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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후통의 허름한 뒷골목 진짜 베이징 덕을 만나다

굴어당 2011. 1. 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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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4호]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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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후통의 허름한 뒷골목 진짜 베이징 덕을 만나다

유민호 Pacific 21 Inc. 소장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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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뒷골목에 있는 베이징 덕 전문점 리췬카오야디엔의 상차림. 화로에서 대추나무 장작으로 굽는 정통 베이징 덕을 내놓는다.
“133명이 사는 마을에서 탄생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지난 3월 초 발간된 2010년 프랑스판 미슐랭 가이드북의 핵심은 프랑스 남부 퐁종쿠즈(Fontjoncouse)지방에 있는 ‘로베르주 뒤 비외 퓌(L’Auberge du Vieux Puits)’라는 레스토랑이었다. 관광객들과는 무관한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고, 밥벌이가 되는 주변 소비층을 전부 합쳐도 133명에 불과한 이곳이 3스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발표 즉시 레스토랑으로 가는 좁은 산길이 세계로부터 몰려온 미식가들로 메워진 것은 물론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의하겠지만 ‘나만 알고 있는 깊은 골목에 숨겨진 허름하지만 맛있는 식당’에 대한 특별한 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세계를 여행할 때마다 항상 고민하는 것 중 하나로 ‘나만의 식당’에 대한 집착을 빼놓을 수가 없다. “베이징에 머무르는 동안 어디에서 베이징오리를 먹어야 하나?”하는 고민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오리 요리는 베이징이나 중국에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찾게 되는 음식이다. 중국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이미지는 ‘한국=자장면, 중국=베이징오리’로 굳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에 바짝 익혀 바삭바삭한 껍질과 담백한 육질, 쓴맛과 단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소스와 잘고 길게 썬 파. 이 모든 것을 싸서 한입에 먹어본 ‘행복한 기억’을,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중국에, 특히 베이징에 자주 가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베이징오리 요리에 대한 ‘고집’이다. 중국에서 만리장성을 보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고 베이징에서 오리고기를 먹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라는데…, 과연 ‘특별하고 색다른’ 베이징오리 요리를 제공하는 곳은 없는 것일까? 프랑스 파리지앵은 점심식사 장소를 결정하기까지 1시간 이상 고민한다고 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점심시간 동안은 저녁을 어디에서 먹을지, 저녁식사 시간에는 다음날 점심식사 메뉴를 무엇으로 할지가 식탁에서의 주된 대화라고 한다. 베이징오리 요리를 둘러싼 ‘특별한 고집’은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게 되는 고민이라 생각된다.
   
   아마 베이징오리 요리는 베이징에서는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일 것이다. 그렇지만 청결과 그럴 듯한 서비스를 갖춘, 이른바 국제적 기준에 따른 음식점에서 만들어지는 베이징오리 요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어느 정도 돈을 주더라도 깨끗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만든 베이징오리를 즐길 수 있는 요리점은 손꼽을 정도이다. 특히 역사와 전통을 갖춘 국제기준의 베이징오리 요리점은 많아야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힐이 다녀간 곳
   
▲ 리췬카오야디엔 내부
리췬카오야디엔(利群火考鴨店)은 그 같은 필자의 고민을 해결해 준 곳이다. 리췬에 대한 얘기를 처음으로 들은 것은 지금은 이라크 대사로 간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수석대표와 관련해서였다. “그 사람 베이징에 가면 자기만 아는 특별한 베이징오리 요리집에 간다고 하더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을 취재한 AFP의 한 기자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중국어가 유창한 AFP 기자는 ‘리췬(利群)’이라는 한자를 직접 써주며 크리스토퍼 힐이 갔다는 오리고기집을 알려줬다. 6자회담을 주도한 크리스토퍼 힐도 베이징식당 유명인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의 리췬행과 관련해서는 필자의 관심을 끌 만한 다른 요소도 있었다.
   
