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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을 그리다.고연희·김동준·정민 외 지음.태학사, 552쪽.3만5000원

굴어당 2014. 1. 2. 23:47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우리 시대 인문학자 32인의 그림 읽기 문화 그리기(양장)

저자
고연희 , 김동준 , 정민 지음
출판사
태학사 | 2013.11.15
형태
판형 규격外 | 페이지 수 550 | ISBN
ISBN 10-895966619X
ISBN 13-9788959666195
정가
35,000

옛 그림을 인문학으로 탐사하다!

우리 시대 인문학자 32인의 그림 읽기, 문화 그리기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 문학, 철학, 역사, 회화, 복식 등 문화 전반을 망라한 다양한 도판을 찾아 매만진 32명의 집필진은 한국의 옛 풍경을 고스란히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그림에 자신의 삶과 시대를 담았던 조상들을 기리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한국, 중국, 일본의 교류까지도 그림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권말에는 그림과 사진 등을 통해 내용을 쉽게 확인할 있도록 ‘찾아보기’를 제공했다.

마음, 감각, 사연, 표상, 소통 등 총 5개의 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우정과 교감, 고독과 위안, 자기 응시와 보편적 이상이 담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살았을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시대의 적층 위에 떠오른 흔적과 기록을 살펴보고, 감각적인 그림 속에서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환경을 읽어낸다. 또한 국가의 권위를 표현한 ‘표상’과 세계간의 교류의 장을 연 ‘소통’의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고연희

저서(총 7권)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를,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마쳤다. 주된 관심은 조선시대의 문학 및 사상과 연관하여 조선시대 회화 작품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이를 다시 오늘날의 관점과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다. 저서로 '조선후기 산수기행예술연구'(2001),'꽃과 새, 선비의 마음'(2004)이 있고, 공동 저서로는 '우리한문학의 새로운 조명', '우리한문학의 여성인식', '한문학과 미학', '19세기 지식인의 문화지형도' 등이 있다. 논문은 '연암일파의 회화론', ' "서권기" · "문자향"의 함의와 형상화 문제' 외에 다수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고 동양고전연구소, 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 이화여대한국문화연구원, 시카고대학 동아시아미술연구소 등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였다.

 

머리말

제1부 마음
궁궐의 개, 사도세자의 개_정병설
궁궐에서는 어떤 개를 길렀을까?

친구와 그림_안대회
19세기 사대부가 그린 황량한 풍경의 사연

이인상과 그의 서화 속 ‘심회心會’_유승민
글씨와 그림의 경계를 넘어 전해지는 힐링 메시지

단원檀園의 풍경을 찾아서_김동준
문인들의 흥취가 배어 있는 서해 언덕의 시원스러운 숲

옛 그림 속 어머니와 아이_정우봉
한없는 자애로움과 끝없는 그리움의 대상

마음을 그리다_함영대
마음을 다스리면서 몸을 다스린 유학자들

제2부 감각
그림 속 미각味覺_고연희
맛의 감각으로 보는 옛 그림

[소년전홍少年剪紅]의 백일홍과 괴석_이종묵
벌열가 후원의 조경을 화폭에 담은 신윤복의 그림

파초가 있는 풍경_강혜선
옛 그림의 시와 그림 속에서 만나는 파초

파초의 노래_김종서
시원스러운 푸른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유덕장의 그림에 빠진 남인南人들_박동욱
평생 동안 걸작을 완성한 조선의 3대 묵죽화가

삶의 품격을 생각하게 하는 꽃, 국화_김종태
고매한 선비들을 매료시킨 결곡한 자태의 꽃

제3부 사연
[문희별자도]를 보는
조선후기 문사들의 시각_유미나
오랑캐의 포로, 그리고 실절失節

취선醉仙 이백을 그리다_유순영
술과 달, 방랑의 천재 시인

소옹邵雍과 그의 고사도_송희경
옛 성현의 삶과 행적이 공존하는 그림

심사정과 김홍도의 걸작을 소장한
어느 역관譯官_이경화
이민식이 〈와룡암소집도〉, 〈서원아집도〉와 《신선도》 병풍 그림을 소장하기까지

혼동된 화가, 김석신과 이수민_진준현
‘초원蕉園’이라는 같은 호를 사용한 두 화원畵圓

소설의 안팎, 그림을 향유하는
조선의 여인들_서정민
그들은 왜 그림을 통해 삶을 기록하려 했을까?

