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전쟁 끝에 국내 온라인 서점업계는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등으로 재편됐지만, 최근 두 번째 전쟁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바로 전자책(e-book)의 출현이다. 세계 1위 온라인서점업체 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킨들’과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가 돌풍을 일으킨 후 국내에도 전자책 시장 개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에는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인터파크가 전자책 전용단말기 ‘비스킷’을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다.
조선비즈는 코스닥 입체탐구의 첫 번째 테마인 전자책 관련, 국내 온라인 서점 1위업체인 예스24 김진수 대표이사를 공개 투자포럼에 초대했다. 김 대표는 야후코리아 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예스24가 실시한 공개 CEO 공모를 통해 이 회사 새 사령탑에 올랐다. 예스24가 종이책 유통 패러다임이 바뀐 뒤에도 선두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패널들의 집중 질문과 다각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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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온라인 서점 1위 예스24 김진수 대표이사.
◆ 전자책 시장 진입 전략은?
- 미국에선 아마존과 반즈앤노블 등이, 국내에선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이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내놓고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예스24는 전자책 시장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 김진수 예스24 CEO = 주위를 둘러보라. 책을 읽기 위해 30만원 안팎의 전용 단말기를 구매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우리는 전용 단말기를 직접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를 지원하는 ‘개방(open)’을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를 위해 경쟁사와 손잡고 ‘전자책 연합군’인 한국이퍼브를 지난해 9월 출범시켰다. 한국이퍼브의 자본금은 12억원이며 예스24, 리브로,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영풍문고 등 5개 서점과 한길사, 민음사 등이 공동 출자했다 (예스24 지분율 30%). 시장 확대에 대비해 조만간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이퍼브에서 만든 전자책을 다양한 단말기들이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현재 넥스트파피루스의 ‘페이지원’, 삼성전자의 ‘삼성SNE-60’ 등 2개 전용 전자책 단말기에서 한국이퍼브가 만든 전자책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아이리버의 ‘스토리’, 북큐브네트웍스 ‘북큐브’ 등도 한국이퍼브의 전자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협상 중이다. 개방의 혜택은 소비자한테 돌아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도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 뷰어(특정 파일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에서도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뷰어 프로그램도 출시할 계획이다.
- 한국이퍼브의 취지는 좋지만 '사공'이 많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출판사들은 여전히 불법 복제를 우려하며 기존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한국이퍼브는 거대한 연합군 형태를 띄고 있지만, 2위인 인터파크, 3위인 교보문고가 빠진 상황에서 실제 전자책 시장을 얼마나 키울 지 의문이다. 또 한국이퍼브와는 별도로 김영사, 더난 등 60개 출판사들은 한국출판콘텐츠(KPC)를 설립했다. 두 연합군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김진수 = 한국이퍼브는 출판 및 서점업계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공동으로 시장 파이를 키우자는 뜻에서 출범했다. 시장 파이가 커져야 나눠 먹을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많은 출판업체와 서점업체들이 한국이퍼브의 취지에 공감한 것은 국내 전자책 시장을 개척한 북토피아의 실패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전자책 1종을 만드는 데 12만원이 들었다. 북토피아는 혼자 그 비용을 감당하다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전자책 시장은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
출판사들이 전자책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저자와 유통업체가 직거래를 하는 등 출판사의 역할을 빼앗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스24는 한국이퍼브를 통해 초기부터 주요 출판사와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출판사를 설득하는 데 용이한 위치에 있다.
전자책 사업의 속도도 경쟁사와 대비해 결코 느리지 않다. 이달 19일 그동안 예스24가 준비한 전자책을 공개한다. <<육일약국 갑시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한국이퍼브를 통해 공급받은 전자책이 2만종, 예스24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전자책이 1만종 등 총 3만종이 쏟아진다.
- 한국이퍼브에서 전자책으로 전환한 파일은 리브로, 반디앤루니스, 알라딘, 영풍문고 등 경쟁 온라인 서점에서도 제공되기 때문에 예스24만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하기 어렵다.
