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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숨은 보물, 구이저우省이 열리고 있다

굴어당 2011. 11. 14. 12:38

중국의 숨은 보물, 구이저우省이 열리고 있다


황은순 차장대우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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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구이저우성의 카르스트 지형이 빚어낸 절경. 땅 위에 솟아오른 2만여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이어지는 만봉림. 1~3월이면 유채꽃 천국이 된다. photo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지난 10월 23일 중국 구이저우성(貴州省)의 성도 구이양(貴陽).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10대의 버스 행렬이 이어졌다. 버스 앞뒤로는 경찰 차량이 호위를 하며 달렸다. 도로와 교통신호를 미리 통제, 버스 행렬은 신호 한번 걸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질주했다. 도로 위에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정체돼 있었지만 중국 운전자들은 얼굴에 불만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로변에 늘어선 사람들도 신기한 듯 고개를 돌려가며 버스 행렬을 구경하기 바빴다. 눈을 동그랗게 뜬 사람들의 표정으로 봐선 구이저우성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풍경인 듯싶었다.
   
▲ 원시의 신비를 간직한 마링허협곡. 골짜기 길이만 74㎞인데 그중 1.7㎞ 구간만 개방돼 있다.

   구이저우성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행렬의 정체는 구이저우성 여유지국과 중국 국가여유국 서울지국이 초청한 11개국 여행 바이어와 기자단이었다. 구이저우성의 관광지를 세계 각국에 알리기 위한 이번 행사에는 한국·미국·일본·호주·스위스·독일·캐나다·프랑스에서 150여명이 참여했다. ‘十一國旅行商赴貴州考察團(11국여행상부구이저우고찰단)’이라는 플래카드를 붙인 버스 행렬은 구이저우성 관광지를 둘러보는 5일 동안 VIP 대접을 받았다. 10월 23일 구이양의 하얏트호텔에서 있은 저녁 만찬에는 구이저우성의 공산당 부서기가 참석, 무려 30여분 동안이나 열정적인 목소리로 환영사를 펼쳤다. 환영사가 길어질수록 만찬석의 분위기는 산만해졌지만 부서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구이저우성의 관광자원을 하나라도 더 소개하기 위해 준비한 말을 빠짐없이 쏟아내고서야 만족한 얼굴로 단상을 내려왔다. 중국의 국주인 마오타이주(茅台酒)의 고향답게 값비싼 마오타이주가 잔을 비우기 바쁘게 채워졌다. 지역방송국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구이저우성이 이번 행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었다. 구이저우성의 환대는 인접한 윈난(雲南)성으로 넘어가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구이저우성은 가는 곳마다 경찰들이 출동해 주변을 정리하고 구이저우성 경계까지 에스코트를 해줬다. 하지만 이미 관광지로 유명해진 윈난성에 들어서자 달랑 안내차량 한 대만이 일행을 맞았다. 그것도 제때에 나오지 않아 성 경계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중국 남서부에 있는 구이저우성은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성도인 구이양까지 꼬박 40시간이 걸리는 오지이다. 카르스트 지역이 총 면적의 73%로 눈 돌리는 곳마다 협곡, 폭포, 동굴 등이 널려있는 천연공원으로 중국의 숨은 관광보고이다. 산과 구름이 97%를 차지한다고 할 만큼 산 속에 도시가 있고 도시 속에 산이 있다. 대신 평지는 드물다. 농지가 총 면적의 3%에 불과해 바위 사이에 틈만 있으면 옥수수를 심는다. 면적은 남한의 1.7배(17만6000㎢)에, 인구는 4000만명으로 시골은 1인당 수입이 연 10만~20만원밖에 안될 정도로 ‘중국에서 가장 못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광물자원이 풍부하긴 하지만 농사지을 땅이 없다 보니 관광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 탄산칼슘이 녹아내려 버섯 모양으로 굳은 마링허협곡의 절벽.
▲ 아시아 최대, 세계 네 번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황궈수폭포.