   6자회담으로 한국·중국·일본·북한을 오간 크리스토퍼 힐은 엄청난 마일리지만이 아니라 각국의 음식을 두루 접할 기회를 가진 인물이다. 외교관이면서 미식가로 변신한 것이다. CNN을 통해 방송되기도 했지만 크리스토퍼 힐은 한국에서의 자신의 단골식당으로 종로 입구에 있는 허름한 순두부집을 가장 먼저 손꼽았다. 미국인이 골목길의 순두부집을 단골로 고른다는 점은 정치적 제스처라 하더라도 미식가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리췬은 저녁보다 낮에 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베이징의 진수인 후통(胡同)을 천천히 걸으면서 눈과 발로 느끼기 위해서는 밤보다는 낮이 적당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을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돈도 안 들면서 중국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후통산보를 꼽는다. 후통이란 간단히 말해 베이징의 뒷골목을 말한다. 중국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후통은 큰길 주변에 들어선 개방 이후의 세련된(?) 중국이 아닌, 원래 중국과 중국인을 속살을 느낄 수 있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베이징 전통가옥인 사합원(四合院)을 볼 수 있고 작은 규모의 식당과 생필품가게, 과일가게들이 늘어선 후통은 근대화 이후 사라진 한국 골목길의 어제를 느낄 수 있는 회상의 거리이기도 하다. 물론 100미터 간격으로 하나씩 들어선 ‘전면개방식 공동화장실’은 후통거리의 얼굴이기도 하다. 2008년 올림픽경기를 계기로 노후된 후통들이 철거됐거나 철거 중인 상태이지만 그래도 베이징의 중심부로 가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후통이다. 리췬은 바로 그 같은 철거를 기다리는 후통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식당이다.
   
   
   중국 저명인사들의 단골집
   
▲ 리췬카오야디엔 입구
올림픽에 맞춰 개발된 베이징 첸먼따루(前門大路)의 관광거리를 정면으로 하면서 왼쪽 거리로 한 발짝만 빠져나가면 재개발 공고판을 앞세운 후통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베이샹펑(北翔風) 후통이다. 스타벅스 커피점을 입구에 세운 첸먼따루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100년 전과도 다름없을 갈색으로 치장된 후통거리가 눈앞에 들어왔다. 크리스토퍼 힐이 걸어갔을 거라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않는 지저분한 좁은 골목길이 무너진 담장을 배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공중화장실을 알리는 WC란 표기가 흰색 페인트로 담장에 쓰여 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괜찮은 요리집이 들어설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길로 들어선 지 10여분 만에 사람들에게 물어서 겨우 리췬의 위치를 알아냈다. 오리그림과 함께 리췬의 위치를 알리는 화살표가 후통 담벽에 나타났다.
   
   리췬의 입구는 붉은색 등불로 장식돼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리췬을 오간 수많은 저명인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크리스토퍼 힐이 점퍼 차림으로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앨 고어 전 미 부통령, 제임스 켈리 6자회담 미국 측 대표,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들과 배우 주윤발의 사진도 늘어서 있다. 유명인이 왔다고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관이 자주 찾는 곳은 뭔가 ‘특별한 맛과 멋’을 가진 곳이라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종류의 음식을 편견없이 많이 경험한다는 것은 미식가로서의 기본 조건이다. 외교관은 그런 성격에 가장 잘 맞는 직업이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유명 베이징오리 요리점과 달리 미국인보다 중국인의 사진이 더 많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 역사가, 음악가와 같은 문화계 유명 중국인들인 듯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전부 4개의 크고 작은 방을 중심으로 10개의 테이블이 늘어서 있다. 앨 고어나 크리스토퍼 힐이 이용했을 듯한 둥근 테이블 하나를 갖춘 작은 객실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가본 베이징오리 전문집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피자집에서 중요한 것은 피자를 굽는 화로가 있는지 여부이다. 가스나 전자레인지에서 만든 피자는 맛이 없다. 베이징오리 요리점도 마찬가지이다. 리췬은 대추나무를 연료로 하는 화로가 식당 입구에 들어서 있다. 대추나무 타는 향이 식당 전체를 메우고 있다. 베이징오리 요리점들은 최고의 맛을 내는 비법 중 하나로 나무 연료가 무엇인지를 내외에 자랑한다. 대추나무는 가장 애용되는 오리굽기용 연료이다.
   
