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어당

굴어당의 한시.논어.맹자

http:··blog.daum.net·k2gim·

안세영 교수의 협상스쿨] (1) 밀어붙이기의 역효과.[2] 乙이 사는 법.[3] 문화코드를 맞춰라

굴어당 2011. 1. 23. 13:44

'성공 불도저' 왕회장, 왜 M&A 협상만 번번이 실패할까
① 당신은 이것밖에 못해!
협상 목표 일부러 무난하게 설정 '보신주의' 조장하는 부작용 초래
② 성공 못시키면 귀국하지 마!
협상 깨는게 회사에 유리한데도 우선은 윗사람 칭찬받기 위해서 '축배' 대신 '독배' 갖고오게 만들어

"나는 지난 20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온갖 종류의 비즈니스 협상을 다 해봤으니까 이젠 협상에는 정말 자신 있어."

CEO의 가장 흔한 실수는 이처럼 협상에서 너무 자신감을 가지고 부하 직원을 마구 밀어붙이는 것이다. 이런 협상법은 어떤 문제를 가져올까.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은 '힘찬그룹' 왕자신 회장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1. 분위기 살벌한 '불도저' 왕 회장실

힘찬그룹의 왕 회장은 연방 짜증스럽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다. 그 앞에 부산식품의 인수를 맡은 나소심 본부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광주식품의 매입을 담당한 최대범 본부장은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당신 동료인 최대범 본부장은 100억원에 나온 광주식품을 반으로 뚝 잘라 5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하는데, 당신은 뭐야? 같은 100억원에 나온 부산식품을 10억원밖에 못 깎아 90억원에 사겠다는 거야? 도대체 당신은 배짱이 없어."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협상 목표를 낮게 잡은 나소심 본부장은 호되게 꾸중을 듣고, 의욕적으로 높게 잡은 최대범 본부장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회장실을 나선다.

왕 회장의 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도쿄의 탐나전자 인수를 맡은 이대로 전무가 출장 보고하러 들어왔다.

"이 전무. 우리 힘찬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탐나전자를 이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인수해야 해. 만약 이번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귀국할 생각도 하지 마."

요즘 힘찬그룹의 왕 회장은 한창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의 두 회사를 인수해 식품업에 발을 내딛고, 일본의 탐나전자를 인수해 명실상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거기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세계적인 공룡조선까지 성공적으로 인수하면 일약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왕 회장은 협상에 나서는 부하들을 마구 다그치고 있다.

#2. 같은 시간 M&A팀 회의장

오후 5시. 매주 2회 열리는, 공룡조선 M&A 회의 시간이 됐다. 왕 회장이 오기 전에 미리 온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이사님, 매출 규모가 겨우 10조원인 우리 그룹이 공룡조선을 인수하려면 무리하게 은행 돈을 끌어와야 하는데 잘못하면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습니다."

공룡조선 M&A팀에서 자금을 담당하는 고만해 부장이 열을 올린다. 영업 담당인 강경한 부장도 한마디 거든다.

"지금까지는 조선 시황이 좋았지만, 재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세계 조선시장 전망이 불투명한데 왜 이런 시점에 조선업에 진출하려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갑니다."

이 순간 회의장에 들어온 왕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 그룹의 자금 동원 능력은 공룡조선을 충분히 인수할 수 있고, 앞으로 선박 수주도 문제가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수하도록 여러분들은 최선을 다하세요."

아까는 공룡조선 인수를 그렇게 반대하던 고만해 부장과 강경한 부장이 힐끔힐끔 왕 회장 눈치만 보며 말문을 열지 않는다.

#3 도쿄에서 탐나전자와의 협상

도쿄호텔에서 3주째 협상을 하고 있는 이대로 전무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요코하마에 있는 탐나전자 공장도 가보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니 서울에서 생각한 것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꼭 협상을 성사시키라는 왕 회장의 서슬 시퍼런 엄명이 귓가에 맴돈다. 그래서 회사에 손해가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인수 서류에 서명을 하고 서울로 돌아와 왕 회장의 칭찬을 받는다.

