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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정책토론회

굴어당 2011. 7. 18. 23:48

후진타오인가 호금도(胡錦濤)인가’
23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는 중국 국가주석 이름이 중국어로, 한자음으로 수십 번도 더 호명됐다. 중국 인명·지명의 외래어 표기를 현지 원음에 따라야 하는가, 한자음에 따라야 하는가의 문제를 주제로 한 국어정책 토론회가 열린 자리였다. 국어학회와 본사가 공동주관하고 국립국어원이 주최하는 6회 연속 토론회의 첫 회다.

손범규 아나운서(SBS 방송)의 사회로 김창진(초당대 교양학부)-박정구(성균관대 중문과) 교수와 고석주(연세대 국문과)-류동춘(서강대 중문과) 교수가 각각 양측 발표·토론자로 나서 열띤 공방을 벌였다.

‘호금도’라고 불러야 한다는 입장에서 주제 발표한 김창진 교수는 “외래어표기법은 자국어 중심주의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언어주권론’을 폈다. 김 교수는 “왜 한국인끼리 한국 땅에서 의사소통하면서 편리한 한국어를 버리고 서로 알지 못하는 중국어로 사서 고생해야 하는가”라면서 “한자어 고유명사는 한자(가령 胡錦濤)로 적고 한국어 발음(호금도)으로 읽어야 의미가 정확히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 편에서 지정 토론자로 나선 류동춘 교수는 “외국어는 외국어답게 표기해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류 교수는 “한자어가 우리 어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 때문에 한자로 기록된 인명·지명을 모두 외래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호금도는 외래어가 아니라 외국어이다. 따라서 그 나라 발음을 따라 후진타오로 불러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우리 나름의 원칙을 정해 일관성있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언어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청석(100석)을 가득 메운 학자, 학생, 시민들은 2시간여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일 본지에 첫 회 예고 기사가 나간 후 조선닷컴에 마련된 토론방에도 23일 오후 5시 현재 35건의 의견이 올라오는 등 온·오프 라인 공간에서 동시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총 6회 예정인 토론회의 다음 주제는 ‘부산은 Pusan인가 Busan인가’(국어의 로마자 표기 이대로 좋은가). 7월 7일 같은 시간·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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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정책 토론회] [2] 로마자 표기법

'Busan(부산)'인가, 'Pusan'인가. 국어정책토론회 두 번째 주제는 로마자 표기법이다. 2000년 7월 정부는 1984년부터 써오던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 새 표기법을 고시했다. 1984년 표기법은 매퀸-라이샤워(MR) 방식에 기초한 것으로 외국인들이 구분해서 쓰는 무성음·유성음을 달리 표기하고 영어권에 없는 모음 ㅓ와 ㅡ를 특수부호를 사용해 o와 u로 표기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어렵고 불편하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된 새 표기법은 ㅂ, ㄷ, ㄱ을 유성음·무성음 구분없이 b, d, g만으로 적고, ㅍ, ㅌ, ㅋ에 p t k를 배당하는 식이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인·지명에 대한 로마자 표기법은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같은 부산 내에서도 2000년 새 표기법에 따른 ‘Busan’과 종전 MR법에 따른 ‘Pusan’이 혼용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작년까지 영문표기에서 부산을 'Pusan'으로 써오다가 지난 2월 'Busan'으로 바꿨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국어학회·조선일보가 공동주관하는 두 번째 토론회는 7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다. 이홍식·이호영(서울대 언어학) 교수와 엄익상·이성미(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토론자로 나선다. 조선닷컴 온라인 토론방을 통한 참여도 가능하다.

[Busan이다] 'ㅂ' 표기할 때 B도 쓰고 P도 쓰자고? 헷갈리고 복잡하다

이홍식·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2000년 로마자표기법이 개정되고 10년이 넘었는데도 표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요한 이유로, 외국인이 이 표기대로라면 제대로 발음할 수 없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로마자는 언어마다 읽는 방식이 다르다. 혹자는 영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지만, 영어는 철자 발음이 가장 다양한 언어다. 이상적인 로마자 표기를 통해 한국어를 쉽게 발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이다.

'로마자표기법이 외국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발음을 고려해서 표기법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유성음(有聲音)과 무성음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한국어에는 유·무성음이 없지만 유·무성 구분이 있는 외국어가 적지 않다. 가령 '비로봉'에서 '비'의 'ㅂ'은 무성음, '봉'의 'ㅂ'은 유성음으로 들린다. 외국인을 고려하면 'pirobong'처럼 달리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유성음·무성음이 구별되는 것인지도 따져볼 문제지만, 이를 인정한다 해도 다른 문제가 있다. 'ㅂ'에 'p'와 'b'를 배정하면 'ㅍ'은 어떻게 표기해야 하나. 'pirobong'이라 쓰면 한국인은 '피봉'이라 읽는 것도 문제다.