   중국 정부도 최근 구이저우성 관광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는 조선족 김천호(43)씨는 “최근 2년 새 구이양에 5성급 호텔이 3개나 생길 정도로 몰라보게 발전했다. 작년에 윈난성 쿤밍(昆明)을 제치고 ‘제1피서도시’로 구이양이 꼽혔다. 중국인들은 연 40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지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구이양은 개발이 한창이었다. 지난 7월에 문을 연 하얏트호텔이 있는 신도심 지역은 곳곳에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교통체증이 심한 구도심과는 달리 8차선 도로가 쭉쭉 뻗어있고, 길을 닦고 있는 곳도 자주 눈에 띄었다. 연평균 기온은 15도로 한겨울에도 영상을 유지할 만큼 봄과 같은 날씨가 계속된다. 국내엔 아직 구이저우지역을 관광하는 패키지상품이 없다. 서울에서 구이양을 가려면 상하이로 가서 구이양행 비행기를 갈아타거나, 쿤밍으로 가서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다. 쿤밍까지는 인천에서 직항이 운행하고 있다. 한국 관광객은 2년 전 연 500여명에 불과하다 매년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구이저우성에서 한국인을 보는 일은 쉽지 않은 듯했다.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더니 종업원들이 “한국 드라마는 많이 봤지만 한국인은 처음 봤다”면서 “기념으로 위안화와 한국돈을 바꿀 수 없느냐”고 말하면서 신기해했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중국 최대의 만봉림, 아시아 최대규모인 황궈수폭포 등 구이저우성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봤다.
   
   
   | 만봉림 |
   
▲ 구이저우성 동남쪽에 위치한 ‘시장첸후먀오족마을’.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수만 개의 봉우리들이 땅 위에 솟아 있다. 만 개의 봉우리가 숲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봉우리가 2만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카르스트 지형이 빚은 절경으로 중국 최대 규모의 봉림이다. 해발 2000여m에 이르는 칠봉고원의 변두리에서 시작해 200여㎞를 봉우리들이 이어 달린다. 만봉호 일대는 유채꽃이 피는 1~3월이 절정이라고 한다. 10명 안팎으로 탈 수 있는 작은 차를 타고 만봉호를 병풍처럼 두른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소수민족이 주로 사는 이곳도 여자들이 주로 일을 하고 남자들은 마작을 하고 노는 것이 일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부 여자들뿐이다. 관광지로 뜨면서 마을이 몰라볼 정도로 발전했다고. 2년 전만 해도 칸막이가 없던 화장실이 지금은 깨끗한 현대식 화장실로 바뀌었다.
   
   
   | 황궈수폭포 |
   
   아시아 최대, 세계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폭포이다. 폭이 101m, 높이가 77m에 이른다. 부근에 18개의 폭포가 계단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그중 황궈수폭포가 규모가 가장 크다. 황궈수폭포는 앞뒤좌우에서 모두 관찰이 가능하다. 폭포 뒤로 종유석 동굴이 이어져 폭포 뒤에서 커튼처럼 떨어지는 폭포수를 만져볼 수도 있다. 동굴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동굴 입구에는 영어와 함께 한글 안내판이 있다. 안내문에는 ‘수렴동은 황궈수대폭포에서 으뜸가는 경치로서 6개 동굴창구가 폭포 뒤에 숨겨져 있다. 폭포구의 주렴은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천하제일신기동굴로 불리고 있다’라고 쓰여 있다. 폭포 건너편 절벽 위에 오래된 마을이 있는데 2년 내로 철거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위해 방문한 실사팀이 마을을 이유로 지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 마링허협곡 |
   
▲ 먀오족 전통복장을 한 여성들이 마을 입구에서 환영을 해주고 있다.

   첸시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의 자치주정부가 있는 싱이(興義)에서 3㎞ 떨어져 있는 국가급 풍경명승구. 골짜기 길이가 무려 74.8㎞, 너비는 50~150m, 깊이는 120~280m에 이른다. 석회암에서 탄산칼슘(CaCO3)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만들어진 풍경이 신비롭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이끼를 얹은 커다란 돌버섯들이 겹겹이 자라나 있는 모양이다. 비가 오면 계곡 곳곳에 자연폭포가 만들어진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구간이 1.7㎞에 불과하니 전체 규모를 상상하기 어렵다.
   
