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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師弟가 함께 하는 서예展

굴어당 2012. 4. 17. 21:17

서울대 師弟가 함께 하는 서예展

 

법학에 서도(書道)까지 더해 사제(師弟)의 정을 쌓아온 두 전·현 서울대 법대학장이 함께 서예전을 연다. 박병호(82)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종섭(55) 현 서울대 법대 학장이 오래 갈고닦은 붓글씨 모음전. 전시 제목도 '사제동행(師弟同行)'이다.

학술원 회원이기도 한 박 명예교수는 한국법제사와 가족법의 대가. 하지만 전공 외에도 고전과 한학,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 일찍부터 자자했다. 전남 해남 출신인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가학(家學)으로 전수받은 데다 서예도 깊이를 더해왔다. 지금은 전문 서예가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이지만 아직껏 전시회를 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도(書道)는 따로 자랑할 게 아니라 학자의 기본이라고 여겨온 결과다. 제자인 정 학장도 묵향(墨香)에 빠져든 지 30년이 넘는다. 정 학장은 "요즘은 서예를 기예의 일종으로 여기고 취미 삼아 학원에서 배우고 가르치고 하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선비가 갖춰야 할 기본이었다"고 했다. 추사 김정희나 다산 정약용만 해도 글씨로도 이름 높지만 원래 학자로서 학문과 서예를 함께 했던 인물이었다는 것. 정 학장은 "그런 점에서 박 선생님은 전통적인 선비의 맥을 이은 마지막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선비의 글씨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제지간인 박병호 서울대 명예교수(왼쪽)와 정종섭 서울대 법대 학장. /정종섭 학장 제공
두 사람을 단순한 법학계의 스승 제자 이상의 각별한 인연으로 묶어준 것도 서예였다. 어릴 적부터 한학자인 부친에게 한문과 고문, 서예를 배운 정 교수는 서울대 법대 2학년 때 서예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이 전시회를 박 교수가 관람한 이후로 박 교수는 정 학장에게 직접 낙관 도장을 새겨주고 결혼식 주례도 서주었다. 정 학장이 전각(篆刻·인장을 새기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박 교수의 영향 때문.

이번 전시에서 박 교수는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비롯해 해서, 예서, 초서 등 80여점을 선보인다. 정 학장은 해서 위주로 20점을 내놓았다. 두루마리 작품과 9m짜리 서첩 대작도 있다. 전시회는 17일부터 5월 1일까지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연다. 수익금은 전부 후학들을 위해 서울대 법학발전재단에 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