#4 열흘 후 왕 회장실에 다시 모인 식품 협상 담당자들

광주에서 열흘째 협상을 하고 왕 회장실에 들어가는 최대범 본부장의 입에 침이 마른다. 왕 회장께 50억원에 내리쳐 살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상대가 막무가내여서 70억원에 겨우 협상을 성사시켰다. 반면 나소심 본부장은 느긋한 심정이다. 당초 왕 회장께 보고한 협상 목표(90억원)보다 10억원을 더 깎은 80억원에 계약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협상 결과를 보고하니 역시 왕 회장의 불호령이 최대범 본부장에게 떨어진다. "당신 50억원에 살 수 있다고 했는데, 20억원이나 더 주고 샀잖아. 도대체 어떻게 협상을 한 거야?

고개를 돌려 쳐다본 나소심 본부장의 얼굴엔 살짝 미소가 감돈다. "당신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능력이 있네. 당초 목표인 90억원에서 10억원을 더 깎았으니 말이야."

나소심 본부장은 최대범 본부장을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의욕만 앞선 바보 같은 친구. 나도 처음부터 80억원까지 깎을 수 있는 줄 알면서도 일부러 왕 회장에게 90억원이라고 엄살을 떨었는데….'

■문제는?

왕 회장이 불도저식으로 협상을 밀어붙였기에 언뜻 보기에 힘찬그룹의 협상은 잘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왕 회장은 우선 탐나전자와의 협상에서 부하들을 전형적인 '협상 탈출 실패'에 빠뜨리고 있다. 도쿄에서 탐나전자 인수 협상을 하는 이대로 전무처럼, 협상을 깨버리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줄 알면서도 적당히 협상을 성사시키고 돌아와 윗사람의 칭찬을 받으려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마거릿 닐 교수는 바로 이것이 미국 비즈니스 협상에서 가장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권위주의적이고 한건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 기업 문화에서는 이런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의 기업에 협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하인츠가 말하는 '완벽한 실패'를 인정하는 협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왕 회장처럼 강한 애착을 가지고 내보낸 협상이라도 부하가 깨고 오면 무조건 화를 내지만 말고 그 이유를 현명하게 들어야 한다. 만약 협상을 깬 것이 잘했다고 판단되면 부하들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

■협상 목표 설정을 둘러싼 상하 간의 갈등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기업의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협상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면 100억원에 나온 광주식품을 50억원에 사겠다는 목표는 제대로 된 것이다.

이렇게 목표를 높게 잡은 당사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상대와의 협상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회사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샐러리맨들은 협상 목표 설정에 있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최대범 본부장처럼 협상 목표를 높게 설정해 조금이라도 회사에 더 이익을 주겠다는 애사심과 함께 나소심 본부장과 같이 일부러 협상 목표를 무난히 설정하려는 보신주의가 함께 작용하는 것이다.

필자도 수강생에 따라 이중적으로 강의를 하곤 한다.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강의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 "CEO는 항상 부하들이 무난하게 협상 목표를 설정하려 하지 않는지를 감독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간관리자과정에서는 달라진다. "여러분은 너무 애사심만 앞서서 협상 목표를 높게 설정하지 마세요. 협상이라는 것은 자기 뜻대로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의욕적으로 나가다가는 윗사람에게 깨지기만 합니다."

■악역(惡役)과 선역(善役)

일반적으로 기업이 M&A나 합작같이 중요한 협상을 할 때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기능(Multi-Function) 협상팀을 만든다.

그런데 힘찬그룹의 왕 회장처럼 CEO가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윗사람의 강한 리더십 아래서 협상이 힘을 받아 난관을 극복하고 일사천리로 성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톱 다운(Top-Down) 협상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악역(惡役)이 꼬리를 내린다는 점이다. 다기능 협상팀 속에서 일반적으로 선한 역할은 해당 기업을 인수하면 윈-윈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주장을 하며 윗사람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반면 악역은 M&A에 따르는 우발채무, 자금 동원 능력, 환경오염 등을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모 철강업체가 중금속에 오염된 캐나다업체를 잘못 인수해 큰 손해를 본 적이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 당시 오너의 인수 의지가 너무 강해 환경오염을 챙겨야 할 악역을 맡은 직원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CEO가 강한 애착을 가지고 추진하던 한화그룹대우조선해양 인수 협상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별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점을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CEO는 협상팀 속에서 악역과 선역(善役)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균형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CEO가 명심해야 할 협상 리더십 3

‘반드시 협상 성사’ 절대 강요 말라

서강대 교수 글로벌협상센터소장

☞ 1 CEO가 발휘해야 할 협상 리더십은 판촉이나 생산 독려 같은 다른 경영 활동에서의 리더십과는 전혀 다르다. 협상하러 떠나는 부하들에게 꼭 협상을 성사시키라고 강압하면 부하들은 회사에 불리한 협상을 적당히 성사시키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 2 일반적으로 부하들은 자기 몸을 사려 협상 목표를 적당히 낮춰잡아 보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CEO는 항상 부하들의 이런 점을 관찰하고 협상 목표를 높여 잡도록 유도해야 한다.

