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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하는 자는 닭과 돼지를 기르지 마라

굴어당 2012. 2. 1. 21:28

입력 : 2012.01.31 23:31

권득원 경북 경산 장산초 교감

 

 

 

 

 

 

 

 

 

 

 

 

 

 

벼슬하는 자는 닭과 돼지를 기르지 마라.

최근 재벌 2·3세들이 동네 상권인 영세사업자들의 빵집·커피전문점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다. 이런 세태를 보고 있자니 2000년하고도 몇백 년 전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동양고전의 4서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대한 주희의 주석집 '대학장구(大學章句)' 10장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노나라 대부인 맹헌자가 말하길 "마승을 가진 집안은 닭과 개를 기르지 않고, 집안 행사에 얼음을 쓸 수 있는 벌빙지가는 소와 양을 기르지 말아야 하며, 백승을 가진 제후는 취렴하는 신하를 기를 바에는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기르는 것이 나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나라는 이를 이익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의를 이익으로 여기는 것이다(孟獻子曰 畜馬乘 不察於鷄豚 伐冰之家 不畜牛羊 百乘之家 不畜聚斂之臣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此謂 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음미해 보면, 처음 벼슬길에 올라 대부가 되어서 말과 수레를 하사받고 국록을 먹는 자는 사사로이 닭과 돼지를 길러서 가난한 백성의 생계수단과 이익을 빼앗지 말라는 말이니 오늘날의 공직자나 사회적 지도층 인사들에게 해당하는 말이 될 것이다. 벌빙지가는 경대부 이상으로 초상과 제사에 한여름에도 얼음을 쓸 수 있는 가문을 이르니 이들은 소와 양을 기르는 자들의 영역을 침탈하거나 이익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으니 오늘날 재벌들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고 서민들의 골목상권을 유린하는 등의 비열한 행태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백승지가, 즉 채지(采地)나 식읍(食邑)을 가지고 있는 제후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함부로 거두어들여 취렴하는 신하를 기르지 않아야 하니 취렴하는 신하를 기를 바에는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어 제후 자신의 재물을 잃을지언정 차마 백성의 힘을 상하게 하고 재산을 빼앗는 짓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이것은 오늘날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면서도 국태민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주가조작이나 부정과 비리 등으로 사리사욕 채우기에만 몰두하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말일 듯하다. 그렇기에 항상 나라를 맡은 사람들이나 모든 국민은 언제나 이(利)를 이익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의(義)를 이익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의를 구분 못하는 요즘, 새삼 새로운 옛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