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Wintel)이 지고, 암드로이드(Armdroid)의 시대가 오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올워스(Allworth) 박사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블로그에서 지목한 올해 CES(소비자가전쇼)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다.
윈텔은 윈도(Windows)와 인텔(Intel)의 합성어이다. 지난 30년간 IT 세상의 기본 방정식이기도 했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컴퓨터의 핵심부품)를 사용한 하드웨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를 깔면 PC가 됐다. 윈텔은 곧 IT 업계의 표준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그런데 올 CES 무대에서부터 갑자기 윈텔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파괴적 혁신의 주도자에서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으로
■윈텔에 무슨 일이…
그렇다면 암드로이드란 무엇인가? 이것은 암(ARM·이를 최초로 설계한 영국 업체의 이름)이란 중앙처리장치와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새로운 운영체제의 합성어이다. 최근 IT시장의 주역은 PC가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TV 등 저렴하고 쓰기 편리한 '스마트 기기'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는 윈텔이 아니라 암드로이드가 기본 방정식으로 바뀌었다. 올해 CES에 출품된 IT 신제품 둘 중 하나는 암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제품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윈텔을 왕좌에서 끌어내렸을까. 거기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거대 기업이 흔히 빠지는 근본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 바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hristensen)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다시 말해 대기업은 단순한 기능의 저가 제품 시장(low-end market)으로부터 불어닥친 의외의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일순간에 무너지고 만다는 것이다.
MS의 주력 제품은 수억 달러를 들여 개발한 윈도7이다. 스마트 기기들이 등장하자 MS는 애플이나 구글처럼 스마트폰용 OS를 따로 개발하는 대신, 기존 윈도7을 개량한 버전을 내놓았다. 스마트기기에 걸맞은, '성능은 좀 못해도 싸고 저렴한' 제품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텔도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는 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큰돈을 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자신들이 내놓은 저가 제품이 자사의 기존 제품 시장을 갉아먹는 것(cannibalization) 역시 원치 않았다. 두 회사는 오히려 업체들에 "우리 CPU와 OS를 사용하라"며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최상의 기술 아닌 최적의 성능이 판을 바꾼다"
윈텔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혁신 컨설팅 전문가인 이노사이트 벤처스(innosight ventures)의 스콧 앤소니 전무는 '판을 바꾸는 트렌드(transformational trends)' 판별법 세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판을 바꿀 가능성이 큰 제품은 이미 사람들이 하고자 했던 것을 더 쉽고 단순하게 해준다. MP3 플레이어가 워크맨이나 휴대용 CD플레이어를 대체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의미에서 3D TV는 판을 바꿀 제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앤소니 전무는 예측한다. '3D TV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거나 '2차원 영상만으로는 뭔가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이냐 있겠느냐는 것이다.
둘째, 판을 바꾸는 기술은 최상(最上)이 아니라 최적(最適)의 성능을 추구한다. 사용의 편의와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서라면 구현 가능한 기술적 한계의 70~80%에도 만족한다. MP3의 경우 음질은 약간 희생하지만, 파일 크기를 크게 줄임으로써 소용량, 낮은 성능의 기기로도 훌륭하게 재생 가능하다.
셋째, 판을 바꾸는 제품은 새롭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팟이 아이튠스(iTunes)를 동반한 것처럼.
윈텔 연합군은 불행하게도 이 세 가지 공식을 모두 거슬렀다. 윈텔은 기존 PC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최상의 성능과 새로운 기능을 강조했다. 반면 암드로이드는 시장의 다수 고객이 원하는 싸고, 쉬운 기술에 초점을 맞췄고, 최적의 해답을 제공했다.
1990년대 윈텔은 값 비싸고 쓰기 어려운 제품이었던 PC를 세상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저렴하고 쓰기 쉬운 제품으로 만듦으로써 혜성처럼 떠올랐다. 파괴적 혁신의 주도자였다. 그러나 이번엔 파괴적 혁신의 희생양이 됐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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