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乳母)가 술을 자주 마신다. 심하게는 밤에도 술을 마셔 젖에 젖은 아이의 옷에서 술 냄새가 난다." 조선시대 영조(英祖)가 1752년 2월 2일 약방(藥房) 관원들 앞에서 한 말이다. 뒷날 사도세자가 될 젖먹이 아들이 매일 설사와 구토에 시달리자 영조는 술 취한 유모의 젖을 먹은 탓이라고 했다. 기겁한 신하들은 "지극히 공경한 지위에 있으면서 유모가 어찌 감히 술을 마실 수 있습니까. 신은 들으면서 전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런 대화록은 누구나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조선왕족실록엔 없다. 왕의 비서실이었던 승정원이 현장에서 붓으로 기록한 승정원일기에만 있다. 이 책엔 실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재미있는 기록이 많지만 소수 전문가를 제외한 일반인에겐 다른 나라 고전이나 마찬가지다. 승정원일기는 1813책 중 겨우 277책만 한글로 번역됐다. 한국고전번역원·국사편찬위원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이 승정원일기와 일성록·비변사등록·각사등록을 번역 중이지만 언제 완역(完譯) 출판될지 모른다.
▶북한은 1950년대 후반 조선왕조실록 번역을 시작해 1981년 끝냈고, 1990년 401권짜리 '리조실록'이란 이름으로 출간했다.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는 작년 10월 비변사등록 번역을 끝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 번역을 1968년에야 시작해 1993년 겨우 끝냈다. 아직 판독조차 못한 민간 문집 등이 4000책을 넘는다고 한다. 모두 번역하려면 100여 년이 걸린다.
▶한국고전번역원이 30년 안에 모든 고전을 한글로 옮기기 위해 '권역별 거점 연구소 협동번역'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국을 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으로 나누고 연구소 10곳을 선정해 올해 21억원을 지원한다.
▶드라마 '대장금'이나 영화 '왕의 남자'는 조선왕조실록의 한 줄 기록에서 소재를 땄다. 고전의 한글화는 스토리텔링 산업의 아이디어 뱅크를 짓는 일이다. 삼국유사 영역본(英譯本)은 다양한 한글 번역본이 있기에 가능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는 삼국유사 불어판을 감수하면서 "중국·일본과는 다른 한국문화 원류를 담은 설화와 역사를 들려준다"라고 했다. 고전 한글화는 옛날과 오늘의 한국인 사이에만 이뤄지는 소통이 아니다. 우리 고전이 인류의 지성(知性)을 풍요롭게 하는 길도 열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