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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사서 '25사' 대단해도 승정원일기에는 비교조차 안돼"

굴어당 2010. 6. 22. 22:36

"중국 정사서 '25사' 대단해도 승정원일기에는 비교조차 안돼"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장
임광명 기자 icon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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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사서 '25사' 대단해도 승정원일기에는 비교조차 안돼
"우리의 고전 자산은 양과 질을 따져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것이다. 제대로 번역해 오늘에 활용해야 한다."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장의 소망이자 다짐이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어느 교수가 20여년 전 대학원 시절을 회고하며 이런 말을 했다. "서울대 규장각에 있는 고서들을 죽 훑어봤지. 그런데 상당수의 책에 메모나 주석 같은 흔적이 표시돼 있는 거야.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들의 것이었어. 참 대단타, 생각하면서도 씁쓸했지. 손을 못대고 있던 우리 문헌들을 그 사람들은 읽고 해석하고 그랬던 거야. 우리 것이 우리 것이 아니었던 거지. 지금도 사정이 그리 나아지지 못했을 걸, 아마도."

"우리 고전 뛰어나도 한자로 돼 통탄 30년 안에 꼭 필요한 고전 모두 번역"

한국고전번역원(02-394-8016) 박석무(68) 원장을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그 교수의 말이 문득 생각나서였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오는 3월 11일까지 '권역별 거점연구소 협동 번역사업'에 참가할 연구기관을 모집하고 있는데, 영남·호남·중부·수도권의 4개 권역별로 대표 연구소를 선정해 전국에 산재한 미번역 고전을 함께 번역하자는 취지다. 올해 예산만 22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2007년 국가 출연기관으로 설립된 한국고전번역원이 자체 역량의 한계를 절감한 때문인데, 우리 고전에 대한 연구 실태가 여직 그 수준인가, 하는 안타까움에, 박 원장도 동감했다.

"번역원의 전신으로 1964년 설립된 민족문화추진회가 있었어요. 40년 넘게 고전번역사업을 했습니다. 거기서 번역한 책이 1천500여 책이에요. 번역원이 세워져 160책 정도를 번역했습니다. 이 정도는 전국에 있는 우리 주요 고전 문헌의 20%도 채 안됩니다. 꼭 번역해야겠다는 문헌이 6천여 책 정도인데, 지금 우리 번역원 역량으로는 연간 60책이 한계입니다. 100년이 걸린다는 얘깁니다. 협동 번역사업을 그래서 하자는 겁니다. 지역별로 20개까지 연구소를 선정할 건데, 그리하면 연간 120책 정도로 번역이 확대될 겁니다." 그러면 필요한 6천여 책을 번역하는 데 50년이 꼬박 걸린다.

박 원장이 보기에, 그 대단하다는 중국의 정사서(正史書) '25사'도 우리 조선왕조실록에는 못미치고 승정원일기에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기록유산으로 볼 때 우리의 고전은 분량이나 내용에서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물 정도라는 것. 그런데 그 대부분이 한자로 돼 있다보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16세기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지금 영국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다산 정약용의 저서는 한국 지식인 대부분이 읽지 못합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번역, 또 그를 통한 고전의 대중화는 그래서 절실합니다. 외국 게 좋다고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지요."

분초 단위로 급변하는 이 시대에 '퀘퀘한' 고전이 설 자리가 있을까? 박 원장은 영화 '아바타'와 다산의 저서 '목민심서'를 보자고 했다. '아바타'는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결국은 인간이 꿈꾸는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에 다름아니다, 목민심서 또한 현실 모순을 극복해 이상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상을 기본으로 한다, 고전을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우리 선 자리가 위태할수록 고전의 가치는 더욱 빛납니다. 이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리 됩니다. 요즘 드라마 '추노'가 인기라지요. 앞서 '대장금'도 큰 인기를 끌었지요. 다 우리 고전에서 발상을 얻은 것들입니다. 고전은 우리에게 정신의 힘을 주는 원천입니다. 우리가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서 고전을 번역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고전번역은 우리 역사·문화적 자원을 현재화하는 일. 옛사람이 꿈꾸었던 세계를 오늘의 사람에게 전하는 일이다. 순수하고 고귀한 일인데, 박 원장은 "적어도 1세대, 30년 안에 꼭 필요한 고전이 다 번역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