말이 끝나는 곳에서 그림은 시작된다_장진성
이인상의 서얼화庶孼畵

초상화찬, 옛 문인들의 문학적 초상_김기완
초상화에 덧붙인 자의식의 표현, 어떻게 발전했을까?

제4부 표상
한반도 호랑이 지도론_정민
한반도 지도 안을 어떤 형상으로 채울 것인가

한국 봉황 표장標章의 기원과 정치학_김수진
창덕궁 인정전 [봉황도]에서 청와대 봉황 표장까지

정조의 [환어행렬도還御行列圖]_유재빈
사실과, 편집된 기억의 사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황제 즉위식 광경_이정희
우리나라 마지막 황제의 즉위식을 엿보다

고종황제의 역사 만들기, 조경단肇慶壇_김문식
조선의 뿌리를 찾아서

불멸의 초상, 어진御眞_윤진영
화염 속으로 사라진, 그리고 잊힌 왕의 초상화

제5부 소통
고려의 영원한 초상, 운학문 청자_장남원
날렵하고 매끄러운 도자기 위 비췻빛 하늘을 나는 학

조선후기 문화의 창, 북경 유리창_이홍식
새로운 세계가 황홀경처럼 펼쳐지는 곳

옛 일본소설 속의 조선 풍속화_김시덕
조선을 조선답게 그리려 한 한 화가의 열망

돈은 돌아야 돈이다_윤주필
돈 이야기로 읽는 그림

[안약산]과 [우이로오우리]_이창숙
약장수와 눈알, 사람의 눈을 그린 두 그림의 관계는?

‘조선 통신사’를 통해 본
일본과의 문화 교류_송지원
조선 통신사, 새로운 문화 동력이 되다

찾아보기
그림ㆍ사진 작품
인명ㆍ지명ㆍ문헌명ㆍ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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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을 그리다
고연희·김동준·정민 외 지음
태학사, 552쪽
3만5000원

[책과 지식] 인문학의 보고 한국화, 오늘을 비추는 거울

[중앙일보] 입력 2013-11-16 12:10 / 수정 2013-11-16 12:10                                                        

혜원(蕙園) 신윤복(1758~?)의 ‘여인의 팔을 당기는 남정네’는 정확한 인물 묘사와 풍광을 표현한 아련한 필치가 돋보인다. 이에 못지않게 배경의 괴석과 배롱나무가 당시 얼마나 값비싼 귀물이었는가 알려주는 게 이 책의 관점이다. [사진 태학사]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
고연희·김동준·정민 외 지음
태학사, 552쪽
3만5000원

이 책의 제목 머리에는 ‘우리시대 인문학자 32인의 그림읽기와 문화 그리기’라는 메김말이 붙어 있다. 처음 이 책을 대하는 독자라면 도대체 무슨 책인가 감이 안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 읽으신 분이 있을 것도 같은데 2년 전에도 비슷한 책이 나온 바 있다. 그 책 제목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이고, 책머리에는 ‘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감이 잡힐 것이다. 옛 그림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다양한 접근이다. 옛 그림 읽기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내가 그 전공이다. 그러나 32명의 필자들은 옛 그림 읽기라는 것이 어디 ‘면허 난 사람’만 얘기한다더냐는 식으로 각자의 전공에 따라 자신이 본 대로, 탐구한 대로 서술해 간 것이다.