   
   대추나무로 구운 원조의 맛
   
▲ 리췬카오야디엔 사장과 종업원
오후 4시에 갔기 때문에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오리고기는 1인분 약 4만원 정도. 2인분을 주문하면 6만원 정도이다. 오리고기와 2만원짜리 장청(長城) 와인도 함께 시켰다. 먼저 오이, 파, 빠오빙(薄餠), 멘장(麵醬)이 식탁에 올랐다. 빠오빙은 파와 고기를 함께 싸서 먹는 만두피와 같은 것인데 너무 얇아서 거의 투명하게 비쳐졌다. 자장면의 원료로도 사용되는 멘장은 한국인의 입맛으로는 다소 짜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단맛도 강하게 들어있다. 오리고기는 주문 후 약 1시간 만에 등장했다. 늦게 나올수록 화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베이징오리고기를 현지에서 즐기는 맛 중 하나는 중국식 칼로 오리의 껍질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요리사는 먼저 오리의 목을 손으로 직접 비틀어 떼어(?)낸다. 이어 큰 칼로 껍질을 얇게 자르게 시작한다. 오리고기 맛의 핵심은 오리가슴에 있다고 한다. 오리가슴을 첫 번째 접시에 먼저 담고, 나머지 등과 다리는 두 번째 접시에 담는다. 오리가슴을 먼저 먹은 뒤 배가 더 고프면 나머지를 먹으라는 의미였다. 다른 요리에서도 그러하듯 중국인은 시킨 오리고기를 전부 먹지 않고 반드시 남긴다.
   
   와인과 함께 먹은 베이징오리는 원조 요리를 실감케 했다. 나무의 향이 아직 남아 있고, 껍질 부분이 바삭바삭하기 때문에 입에 넣자 그대로 녹는 듯했다. 일본 속담에 ‘오리가 파를 등에 지고 오는 듯하다(鴨がねぎをしょってくる)’는 말이 있다. 모든 상황이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말이다. 오리고기 요리에서 파는 찐빵 속의 팥이라 할 수 있다. 리췬은 파를 미리 준비하지 않고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면 곧바로 잘라서 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작지만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려는 리췬만의 정성이다.
   
▲ 리췬카오야디엔 주방
식사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리췬의 주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고급 베이징오리 요리집인 취엔쥐더카오야점(全聚德火考鴨店)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독립한 사람이다. 주인이라고 하지만 낡은 외투를 걸친 평범한 후통의 라오베이징(老北京)을 지키는 사람처럼 보였다. “주변의 후통이 언제 재개발에 들어가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아마 1년 내?”라고 답했다. 옆의 여자 종업원이 서투른 영어로 “다음에 올 때는 화려하고 거창한 식당으로 돌변해 있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이클 잭슨의 유작영화 ‘디스 이즈 잇(This Is It)’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후회와 감동이 하나 있다. “저런 천재를 왜 살아 있을 때 직접 눈으로 접해 보지 못했을까?” 후통에서 사라지기 전에 경험한 리췬에서의 베이징오리고기 맛은 입에서만이 아니라 추억과 정취로서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죽기 전에 맛봐야할 ‘오리 전문점’ 5곳
   
   제대로 된 오리 맛 보려면 2인 기준 6만원은 투자해야
   
   베이징에서 제대로 된 베이징오리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최소한 1인당 5만원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보통 두 명을 기준으로 오리고기 한 마리에 6만원 정도하고 술이나 음료를 추가하면 전부 10만원 정도가 든다. 1인당 1만원짜리도 있겠지만 그런 식당은 닭이 오리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5만원 정도의 예산권에 들어가는 베이징오리 전문점으로 죽기 전에 반드시 맛봐야 할 유명한 곳 5군데를 소개한다.
   
