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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꽃이름 찾기 앱 "어? 이건 괜찮네"

굴어당 2015. 12. 8. 12:27

 


[김민철의 꽃이야기] 꽃이름 찾기 앱 "어? 이건 괜찮네"


'모야모', 1년 만에 8만명 다운… 꽃사진 올리면 고수가 답 바로
수동 방식인데도 의외로 성공, 식물수업·진료에 활용하기도
단편적인 호기심 충족 넘어 지식 축적 앱으로 발전했으면


김민철 논설위원 사진
김민철 논설위원


지난해 11월 '모야모'라는 앱이 나온 것을 알았지만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이미 꽃 이름을 알려준다는 앱이 여러 개 있었고 모야모도 그중 하나려니 생각했다. 다른 앱들을 다운받아 써보고 실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 인식으로 꽃 이름을 알려준다는 앱은 사진을 올리면 빙빙 도는 표시가 나타나다가 '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라는 결과를 내놓기 일쑤였다. 식물은 환경·영양 상태 등에 따라 변이가 심한데 아직 자동 인식 앱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한계였다.

더구나 모야모는 자동 인식 방식도 아니고 수동 방식이라고 했다. 꽃 사진을 올리면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방식이라니 사물 인식 시대에 오히려 역행하는 방식 아닌가. 야사모·인디카 등 야생화 사이트에는 기본적으로 있는 꽃 이름 물어보는 코너의 앱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후 시험 삼아 모야모를 써보니 의외로 답이 빨리 떴다. 몇초 만에 답이 뜨기도 하고 좀 까다로운 것도 몇분 내에 답이 올라왔다. '이거 괜찮은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야모라는 이름은 '뭐야 뭐?'를 변형한 것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산이나 공원에서 만난 꽃이나 식물 이름이 궁금하면 사진을 찍어 올리면 끝이다.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아는 식물이면 이름을 달 수 있다. 누군가 틀린 답을 올리는 경우도 많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잡아주고, 낯선 식물도 하나씩 의견을 모아 답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집단지성 방식이다.

그러나 이 앱은 약점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문의하는 사진이 폭주하면 감당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랐다. 시간이 지나도 답이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 이 앱은 나온 지 1년 만에 8만5000여명이 다운받았다. 모야모 박승천 콘텐츠담당이사는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는 것은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그것은 답을 달아줄 수 있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아 하루 평균 2000건의 질문이 올라오지만 1300여명이 답을 달아서 답하는 속도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였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어떻든 이 앱은 식물 이름을 간편하게 알아내는 앱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애들을 키우다 보면 "엄마, 이게 무슨 꽃이야?"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 사진을 찍어서 모야모에 올리면 거의 실시간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요즘엔 초등학교 야외 식물 수업에 모야모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내일은 부모님 스마트폰을 빌려오라"고 해서 모르는 식물이 나오면 모야모에 올려 답을 찾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진료에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0월 말 인하대병원 응급실. 식물 뿌리를 인삼인 줄 알고 먹어 구토·오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실려왔다. 환자 보호자는 "이게 먹다 남은 것"이라고 뿌리 일부를 가져왔지만 의사는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의사는 모야모에 뿌리 사진을 올렸다. 얼마 후 "미국자리공 뿌리 같다"는 답이 떴다. 이 뿌리의 독성에 맞는 처방을 한 결과, 환자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귀화식물인 미국자리공에는 독성이 강한 굵은 뿌리가 있다. 이것이 무나 도라지 뿌리처럼 생겨 식용으로 오인하는 사고가 종종 생긴다.

기자도 유용하게 써먹은 적이 있다. 얼마 전 미얀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했을 때, 아웅산 수지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었다. 그런데 수지 여사가 머리에 장식한 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꽃 장식을 한 수지 여사 사진을 모야모에 올렸더니 30분쯤 지나 '미얀마 여성들이 머리 장식용으로 많이 쓰는 난 종류'라는 설명과 함께 꽃 이름이 올라왔다. 어떻게 이런 것까지 찾았을까 싶었다.

모야모에 올라오는 꽃을 보면 그즈음 어떤 꽃들이 사람들 눈길을 끄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꽃은 원예종인 마리골드(2300여회)였다. 배롱나무와 개망초도 2000회 이상 질문을 받았다. 원예종 백일홍, 누리장나무가 4~5위였고, 가우라(홍접초), 소국(小菊), 미국쑥부쟁이, 벌개미취, 설악초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서와 거의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흔히 관심을 갖는 식물은 200~300개 정도로 보고 있다. 주로 이에 대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 앱의 한계도 분명하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면 조회 수가 늘어나도 묵묵부답이다. 여뀌나 사초 종류, 산형과 식물일 경우 답을 구하지 못하거나 틀린 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기자도 그동안 20여건을 올려 보았는데, 그중 2~3개는 답이 없었고, 2개는 계속 분명히 틀린 답이 올라와 포기한 적이 있다. 또 금방 이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찾아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엔 먼저 도감 등을 찾아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쉽게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는 법이다.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모처럼 성공한 식물 앱이 단편적인 호기심 충족을 넘어 지식이 모이고 쌓이는 앱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