▲ 김진수 = 계속 강조했듯이 시장을 공동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경쟁이 아니라 연합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스24만의 차별화 전략은 ‘멀티미디어’ 전자책에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멀티미디어 전자책이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특히 아동용 도서나 그림이 많은 잡지는 멀티미디어 전자책이 제격이다. 최근 미국 잡지 ‘와이어드’가 멀티미디어 형태의 잡지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스24는 출판사들이 손쉽게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 도구(tool)를 보급할 계획이다. 멀티미디어 책을 하나 만드는 데 2000만 원 이상이 소요된다. 국내 3만개 출판사 중 3000개 출판사가 매년 1종 이상의 책을 내놓고 있는 데 대부분 영세하다. 멀티미디어 제작 도구는 예스24가 제공하고 출판사는 수익의 일부를 우리와 나눠갖는다면 유통업체와 출판업체, 저작권업체가 윈윈할 수 있다.
◆ 모바일 시대에도 예스24의 유통 파워는 계속될 것인가?
- 스마트폰, 태블릿PC등 뉴미디어가 나오면서 새로운 장터(마켓플레이스)가 생긴다. 예를 들어 애플은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전자책 장터인 ‘아이북스(ibooks)’를 개설했다. 예스24 등 기존 온라인 서점업체들의 유통 파워가 약화되는 것은 아닌가.
▲ 김진수 = 한국 시장은 도서정가제 때문에 마케팅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마일리지와 제휴카드를 통한 우회 할인이라든지 5권 이상 책을 구매할 경우 가격을 낮추는 등 섬세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애플이 책 하나하나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지 않을 것이다. 한국 시장에 걸맞는 노하우도 없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라도 한국 시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야후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도서업계에서 흑자 내는 곳은 예스24밖에 없다. 잔손이 많이 가고 섬세한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들어와 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특히, 예스24는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아이폰에서 직접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앱 다운로드 건수는 40만건이며 앱을 통해 하루 평균 500만원의 매출이 일어난다. 바코드 검색 기능도 개발을 완료해 곧 추가할 예정이다. 책 뒤표지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관련 정보를 얻고 책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예스24는 한발 앞서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앱 소설도 연재할 계획이다.
- 최근 KT가 누구든지 전자책을 사고 팔 수 있는 ‘쿡 북 카페’를 열었다. 기존 출판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손쉽게 자신이 쓴 책을 전자책으로 만들 판매할 수 있다. KT의 시장 진입으로 온라인 서점업계의 경쟁이 다시 심화되는 것은 아닌가.
▲ 김진수 = KT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KT 등장으로 온라인 서점업체의 역할이 없어졌다기 보다 KT와 협력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KT가 한창 IPTV를 준비할 때 일이다. KT가 TV를 통한 서적 유통에 직접 나설까고 고민했지만, 각종 서비스 구축 비용과 노하우 미비 문제 때문에 예스24가 직접 입점하기를 원했다.
▲ 주세훈 예스24 기획지원부장, 이선재 예스24마케팅 팀장 = 미국만 해도 상위 몇 개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이 40~50%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상위 10개 출판사 점유율이 10% 정도다. 3000개 이상의 출판사와 협상하며 고객에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 포털들도 책을 팔고 있지만 크게 두각을 내지 못하지 않는가. 예스24도 조만간 책만 유통할 것인가 저작권까지 확보해야 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시점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온라인 서점의 경우, 자본이 있고 대기업이라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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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24는 독자와 저자가 직접 만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예스24가 주최한 베스트셀러 수필가인 한비야씨와 독자들의 만남 행사.
- 김 대표가 예스24의 CEO로 발탁된 배경에는 온라인 서점의 경쟁력이 가격에서 기술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고객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컴퓨팅 파워를 제공해주는 미국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이다. 기술 부문 투자에 대한 김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 김진수 = 예스24에는 목차, 서평, 감상, 블로그, 커뮤니티 등 책과 관련한 방대한 정보가 쌓여있다. 책에 관한 콘텐츠가 많으면 독자들이 책을 더 많이 산다. 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예스24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문제는 검색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검색을 찾지 못하면 방대한 데이터도 소용이 없게 된다. 검색 포털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검색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예스24의 검색 서비스가 확 바뀔 것이다. 소비자들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단서만으로 검색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복잡한 화면 대신 단순한 화면을 채택해 쇼핑 집중도도 높였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책 20페이지를 미리 볼 수 있는 기능도 첨가했다. 앞으로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구성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검색과 데이터 정교화 사업에 투자되는 금액은 10억원 이상이 될 것이다.
