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onga.com/news/Series/70070000001087 이준식의 한시 한 수.한국경제 연재. 맛없는 술이라도 끓인 차보다 낫고, 거친 베옷이라도 없는 것보다 나으며, 못생긴 마누라, 못된 첩도 독수공방보단 낫지. 꼭두새벽 입궐 기다리며 신발에 서리 잔뜩 묻히느니, 삼복날 해 높이 솟도록 시원한 북쪽 창 아래 푹 자는 게 낫지. 화려한 의식으로 만인의 호송 받으며 북망산으로 가느니, 남루한 누더기 걸치고 홀로 앉아 아침 햇살 쬐는 게 낫지. 생전엔 부귀 누리고 죽어선 문장 남기려 하지만 백년도 한순간이요, 만년도 바삐 지나는 것을. 충절의 백이숙제(伯夷叔齊)든 대도 도척(盜척)이든 실패한 건 매한가지니, 차라리 지금 술에 취해 시비나 애환 다 잊는 게 낫지. (薄薄酒, 勝茶..