   
   | 톈룽툰바오마을 |
   
   명(明) 태조 주원장(朱元璋) 때 구이저우성에 진출한 남부 토벌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옷, 언어 등 한족문화의 전통이 어느 곳보다 잘 보전돼 있다. 현재도 사람들이 600년 된 건물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 집은 모두 돌로 만들어졌다. 납작한 돌로 벽을 쌓아올리고 지붕에도 돌을 얹었다. 돌을 쌓은 사이에 시멘트가 발라져 있으면 최근에 지은 건물, 순수하게 돌만 쌓아 올린 것은 오래된 건물이라고 보면 된다. 문틈으로 배불뚝이 TV며 초라한 세간들이 엿보였다. 불량식품처럼 보이는 과자봉지 몇 개 늘어놓고 파는 구멍가게도 보인다. 관광객을 상대로 은제품과 목공예품, 오래된 만화책을 팔기도 한다. 노점상에게서 투명한 구슬 모양의 시계를 샀다. 90위안(1만6000원) 부르는 것을 40위안(7000원)으로 깎았다. 시계에 오메가라고 쓰여 있다. 진짜 오메가라면 ‘대박’일 테지만 그럴 리는 없어 보였다. 한족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한가롭게 앉아 있고 골목마다 경찰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한국팀 가이드가 “오늘 방문을 위해 당에서 마을사람들에게 동원령을 내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진기를 들이대도 거부하는 기색이 없더니 이유가 있었다. 중국 연극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평가받는 툰바오 지방극도 상시 공연하고 있다.
   
   
   | 시장첸후먀오족마을 |
   
▲ 명 태조 주원장의 군대 주둔지였던 톈룽툰바오마을. 지금도 600년 된 건물에서 후손들이 살고 있다.

   구이저우성은 먀오족·야오족·부이족·둥족 등 17개 소수민족 인구가 39%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첸후먀오족마을은 먀오족 1000가구가 모여 산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화려한 전통복장을 입은 먀오족 여인들이 소뿔에 담긴 술을 권한다. 먀오족은 ‘치우천왕’을 선조로 모시기 때문에 소뿔을 숭배한다. 귀한 손님이 오면 소뿔에 담긴 술을 대접한다. 집 지붕에 소뿔 모양의 장식이 있다. 산비탈을 따라 전통 목조가옥이 빼곡하다. 이곳에 도로가 뚫린 것은 불과 2년. 밭을 일구고 약초를 캐서 살다 관광지가 되면서 상업화 돼가고 있다고. 관광객을 상대로 노점상도 늘고 전통춤 공연도 한다. 공연장 뒤편 시장으로 가면 야채, 꿀 등을 들고 나온 먀오족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2011 중국국제관광교역전
   
   “우리 나라로 놀러오세요” 세계 관광업계 쿤밍으로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윈난성 쿤밍에 전 세계 관광업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2011 중국 국제관광교역전(China Internatinal Travel Mart)’이 쿤밍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렸다. 중국 국가여유국과 중국민용항공기, 윈난성이 공동 주최한 이번 국제관광교역전은 한국·일본·러시아·미국 등 46개 국가와 중국 95개 지역에서 참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국제관광교역전은 상하이와 쿤밍에서 매년 번갈아 열리는 아시아 최대 관광교역전으로 이번 쿤밍의 경우 전시회장 규모가 5만㎡에 이르렀다. 중국 국내 부스 1791개를 비롯해 46개국 442개 부스마다 관광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벌이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전시관이 워낙 넓다 보니 전체를 둘러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각 부스마다 나눠주는 관광지, 호텔 등을 홍보하는 팸플릿을 받다 보면 두 손으로 들고 가기도 힘들 정도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화려한 전통복장을 입고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경품을 내걸고 이벤트를 벌이는 곳도 있고 전시관 한쪽에 카페테리아를 마련, 바이어들의 발길을 붙잡기도 했다. 요란한 중국관에 비해 12개 지자체가 참석한 한국관은 조용했다. 세계관이 몰려 있는 제3전시관 한쪽에 위치한 한국관은 지자체별로 부스를 나눠 홍보 팸플릿을 나눠줬다. 전체 공간은 넓었지만 한국을 알리는 특색이 없어 아쉬웠다. 이 행사에는 북한도 참가했다. 한국관과 떨어진 곳에 작은 부스 한 칸을 차지하고 3~4명이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벽에 낡은 포스터 몇 장만 붙여놓은 북한관은 화려한 전시관들 사이에서 더 초라해 보였다. 이번 행사에는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막식과 전날 있은 환영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