◆ 모기업 한세예스24홀딩스와의 공조 문제
- 지난 2003년 의류수출업체로 유명한 한세실업이 예스24를 인수했다. 이른바 굴뚝 산업 전통을 갖고 있는 한세예스24홀딩스가 예스24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지 궁금하다. 실적 좋을 때 다른 곳에 매각하는 것은 아닌가.
▲ 김진수 = 모기업이 의류업체로 출발했다는 이유로 그룹 차원에서 예스24에 대한 관심과 투자, 애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예스24가 국내 최초로 아이폰 앱을 내놓을 수 있었던 데는 모바일 선제 투자라는 김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종합 쇼핑 포털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 예스24가 동남아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에 패션 쇼핑몰 '예스24베트남'이 문을 열었다. 예스24와 아이스타일24(예스24의 패션 쇼핑몰)의 경험과 노하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스24베트남은 외국인이 100% 투자한 회사가 베트남에서 온라인 유통 사업을 허가받은 첫 사례다. 한류 열풍으로 현지인의 관심이 높다. 예스24는 영화, 공연예매를 대행한 자회사 ENT24를 다음달에 합병할 예정에 있는 등 문화 쇼핑몰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 한세실업의 동남아 쇼핑몰 사업과 예스24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 공개 투자포럼이란
전문가 패널이 기업분석… 지면·온라인 동시 게재코스닥 입체 탐구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 매체인 조선경제i 연결지성센터와 기업 혁신 전문 컨설팅 회사인 IXL코리아가 손을 잡고, 각계 전문가를 패널로 초빙해 매주 공개 투자포럼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기업 분석결과는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chosunbiz.com)에 동시에 게재된다. 투자·법률·회계·컨설팅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이 업체 선정부터 공개 투자포럼까지 함께 진행한다. 투자 포럼 과정을 트위터(Twitter.com)를 통해 중계하고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공개 투자포럼 패널 명단.
▲김운호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김홍기 메티스투자자문 이사 ▲남충일 IXL코리아 이사 ▲박성배 KPMG 상무 ▲박성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박영하 다나와 미디어본부장 ▲서병기 신영증권 전무 ▲이재원 V&S 투자자문 대표 ▲이준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장필준 하나대투증권 이사 ▲정대형 IXL코리아 대표 ▲정한설 스틱인베스트먼트 전무 ▲정회훈 DFJ Athena 대표(가나다순)
자문단의 주요 의견들은 다음과 같다.
▲ 김운호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 아마존이나 애플은 글로벌 시장을 바탕으로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한 업체다. 토종 업체가 전자책 단말기로 승부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예스24의 개방 전략이 제대로 된다면 좋은 무기가 될 것이다.
▲ 박성배 삼정KPMG 상무 = 회계적 관점에서 분석해 볼 때 예스24의 재무 흐름은 매우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현금 흐름이 원활하며 부채 비율이 적다.
▲ 이재원 V&S투자 자문 대표 = 예스24가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본다. 브랜드 인지도가 무엇보다 높고 회사에 쌓아놓은 현금(400억 원)도 적지 않다.
▲ 김홍기 메티스투자자문 대표 = 예스24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였다.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은 온라인 서점 시장의 중요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전자책 시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규모의 경제 이점이 사라진다. 다른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 정대형 IXL코리아 대표 = 종이책 시장에서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유통업체들의 목소리가 컸다. 전자책 시대가 열리면 좋은 콘텐츠들이 가진 출판사들이 유통 파워를 획득할 수도 있다. 가령 출판사들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직접 책을 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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