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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햄버거 ‘두이자’ 먹지 않고는 츠펑 못 벗어난다

굴어당 2011. 11. 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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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멍구자치구②


윤태옥 다큐멘터리 제작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감수 신계숙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과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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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햄버거’라 불리는 두이자.
전편에 이어 네이멍구자치구의 초원을 여행하면서 초원의 역사와 음식을 이야기합니다. 후룬베이얼을 떠나 서남 방향으로 내려오다 베이징에 어느 정도 다가오면 츠펑시(赤峰市)입니다. 츠펑(赤峰)은 시 외곽에 붉은색 바위 봉우리가 있어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홍산문화라고 하는 신석기시대 유물이 집중적으로 발굴됐고, 흉노시대에는 동호(東胡)의 강역이었습니다. 흉노의 뒤를 잇는 선비족의 시대가 휩쓸고 지나가고 기원 10세기에는 거란이 흥성하여 요나라를 세웠던 곳입니다.
   
   탁발선비족이 호한(胡漢)의 융합을 통해 대당제국을 건설했으나 대당제국이 생명력을 다한 다음 5대10국이라는 혼란기를 거쳐 남쪽은 송나라에 의해 통일이 됩니다. 이때 화북지방과 북방에서는 선비족의 후예인 거란족이 흥성하게 되니 이들이 요나라를 세웁니다. 요나라는 중국사에서 ‘최초의 정복왕조’라고 표현하듯이, 북방이 남방의 중원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정책을 취하지요. 그들의 조상인 선비족과 같은 호한융합 정책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공연히, 때로는 은근히 오랑캐라고 멸시해오던 북방민족의 하나가 거란인데, 아마 고려시대 때 우리와 수차례 전쟁을 치렀고, 발해 왕조를 멸망시켰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간단하게 오랑캐로 치부해버릴 대상은 아닙니다.
   
   유라시아에서 중국을 통칭하는 말이, 당나라 시대에는 탁발(중국어 발음은 퉈바)을 음사한 타브가치였고, 요나라 시대와 그 이후에는 거란의 중국어 발음을 딴 키탄 또는 키타이였으니, 동아시아의 역사가 이들 북방 유목민에 의해 주도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키타이라는 말은 요나라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캐세이(Cathay)란 말이 되어 있습니다. 캐세이퍼시픽이란 항공사명의 캐세이가 바로 거란이란 뜻이지요.
   
   
   찬란한 불교문화 유적
   
   탁발선비가 북방과 중원의 문명 융합을 추진할 때에도, 거란이 북방을 통일하고 중원을 지배할 때에도 새로운 사회에 맞는 가치관으로서 불교를 적극적으로 진흥했습니다. 중원의 가치관이 중원이 아닌 지역을 오랑캐로 멸시하고 차별한 것과는 달리, 불교는 훨씬 포용력 있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웠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탁발선비가 화북지방을 통일하던 때부터 운강석굴, 용문석굴과 같은 대형 불사가 많이 일어났고, 요나라 시대에도 불교문화가 찬란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특히 거란이 남긴 탑들은 그 웅장한 멋이 북방제국의 호방함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이징 시내에 남아있는 천녕사탑, 산시성 다퉁(大同)의 화엄사, 응현의 목탑, 네이멍구 츠펑시의 대명탑 등을 보면 거란이 오랑캐라는 선입견이 한순간에 가셔버릴 정도로 그 웅장한 멋이 그만입니다.
   
   2005년 미국에서 요의 진국공주와 부마의 묘에서 나온 유물들을 전시한 적이 있었는데, 전시회의 제목이 ‘문명인가 야만인가(Civilized or Babarian)’였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거란이 북방과 화북의 넓은 땅을 정복하고 지배하면서 꽃피웠던 거란의 문화가 너무나도 찬란했기 때문에 한족과 중원의 기록에서 야만으로 묘사됐던 기존의 평가와는 너무도 판이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거란은 스스로 거란 문자를 창제하기도 했습니다. 북방에서는 일정한 수준으로 흥성해지면 곧바로 자신들의 문자를 창제했습니다. 거란의 야율아보기도, 여진족의 아골타도, 몽골의 칭기즈칸과 쿠빌라이도, 만주족의 누루하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세종대왕의 한글입니다. 거친 환경에서 싸움만 잘하는 전사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북방의 유목문화 안에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문자를 창제할 역량과 체제를 품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글은 인류 최후의 문자라고 할 만큼, 북방의 문자뿐 아니라 인류가 만들었던 어느 문자에 비해서도 너무나 잘 만들어진 문자이지만, 한글 역시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북방민족들의 문자창제 흐름 속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거란의 문화가 결코 오랑캐란 세 글자로 무시되고 외면될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황실 주방 훈제요리서 모방한 두이자도
   
