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大 '영락대전(명나라 영락제 때 백과사전)' 미스터리
書庫에 보관된 中 국보급 책은 한일 강제 병합 직후 4년간
총독부가 산 2만여책 중 일부… 이 때문에 조선왕실 재산 소진
일본 중심 東洋史 재편 목적? 매입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
이 미스터리는 13년 전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6층 서고(書庫)에서 시작된다. 이 교수는 다른 자료를 찾던 중 전혀 뜻밖의 책이 서고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도대체 여기 왜….' 그것은 '영락대전(永樂大典)' 두 권이었다.
'영락대전'은 명나라 영락제(재위 1402~1424) 때 역대 문헌을 총정리한 2만2937권 1만1095책 분량의 방대한 백과사전.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800여 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희귀본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의 국보·보물에 해당하는 '국가급 문물 2등'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책 2권이 서울대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국내 학계에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수수께끼는 2010년 이 교수가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이 된 뒤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국편 소장 조선사편수회 자료 중 '영락대전 잔궐본(殘闕本)에 대해'란 일본어 필사본 보고서를 발견했던 것.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914년 일본 교토(京都)로 출장 간 이왕직의 동식물 관계 기사 오카다 노부토시(岡田信利)가 교토제국대학의 저명한 중국 사학자 나이토 고난(內藤湖南)을 만났다. 나이토는 '영락대전' 1책을 내놓고 '이왕직이 이 책을 구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왕직은 이 책을 진본으로 판정한 뒤 2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그런데 매입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더 기가 막힌 사실이 드러났다. '당판지부(唐板之部)'라는 문서를 보니, 조선총독부는 한일강제병합 직후인 1910년 10월부터 1915년 2월까지 4년 4개월 동안 중국 서적 723종 2만2008책을 이왕직 예산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입비는 1314만2362원으로, 1903년 대한제국 예산인 1000만원보다 훨씬 많았다. 당시 총독부의 1년 예산 중 이왕직 유지비는 140만~150만원이었다. 자료는 1935년 경성제대로 옮겨져 현재 서울대도서관에 상당수 남아있다.
일제는 왜 이렇게 대량으로 중국 문헌을 구입했을까? 이 교수는 "당시 일본 역사가들은 '동양사'라는 학문 영역을 설정해 일본 중심의 역사를 새로 쓰려 했고, 도쿄(東京)와 교토에 이어 경성(서울)을 또 하나의 동양사 연구 기지로 만들려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앞으로 학계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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