
산 구름에 부탁하여 골짝 어귀 막았다네.

夏日成?晝日昏 水聲禽語靜中喧
하일성유주일혼 수성금어정중훤
已知路絶無人到 猶?山雲鎖洞門
이지로절무인도 유천산운쇄동문
- <단절>

깎아지른 절벽이 십리에 걸렸는데
강을 끼고 한 줄기 길 가늘고 구불구불.
안위(安危)의 나뉨은 평생에 조금 알아
발아래 풍파쯤은 놀라지 않는다네.

截壁嵯峨十里橫 緣江一路細紆?
절벽차아십리횡 연강일로세우영
平生粗識安危分 脚底風波未足驚
평생조식안위분 각저풍파미족경
- <강 길>

<단절>은 속리산에 숨어 살며 자신의 뜻을 슬쩍 내비친 시다. 구름이 해를 가리자 여름 대낮이 어둑하다. 일없는 숲속은 마냥 고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냇물 소리와 지저귀는 새 소리로 숲은 나름대로 부산스럽다. 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뚝 끊어져 몇 날이 지나도 속세의 발자취는 이르지 않는다. 이쯤 하면 되겠지 싶다가도 혹시 몰라 산골짝 구름에게 부탁하여 내 집으로 들어서는 골짜기 입구를 마저 봉쇄한다.
<강 길>에서는 월계협 세찬 물살이 흘러가는 물길 위로 깎아지른 벼랑을 끼고 소롯길이 열려 있다. 아차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골짜기로 쓸려갈 판이다. 비바람은 길 가는 나그네를 후려치고, 길은 미끄럽고, 물살은 거세다. 길은 가도 가도 끝없이 희미하게 이어지고, 숨을 몰아쉬며 앞을 봐도 끝은 보이지 않는다. 흡사 험난한 인생길을 건너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안위(安危)의 갈림에는 나도 이골이 났다. 편안함이 편안함이 아니고, 위태로움 속에 깃든 편안함도 맛볼 줄 안다. 엔간한 풍파쯤은 겁나지 않는다.
비장하고 아픈 감성만을 옛 시인들이 노래한 것은 아니다. 자연을 따르고 순리를 따르려는 따뜻한 감성(<들풀>, 118쪽)과 목화밭 가는 길에 길손을 만난 아가씨의 설레는 마음(<목화밭>, 486쪽), 변방 수자리를 사는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속 깊은 배려(<편지를 부치며>, 370쪽) 등 평화롭고 가슴 뛰며 푸근한 옛 감성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들풀>

가녀린 들풀에 저절로 꽃이 피고
돛 그림자 용인 듯이 수면 위에 빗겼구나.
저물녘엔 언제나 안개 물가 기대 자니
대숲 깊은 곳에 인가가 묻혀 있네.

纖纖野草自開花 檣影如龍水面斜
섬섬야초자개화 장영여룡수면사
日暮每依烟渚宿 竹林深處有人家
일모매의연저숙 죽림심처유인가

하루해가 저물면 나는 또 안개 짙은 강가 대숲에 배를 묶어두고 또 하루를 접는다. 저 푸른 대숲 너머로 저녁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도 저 따스한 식탁에 함께하고 싶다.

<목화밭>

푸른 치마 아가씨 목화밭에 나왔다가
길손 보곤 몸을 돌려 길 가에 서 있구나.
흰둥개가 누렁이를 멀리 따라 가더니만
다시금 짝 지어서 주인 앞에 달려온다.

靑裙女出木花田 見客回身立路邊
청군녀출목화전 견객회신립로변
白犬遠隨黃犬去 雙還更走主人前
백견원수황견거 쌍환갱주주인전

암컷 누렁이가 새침을 떨며 저만치 앞서 가자 수컷 흰둥개가 같이 놀자며 ?아간다. 길 위에선 나그네와 아가씨의 탐색전이 한창인데, 제 주인 보란 듯이 뒹굴며 놀던 개 두 마리가 아가씨 앞으로 짝을 지어 내닫는다. 새침데기 아가씨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그만 붉어지고 말았다.