☞ 3 세계적으로 중요한 M&A나 합작투자 사례를 보면, 50% 정도가 5년 이내에 삐그덕거린다. 이는 많은 M&A나 합작 투자 협상이 잘못되었음을 말한다.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이같은 잘못의 가장 큰 원인은 다기능 협상팀 내에서 악역이 제 역할을 안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EO가 어떤 협상에 한번 애착을 가지면 이를 너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어 문제점을 지적해야 할 악역이 윗사람 눈치를 보느라 할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한국적 현실에서 부하 직원이 CEO가 강하게 추진하는 일에 초 치는 이야기를 하려 하겠는가. * 이 기사는 5월15일자 위클리비즈면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

[2] 乙이 사는 법

 

콧대높은 甲에 대처하는 乙의 자세… 이순신 장군에게 배워라

"난 협상에서 백전백승이야! 아무리 노련한 중소 납품업체 사장들이라도 나한테 걸리면 설설 기어."

대기업의 구매담당인 김교만 이사의 거드름이다. 정말 이런 사람이 유능한 협상가일까? 천만에! 엄청난 자기 착각에 빠져 있다. 그간 협상을 잘한 것은 본인 능력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 구매담당이라는 막강한 '간판' 덕분이다. 만약 그가 벤처업체를 차려 대기업에 납품하는 을(乙)의 신세가 되어 협상을 하게 되면 몹시 당황할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갑(甲)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불리한 을의 입장에서 도도한 갑과 협상해야 할 때가 많다.

이순신 장군도 그랬다. 그는 을의 입장에서 명나라의 진린(陳璘) 제독과 어려운 협상을 벌여야 했다.

■명나라 장수와 비굴(?)하게 협상한 이순신 장군

"저렇게 성질이 사나운 진린 제독이 남쪽으로 내려가 이순신을 만나면 티격태격하고 난리가 날 것이야. 이를 어쩌지?"

조정 대신들의 근심이 태산 같았다. 임진왜란 막바지에 진린 제독의 함대가 조선을 도우러 오면서 먼저 한양에 들렀는데 소문대로 성격이 흉포했다. 그의 비위를 거스른 조정 대신들이 온갖 수모를 당하고 곤장까지 맞았다.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조선 수군과 합류하러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대쪽 같은 성격의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그를 맞이했을까? 호되게 꾸짖었을까? 천만에! 철저한 을로서 바싹 엎드려 진린 제독을 맞았다. 그는 조선 함대를 이끌고 수십 리 뱃길 마중을 나갔다. "진린, 띵호와!" 아주 만족. '진린 비위 맞추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녁에 푸짐한 주안상을 차려 융숭하게 접대하고, 왜적의 수급(首級) 수십 개를 '뇌물'로 줬다. 오자마자 첫 승리를 거두었다고 명 황제에게 보고하라고.

'야! 이순신 장군도 별수 없네. 우리가 생각한 그런 훌륭한 분이 아니네.'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건 사업을 하건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때론 눈앞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버리고 을의 입장에서 이순신 장군처럼 협상할 필요가 있다.

장군께서 진린에게 굽실거린 이유는 간단하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다. 조선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왜적을 물리칠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진린의 비위를 맞춰서 왜적을 함께 몰아내야 한다는, 보다 큰 대의를 위해 자존심을 과감히 접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진린 제독이 장군의 인격에 감복해 자신의 부하들에게 장군보다 한 발자국도 앞서 걷지 말라고 엄명했다. 장군의 지시에 따르라는 뜻이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철저한 을로서 비굴하게라도 협상하는 바로 이런 점이 이순신 장군이 진짜 존경받을 진면목이다.

