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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3중 전회

굴어당 2013. 11. 12. 08:17

 

중국의 3중 전회

베이징의 가을은 스산하다. 고비사막을 넘어온 먼지바람이 매섭고 단풍은 금세 떨어진다. 베이징의 가을은 정치의 계절이어서 더 차갑다.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나 중앙위원회가 열릴 때면 톈안먼(天安門) 광장 주변은 경계가 삼엄하고 교통 통제도 엄격하다. 이 무렵이 되면 평소 얘기를 잘하던 취재원들도 입을 다문다. 그제 시작된 공산당 18기 3중 전회 현장을 뛰어다니는 외신 기자들의 체감온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인민대회당에서 2000여명이 참석하는 전국대표대회를 열어 최고 지도부를 바꾸고 국가 노선을 결정한다. 1920년 상하이 1차 대회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전국대표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 직후 200여명의 중앙(후보)위원만 참석하는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 전회)가 열려 새 인사안을 추인한다. 따라서 1중 전회는 '설거지 회의'나 다름없다. 이듬해 3월 열리는 2중 전회는 양회(전인대와 정협)의 보조 역할이다.

[만물상] 3중 전회
▶하지만 3중 전회는 다르다. 새 지도부 출범 1년 만에 열리는 3중 전회는 향후 10년의 정치·경제노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1978년 말 열린 11기 3중 전회가 대표적이다. 그해 11월 10일부터 36일간 베이징에서 공산당 중앙업무회의가 먼저 열렸다. 마오쩌둥의 후계자 화궈펑(華國鋒)이 마오의 결정과 지시는 무조건 옳다는 '두개의 범시(凡是)론'을 들고 나오자, 덩샤오핑(鄧小平) 지지자인 후야오방은 "실천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며 반격했다.

▶이 이념투쟁에서 승리한 덩은 사흘 뒤 공산당 11기 3중 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하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개혁·개방 이후 있었던 8차례의 3중 전회를 따라가면 중국 현대사의 궤적을 읽을 수 있다. 1984년 가을 12기 3중 전회에선 농촌에서 시작된 개혁·개방을 도시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덩샤오핑 남순강화(1992년) 이듬해 열린 14기 3중 전회에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공식화했고, 후진타오 시기의 16기 3중 전회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했다.

▶18기 3중 전회는 인민해방군 산하 베이징 징시(京西)호텔에서 나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선 국유 기업·금융·토지·사회안전망에 관한 시진핑(習近平)의 개혁 청사진이 나올 예정이다. 지난 35년간의 시장경제 개혁이 낳은 빈부격차·부패·비효율 같은 부정적 요소를 도려내고 '차이나 2.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시진핑 집권 10년간 스스로 환부에 칼을 댈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만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