<편지를 부치며>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 머리의 어버이가 근심할까 염려되어,
그늘진 산 쌓인 눈이 깊기가 천 길인데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欲作家書說苦辛 恐敎愁殺白頭親
욕작가서설신고 공교수살백두친
陰山積雪深千丈 却報今冬暖似春
음산적설심천장 각보금동난사춘

황막한 변방의 추위는 맵다 못해 뼈를 저민다. ‘어머님! 이곳은 너무 춥고 힘들어요.’ 집에 보낼 편지에 이렇게 쓰려다가, 흰머리의 어버이께서 자식 걱정에 잠 못 드실까봐 이렇게 고쳐 쓴다. “어머님! 올겨울은 정말 봄날처럼 따뜻합니다. 아무 염려 마세요. 저는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곧 뵐게요.” 아! 지금쯤 전방에도 칼바람 속에 흰 눈이 쌓여가겠지.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그런데 마음은 새 마음이 아니다. 먹먹한 일상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마음의 우물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정민 교수는 단 일곱 자에 실린 웅숭깊은 울림으로 그 메마른 마음밭에 힘찬 물꼬를 튼다. 그리고 옛것이 지금 것보다 오히려 더 새로울 수 있다는 도저한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지천명의 나이에 홍안의 청년처럼 싱푸른 감성을 지닌 인문학자의 아련한 옛 노래가 자꾸 귓전을 맴돈다.

- 책속으로 이어서 -

부끄러워

가을날 맑은 호수 옥 같은 물 흐르는데
연꽃 깊은 곳에 목란배를 매어두고.
님 만나 물 저편에 연밥을 던지고는
행여 남이 봤을까 봐 한참 부끄러웠네.

秋淨長湖碧玉流 荷花深處繫蘭舟
추정장호벽옥류 하화심처계란주
逢郞隔水投蓮子 遙被人知半日羞
봉랑격수투련자 요피인지반일수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연밥 따는 노래(採蓮曲)>

가을날 물 맑은 긴 호수에 벽옥의 강물이 넘실댄다. 연꽃은 피고 지고, 연잎은 키를 넘고, 연밥도 주렁주렁 매달렸다. 조그만 쪽닥배를 몰고 님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먼저 온 그녀는 부끄러워 연잎 속에 배를 매어두고 아까부터 숨어 있다. 이윽고 방죽 저편으로 님이 보이더니, 연잎 속에 숨은 나는 못 보고 자꾸 엄한 곳을 두리번거린다. 기다리다 못한 나는 님의 발치에 작은 연밥을 하나 따서 던진다. 연자(蓮子)는 연밥을 말하지만, 음으로 읽으면 연자(憐子), 즉 ‘그대를 사랑해요!’가 된다. 그녀의 두 볼에 반나절 동안이나 홍조가 가시지 않았던 이유다.
-324쪽

귀뚜라미

밤새도록 귀뚤귀뚤 무슨 뜻이 있는가
맑은 가을 저절로 소리 냄이 기쁘도다.
미물도 또한 능히 계절 따라 감응커늘
나는 아직 어리석어 때 기다려 우는구나.

通宵??有何情 喜得淸秋自發聲
통소즉즉유하정 희득청추자발성
微物亦能隨候動 愚?還昧待時鳴
미물역능수후동 우농환매대시명
-정온(鄭蘊, 1569-1641),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聞??)>

귀뚜라미가 밤새 운다. 무슨 할 말이 저리도 많을까? 가을 되니 절로 목청이 터져 저리 우는 것이지, 억지로 울자고 한 것은 아니다. 울고 싶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지 않을 수 없어서 운다. 가을 기운이 스며들면 숨 쉬듯 노래가 나온다. 얼마나 오묘한 악기인가? 봄에도 안 울고, 여름에도 안 울고, 가을에만 운다. 바보 같은 나는 아직도 그런 자연스런 울음을 울지 못한다. 눈치 보느라 못 울고, 체면 때문에 못 운다. 언제나 가을 만난 귀뚜라미처럼 폐부에서 숨 쉬듯 우러나는 그런 울음을 울 수가 있을까?
-360쪽

목화밭

푸른 치마 아가씨 목화밭에 나왔다가
길손 보곤 몸을 돌려 길 가에 서 있구나.
흰둥개가 누렁이를 멀리 따라 가더니만
다시금 짝 지어서 주인 앞에 달려온다.