☞ 甲이 강하게 밀어붙일 땐…

고개 숙이고, 교만케 해 '틈' 만들어라
'以强制强' 기선제압이 먹힐 때도 많아


☞ 甲이 너그럽게 나올 땐…

"한 번 봐달라, 다음에 은혜 갚을게"
동양권엔 통하지만 서양선 '역효과'도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Wharton School)의 리처드 쉘(Shell) 교수에 의하면 여러분이 약한 을의 입장에서 협상할 때라도 너무 주눅 들지 말고 갑인 상대가 아래 세 가지 행동 중 어떻게 나오는가를 유심히 관찰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즉,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는 허점 찌르기(soft signal) 전략이나 기선 제압(hard signal) 전략을, 너그럽게 나올 때는 교환의 법칙(rule of exchange) 전략 또는 백지수표(blank check) 전략을, 자신이 갑인 줄 모를 때는 허풍(bluffing) 전략이 효과적이다.

■전략 1. 허점 찌르기(soft signal) 전략

상대가 우월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여러분을 마구 밀어붙일 때 고개를 숙여 상대를 더욱 강한 갑으로 만들어라. 그러면 갑은 더욱 교만해진다. 그리고 인간은 교만해지면 반드시 허점을 드러낸다. 이때 허점을 공격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다.

우리가 동해안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을 때 콧대 높은 프랑스 기술자들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건설 현장에 가족만 입주할 수 있는 외국인 사택이 있었는데, 그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동거녀와 마구 입주했다. 을인 한전은 이를 모른 척하고 묵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전은 사장의 특별 지시라며 혼인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명서를 제출하든지 아니면 당장 나가라고 태도를 돌변했다. 그들로선 이것이 본사에 알려지면 큰 망신이다. 졸지에 갑에서 을의 신세로 전락해 계속 입주하기를 애걸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 다음부터 그들의 태도가 싹 변했다.

■전략 2. 기선 제압(hard signal) 전략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 두 번째 방법은 아예 기선을 제압해버리는 것이다. 1970년대 국내에 조선소를 지을 때 일본의 한 조선업체에서 파견 나온 일본인 기술자가 뺀질거리며 기술 이전을 기피했다. 간부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고, 당시 CEO가 갑자기 일본 말로 이 일본인 기술자에게 엄청나게 모욕적인 언사를 마구 퍼부었다.

'아, 이제 조선소 다 지었구나!' 이 자리에 있던 간부들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 기술자는 졸지에 본사로 소환당했다. 화합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 문화에서 보면, 외국으로 파견한 기술자가 한국인과 잘 지내지 못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 것이다.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이 CEO는 이 같은 일본 문화를 미리 알고 잘 계산된 기선 제압 전략을 쓴 것이다. 그렇다면 교체되어온 일본 기술자의 태도는 어땠을까? 괜히 한국인과 마찰을 일으키면 전임자 꼴이 될 게 뻔하기에 아주 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때 조선 도우러 온 明 장수 진린… '대쪽' 이순신 장군, 의외로 바싹 엎드려
융숭한 대접에 뇌물 주며 '비위 맞추기'… 반발 예상했다 허 찔린 明 장수 감복해…
"큰 뜻 위해선 체면 죽이고 전략 살려라"


■전략3. 교환의 법칙(rule of exchange) 전략

상대가 너그럽게 나올 때의 협상 전략이다. 쉽게 말해 이번에 봐주면 언젠가는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특히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의 협상 문화에서 잘 통한다.

필자가 공직에 있을 때 한일 슈퍼 엑스포 관계로 일본의 통상산업성의 A과장과 서울~도쿄를 오가며 협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 가서 "어려운 부탁을 하나 들어 달라"고 인간적으로 호소한 적도 있다. 이거 해결 못 하고 귀국하면 장관한테 깨진다고. 그런데 의외로 그가 선뜻 부탁을 들어줬다. 동양에서는 상대와의 관계를 길게 보는 교환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달 후 그가 서울에 와 어려운 부탁을 했을 때 필자는 물론 들어줬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번에 한번 봐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점은 이 같은 전략이 미국 등 서양인과의 협상에서는 안 통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협상 성과에만 관심이 있는 그들에게 "한번 봐달라"라고 부탁하면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것이고, 상대는 그 약점을 집중 공격해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당장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전략4. 백지수표(blank check) 전략