언어 체계가 다른 외국인에게 정확한 한국어 발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의 해법은 로마자표기법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로마자표기법에 담은 한국어 발음 정보를 정확히 알려 주는 것이다.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더 많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측면에서도 바꾸지 않는 게 효율적이다. 로마자표기법의 쓰임새가 넓어졌기 때문에 또 다시 바꾸려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 표기법의 잦은 개정은 '어문규범'에 대한 생각을 무너뜨린다. 규범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면 된다는 생각은 규범 측면에서는 중대한 문제다. 이미 3차 개정을 거치는 동안 검토는 충분히 됐다. 더 이상 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국인 입장에서도 한국 문헌에서 자주 고유명사 표기가 바뀐다면 한국의 어문규범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행 로마자표기법이 최선은 아니다. 그렇다고 최선의 표기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언어 간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표기법을 어떻게 정한다 해도 거기에는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 비용과 신뢰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표기법을 바꾸어야 하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이홍식·숙명여대 국문과 교수

[Pusan이다] 외국인들 "Cheju 가는데 웬 Jeju행 표?"… 국제관행 따라야

엄익상·한양대 중문과 교수

미국 도서관에서 시인 고은을 검색하려면 현행 로마자표기법에 따른 'Go Eun'이 아니라 매퀸-라이샤워(MR)법인 'Ko Un'으로 찾아야 한다.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현행 표기법 보급률은 유럽·미국에서 21~22%에 불과하다. 작년 한글학회,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거주 내외국인을 조사한 결과 현행 표기법에 대한 종합평가지수는 46.89%에 불과했다. 왜 외면당하고 있을까?

첫째, 성씨 표기 규정이 없다.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김, 이, 박, 최씨는 Gim, I, Bak, Choe라고 써야 한다. 2007년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쓰는 사람은 0~6.5%에 불과했다.

둘째, 띄어쓰기 규정이 없다. 남한산성입구역에는 'Namhansan seong'이라고 적혀 있는데 외국인이 쉽게 읽을 수 있을까?

셋째, 표기의 연속성이 단절됐다. MR법은 1937년 발표된 이래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2000년 새 표기법 이후 같은 인명·지명이 두 가지 이상으로 알려지게 되어 혼란을 초래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부산국제영화제)'이 Busan에서 열린다고 홍보해야 하는 우스운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인들은 Cheju(제주)를 가려는데 왜 Jeju행 표를 주는지, Joseon(조선)시대가 Choson 이전인지 이후인지 묻는다.

우리도 1948~59년과 1984~2000년에는 MR법에 기초한 표기법을 썼다. 이를 개정한 이유는 MR법이 서양인 손에 만들어졌고, 부가기호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매퀸은 미국 선교사 아들로 평양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당시 최고 국어학자인 최현배·정인보·김선기의 조언을 받아 표기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서양인들이 한국어 특성을 왜곡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음성 실험 분석에 의하면 MR법이 현행 표기법보다 훨씬 더 한국어 발음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며 컴퓨터 보급으로 u나 o도 쉽게 입력할 수 있다.

인명 표기와 지명의 띄어쓰기 규정도 없는 표기법을 세계인에게 권하는 것은 국제전화는 안 되지만 국내전화는 그런대로 잘 터지는 휴대전화를 외국인에게 사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더 늦기 전에 국제 표준에 맞춰야 한다. 교체에 드는 비용은 국내외 표기법의 차이에서 오는 혼동과 불편, 국가 브랜드 및 경쟁력 약화에서 오는 경제 손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엄익상·한양대 중문과 교수

[천자토론] 로마자 표기법 'Busan(부산)'인가 'Pusan'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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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땐 북어국글쓸 땐 북엇국?

