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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문(月城孫氏·驪江李氏)의 500년 경쟁… 古건축으로 꽃피웠네

굴어당 2010. 8. 30. 12:49

길위의 인문학]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향단·무첨당 등 '보물' 지정 건축물 수두룩
짙은 숲·물과 어우러져 그 정취에 탄성이 저절로"이곳 양동마을이 다른 양반마을들과 다른 점은 두 가문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다는 겁니다. 월성손씨(月城孫氏)와 여강이씨(驪江李氏)는 대외적으로는 협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대립과 경쟁이 끊이지 않았어요. 가문 간의 경쟁의식은 마을 내에 세워진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고, 남아 있는 전통 마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건축물들을 보유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경주 양동마을 내 관가정(觀稼亭·보물 제442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의 설명을 듣던 '길 위의 인문학' 탐방단원 100여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색창연한 건물을 둘러보았다. "두 가문이 벌인 건축 경쟁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곳 관가정과 향단(香壇·보물 제412호)입니다. 손씨의 관가정이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인 데 비해, 이씨의 향단은 개성적이고 파격적이죠. 두 집의 건축개념을 눈으로 직접 비교하며 살펴보세요."

조선일보·국립중앙도서관·교보문고가 공동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대산문화재단·문학사랑이 후원하는 '길 위의 인문학' 열 번째 탐방인 '마음으로 짓는 우리 집을 만나다'가 27~28일 양동마을과 최부잣집 등 경주의 고(古)건축 현장에서 열렸다. 이번 탐방에는 건축사학자인 김봉렬 교수, 시인 겸 건축가 함성호씨, 문화관광해설사 이지휴씨, 김구석 남산연구소장이 초빙강사로 나섰고, 성우 서혜정씨가 동행했다.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이언적이 양동마을로 낙향한 뒤 지은 독락당의 계정(溪亭) 앞에서‘길 위의 인문학’탐방단원들이 김봉렬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늦여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첫날 관가정과 향단을 둘러본 탐방단은 양동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주봉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선 순간, 여기저기서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마을의 주산(主山)인 설창산에서 뻗어내린 '勿(물)자형'의 능선과 골짜기에 150여채의 한옥과 초가집들이 우거진 숲과 함께 펼쳐져 있었다. 함성호씨는 "양동마을을 오늘날의 양동마을로 만든 것은 원래의 풍수를 지키고자 애썼던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그만큼 지속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탐방단은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월성손씨의 종택 서백당(書百堂·중요민속자료 제23호)과 여강이씨의 종가 무첨당(보물 제441호)을 돌아본 후 인근 세심마을로 옮겼다. 회재(晦齋) 이언적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온 뒤에 거처한 독락당(獨樂堂·보물 제413호) 앞에서 김봉렬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독락당 건축의 핵심은 감추기와 낮추기예요. 집을 낮추고 겹겹이 낮은 담을 쌓아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자연에 대해 열려 있고, 사람에 대해서는 갇힌 공간이지요." 특히 독락당에서 가장 빼어난 곳이라는 계정(溪亭) 앞에서 탐방단의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짙은 숲에 물이 어우러진 정자의 정취가 탄성을 자아냈다. 울산에서 온 서채민(14·남외중 2년)양은 "경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니 500년이 넘는 마을의 역사가 그대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탐방단은 28일에는 김구석 남산연구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경주 곳곳의 고건축 현장을 찾았다. 최부잣집~향교~월정교지~사마소~천관사지~김호 장군 고택~나정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조선시대 근검절약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최부잣집, 신라의 화랑 김유신과 기생 천관의 전설이 얽혀 있는 천관사지(天官寺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웠던 김호 장군의 생가…. 대학생 유지현(23·중앙대 건축학부)씨는 "그동안 고건축 답사를 많이 다녔지만 한국 건축물은 올 때마다 새로운 걸 느낀다"며 "우리 선조들은 집 하나를 지을 때도 마음과 철학을 담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9월의'길 위의 인문학'은 11일 탐방과 28일 인문학 콘서트가 열린다.

11일(토)에는 '세한(歲寒)의 의미, 추사를 묻는다'라는 주제로 조선후기 금석학자 겸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사진)의 학문과 사상이 간직되어 있는 충남 예산 지역을 탐방할 예정이다. 이날 초빙 강사는 소설가 한승원씨와 고문헌연구가 박철상씨다. 한승원은 '아제아제바라아제' '흑산도 하늘 길' 등을 펴낸 중견 소설가이고, 박철상은 '추사 김정희의 저작 현황 및 시문집 편간에 대하여' 등 추사와 관련된 2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탐방 코스는 추사고택~월성위김한신묘~화순옹주 홍문~백송~추사 묘~추사 기념관~화암사~예산도서관~수덕사로 예정돼 있으며,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참가비는 1만원이며 50명 모집이다. 참가신청 마감은 9월 2일이고, 7일 참가자를 발표한다.

28일(화) 인문학 콘서트는 '한강, 역사를 따라 흐르다'라는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플로팅 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시낭송과 시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 관객들과 호흡할 이날 공연에는 시인 문정희·정호승씨와 성우 배한성·문선희씨가 시를 낭독한다. 또 스테디셀러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저자인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가 '인류의 발상지는 강이다'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공연은 저녁 7시~8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으며 참가비는 없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지난해 9월 설치된, 떠 있는 수상(水上) 무대‘플로팅 스테이지’주변 모습.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11일 '길 위의 인문학' 예산 지역 탐방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캠페인 홈페이지(http://livingroom.chosun.com)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전화신청은 받지 않는다. 홈페이지의 신청 양식에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과 함께 신청취지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신청서 검토와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참가자와 집결장소는 캠페인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하고 개별연락한다. 문의: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교육문화과 (02)590-0551, 0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