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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연행록 관심고조 한중관계 역사 되돌아보다

굴어당 2011. 1. 15. 18:43

지난 2002년 동양사 연구자들과 중국의 시안(西安)과 베이징(北京)을 찾았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중국을 보면서 한 연구자가 말을 꺼냈습니다. 단군 이래 한국의 역사에서 우리 국민이 중국보다 평균적으로 잘살았던 때가 아마도 최근 한 세대(30년) 정도의 기간일 것이라고요. 물론 그의 말은 중국의 발전상을 감안할 때 우리가 다시 역전당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를 전제로 한 것이었습니다.

근대 민족사관의 교육을 받은 우리는 인정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전근대 중국은 동아시아 세계의 표준이 되는 국가였지요. 비록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 열강과 일본의 침략을 받아 종이호랑이로 전락했지만 18세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인구와 영토의 크기, 경제 규모의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주변국에 미친 영향도 엄청나 우리의 경우 한사군 가운데 낙랑을 비롯해 남북조의 여러 국가들, 통일제국인 수·당과 송·원·명·청 등으로부터 선진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중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통로였던 백제가 멸망하자 일본은 중국에 견당사(遣唐使)를 파견해야만 했습니다. 전근대 한·일의 중국에 대한 관심에 비해 중화(中華)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에게 두 나라는 변방 오랑캐에 불과했지요. 2000년대 중반 베이징대에서 1년간 강의했던 한 한국사 연구자는 당시 웬만한 서점에 가면 한국 코너가 마련돼 있는 일본에 비해 중국에서는 수도 베이징의 서점에서도 한국 관련 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조선 후기 사신들이 남긴 한양에서 베이징까지의 여행 기록인 연행록(燕行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하네요. 동북아역사재단이 출간한 ‘중국의 청사 편찬과 청사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중국 사상사계를 대표하는 학자인 거자오광(葛兆光)을 필두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사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전근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본 ‘이역(異域)’의 시선에 주목한 것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지요.

사실 우리는 300여종이 넘는 조선 후기 연행록과 조선 전기 최부의 ‘표해록’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전근대 중국의 실상을 전하는 기록들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에서 연행록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가 종래 자랑해 왔던 조선 유학에 대해 신랄한 비평이 가해졌다고 하네요. 때마침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다산유적지 옆에 위치한 실학박물관에서 연행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내년 2월 말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조선 유학과 실학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관건이 될 이번 전시를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