국어정책토론회 <3>성문화된 맞춤법 규정 필요한가

국어정책토론회 세 번째 쟁점은 성문화된 한글맞춤법 규정의 존폐 여부다. 맞춤법 규정을 국가가 고시해 관리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글맞춤법이 등장한 것은 개화기 때 한글 표기의 혼란이 극심해서였다.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발표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이후 국가 규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88년 맞춤법 개정 이후 숱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사이시옷 규정. '북엇국' '등굣길'처럼 익숙하지 않은 표기법에 원성이 쏟아졌다. 이제는 과거처럼 맞춤법 혼란이 심하지 않고 표준국어사전이 있으니 성문화된 규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올바른 표기 기준으로서 맞춤법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맞춤법 규정필요하다] 성문화된 어법 없으면 혼란 온다

오라버니만 해도 올아버니·오라번이·올압어니 난무할 것


모든 법은 우리를 구속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질서와 평안과 자유를 느낀다. 한글 맞춤법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있어 우리는 일상 어문 생활에서 편리함을 누린다.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면서 어문 규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다. 세부 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띄어쓰기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사이시옷 문제에 이목이 집중됐다. 개정에는 그럴 만한 사유와 타당한 근거들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우선 눈에 띄는 작은 문제들을 지적하기에 바쁘다. 급기야 한글맞춤법을 없애자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귀찮은 빈대 죽이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한글맞춤법은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을 기본 원리로 한다. '소리대로'만 적자고 하면 쉬울 것 같지만 '어법'이 없었다면 한글은 더 어려운 문자가 되었을 것이다. 어법에 대한 고려 없이 소리대로만 적었을 때 빚어질 혼란을 생각해 보라. 가령 '올아버니', '오라번이', '올압어니' 등이 난무할 것이다. 이 모두가 소리는 똑같이 '오라버니'로 나기 때문이다.

'북어국'이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시중에 표기가 잘못된 차림표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선말 규범집'은 사이시옷이 없는 표기를 채택해 '북어국'을 옳다고 하지만 우리 사잇소리 규정은 '북엇국'을 바른 표기로 인정한다. '북어국'으로 써서는 그 실제 발음인 '북어꾹/북얻꾹' 소리가 나지 않는다. 북한에서도 우리처럼 '꾹'으로 된소리 발음을 하고 있다면 그 표기는 '소리대로'라는 기본 원리에 따라 '북엇국'으로 쓰는 게 맞다. '윗도리'는 '위도리'가, '콧등'은 '코등'이 아니듯이 '북엇국'은 '북어국'이 아니다. '머릿방'(안방 뒤에 딸린 방)과 '머리방'(미용실)이 구분되는 것도 사이시옷 조항 덕분이다.

혹자는 국어사전이 있으니 성문 규정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사전에 없는 단어도 있다. 지금도 사전에 '두붓국'은 있지만 '순두붓국'은 없다. 새 단어가 필요할 때마다 그것이 사전에 오르기를 기다려야 할까? 사전 편찬자들의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한글맞춤법은 그 모든 판단의 근간이 된다.

김정남 경희대 한국어학 교수

맞춤법 규정이 누구나 다 알 수 있도록 쉽게 되어 있지는 않다. 이는 다른 법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인 법관들의 해석과 적용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어문 규범도 전문가들이 한글맞춤법이라는 법전에 기대어 판정하고 그 결과가 사전에 오른다. 여론은 존중돼야 하지만 거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

영어에는 규범이 없으니 우리도 없애자는 말도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세계에서 오직 한글만이 창제자와 제작 연도를 갖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하듯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문 규범을 갖고 있음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김정남 경희대 한국어학 교수


[맞춤법 규정필요없다] 표준국어사전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도 북엇국이라 안쓰면 북어국으로 사전 오르게 될 것


한글맞춤법에 미련을 갖는 것은 그것을 '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법'이라고 생각하니까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 한다. 그래서 이것은 규정에 맞으니까 되고, 저것은 맞지 않으니까 안 된다고 얘기하게 된다. 또 규정과 현실이 맞지 않는 경우를 발견하면 규정을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게 된다.

하지만 한글맞춤법은 법이 아니라 '방법'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한글로 적는 방법, 철자법에 통일을 기하도록 한 것이다. 그것은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제정·공표되면서부터였다. 당시 성문화된 맞춤법 규정이 필요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표기의 통일을 처음 시도하는 만큼 표기법 지침이 필요했다는 것과 표기법이 궁금할 때 찾아볼 수 있는 사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표기 원칙을 처음 세우던 시기에는 철자법 원칙을 담은 성문화된 규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때는 '부거꾹'이라는 발음을 가진 단어의 표기를 '북엇국'이라고 쓰도록 하는 일반적인 원칙을 고안한 후에 이를 규정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야 그 규정을 바탕으로 다른 단어들의 표기형도 유추하여 적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어문 규정에 근거해 단어 표기형을 추론할 이유가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있기 때문이다. 표준 표기형은 이제 사전에 있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부거꾹'으로 발음되는 단어의 표기형이 사전에 '북엇국'으로 되어 있으면 '북엇국'으로 쓰면 그만이다.

