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어당

굴어당의 한시.논어.맹자

http:··blog.daum.net·k2gim·

‘桂林山水甲天下’ 개고기 즐기는 천하절경의 도시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

굴어당 2011. 1. 20. 15:44

사시사철 꽃 피고 새가 지저귀는 곳
“한국 교민 대부분 관광업 종사” 광시사범대에 한국어과도 개설

▲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의 한 농민이 논에서 일을 하고 있다. photo 로이터
‘계림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 구이린(桂林)의 산수가 천하의 으뜸이라는 말이다. 중국어를 전공한 필자가 구이린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뇌리를 스치는 문구가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 구이린에 간 건 한겨울인 2월 초다.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에서 오랜 기간 주재했던 필자로서는 중국 북방의 춥고 혹독한 날씨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구이린 주위의 산과 들은 여전히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중국 북방과는 달리 싱그럽고 맑은 공기에 한껏 심호흡을 했던 기억도 난다. 구이린의 산은 우선 한국의 산과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산이 대부분 뾰족하게 솟아올라 있어 마치 무협지에서 협객(俠客)들이 무술을 연마하고 도를 닦던 곳을 연상케 했다.
   
   구이린에는 리강(?江)을 비롯해 곳곳에 물이 흐르고 있어 대자연의 풍요로움과 포근함을 느낄 수가 있다. 현지에 정착해야 할 필자로서는 이러한 산과 들, 물과 파란 하늘이 한국의 아름다운 경치를 떠올리게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국적이면서도 포근함과 풍요로움을 주는 구이린의 풍광은 낮선 곳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했다.
   
   한겨울에도 녹음이 있고 꽃이 피어있는 것은 구이린의 특징이다. 한 나무에서 낙엽이 지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때문에 ‘사시사철 꽃 피고 새가 지저귀는 곳’이란 문구가 있기도 하다.
   
   
   28개 다민족 공존… 개고기 즐겨
   
   구이린은 기원전 214년 진(秦)시황제가 계림군을 설치한 후부터 행정구역상의 지명이 됐다. 구이린은 계수나무가 많아 계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계수나무 꽃인 계화(桂花)는 봄과 가을에 안개꽃 모양으로 피어난다. 그 향내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다. 계화향을 채취하여 향수를 만들면 그 어떤 향수도 비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구이린은 인구 5000만명인 광시성(廣西省·공식 명칭은 광시좡족자치구)의 행정 중심지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 현재의 성도는 남쪽의 난닝(南寧)이다. 광시성 정부는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13년 난닝으로 갔다가 1936년 중일전쟁 이후 돌아왔으나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당 집권 후인 1950년 다시 난닝으로 옮겨갔다. 구이린은 여전히 광시성에서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도시다.
   
   인구 500만명의 구이린은 다민족이 공존한다. 좡(壯)족, 먀오(苗)족, 야오(瑤)족, 둥(?)족 등 28개 소수민족 70만명이 살고 있다. 구이린 사람들은 남방 사람들처럼 전반적으로 체구가 작고 코가 납작한 편이다. 피부는 북방에 비해 습기가 높아서인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풍요로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현지인들의 성격은 순박하면서 낙천적이다.
   
   구이린 사람들은 자연에서 채취한 음식을 즐긴다. 쌀과 옥수수가 주식이다. 한 가지 특이점은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여름에 개고기를 즐기는 반면 이곳에선 겨울에 개고기를 즐겨 찾는다. “발열식품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 영양과 열량 보충 차원에서 즐긴다”는 현지인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광시성은 전체가 소수민족인 좡족자치구로 지정돼 있다. 인구 1800만명의 좡족은 중국에서 한(漢)족 다음으로 큰 민족이다. 최근 개발 바람으로 좡족 사이에서도 빈부격차가 두드러진다. 좡족 가운데 일부는 토지 임대로 인해 땅부자가 됐다. 하지만 일부는 도시화 물결에 휩쓸려 농촌을 떠나 도시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중국의 대동남아 교역 중심지
   

구이린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30명 정도로 매우 적다. 광시좡족자치구의 한국인은 대부분 성도인 난닝에 모여산다. 난닝의 한국인 수는 5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구이린이 관광명소인 만큼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국인이 많다. 나머지는 개인사업가와 유학생 그리고 종교인이다.
   
   구이린은 지역적으로 아직 한국과의 교류가 적은 편이다. 진출한 업체는 개인 기업을 포함해 10여개 정도다. 짧게는 5~6년에서 길게는 10년 전에 진출했다. 이 중 대형버스를 생산하는 대우버스와 쉐라톤구이린호텔(옛 구이린대우호텔), 아시아나항공과 락앤락이 대표적이다.
   
   요즘 몇몇 광물 관련 기업들이 진출한 것 외에는 아직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더딘 편이다. 류저우(柳州), 베이하이(北海), 우저우(梧州) 등지에는 전자회사, 활 공장 등 몇몇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향후 한국 기업으로 S그룹, D그룹, C그룹 등 몇몇 대기업이 친저우(欽州)로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과 가까운 친저우는 중국의 대(對)동남아 교역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친저우는 항만을 끼고 있는 베이하이와도 이어진다. 이로 인해 친저우에는 향후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개발 중인 도시인지라 도로와 철도,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최근 개발이 진행됨과 동시에 이제서야 광시좡족자치구에도 한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주목을 받으면서 광시성 사람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특히 구이린에 있는 광시사범대학에는 한국어과도 개설돼 있다. 구이린 광시사범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국인도 있다.
   
   구이린 광시사범대는 한국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들도 광시사범대에 교환학생으로 들어와 공부하고 있다. 광시사범대의 한국어과에 재학 중인 중국 학생들은 졸업 후 한국으로의 진학이나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중국 학생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간혹 대중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나오는 한·중 간 비방성 기사나 댓글들은 교민사회의 두통거리다. 비방성 기사나 댓글로 인해 현지에 있는 한국인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우리나라 TV나 신문 등 언론에서 중국이나 중국사람들을 싸잡아서 비방하는 일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박민철
   
   전남 함평 출생, 경희대 중어중문과 졸업, 미원그룹(현 대상그룹) 입사, 저장성, 베이징, 톈진 등 주재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