   
   취엔쥐더카오야점(全聚德火考鴨店)
   
   1864년 처음 문을 연 오리점으로 전세계에 하나쯤 지부를 갖고 있는 글로벌 레스토랑이다. 입구에 들어가는 순간 41대 부시 대통령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1970년대 중반 미국과 중국이 정식 국교를 맺기 전까지 미국연락대표부의 최고책임자로 일했다. 베이징 주재 당시 부시는 1주일에 한 번씩은 베이징오리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맛도 있지만 친·중외교의 일환으로 베이징오리를 활용한 것이다. 최근 취엔쥐더는 외국만이 아니라 거꾸로 중국 내 체인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음식점이 망해가는 것 중 하나로 체인점 확장을 들 수 있다. 체인점이 많을수록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중국여행단이 베이징에 가는 첫날에 들러서 먹는 그룹투어 코스이기도 하다.
   
   폐이팡카오야점(便宜坊火考鴨店)
   
   1855년 창업한 가장 오래된 오리전문점 중 하나이다. 다른 식당과 달리 지방을 빼는 특수한 방식의 조리법으로 인기가 높다. 오리고기의 핵심은 느끼한 지방을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 달려있지만 반대로 지방이 갖고 있는 고소한 맛을 살리는 데에도 있다. 오랜 경험과 특수한 조리법으로 많은 손님을 끌고 있다.
   
   다둥카오야점(大董火考鴨店)
   
   중국 최고의 셰프로 알려진 둥(董)씨 형제가 운영하는 곳으로 오리의 지방을 35%까지 줄인 혁신적인 요리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원래 1985년 베이징카오야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곳으로 다른 전통 음식점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현대식 건물과 깨끗한 환경, 서구식 서비스로 베이징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으로 자리잡았다. 손님이 먹을 오리를 직접 고르면 과실나무가 들어있는 화로에서 구워준다.
   
   주화산카오야점(九花山火考鴨店)
   
   ‘동쪽의 다둥(大董), 서쪽의 주화산(九花山)’으로 불릴 정도로 베이징오리고기의 양대산맥에 해당하는 곳이다. 하루에 200마리 한정으로 오리고기를 준비한다고 한다. 오리고기 전문점의 경우 하루판매량을 몇 마리까지로만 제한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려운 곳이다.
   
   야왕(鴨王)
   
   오리 100마리당 한 마리 정도 나온다는 이른바 황제오리(皇帝鴨)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황제오리는 한 마리당 10만원 정도로 보통 오리보다 배 정도 비싸다. 지방을 빼기보다 지방이 갖고 있는 고소함을 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베이징오리의 유래
   
   600년 전 궁중요리로 개발
   
   베이징오리고기의 출발은 명(明)의 영락제(永樂帝)에서부터 시작된다. 1420년 수도를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남쪽 지방의 오리가 베이징으로 들어오면서 베이징오리고기라는 이름의 음식이 탄생한 것이다. 난징의 애칭인 금릉(金陵)을 앞에 붙인 금릉오리(金陵火考鴨)란 말도 등장했다. 역사상 베이징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베이징오리 요리점은 폐이팡(便宜坊)으로 1416년에 개업했다. 베이징에 있는 현재의 폐이팡은 원조 폐이팡에서 분리된 것으로 1855년을 창업연도로 삼고 있다. 베이징오리고기는 처음부터 궁중요리로 개발됐다. 명조에서 시작됐지만 실제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청조부터이다.
   
   황실에 조달하기 위한 오리 사육장이 베이징 주변에 생긴 것은 당연하다. 허베이성(河北省)까지 확산된 오리농장은 지방이 많은 오리가 고가에 팔린다는 점을 알고 갖가지 노하우를 동원해 ‘뚱보오리’ 사육법을 개발한다. 지금의 저지방 오리고기와 달리 북방민족인 청의 황실은 기름으로 뒤덮인 오리고기를 즐겼다. 당시 가장 유명한 사육법은 대나무를 이용해 고칼로리의 사료를 위로 직접 밀어넣는 ‘톈야(?鴨)’ 방식이다. 프랑스의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를 위해 거위 간을 크게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킬 경우 더더욱 살이 찌기 쉽다.
   
   중국에서 주입식 일방교육을 ‘톈야식 교육’이라 부르는 것도 이 같은 오리 사육법을 배경으로 한 말이다. 최근 다이어트 오리도 등장하면서 사육법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베이징 오리고기는 부화 이후 60일부터 65일째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몸무게가 6㎏ 정도 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