쉘 교수에 의하면 서로 마음을 터놓고 협상을 하면 윈윈(win-win) 게임을 할 수 있는데도, 지레 겁을 먹고 을로서 양보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자신이 을임을 솔직히 인정하고(절대 자신의 양보 카드를 먼저 내밀지 말고), 갑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백지수표' 전략을 쓰면 예상 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맹소심 부장이 미국에 출장 가서 100달러짜리 만년필을 샀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들어 다시 가게로 갔다. 이미 잉크를 묻혀 놓았기에 미안한 마음에서 환불 대신 100달러 상당의 교환권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 가게에서 다른 100달러짜리 물건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점원이 퉁명스럽게 "노(no)"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순간 따지려고 하다가 마음을 바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며 '백지수표'를 던졌다. 그런데 의외로 상대는 "요금 환불(cash back)"이라면서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주었다. 알고 보니 소비자의 천국인 미국에서 판매업자는 그 만년필을 제조업체에 반납해 버리면 된다. 즉 소비자와 만년필 가게로선 가볍게 윈윈 할 수 있는 협상 상황이었던 것이다.

■전략5. 허풍(bluffing) 전략

상대가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자신이 갑이면서도 갑인지 모를 때 써먹는 전략이다. 을이면서도 일부러 강하게 나가며 허세를 부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다.

강허세 사장이 중고 방적기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는데, 1년이 지나도 문의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남아시아에서 나꺼벙씨가 찾아와 구매 의사를 강하게 표시하였다. 눈치를 보니 방적기 시장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즉 자신이 갑인지 모르는 것이다.

이를 간파한 강허세 사장은 방적기를 사려는 수요자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블러핑을 해 높은 가격에 팔아 치웠다.

하지만 노련한 상대에게 섣불리 써먹으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상대를 잘 관찰하고 확신이 설 때 블러핑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乙로서 협상할때 성공 전략 5계명

1
을이라고 지레 겁먹고 상대에게 설설 기지 마라.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잘 살펴보고 이에 맞는 협상 전략을 써라.

서강대 교수·글로벌협상센터소장

2 을로서 협상한다고 절대 자존심 상해하지 마라. 이순신 장군도 큰 것을 얻기 위해 비굴하게 협상했다. 오히려 상대를 교만하게 만들어 이를 역이용하라.

3 우리나라와 같이 학연, 지연, 거래처를 중시하는 사회에선 교환의 법칙 전략도 잘 통한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이런 방식이 일본인이나 중국인에겐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서양인에게는 절대 금물이다.

4 을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상대의 선처를 호소하는 '백지수표'를 던져라.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5 비즈니스 협상을 하다 보면 상대가 갑인데도 정보가 부족해 자신이 갑인지 모를 때가 많다. 이럴 때는 허풍 전략을 써라.
,,,,,,,,,,,,,,,,,,,,,,,,,,,,,,,,,,,,,,,,,,,,,,,,,,,,,,,,,,,


[3] 문화코드를 맞춰라

협상 때 마시는 술 한잔… 中·日엔 효과, 美엔 '약발' 없어

한국인이 즐겨 찾는 태국의 유명 관광지 파타야의 한 레스토랑. 한 손님이 음식을 주문했는데 빨리 안 나오자 종업원의 어깨를 툭 치며 독촉했다. 손님은 일본 야쿠자 조직의 2인자였다. 그런데 키 작고 가냘픈 이 종업원, 기분 나쁜 듯이 빤히 쳐다보는 게 아닌가. 야쿠자는 "임마! 음식 빨리 가져오라는데 뭘 째려봐"하며 종업원의 뒤통수를 두어 번 툭툭 쳤다. 잠시 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등 뒤에서 두발의 총성이 울리곤 그는 테이블에 쓰러졌다. 영화 '대부'에서처럼 경쟁 조직의 야쿠자가 태국까지 따라와 쏜 것일까?

어처구니없게도 뒤에 서 있는 건 아까 그 종업원이었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현지 문화에 대한 무지 때문에 벌어진 야쿠자의 어처구니 없는 최후였다. 재작년 여름 태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동남아에서 남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은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사생결단을 할 정도의 극히 도발적인 행동이다. 세계가 좁아지는 지구촌 시대일수록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전자 김세계 이사가 여러 나라를 다니며 겪는 문화적 충격을 한번 살펴보자.