 예를 들어 혜원(蕙園) 신윤복이 그린 ‘여인의 팔을 당기는 남정네’를 그린 춘화에 프롤로그 같은 그림이 있다. 내가 이 그림을 보는 시각은 인물묘사의 정확성과 괴석(怪石)과 나무를 표현한 아련한 필치이다. 그러나 필자는 말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괴석과 배롱나무가 당시 얼마나 값비싼 귀물이었고 중국산 태호석(太湖石)이 어떻게 수입돼 18세기 대가집에 장식되었는가를 논증한다. 그러면서 뼈있게 한마디 던진다. “감각의 제국은 언제나 시대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이 책의 필자들이 핵심을 멀찍이서 관조하는 것은 마치 동양화의 공염법(空染法)이라는 기법을 연상케 한다. 달을 그릴 때 달무리를 그림으로써 빈 칸이 달로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그림의 저변만 맴도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책에서 나는 이인상의 명작 ‘검선도(劍僊圖)’에 나오는 취설옹(醉雪翁)이 유후(柳逅)라는 선배 문인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석사논문으로 이인상을 쓰면서 그가 누구인지 몰라 당시 ‘문학사상’에 누가 알면 가르쳐 달라는 수필까지 쓴 적이 있다. 30년 묵은 궁금증이 후련히 풀렸다.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는 총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마음 그림, 가슴을 열다’는 그림을 감싼 인간의 정과 내면으로 안내한다. 우정과 교감, 고독과 위안, 자기 응시와 보편적 이상이 한자리에 묶였다. 제2부 ‘감각 그림, 그 감각의 세계’에서는 보고 만지고 즐기려는 몸의 요구가 빚어낸 감각의 영토를 담았다. 입맛과 향기, 파초에 듣는 시원한 빗방울과 댓잎에 깃든 인격의 탄력이 감촉된다. 제3부 ‘사연이야기를 품은 그림’은 숨겨진 그림 이야기의 방으로 초대한다. 사연의 적층 위에 떠오른 흔적과 기록이 흥미롭다. 제4부 ‘표상 그림이 감싸 안은 국가’는 국가적 차원에서 기억되고 기호화된 광경이다. 나라든 제왕이든 자신의 격에 어울리는 상징과 형식을 입어야 비로소 표상성이 획득됨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제5부 ‘소통 그림, 세계를 보다’를 살피다 보면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로 진출한 선조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3국의 수준 높은 옛 그림 등 이미지 230여 개를 통해 오늘의 ‘나’를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선택한 소재는 정말로 다양하다. 신한평의 ‘젖먹이는 어머니’, 이재관의 ‘파초’, 김홍도의 ‘단원아집’, 궁궐의 ‘일월오봉도’, ‘상감청자 운학문 매병’, ‘일본 소설 속의 조선 풍속화’…. 이런 그림들을 매개로 필자들은 그들 말대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종횡무진 구사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내심 얼마나 흐뭇한 마음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다름 아니라 우리시대에 이런 집체창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데에서 우리 한국학과 인문학의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32명의 필자 중 내가 수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 학자는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모두가 학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인지라 누가 무엇이 전공인지는 동업자(?)로서 이름 석자는 알고 있다. 한국사·한국문학사·한국한문학사·한국철학사·중국문학사·동양사상사·한국미술사·한국복식사 등등 한마디로 한국학 내지 인문학의 중견학자들이다.

 이들은 계간 학술지 ‘문헌과 해석’팀이다. 이들은 10여 년 전부터 매주 금요일이면 다 같이 모여 차례로 발표하면서 기탄없이 토론하고 그렇게 수렴한 성과를 이렇게 책으로 펴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 인문학이 위기다, 우리 학문은 학제간의 교류가 없는 것이 병폐다. 그러나 나는 이들을 대신하여 말한다. 우리의 젊은 인문학자들은 그 흔한 연구비 한 푼 지원받지 못해도 스스로가 신이 나서 이렇게 우리 인문학을 가꾸어가고 있다고. 이번 주 금요일에도 이들의 모임이 있었을 것이고 2년 쯤 뒤엔 또 한 권의 책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인문학은 살아 있음을 이 책은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유홍준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가, 미술저술가. 영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국내편 1~7, 일본편 1~2), 『화인열전』『완당평전』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