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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시문집 제2권 북한산 관련 시들

굴어당 2010. 6. 16. 22:58

다산시문집 제2권
 시(詩)
산영루에서[山映樓]


험한 돌길 끊어지자 높은 난간 나타나니 / 巖蹊纔斷見危欄
겨드랑에 날개 돋쳐 날아갈 것 같구나 / 雙腋泠泠欲羽翰
십여 곳 절간 종소리 가을빛 저물어가고 / 十院疏鍾秋色暮
온 산의 누런 잎에 물소리 차가워라 / 萬山黃葉水聲寒
숲 속에 말 매어두고 얘기 꽃을 피우는데 / 林中繫馬談諧作
구름 속에 만난 스님 예절도 너그럽다 / 雲裏逢僧禮貌寬
해 지자 흐릿한 구름 산빛을 가뒀는데 / 日落煙霏鎖蒼翠
행주에선 술상을 올린다고 알려오네 / 行廚已報進杯盤


[주D-001]행주 : 밖에 여행하는 도중에 임시로 밥을 짓는 부엌.

 
중흥사에서 하룻밤 자다[宿中興寺]

이슬 위에 앉으니 옷이 차갑고 / 露坐衣裳冷
구름 속에 노니니 발길 가벼워 / 雲游步履輕
사원에선 오가는 길손을 받아 / 祇林容客旅
영접하는 솜씨가 서툴지 않네 / 精舍慣逢迎
노곤하여 산부들 자리에 앉고 / 倦就山蒲席
배가 고파 미역국 달기도 하다 / 飢甘海菜羹
늙은 중이 계극을 늘어놓으니 / 老髡陳棨戟
베개 높이 베고서 뜬 영화 보네 / 高枕見浮榮

[주D-001]계극 : 관리가 밖에 나다닐 때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의장용의 나무로 만든 창.

 

백운대에 올라가[登白雲臺]

 곧 삼각산(三角山)의 중봉(中峯)이다


어느 뉘 뾰족하게 깎아 다듬어 / 誰斲觚稜巧
하늘 높이 이 대를 세워 놓았나 / 超然有此臺
흰 구름 바다 위에 깔려 있는데 / 白雲橫海斷
가을빛 온 하늘에 충만하구나 / 秋色滿天來
육합은 어우러져 결함 없건만 / 六合團無缺
한번 지난 세월은 아니 돌아와 / 千年漭不回
바람을 쏘이면서 휘파람 불며 / 臨風忽舒嘯
하늘 땅 둘러보니 유유하기만 / 頫仰一悠哉

[주D-001]육합 : 천지와 동서남북.

 
시냇물 위에 밤중에 앉아[溪上夜坐]

길손 가을 일천 산 차가웁고요 / 客秋千嶂冷
절간의 밤 사경은 맑기도 하다 / 寺夜四更淸
밝은 달은 제 절로 빛이 다른데 / 明月自殊色
바람결의 샘소리 어디서 나나 / 風泉何處聲
해맑은 달빛 아래 홀로 거닐며 / 獨行憐皎潔
드높은 산봉우리 우러러보네 / 仰視歎崢嶸
깨끗할사 전원에 살고픈 생각 / 蕭灑丘園志
긴 가락의 노래에 세정 멀어져 / 長歌遠世情

[주D-001]세정 : 세태와 인정.

 

행궁을 바라보며[望行宮]

 북한산성은 백제 때부터 있던 것인데 숙종조(肅宗朝) 말기에 상신(相臣) 이유(李濡)가 건의하여 증축하였다. 내성과 외성이 있다


연로는 사자재로 뚫려 있고요 / 輦路通獅嶺
별궁은 기러기재 인접하였네 / 離宮接雁峯
진경은 검각 잔도 의지하였고 / 秦京依劍閣
연부는 거용 요새 믿었고말고
/ 燕府恃居庸
좁은 벼랑 사다리 경사 심하고 / 窄壁雲梯急
굽은 골짝 쇠사슬 겹겹이로세 / 回谿鐵鎖重
그런대로 열흘은 버틸 만한데 / 堪爲旬日計
이곳에 몇 사람을 수용할 건고 / 能得幾人容
묘당에서 짜낸 지혜 치밀하였고 / 廊廟謨猷密
백성들 불평없이 부역 응했네 / 黎元力役恭
올라보니 가슴에 감개무량해 / 登臨有感慨
저녁종 울릴 때까지 홀로 서 있네 / 獨立到昏鍾

[주D-001]연로 : 임금이 탄 수레나 가마가 다니는 길.
[주D-002]진경은 …… 믿었고말고 : 진경은 진 나라 서울 장안(長安)이고 검각은 사천(四川) 검각현(劍閣縣) 동북쪽 대검산(大劍山)과 소검산(小劍山) 사이에 있는 잔도(棧道)의 이름이다. 사천과 섬서(陝西) 사이의 주요 통로로서 군사적인 요충지이다. 연부는 북경(北京)을 가리키고 거용은 북경 창평현(昌平縣) 서북쪽 군도산(軍都山)에 있는 관(關) 이름이다. 우리나라 한양이 북한산을 등에 업고 의지하는 것이 장안은 검각을, 북경은 거용을 믿고 의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주D-001]용사 : 법호(法號)에 용(龍) 자가 들어간 스님을 가리키는 듯하나 자세치 않다.


 

북한산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검정까지 이르러 장난삼아 육언시를 짓다[自北漢回至洗劍亭 戲爲六言]

나그네 밭길 깊숙한 골짝에서 나오니 / 客行出自幽谷
시냇가에 날아갈 듯 정자 하나 서 있네 / 溪上翼然有亭
비 지나간 반석은 티없이 깨끗하고 / 雨過盤陀濯濯
바람 부는 허공은 해맑기 그지없다 / 風吹虛籟泠泠
성 가까운 절간은 오히려 속기 감돌고 / 近城僧院猶俗
인간 세상 단풍은 아직도 푸르고녀 / 下界丹楓尙靑
티끌 먼지 속으로 이제 이 몸 들어가면 / 若使塵埃裏至
노을 휘장 구름 병풍 쓸쓸하여 가련하리 / 可憐霞帳雲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