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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따라 들쭉날쭉한 고전 번역… 통일된 기준 필요"

굴어당 2010. 6. 22. 22:50

한국고전번역학회 첫 학술대회 열려

한문학자·역사학자·고전번역가 등 70여명이 참여하여 지난 9월 발족한 한국고전번역학회(회장 송재소)가 27일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첫 학술대회를 열었다.

1894년(고종 31년) 갑오경장 때 조선이 한글을 국가 공식문자로 결정하면서 수천년간 한문으로 쌓아온 지적 자산의 계승이 과제로 대두됐지만 오랫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1965년 민간 주도로 국역 전문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가 결성되고, 2007년 국가 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한문고전을 모두 번역하려면 100년이 더 걸린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갈 길이 멀다.

27일 열린 한국고전번역학회 창립 기념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고전 번역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한국고전번역학회 제공

송재소 회장은 이날 〈한국 고전번역학의 과제〉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민족문화추진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꾸준히 번역 사업을 계속하여 양적으로 상당한 축적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질적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전 번역이 통일된 체제나 기준 없이 번역자의 취향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이루어졌다는 반성이다. 송 회장은 "그 결과 고전에 대한 현대독자들의 가독성(可讀性)이 갈수록 저하되는 현상을 초래했다"며 "신뢰할 수 있는 번역 텍스트를 제공해야만 나아가 이를 다시 서구어로 번역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위주 경북대 교수는 〈일기류 자료의 국역(國譯) 현황과 과제〉란 발표에서 그동안 국역 대상에서 비켜나 있던 일기류 자료의 번역 문제를 제기했다. 날짜별로 주요 사건 등을 기록한 일기류 자료는 작성 주체가 다양하고 기술 내용이 구체적이며 생생한 현장 정보를 풍부하게 담고 있지만, 그동안 관찬 사료 및 주요 문집의 국역에 밀려 번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황 교수는 "현존하는 일기류 자료 약 1600종 가운데 번역이 완료된 것은 250여종 정도"라며 "그동안 소홀했던 생활일기 분야의 국역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철 용인대 교수는 〈한국 고전번역의 역사적 고찰〉이란 발표에서 "조선시대 상당히 많은 양의 중국 고전소설이 수용되고 번역되었다"며 "이는 한글 창제 이후 평민과 여성 독자층이 형성되면서 번역에 크게 영향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소설은 1543년(중종 38년) 유향의 《열녀전》이 최초로 번역된 이래 임진왜란 전후 해서 대량 번역됐으며, 18세기 세책업(貰冊業)과 방각본 출현 등으로 조선에 유입된 중국소설 330종 중 100여종이 번역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