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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에서 시대를 읽죠" 문화재 관리의 산 증인… 옛 기와에 빠진 변호사 "와당(기와의 끝 막음), 수사하듯 파고들어"

굴어당 2010. 8. 14. 11:07

[Master & Mania]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와 '기와 검사' 유창종씨
안휘준… “빗물 막으려 만든 와당 예술성 높은 문화재로”
유창종… “아름다운 기와에 반해 전국 골동상 뒤졌어요”

한국의 대표적 미술사학자인 안휘준<70·사진 오른쪽> 서울대 명예교수와 '기와 검사'로 알려진 유창종<65·왼쪽> 변호사가 만났다. 한국회화사 연구에서 한 획을 그은 안 교수는 24년간 문화재위원을 맡았고 8년간 동산(動産) 문화재 분과위원장, 4년간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문화재 관리의 산 증인이다. 유 변호사는 검사 시절부터 옛 기와에 대한 연구와 수집에 몰두해온 '전문가급 마니아'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의 와당(瓦當·기와 끝을 막는 것) 5000여점을 수집했으며, 2008년 서울 부암동에 본인과 부인의 성(姓)을 딴 유금와당박물관을 열었다.

유창종=제가 문화재에 관심 갖게 된 게 실은 안휘준 교수님 책을 읽으면서부터입니다. 삼불(三佛) 김원용 선생님과 함께 내신 '신판 한국미술사'를 읽으면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미술사를 깊이 연구해 비교하신 걸 보고 감탄했습니다.

안휘준=모든 예술이 다 중요하지만, 미술은 특히 역사적 측면에서 다른 장르보다 가치가 있어요. 선사시대부터 모든 시대를 거쳐서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당시의 생활상과 문화를 알 수 있죠.

=와당만 봐도 한국·중국·일본에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제작된 시대와 나라마다 특징이 명확하게 구별돼요. 발굴 조사를 할 때도 와당이 시대 측정의 기준치가 되죠.

=유 선생님은 법조인이지만 이제 와당에 있어서 독보적 존재가 됐어요. 어떻게 와당을 수집하게 됐나요?

=충주지청 검사로 일하던 1978년 충주 탑평리 중앙탑(국보 6호) 부근에서 기와 파편을 하나 주웠어요. 삼국시대에 제작된 연꽃무늬 와당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죠. 선조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품을 지붕에 장식하고 살았다니,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절터와 건물지에 버려진 기와 파편을 모으고, 전국 곳곳의 골동상을 뒤지기 시작했죠.

=와당은 원래 기와집 지붕 끝에 빗물이나 바람이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했는데, 각종 문양이 새겨져 있어서 예술적 가치도 뛰어나죠. 그야말로 창의성·국제성·독자성·예술성이 융합된 문화재입니다.

=탑평리에서 출토된 연꽃 무늬 와당에는 고구려·백제·신라가 다 들어 있어요. 빛깔은 백제 특유의 회백색인데 연꽃잎이 6개인 것은 신라의 특색이고, 웅건한 느낌은 고구려이고…. 왜 그런가 봤더니 그곳이 세 나라가 뺏고 빼앗기던 접경지역이었던 겁니다. 옳거니, 그게 중원문화의 특수성이구나, 그럼 다른 지역에서 나온 건 어떨까 하면서 범죄를 수사하듯 파고들었죠.

=미술사 연구라는 게 원래 수사하고 비슷해요. 수사관들이 머리카락, 핏자국 같은 단서를 종합해서 범인을 찾듯이 흩어져 있는 여러 자료를 모아서 종합 결론을 내거든요.(웃음)

=미술사를 책으로 공부하면 학문이 되지만, 유물로 접근하니 흥이 나더군요. 박물관 가서 보고 골동품상 가서 만지고 수집하니까 점점 빠져들어요.

=중요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학생들에게 국립박물관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고른 다음 선정 이유랑 특징, 역사적 의의 등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많이 냈어요. 유 선생께서는 2002년 평생에 걸쳐 수집한 와당 18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셨죠. 사재를 털어 박물관도 세우시고…. 존경스럽습니다.

=별말씀을요. 저는 와당을 모으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실컷 즐겼으니 제가 받은 깨우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게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30년간 와당이 제게 준 재미와 보람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겁니다. 와당에 감사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해준 아내(금기숙 홍익대 미대 교수)에게 감사하죠.

=한국 미술은 중국 영향을 받았지만 그들보다 뛰어난 경지에 오른 게 많아요. 청출어람(靑出於藍)이죠.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의 금관과 금귀고리, 백제의 금동대향로, 고려의 불화와 청자, 조선의 산수화와 백자….

=맞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와당을 받아들였지만, 독창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문화를 꽃피웠어요. 통일신라 와당은 예술성이 중국 와당을 능가합니다. 한민족에게는 청출어람을 실현할 재능이 수천년간 이어져 온 거죠.

=과거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놀라운 경제성장, 반도체를 위시한 세계 제일의 공산품(工産品), 국제무대를 휩쓰는 음악과 스포츠 스타들…. 현대판 청출어람이죠. 와당을 비롯한 과거의 유물을 통해서 현대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