▲ 고기소를 피로 싸서 기름에 지져내는 러우빙.
츠펑 시내에 있는 새로 지은 츠펑박물관에서 요나라의 광활한 강역이 멋있게 그려진 지도를 감상하고, 츠펑 북부 바린줘치(巴林左旗)에서 지금은 공터만 남아 있는 요나라 상경의 흔적을 거닐어 보고, 츠펑 남부의 닝청현(寧城縣)에 있는 요나라 중경 유지에서 대명탑(大明塔)의 웅장한 모습을 음미하고 나면, 츠펑의 특색 있는 음식을 찾아볼 차례가 됩니다.
   
   초원의 음식은 홍과 백이라고 하지만 츠펑은 약간 다릅니다. 이 지역은 온대 초원 기후로, 연간 강수량이 300~500㎜나 됩니다. 유목이 주였지만 약간의 농경도 있었기 때문에 곡식과 육류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지요. 단백질을 탄수화물로 싸서 먹는 것이라고 할까, 자오쯔(餃子)·러우빙(肉餠)·샤오빙(燒餠) 등과 같이 고기로 만든 소를 곡식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로 싸서 익혀내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계통에서 츠펑에서 가장 특색 있는 전통음식은 두이자(對夾)입니다.
   
   중국에서는 ‘중국 햄버거’라 부르기도 하는데 크기나 모양이 비슷합니다. 불에 구워낸 손바닥만한 빵의 옆을 갈라서, 잘게 썬 훈제 고기나 볶은 채소, 두부 등을 넣어 먹는 것입니다. 두이자의 빵은 옥수수가루로 만들기도 하는데, 바깥 부분은 바삭바삭하게 부서지고 빵의 안쪽은 부드러워 식감도 독특합니다.
   
   츠펑에 가면 두이자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노점상도 많고, 일반 식당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청난두이자스푸(城南對夾食府)가 제일 유명합니다. 중화라오쯔하오(中華老字號)란 명예도 주어졌고, 손님도 항상 많습니다. 소의 종류에 따라 가격 차가 있는데 채소를 넣은 것이 1.5위안, 고기를 넣은 것은 2~2.5위안으로, 두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합니다.
   
   양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맛보기로 한다면 50위안(약 8800원) 정도로 펑간뉴러우(風干牛肉)의 맛도 괜찮습니다. 풀을 먹여 키운 소의 고기는 생고기든 말린 고기든 모두 초원의 특산물로 환영받습니다.
   청난두이자는 츠펑 시내 위안린루(園林路)와 하다시루(哈達西路)가 교차하는 사거리에서 위안린루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황진다샤(黃金大厦)의 대각선 건너편이라고 해도 되고, 그저 청난두이자라고만 해도 츠펑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지요.
   
▲ 펑간뉴러우
겉으로 봐서는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이 식당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 식당은 허베이 출신의 소문옥, 소문표 부자가 츠펑으로 이사 와서 장사를 하다가 개업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하다훠샤오(哈達火燒)를 팔았습니다. 훠샤오(火燒)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구워낸 빵에 고기를 끼운 음식입니다. 이후 돼지고기 대신 나귀고기를 넣은 루러우훠샤오(驢肉火燒)도 개발해 냈습니다. 소씨 일가 친척 가운데 자금성 안에서 요리사를 하던 이가 있었는데, 그를 통해 황실 주방의 훈제방법을 배워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두이자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훠샤오가 빵의 옆을 갈라 고기를 끼워 먹는 햄버거였다면 두이자는 햄버거의 밑을 꿰매 주머니로 만들어 고기를 넣었다고 할 수 있지요.
   
   
   200년 왕조, 10년 만에 멸망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청의 건륭제가 피서산장에서 사냥을 나갔다가 호랑이를 추격해 잡았는데, 이때 츠펑의 홍산 근처에서 하루를 묵었답니다. 이날 황제의 요리사들이 38가지의 요리를 만들어 연회상을 차렸는데, 사냥에 참가했던 중신들이 두이자를 제일로 꼽았고, 이로부터 두이자가 이 지역의 민간인에게 전해졌다고도 합니다.
   
   두이자와 비슷하지만 소를 넣은 것을 기름에 지져내는 러우빙도 초원 어느 지역에 가든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크기는 우리 호떡만 한데 고기를 다져 만든 소를 넣고, 기름을 두르고 지진 것이라 우리 입맛에는 조금 느끼할 수 있습니다. 초원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식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