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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미술거장 月田 장우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굴어당 2012. 5. 1. 20:35

 

 

한국 근·현대 미술거장 月田 장우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충무공 이순신 영정부터 배꼽티 입은 신세대 여성까지… 그의 붓끝이 곧 한국史
평생 수집한 단원·겸재 유물… 미술관 건물 등 700억 기부도

한 작가의 화풍이 이렇게 때마다 달라질 수도 있다. 그는 20대엔 기녀(妓女), 30대엔 성인(聖人), 40대엔 위인(偉人) 그리고 50대 이후엔 세태(世態)를 그렸다. 그는 오래 살았고, 많이 그렸으며,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충무공 이순신 영정(1973), 바티칸 교황청 소장 '한국의 성모(聖母)와 순교복자(殉敎福者)'(1949), 지적 욕구 왕성한 대학생들을 그린 '청년도(靑年圖)'(1956)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거장(巨匠)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2~2005·사진).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7월 8일까지 경기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열린다. '월전의 붓끝, 한국화 100년의 역사'라는 제목의 이 전시엔 월전의 대표작 80여점이 나왔다.

근대 자화상에서 신세대 초상까지

붓, 물감, 팔레트 등 화구(畵具)가 널려 있는 화실(畵室)에서 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화가가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여성 모델을 관찰하고 있다. 종이에 채색한 가로 167.5㎝, 세로 210.5㎝의 이 작품 '화실'로 월전은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鮮展)에서 최고상 창덕궁상을 수상했다. 삼성미술관리움 소장으로, 이번 전시에 나온 이 그림은 한국 근·현대 미술 관련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작. 그림 속 화가는 월전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했다. 화가가 자신을 그렸다는 것은 이름 없는 '환쟁이'가 아닌 어엿한 '예술가'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근대적 자의식의 발로(發露)로 해석된다.

왼쪽 그림은 월전이 24세 때인 1936년 조선 여인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그린‘여인(麗人)’, 오른쪽 그림은 88세 때인 2000년 자유분방한 신세대 여성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그린‘단군일백이십대손’이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제공
한 살 아래 운보 김기창과 함께 이당(以堂) 김은호 문하에서 그림을 배운 월전은 1932년부터 선전에 연달아 입선하며 이름을 떨쳤다. 광복 후에는 점차 일본풍 채색화를 벗어던지고 수묵(水墨)을 기조로 한 전통 문인화를 탐구했다. 서울대 미대 교수(1946~1961), 홍익대 미대 교수(1971~1974) 등을 역임하며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세태를 풍자한 '신(新)문인화' 작품들은 반추상에 가까운 새로운 동양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전시작 '단군일백이십대손(檀君一百二十代孫)'(2000)이 대표적. 배꼽티에 숏팬츠 차림,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이고 양손엔 휴대전화와 담배를 든 '신세대 여성'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 노화가는 "붓 들어 그림으로 그려보노라니 문득 세태의 상전벽해에 놀란다"고 적었다. 그가 '아흔 살 현역'으로 불렸던 이유다.

전시에선 기생을 모델로 한 1930년대 일본 채색화풍 '미인도', 1940~ 1950년대 그린 '성모자상(聖母子像)', 충무공 이순신 영정 초본(1953)과 적조(赤潮)현상 등의 환경 문제를 걱정한 작품(적조·2003), 인성(人性) 붕괴의 세태를 사람이 침팬지로 전락함에 비유한 작품(침팬지군 환호도·1993) 등이 한자리에 선보인다.

700억원 자산 이천에 기부

셋째아들 장학구(72) 월전미술관장에 따르면 월전은 '두주불사(斗酒不辭)의 화가'. 취중에도 그림을 그리곤 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화'와 '목단(牧丹)' 등 월전이 취중에 그린 그림 두 점이 소개됐다. 태풍이 휘몰아치듯 거침없이 뿜어낸 붓질로 단숨에 꽃을 그린 후 월전은 '취호(醉毫·취해서 붓질하다)'라고 썼다.

월전은 자녀가 그림 그리는 것을 말렸다. "나를 뛰어넘을 만큼 천부적 재능을 지니지 않았으면 항상 '월전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 불행해진다." 그는 또 작고 직전 "작품과 땅을 미술관을 지어주겠다고 한 이천시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장 관장은 그 유지를 받들어 2007년엔 월전 작품 117점과 월전이 평생 수집한 단원·겸재·추사 등의 유물 1532점을, 2008년엔 서울 종로구 팔판동 소재 전(前) 월전미술관 건물과 대지(1628㎡) 등의 부동산을 내놓는 등 700억원 상당의 자산을 이천시에 기부했다. 이천 설봉공원에 자리 잡은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이천시가 국비 포함 53억원을 투자해 2007년 9월 개관했다. (031)637-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