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적어도 복지혜택 다양, 경제위기에 정년보장 장점… 인기부처 경쟁률 수백 대 1
올 하반기 공무원 채용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중국 전역은 공무원 고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채용 인원은 지방에 따라 수백명에서 2000~3000명 수준인데, 응시인원은 수만명씩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휘(安徽)·산시(陝西)성 등지는 응시 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달 중순 비서 1명을 채용할 예정인 중국 서부 충칭(重慶)직할시 산하 지우룽포(九龍坡)구의 한 공단관리위원회에는 무려 390장의 응시 원서가 들어왔다.경제 위기 이후 실업 불안이 커지면서 중국에서도 공무원이 최고의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는 3일 "'바이링(白領·화이트칼라)'과 '진링(金領·사영기업의 임원과 사장)'에 이어 '훙링(紅領)'의 시대가 왔다"고 보도했다. 훙링은 중국 정권을 상징하는 붉은색에서 따온 말로 공무원을 의미한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본격화하면서 외자계 기업이 쏟아져 들어온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바이링'은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에 속했다.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깔끔한 와이셔츠 차림으로 일하는 바이링은 신흥 중산층의 상징으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출근길에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와 지하철에서 시달리고, 초과 근무를 밥 먹듯이 하면서도, 수입은 오히려 난링(藍領·블루칼라)보다 못한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 주택 가격이 폭등해 '바이링'의 수입으로는 평생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바이링'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증시가 급성장하면서 민간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계층을 뜻하는 '진링'이 큰 인기를 모았다. 이들은 평소 고임금을 받으면서,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 한꺼번에 큰 부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직종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줄줄이 해고 태풍을 맞으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돈을 많이 벌기는 하지만 일에 있어 스트레스가 많고 건강을 해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황금이 아니라 도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 젊은이들이 꼽는 최고의 직장은 공무원, 즉 '훙링'이다. 중국 재정부로부터 월급을 받는 이 훙링은 중국 내 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월급은 적지만 각종 복지 혜택이 주어지고, 정년까지 안정된 직장생활이 보장되는 것이 장점이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공무원 시험은 '바늘구멍'이 됐다. 중국 일부 지역은 아예 학력제한까지 없애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 응시에 나서고 있다. 세관이나 상무부 등 인기 있는 정부 부처는 수백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내에서는 젊은 인재가 공무원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 공무원 입시학원 관계자는 "좋은 인재가 공무원 직종으로 가는 만큼 대민서비스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