영어 철자법은 훨씬 더 어렵고 원칙도 별로 없어도 열심히 외울 뿐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왜 그렇게 써야 하냐고 하면 사전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제는 표준사전이 있으니 성문화된 어문 규정은 필요가 없다. 성문 규정은 나아가 표기법의 현실화도 방해한다. 표기법의 현실화는 규정을 바꿔서 되는 게 아니라 규정을 없앰으로써 이루어진다. 규정을 없애고 합의된 표기형을 사전에 올리는 것이다. 아무도 '북엇국'이라고 쓰지 않으면 사전에 '북엇국' 대신 '북어국'으로 올리면 된다. 규정을 없애면 비현실적인 표기형의 변경이 이렇게 개별적으로 가능해진다. 예외 조항을 두거나 규정을 바꿈으로써 규범의 권위가 약화될 것을 걱정하거나 규범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으로 오해받을 염려도 없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 교수

그럼 사전에 없는 말은 어떻게 적을까? 걱정할 것 없다. 어문 규정이 없어졌다고 표기법 원칙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표기법의 원칙에 따라 표기형을 만들어 쓸 것이다. 대부분 일치하겠지만 일부 일치하지 않는 것은 우세형이 자리 잡아 갈 것이다. 그 우세형을 사전에 올리면 된다. 이런 접근법이 익숙해지면 성문화된 규정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더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 교수

[조선일보 국어정책 토론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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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정책토론회, 로마자표기법 놓고 공방

"그러면 평창 동계올림픽 표기도 또 바꿔야 하나요?" "평창은 예외로 둘 수도 있지요."

열기를 더해가는 국어정책토론회 두 번째. '부산은 Busan인가 Pusan인가'(국어의 로마자 표기 이대로 좋은가)를 놓고 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마침 이날 새벽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평창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국어학회·조선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장대비 속에서도 교수·학생·시민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7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국어정책토론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이성미 한중연 명예교수, 엄익상 한양대 교수, 손범규 SBS 아나운서, 이홍식 숙명여대 교수, 이호영 서울대 교수.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손범규 SBS 아나운서 사회로 이홍식(숙명여대 국문학)·이호영(서울대 언어학) 교수가 '현행 유지' 편에서, 엄익상(한양대 중문학)·이성미(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미술사) 교수가 '개정 필요' 편에서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2000년 7월 정부가 고시한 현행 표기법이 옳으냐, 이전 MR(매퀸-라이샤워) 표기법을 되살리느냐는 것이었다. 평창의 경우 현행대로라면 Pyeongchang. 하지만 MR 방식을 쓰면 달라진다. 외국인이 '병장' 아닌 '평창'으로 읽게 하려면 P'yŏngch'ang으로 써야 한다.

이홍식 교수가 "이미 평창의 영문이 현행 표기법대로 알려졌는데 또 바꾸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하자, 이성미 교수는 "평창 같은 경우는 예외로 두면 된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많은 표기법을 MR로 못 바꿀 게 없다"고 맞받았다. '개정 필요' 쪽의 엄 교수는 "로마자표기법은 외국에 우리 것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을 배려한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호영 교수는 "다시 고치느니 그 비용으로 지금 표기법을 외국인에게 더 잘 알리는 게 낫다"고 했다.

방청석에서도 의견이 쏟아졌다. 토론회 참석을 위해 일부러 올라왔다는 전남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박종철 교수는 "중국에서도 '칭다오'를 로마자 Q로 시작하지만 칭으로 발음한다. 외국인이 우리식 발음대로 읽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충배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표기법 개정 때 참여했는데 오늘 나온 내용 상당 부분이 예전에 검토된 것들이다. 개정론자들은 그때 배경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닷컴 토론방에도 열기는 이어졌다. 7일 현재 54건의 의견이 올랐다. 이청일씨는 "부산의 첫 자음이나 포항의 첫 자음을 ('P'로) 같이 쓰면 되겠나. 통영과 동영을 똑같이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 지명을 외국인이 옳게 발음하려 애쓰는 게 맞다"며 현행 표기법을 지지했고, 민영복씨는 "외국인이 읽지 못하는 우리만의 표기법은 문제"라며 개정을 편들었다.

다음 3회 토론회 주제는 '북엇국만 되고 북어국은 안 되나'(성문화된 한글 맞춤법 규정에 관한 토론)로 오는 21일 오후 3시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다. 발표문은 18일 본지에 사전 게재된다.

[국어 정책 토론방] 헷갈리는 우리 말과 글 어떻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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