동남아선 뒤통수 치지 마라
머리카락 만지는 건 사생결단할 도발… 종업원 뒤통수 쳤다가 피살 되기도


■문화 충격의 현장들

#1. 중동에서의 해프닝

쿠웨이트전자의 사장실에 들어가니 압둘라 사장이 반갑게 껴안는다. 그런데 이 친구 어럽쇼! 손으로 엉덩이와 등을 툭툭 만지는 것이 아닌가? 좀 이상하다. 그리곤 그가 친절하게 손수 커피 한 잔을 권한다. 커피를 입에도 안 대는 김 이사는 별생각 없이 "노땡큐(No thank you)"하며 거절했다. 뭔가 분위기가 썰렁하다. 이번엔 호텔이다. 점심을 먹으며 맛있게 보이는 과일이 있어 무심결에 왼손으로 집어 드니 압둘라의 입가가 일그러진다. 또 실수한 것 같다.

#2. 인도 현지공장의 문화적 갈등

한국전자의 인도 현지 공장에서 한국인 관리자와 현지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심하다. 사장이 꼭 한번 가보라고 해서 인도 공장을 둘러본 김 이사는 아찔했다. 영어가 짧은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그러듯 "빨리빨리. 내일까지 끝내야 해" 하며 직원들 어깨를 툭툭 치고 다니는 게 아닌가.직원들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김 이사는 저녁에 인도의 중요한 거래처 사장을 접대하기 위해 최고급 일식집에 초대했다. 그런데 이 양반, 곁다리로 나온 샐러드나 해초류만 건성으로 먹는 게 아닌가? 비싼 생선회엔 손도 안 대고. 왜 이러지?

#3. 일본에서의 짜증나는 협상

일본 도쿄전자 사무실에 들어서는 김 이사는 짜증부터 났다. 합작 투자 건으로 그간 여러 번 방문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제안을 하면 "하이 하이(예예)"라고 대답하는데, 다음에 만나 물어보면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리곤 계속 많은 관계자들이 나와 합작 내용에 대해 꼬치꼬치 질문만 하고,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만 한다. 와세다 대학을 나왔다는 쿠와바라 전무를 만났다. 그가 건넨 명함 위에 무심결에 출신 대학 등을 메모하니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4. 미국 합작 파트너와의 당황스런 협상

캠프 전무가 사무실에 들어섰다. 미국측 합작투자 파트너이다. 도쿄전자와의 질질 끄는 합작 협상에 질렸기 때문인지 이번 만남 역시 상견례 정도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를 맞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본격적인 협상을 하자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구체적 조건에 대해 전혀 준비 안 한 김 이사는 무척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 자리가 처음에는 무척 흥겨웠다. 얼결에 "오바마 대통령은 젊은 데다 선탠(suntan)도 멋있게 했던데"란 말을 반농담조로 내뱉었는데, 캠프 전무의 표정이 싹 바뀐다.

김 이사는 술이 좀 취하면 상대와 눈길을 피하며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점점 더 흥겨워져야 될 만찬 분위기가 이상하게 뭔가 꼬여만 간다.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폭탄주를 하자고 제안했더니 의외로 깐깐한 캠프 전무가 응한다.

일러스트= 김의균 기자egkim@chosun.com

■무엇이 문제였나

신뢰과정 필요한 중동
유목생활 습관 남아 낯선 사람 만날 때… 무기 있는지 서로 몸 확인하는 게 기본

중동사람들은 인사를 할 때 껴안으며 상대의 몸을 툭툭 친다. 서로 무기를 숨기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원래 사막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그들로선 처음에 낯선 사람을 만나 협상을 할 때 서로 신뢰하기 위해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술을 안 마시는 중동에서 압둘라 사장이 김 이사에게 손수 커피를 권하는 것은 '호의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를 "노땡큐"라고 거부해 버렸으니 분위기가 썰렁해질 법도 하다. 이럴 때 요령은 아주 간단하다. "땡큐"라고 하고 잔을 받은 뒤 살짝 마시는 척만 하면 된다.

중동이나 인도에선 음식은 반드시 오른손으로 먹고, 왼손은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사용한다. 김 이사처럼 왼손으로 먹을 것을 집는 건 엄청난 결례이다.

