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세운 ‘소강(小康)사회’ '대동(大同)사회'의 어원을 살피며
중국 사회주의 정권이 2003년 전당대회(國政운영 보고대회)에서 자신들이 실현한 현 사회를 소강(小康)사회로 평가하고 향후 중국이 나아갈 목표를 대동(大同)사회로 내세우면서 소강사회, 대동사회란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소강(小康)’이란 말은 『詩經』대아(大雅) / 생민지십(生民之什)편 민로장(民勞章)에 처음 등장한다.
“民亦勞止라 汔可小康이니 惠此中國하야 以綏四方이어다 : 백성이 또한 수고로울 뿐이라. 거의 조금 편안하게 할지니 이 나라 안을 사랑하여 사방을 편안히 할지어다. (止 : 어조사 ~뿐 지 汔 : 거의 흘 綏 : 편안할 유 )“
‘대동(大同)’은『詩經』을 편찬한 공자가 이후 『禮記』「禮運」편에서 ‘小康’과 ‘大同’을 규정한데서 유래한다. 이후 유교에서는 공자의 이 규정에 의거하여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대동(大同)세상 혹은 대동사회라 하고, 大同사회보다 조금 미치지 못하는 사회를 소강(小康)사회, 혹은 소강세상이라고 일컬어왔다.
이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국정운영의 철학을 맑시즘(Marxism)이나 마오이즘(Maoism)의 사회주의 노선이 아니라 공자와 유학경전에서 찾고 있다는 의미이다. 청나라 말기 근대화 시기에 지식인들이 유교를 망국의 이데올로기로 비판하고, 40년전인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홍위병들이 ‘批林批孔’을 외치며 유교와 공자의 잔재를 척결해야 한다고 하던 때와 비교하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국은 이미 정치권력 차원에서만 사회주의 체제이지 사회운영 체제는 자본주의이다. 더욱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할 정도이다. 문제는 중국이 내부적으로 빈부격차, 도농격차, 민족간 격차 등의 분열과 갈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란 점이다. 중국이 러시아 연방이 해체되었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더 이상 사회주의 노선을 통치철학으로서 내세울 수 없음을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서구의 자본주의 노선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삼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중국은 오랜 세월 통치철학과 사회 가치관으로 작용해온 유교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위정자(爲政者)로서든 백성으로서의 인민으로서든 유교는 가장 친숙한 통치철학이자 문명이요, 생활과 문화의 바탕이었기 때문이다. 서구문명의 토대가 기독교에 있고, 인도가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동의 나라들이 이슬람교에 의지해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 정권이 2003년에 유교 경전의 말을 인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유교 철학과 가치관을 전면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2005년에 국가차원에서 공자의 석전제(釋奠祭)를 정례적으로 치루고, 최고 대학인 인민대학에 공자 동상을 세웠으며, 현재 중국정부는 각 나라마다 ‘공자문화원’을 지어주고 있다. 마침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는 한자(漢字)문화와 공자(孔子)를 중국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2009.9.28에는 공자(孔子)의 고향인 산동(山東)성 곡부(曲阜)의 대성전(大成殿)에서 공자 탄생 2560주년을 기념하는 석전대제(釋奠大祭)가 정부의 대대적인 예산 지원으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전날의 공자(孔子)문화제 개막식장에서는 인민해방군 가극단이 대형 창작 무용극인 ‘공자(孔子)’를 초연했다고 한다. 또한 출연한 수백 명의 배우들이 『논어』에 나오는 “예지용 화위귀(禮之用 和爲貴: 예를 행할 때 조화로움을 귀하게 여긴다)”라는 글귀를 공연이 끝날 때까지 수십 번이나 외쳤다고 한다(중앙일보 2009.9.30).
이 행사장의 대형깃발에 쓰인 ‘화충공제 강신수목(和衷共濟 講信修睦)’이란 글귀 역시 모두 유학경전에서 따왔다.
'和衷'은 진실된 참마음으로 화합한다는 의미인데. 『서경』 우서(虞書) 고요모(皐陶謨)편에 나오는 내용으로, 고요가 우임금에게 대동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건의하는 내용 가운데 나오는 말이다. '共濟'는 글자 그대로는 함께 건넌다는 뜻이지만 『國語』 「魯語」하편에 나오는 말로 “맛이 쓴 박은 사람이 먹지 못하나 물을 건널 때만 이바지할 뿐이다(苦匏不材于人,共濟而已)”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속이 빈 박을 부여잡고 강믈 건넘을 뜻함).
(참고 : 이 말은 춘추시대 제후들이 秦나라를 치려고 경수(涇水)를 건널 때 아무도 먼저 나서는 자가 없자 노나라의 숙손이라는 사람이 『시경』 패풍에 나오는 “匏有苦葉(포유고엽 : 박에는 쓴 잎사귀가 있다)”이라는 시를 읊어 마침내 경수를 건너도록 독려했다는데서 유래한다.)