靑裙女出木花田 見客回身立路邊
청군녀출목화전 견객회신립로변
白犬遠隨黃犬去 雙還更走主人前
백견원수황견거 쌍환갱주주인전
-신광수(申光洙, 1712-1775), <골짝 어귀에서 본 풍경(峽口所見)>

푸른 치마를 입은 처녀가 목화밭에 목화 따러 나왔다. 지나가는 길손을 보고는 부끄러워 내외하느라 길가에서 몸을 옆으로 돌린다. 주인 아씨 호위병으로 따라나선 두 마리 개가 콩닥콩닥하는 아가씨 마음은 아랑곳 않고 저희들 연애에 골몰하는 중이다. 암컷 누렁이가 새침을 떨며 저만치 앞서 가자 수컷 흰둥개가 같이 놀자며 ?아간다. 길 위에선 나그네와 아가씨의 탐색전이 한창인데, 제 주인 보란 듯이 뒹굴며 놀던 개 두 마리가 아가씨 앞으로 짝을 지어 내닫는다. 새침데기 아가씨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그만 붉어지고 말았다.
-486쪽

책속으로

이별

새벽녘 등 그림자 젖은 화장 비추고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누나.
반 뜰 지는 달에 문 밀고 나서자니
살구꽃 성근 그늘 옷깃 위로 가득해라.

五更燈影照殘粧 欲語別離先斷腸
오경등영조잔장 욕어별리선단장
落月半庭推戶出 杏花疎影滿衣裳
낙월반정추호출 행화소영만의상
-정포(鄭?, 1309-1345), <양주의 객관에서 정인과 이별하며(梁州客館別情人)>

창밖이 아슴아슴 밝아온다. 이별의 시간이 왔다. 헤어짐이 안타까운 두 사람은 밤새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퉁퉁 부은 눈, 화장은 지워져 부스스하다. 그녀는 자꾸 울기만 한다. 이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날 것을 둘 다 잘 안다. 이제 가야겠노라고 말하면서 내 애가 마디마디 끊어진다. 달빛도 다 기울어 이젠 마당의 반도 비추지 못한다. 지게문을 밀고 나선다. 차마 뒤돌아볼 수가 없다. 살구꽃 성근 그림자가 내 옷 위에 가득 어리는 것을 본다. 사랑하는 사람아! 아, 끝내 돌아보지 못한다.
-96쪽

들풀

가녀린 들풀에 저절로 꽃이 피고
돛 그림자 용인 듯이 수면 위에 빗겼구나.
저물녘엔 언제나 안개 물가 기대 자니
대숲 깊은 곳에 인가가 묻혀 있네.

纖纖野草自開花 檣影如龍水面斜
섬섬야초자개화 장영여룡수면사
日暮每依烟渚宿 竹林深處有人家
일모매의연저숙 죽림심처유인가
-김구용(金九容, 1338-1384), <들풀(野草)>

배 한 척에 생애를 싣고 이곳저곳 떠돌며 산다. 가녀린 들풀은 어느새 꽃을 피워 온 들이 꽃밭이다. 수면에 빗긴 돛대의 그림자가 구불구불 물결 따라 일렁이니, 꼭 용 한 마리가 물 속에 숨어 나를 지켜주겠다고 따라오는 것만 같다. 하루해가 저물면 나는 또 안개 짙은 강가 대숲에 배를 묶어두고 또 하루를 접는다. 저 푸른 대숲 너머로 저녁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도 저 따스한 식탁에 함께하고 싶다.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