한때 동남아, 인도에 진출한 한국 업체에서 노사 분규가 아주 심했다. 국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정부가 조사단을 현지에 보내 알아보니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우리 기업인의 현지 문화에 대한 무지! 사례의 한국전자 인도공장의 경우와 같이 우리 문화에선 그저 어깨를 툭 친 것인데, 현지인들은 "맞았다"라고 항변하고 노사갈등으로 증폭된다.

참고로 영국식 영어를 쓰는 인도에서 "반드시 …해야 해(You must)"라는 표현은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표현이다. 같은 말이라도 수동형으로 "It must be done by tomorrow"라고 말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서양인에게 명함은 자기를 소개하는 쪽지에 불과하지만, 일본인은 명함을 자기 얼굴이라 생각한다. 쿠와바라 전무의 명함에 메모를 한 것은 대단한 결례였다.

여러분이 뉴욕 지사장으로 부임해 중요한 사업 파트너인 미국인 사장을 잘 접대하려면 어느 식당으로 모시겠는가? 한국 음식을 소개하러 갈빗집, 혹은 초호화판 일식집? 둘 다 틀렸다. 상대가 철저한 채식주의자거나 날생선을 안 먹는 사람일 수가 있다. 따라서 정답은 꼭 상대방 사장 비서에게 물어보고 정해야 한다.

너무 다른 美ㆍ日스타일
美, 협상대표에 권한 위임… 일처리 빨라…
日, 앞에서 "예스" 해도 긴 내부협의 남아…

■일본 기업과 미국 기업의 협상 스타일은 다르다

도쿄전자와의 합작협상처럼 일본에선 상대로부터 최종적으로 "예스"라는 답을 듣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본 회사는 여러 관계 부서들이 지루하고 긴 내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협상 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하는 미국 기업 문화에서는 캠프 전무와 같이 본인이 판단해서 상대 기업과 합작을 하고 싶으면 "예스"라고 먼저 말을 해버린다. 그러고 나서 회사의 관계 부서와 내부 협의를 한다.

언어학자인 데보라 탄넨(Tannen) 교수에 따르면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인은 상대의 말에 동의할 때 "예스"라고 말한다. 반면 일본인의 예스, 즉 "하이"는 상대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상대의 피부 색깔을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금기이다. 협상 중에 꼭 흑인이란 표현을 쓰고 싶으면 '아프리칸-아메리칸', 백인은 '코카시안'이라고 돌려 말해야 한다. 김 이사는 농담으로 "선탠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경솔했다.

서강대 교수ㆍ글로벌협상센터소장

한국에 와있는 외국 비즈니스맨들에게 "한국에서 느꼈던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대답이 왜 한국인은 '자연스런 눈맞춤'을 안 하느냐는 것이다. 이야기를 할 때 김 이사처럼 눈길을 피하면 딴생각을 하거나 협상에 별 관심이 없다고 오해한다.

필자가 공직에 있을 때 서울에 온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를 접대한 적이 있다. 폭탄주까지 같이 마시며 그를 극진히 접대했건만, 실망스럽게도 다음날 협상에서 그의 태도는 전혀 변한 것이 없었다. 미국 협상 교육에서 제일 강조하는 것이 '협상과 관계를 분리하라'이다. 즉 한국에 가서 폭탄주 같이 마시자면 어울려 주되 그것이 절대로 다음날 협상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잔 먹으며 맺어진 인간관계로 협상을 하는 동양문화와는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글로벌시장… 성공하는 다문화 협상전략 4가지

1. 상대방의 문화에 대해 미리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2.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상대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보다 못 산다고 해서 현지 문화를 깔봐서는 절대 안 된다. 필자가 미국이나 일본의 공무원들과 협상한 경험에 의하면 하위 공무원보다는 오히려 고위 공무원일수록 우리 문화를 잘 이해하고 한국 음식을 즐긴다.

3. 김 이사가 캠프 전무의 빠른 제의에 당황했듯 서양에선 협상 대표에게 책임과 권한을 많이 위임한다. 그런 서양인과 협상할 때는 의외로 빠른 의사 결정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눈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서양인과 협상에서는 자연스러운 눈맞춤을 하는 게 중요하다.

4. 동양의 협상은 관계에 바탕을 둔다. 따라서 중국인이나 일본인 등과 협상할 때는 같이 술도 마시며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서양은 객관적인 자료나 정보에 바탕을 둔 협상을 한다. 따라서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 보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