'講信修睦(믿음을 익히고 화목함을 닦다)'은 대동사회를 설명하는 『禮記』문장에 나온다. 출처가 모두 유학경전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제시하는 이들 용어에 담겨있는 뜻이 하나같이 다 화합과 통합(단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중국 사회가 현재 갈등과 분열의 조짐이 심하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돌파구를 유학경전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청화(淸華)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캐나다 출신의 옥스퍼드대 철학박사 다니엘 벨(Bell) 교수는 2008년『중국의 새로운 유교(China's New Confucianism)』란 책에서 중국의 정치체제가 앞으로 맑시즘(Marxism)을 버리고 유교를 바탕으로 하는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편향이 극심했다. 이에 우리 역시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그 후유증이 중국 못지 않다. 2005년 이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국가중 1위이며 노인 자살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3배나 증가했다. 출산률은 세계 최저이다. 사회적 양극화 추세 역시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더욱이 향후 미국이 더 이상 최고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중국이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관계 역시 미국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뒤인 2020년이 되면 미국과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18조달러로 같아지며, 20년 뒤면 중국이 미국을 10조달러 이상 앞서 나간다고 한다. 한국은 이미 2004년부터 대중 교역액이 대미 교역액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식 가치관 못지 않게 중국사회의 가치관은 우리에게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학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친화성이 깊다고 하겠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유학적 전통을 배척하고 사장(死藏)시켜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유학적 토대가 거의 멸실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향후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 확대되어 나갈 때 우리나라가 중국의 유교적 통치철학에 대응해서 과연 그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정부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협상과 거래가 이루어질 때, 상대방의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역사를 꿰뚫고 있다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전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회담참가자들이 『맹자』등 유학의 경전을 인용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가 유학적 전통을 되살린다면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월하고도 우세한 위치에 서게 됨은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또는 어리석게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영어배우기에 목숨걸다시피하고 해방이래 학문을 비롯해 모든 분야가 미국에만 경도되어 있다보니 유학경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중에서 유학경전을 언급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찾기 힘들다. 하물며 한자 문맹세대인 이후 세대는 더 말할 여지도 없다.
우리나라가 처한 난제이자 향후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참조]
공자는 『禮記』「禮運」편에서 ‘소강사회와 대동사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大同사회-
“大道之行也에 天下爲公하야 選賢與能하야 講信修睦하니라 故로 人이 不獨親其親하며 不獨子其子하야 使老로 有所終하며 壯有所用하며 幼有所長하며 矜寡孤獨廢疾者를 皆有所養하며 男有分이오 女有歸하며 貨惡其棄於地也ㅣ나 不必藏於己하며 力惡其不出於身也ㅣ나 不必爲己라 是故로 謀閉而不興하며 盜竊亂賊而不作이라 故로 外戶而不閉하니 是謂大同이니라”
큰 도가 행해짐에 천하가 공변(公平無私)되어 어진 자와 능력 있는 자를 발탁하여 믿음을 익히고 화목함을 닦았느니라.
이에 ◄ 사람들이 오직 그 어버이만을 어버이로 여기지 아니했으며, ◄ 오직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아니하여 늙은이로 하여금 마치는 바를 두게(五福을 누리다가 편안히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였으며, ◄ 장정은 (적재적소에) 쓰는 바가 있었으며, ◄ 어린이는 (궁핍에 시달리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는 바가 있었으며, ◄ 과부와 고아와 독거노인과 장애자들을 불쌍히 여겨 다 부양하는 바가 있었으며, ◄ 남자는 직분이 있었고, 여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신랑감을 구해) 시집감이 있었으며, ◄ 재물이 그 땅바닥에 버려지는(헛되이 낭비되는) 것을 미워하였으나 반드시 자기 것으로 쌓아두지 아니했으며, ◄ 힘이란 것이 그 몸에서 나오지 않는(곧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을 미워하였으나 반드시 자기만을 위하여 쓰지는 않았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약삭빠른 짓이 단절되어 일어나지 아니했으며 도둑과 난적들이 일어나지 아니했느니라. 이에따라 바깥문이 있어도 닫지 아니했으니 이를 일러 大同이라 하니라.
- 소강사회 -
“今大道旣隱하야 天下爲家하며 各親其親하며 各子其子하며 貨力爲己하며 大人은 世及以爲禮하며 城郭溝池를 以爲固하며 禮義를 以爲紀하야 以正君臣하며 以篤父子하며 以睦兄弟하며 以和夫婦하며 以設制度하며 以立田里하며 以賢勇知하며 以功爲己니라 故로 謀用是作하고 而兵由此起하나니라 禹湯文武成王周公이 由此其選也ㅣ시니 此六君子者ㅣ 未有不謹於禮者也ㅣ라 以著其義하며 以考其信하며 著有過하며 刑仁講讓하야 示民有常하시니 如有不由此者면 在勢者라도 去하고 衆以爲殃이라하나니 是謂小康이니라”
이제 큰 道가 이미 숨어버려 천하가 가문(國家, 百乘之家, 千乘之家, 萬乘之家의 家 개념을 말함)만을 위하니
◄ 각자가 그 어버이만을 어버이로 여기며, ◄ 각자가 그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며, ◄ 재물과 힘은 자기만을(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하며, ◄ 대인은 세대로 미치는 것(세습)을 예로써 하며, ◄ 성곽과 해자(垓子)를 견고하게 하며, ◄ 예의를 벼리로 삼아 군신(과의 관계)을 바로하며, ◄ 부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 형제(간의 사이)를 화목케 하며, ◄ 부부(의 관계)를 화하게 하며, ◄ 제도를 설정하며, 전리(일정 마을마다 정전법에 의한 토지 배분관계)를 제우며, ◄ 용맹과 지혜를 어질게 여기며, 功은 자기를 위한 것으로 쓰느니라. ◄ 이에 약삭빠른 짓이 이로써 일어나고, 병란이 이에서 일어나느니라. ◄ 우임금 ․ 탕임금 ․ 문왕 ․ 무왕 ․ 성왕 ․ 주공이 이로 말미암아 가려졌으니 이 여섯 군자가 예를 삼가지 아니한 자가 있지 아니하였느니라.
(예로써) 그 의를 드러냈으며 (예로써) 그 믿음을 살폈으며, 허물있음을 드러냈으며 仁을 법으로 삼고 사양함을 익혀서 백성들에서 떳떳함이 있음을 보여주었으니 만일에 이로 말미암지 않는 자가 있다면 세력이 있는 자라도 제거되고 백성들이 재앙으로 삼았다 하니 이를 일러 小康이라 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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