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강의가 인기가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EBS에서도 방송 중인 샌델 교수의 수업을 실제로 참관하면 따분한 철학 강의를 저렇게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지난해 12월 학기 종강 수업. 대형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샌델 교수가 강단으로 올라서자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그는 화면 가득히 '원더우먼' '수퍼맨' 등의 영상을 띄운 뒤 20여명의 조교를 소개하면서 수업을 도운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수업은 무대 공연처럼 철저히 기획되고 연출된다. 샌델 교수가 무작위로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의 이름은 이미 그날 수업 진행표에 올라 있다. 다음 주제를 미리 주고 찬반 의견을 이메일로 받은 뒤 이 중에서 선발해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런 연출은 양념일 뿐이다. 샌델 교수의 인기는 그가 '정의'라는, 이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샌델 교수의 책은 지난해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60만권이 넘게 팔렸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던 날 일본 요미우리신문 특파원은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일본의 고민을 샌델 교수에게 물었다. 샌델 교수는 "경제위기로 시장만능주의가 무너지자 사람들은 그동안 덮여 있었던 부조리와 정의의 문제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샌델 교수는 그러나 "무엇을 하는 게 올바른 일인가"라는 각론에 직접적인 답을 주지 못한다. 그의 진가는 오히려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고, 합의하는 방법론에 있다. 정의에 관한 서로 다른 사조와 대립되는 가치관을 소개하고 이를 진지하게 성찰함으로써 스스로 합의점을 찾아가도록 제시한다. 동성애, 대리모 출산 등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찬반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주장을 들으면서 자신의 논거를 반추해보는 과정이 그의 책과 수업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방법론은 지난 1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애리조나 참사 추모식에서 한 연설에도 등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장이 지나치게 양극화되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려 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잠시 멈춰 서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설의 정치에 화살을 겨누고 비난하는 대신 정의를 찾아가는 민주주의적 방법론을 반추했다. 반대진영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각자의 진영을 성벽처럼 쌓은 뒤 상대방을 향해 날리는 독설과 폭로의 정치, 귀는 막고 입은 열어 서로 고함치다 끝나버리는 정치가 한국의 모습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는 알기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자신은 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기 십상일 것이다. 그보다는 정의를 찾아가는 합리적이고 양식 있는 태도 자체가 정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http:··blog.daum.net·k2gi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세설신어] [90] 상두보소(桑土補巢) (0) | 2011.01.24 |
---|---|
최보식 칼럼] 우린 일류와 명문만을 좋아해 (0) | 2011.01.24 |
越南与朝鲜使臣之酬唱 (0) | 2011.01.23 |
격재선세시 5수格齋先生詩5首.작자 : 격제 손조서格齋 孫肇瑞 .번역 : 청계 조면희淸溪 趙冕熙 (0) | 2011.01.23 |
한국고전번역원 제4차 촉탁번역위원 및 제2차 촉탁교감표점위원 선발 안내 (0) | 2011.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